따분하다.
이리저리 치이며 이것하랴, 저것하랴.
성깔 드러운 상사 기분 맞추는 것도 지치는데 시킨일 하나 제대로 못하냐며 잔소리를 퍼붓길래 사표내고 직장을 때려치웠다.
그리고 내 직업은 할 짓 없는, 말 그대로 백수.
일 그만두고 딱 3일간은 좋았다.
제 2의 학교를 가는 것처럼 지각한다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날 이유도 없어지고, 수업시간을 가장한 업무시간도 없어져서 정말 좋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지루하고 따분한건지. 매일 방에만 처박혀 있어서 그런가? 우울하기도하고... 오늘은 좀 나가 놀던지 해야겠다.
"여보세요?"
"어, 뭐해? 지금 바빠?"
"아, 나 지금 가족들이랑 식사중인데. 왜??"
"그냥, 별거 아니야. 맛있게 먹어."
좋지않는 인간관계에 딱 하나 연락하던 친구마저 일이 있다니, 점점 더 우울해진다.
진짜 이러다 우울증이라도 걸리겠어.
같이 놀 사람도 없고 꾸며봤자 봐줄 남자친구도 없고 일찍일찍 다니라는 부모님도 없고,
나 되게 인생 헛 살았네.
독립을 너무 일찍했다. 그냥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살면서 돈 벌어도 되는데 왜 굳이 집을 나오고 싶어했는지...
잡생각은 치우고 편한 추리닝에 후드티를 입고 집을 나섰다.
근 일주일만에 쐬는 바깥공기. 많이 늦은 시간도 아닌데 좀 쌀쌀해서 그런지 공원엔 사람이 거의 없다.
한 바퀴정도 돌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바닥만 쳐다봤다.
대기업에서 반년정도 일했더니 돈은 꽤 모였고 이 돈으로 여행이나 갈까 생각중인데 어디선가 들리는 발자국 소리.
나 말고도 사람이 있긴하구나 하며 한, 두바퀴만 더 돌고 집에 들어가야지 하고 일어서려는데 내 시야에 운동화 한 켤례가 들어왔다.
벤치에 앉으려면 앉지, 어디가는것도 아니고 그대로 멈춰있는 운동화.
여기서 누구 기다리기라고 하나보지 하며 일어서려는데,
" 야."
...야? 설마 나한테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하고 엉덩이를 툭툭 털면서 고개를 들자 검은 모자를 쓴 키 큰 남자가 서있다.
이건 뭐 190은 그냥 넘어보이네. 뭘 먹고 저렇게 큰 건지 궁금해지다 날 쳐다보는 시선에 흠칫했다.
뭐야, 나한테 야 라고 한거야?
" 너, 여자가 이 늦은 시간에 혼자서 왜 여기있어?"
내가 여기 있던말던 댁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그냥 무시하고 내 갈길가자 앞을 막아서는 남자.
오른쪽으로 한 걸음 떼자 자기도 오른쪽가고, 왼쪽으로 다시 한 걸음 떼자 자기도 왼쪽으로 간다. 얼씨구?
" 저기요.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 왜 여기있냐고 묻잖아."
" 무슨 상관인데요."
" 지금 자정이 다되가는데 여자혼자 공원에 있으면 위험하다는 거 몰라?"
" 아 진짜!! 그래서 뭐요?! 댁이 누군데 참견이예요? 나 알아요?"
진짜 미친놈인지, 오지랖 넓은 미친놈인지, 그냥 미친놈인지.
더 이상 상대하면 피곤하겠다는 생각에 앞을 막는 남자를 툭 치고 나왔다. 에이씨 기분만 잡쳤네.
" 이름 000. 나이 스물 둘. 사는 곳 00오피스텔 703호."
...이 새끼 뭐야.
순간 소름이 쫙 돋으면서 뒤를 쳐다보자 내 쪽으로 향해있는 시선에 한 번더 소름이 돋는다.
" 너 아니까 참견해도 되지?"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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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