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얘기를 하고, 같이 커피를 마시고, 같이 뽀뽀를 하고. 가끔 혼자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뒷 모습을 몰래 바라보면, 그런 상상을 한다.
달콤한 것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만 보면, 그만 상상하면 달콤함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키가 좀 큰 게, 모델인가 싶어 며칠 전에 용기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냥 공부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한다. 그의 약간 떠있는 듯한 목소리도
달콤하게 들린다. 그는 밝았다. 항상 이 카페로 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창 밖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만지작댔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도 예뻤다.
그가 천천히 일어선다. 다 마셨나보다. 약간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는 것도, 세세하게 그의 행동 모든 것을 그 몰래 스캔했다. 그냥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쁘다. 굉장히.
저기, 리필 좀. 달콤한 그의 목소리가 나의 귀를 후볐다. 자장가 같다. 어느새 나의 앞에 선 그는 커피 잔을 건네준다.
나에게 살며시 건네주는 빈 커피 잔을 받아 리필을 해주곤 조심스럽게 건넸다. 오늘은 평소보다 오래 있을 건가 보다. 나야 좋지.
" 아 그런데요. "
그 때, 갑작스러운 그의 말이였다. 순간 심장이 빠르게 박동했다. 고개를 드니 그가 핸드폰을 내민다. 번호 좀 주세요.
이건 무슨 상황이지. 복잡해지는 머릿속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금방 컴컴해졌다. 번호요? 내가 되묻자 고개를 세차게 위 아래로 흔든다. 그 쪽 번호요!
" …왜요? "
" 그 쪽이 너무 소심한 것 같아서. "
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네, 네… ? 그럼 지금까지 모른 척 한건가. 내가 자신에게 관심 있다는 것을 다 알면서. 혼란스러운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나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인다. 번호 좀 빨리 주세요. 재촉하는 그의 말에 나는 재빨리 후들거리는 손을 바로 잡고 익숙한 숫자를 꾹꾹 눌렀다. 몇 번이고 잘 못 눌렀지 는 않았는지
빠르게 확인했다.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여기요. 라고 무덤덤하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핸드폰은 뜨거웠다. 핸드폰을 잡은 내 손도 화끈거렸다.
" 요즘 따라 손님이 별로 없네요. "
" 네. 근처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거든요. "
나의 말에 그는 입을 삐죽거리며 거기 맛없던데. 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그의 행동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걸 꾸욱 참았다.
나를 힐끔 쳐다보던 그는 핸드폰 액정을 만지더니, 이름이 뭐예요, 라고 묻는다. …이름은 왜요? 이름을 알아야 저장을 하죠.
아 맞다. 김명수요. 김명수…? 얼굴이랑 이름이랑 뭔가 매치가 안 되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내가 싫어하는 말. 이름이랑 얼굴이랑 매치가 안 된다고.
어릴 때부터 이름 때문에 놀림 받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나였지만, 그가 말하니 뭔가 색달랐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더 쿵쾅 뛰어댔다.
" 전화했어요. 저장하세요. 이성열. "
지이잉, 진동이 울리는 내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액정엔 낯선 번호가 찍혀있었다. 이성열, 이성열.
이름도 이쁘다. 이성열이라니.
" 연락하세요. 한가해서 연락 안 씹어요. "
" 네. 당연하죠. "
나의 대답에 그가 웃는다. 멀리서 몰래 바라만 봤던 그의 살짝 띠는 미소가 내 앞에서 환하게 번져간다. 쿵쾅거리던 심장이 이제 간지럽다.
성열은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 잔을 들었다. 여기 커피가 제일 맛있고 좋아요. 성열의 말에 나는 성열 몰래 조심스레 웃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 난 성열씨가 제일 예쁘고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