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밤새 야근을 했더니 어깨고 허리고 안 아픈 곳이 없다.
여자가 일에 미치면 독신으로 산다던데, 적당히 해야하나?
어릴 때 부터 욕심은 참 많아서 이것, 저것 안 해보고는 직성이 안 풀렸다.
흥미가 생기면 무조건 손에 넣고 봐야 포기할 줄도 알았는데, 그게 커서도 계속 될 줄이야.
게다가 남 밑에서 일할 성격은 죽어도 못 되어 입사하자마자 무섭게 위로 치고올라갔는데 큰 프로젝트 하나를 맡고는 그게 멈췄다.
이상하게 하고싶을 때는 앞, 뒤 안가리고 뛰어드는데 그게 또 질리면 뒤도 안돌아보고 놓아버린다.
이런 성격때문에 남자를 만나도 쉽게 질리게 되고 일에 미쳐서 사는건가?
딱히 이루고 싶은게 없을 땐 지금 하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니 그 분야에선 계속 앞서나갈수 있는 좋은 조건인데, 뭔가 아쉽단말이지.
지금 시간이 오전 5시 20분.
지금 가서 좀 자고 일어나서 일하면 내일쯤이면 끝나겠다.
시끄러우면 집중이 안 돼서 회사엔 잘 안 나가게 되는데 오늘은 신입사원 환영회라며 꼭 나오란다.
적당히 인사만 하다 이왕 온 거 휴게실에서 업무를 했는데 밥도 거르고 하다 정신을 차리니 야근으로 이어졌다.
늙어서 고생할 꺼 생각하면 지금부터 운동도 좀 해야되는데, 귀찮아.
여기저기가 삐걱거려 점점 로봇화가 되가는 신체를 주무르며 집에 가는 길인데 저 멀리서 사람 한 명이 온다.
와, 이 시간에 조깅이라니. 어지간히 부지런한 사람이네.
저 사람은 저 사람인거고 나는 나고. 내 갈 길 가고 있는데 뚝-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 아야야, 뭐야.. 아 진짜!!"
구두 굽이 부러졌다.
오랜만에 신어서 그런가, 오래신어서 그런 건가. 아무튼 부러져버린 굽.
아침부터 이러다니, 오늘은 왠지 되는 일이 없을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 ...저기, 괜찮으세요?"
" 네. 신경쓰지말고 가세요."
내 성격이지만 참 못 됐다. 굽 부러진 짜증을 모르는 사람한테 내다니,
괜히 미안해져서 고개를 들자 생각보다 어린 남자가 당황한 표정을 한 채 서 있다.
" 아, 죄송해요. 제가 좀 짜증이 나서. 미안한데 좀 잡아주실래요?"
" 아, 네, 네.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세요?"
무릎 찍힌거 말고는 그다지 아픈 곳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건가.
대충 힘은 들어가니 걸어서 집까지는 갈 수 있겠다.
" 딱히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맨발로 가긴 싫고 어차피 못 신을 구두, 남은 굽도 부러뜨려서 단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근처에 벤치로 가려는데 어디서 튀어나오는 손.
" 다리 다치신 것 같은데 부축해 드릴게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하는데 눈을 못 맞춘다. 착한 사람이네.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감사한 마음으로 부축을 받아 벤치에 앉았다.
음, 이 굽을 어떻게 부러뜨리지?
한 쪽만 낡은 것도 아닐테니 손에 힘을 주고 해봤는데 안 된다. 아 젠장.
" 뭐하세요?"
" 남은 것도 부러뜨리려는데 잘 안 되네요."
" 저한테 줘보세요."
내 손에 있는 구두를 가져가더니 이리저리 보고는 뚝-
한 번에 부러뜨린다.
" 우와, 진짜 감사합니다."
역시 남자는 힘이 세구나.
남자가 약간 붉어진 얼굴로 웃으며 구두를 바닥에 내려놓는데 신어보니 생각보다 편하다.
이 정도면 걸어갈 수 있겠어.
" 고마운데 어떡하죠?"
" ...연락처 알려주세요."
" 네?"
보통은 ' 아니예요, 조심히 가세요.' 이러지않나? 갑자기 연락처라니.
귀까지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데 그게 또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내가 웃자 점점 더 빨개지는데 더 이상 놀리면 진짜 펑- 하고 터질 것 같아 그만뒀다.
" 언제 한 번 밥 사드릴게요. 고마웠어요."
" 조,조심히 가세요!"
그렇게 연락처를 교환하고 내 폰엔 대훈학생이라고 저장해뒀다.
마지막까지 부끄러운지 목소리가 떨리던데, 귀여운 동생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냥 시간이 남길래 써봤어요. 반응좋으면 길게가고 별로면 단편으로 끝낼게요.
이번엔 꼭 달달물로 ㅠㅠ 다크만 썼더니 댓글에 소름아니면 무섭대요 헝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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