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ㅡ Written by. 세모론
머리를 말리고 있던 나는, 헤어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이 내얼굴을 마구 할퀴길래 살며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강한 인공적인 바람을 이겨보겠다고 눈을 부릅 치켜뜨고 있다가 이게 뭔 뻘짓이냐 싶어 다시 감았더니 눈이 싸하게 아파왔다. 아무래도 그새 눈이 건조해진 모양이다.
노래나 부를까. 눈을 감으니 보이는 검은 세상은 너무 단조롭게 검을 뿐이었고 귀에 들리는건 뭐라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 코디누나들의 잡담소리와 시끄러운 헤어 드라이기의 모터소리일 뿐이다. 심심하다 심심해. 내 머리를 손봐주고 있는 은하누나는 나에게 말 한마디 걸지않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 머리나 만지고 있었다. 손님이 심심하지 않게 말도 걸어주고 그래야지. 서비스 정신이 없다, 서비스 정신이.
“시간이 또 멈춘 걸까요 ― .”
나는 이번 앨범 수록곡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간아’를 조용히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또 잠이 드나요,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가, 두 눈 감은 채 그대 생각이 나서. 크, 이렇게 감성 돋으니까 내가 가장 애착을 가지지. 그나저나 이걸로 후속곡 활동이나 해볼까. 아무리 요즘 가요계가 시끄러운 기계음들로 가득한 댄스곡으면 너도나도 히트를 친다지만 노래하면 역시 발라드 아니겠는가. 그러고보니 나는 한번도 팬들에게 내가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네. 후속곡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그래, 바로 이거야. 사장님께 한번 말씀드려봐야지.
팔 받침대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피아노 치듯 툭툭 놀리던 나는 그렇게 뜨거운 헤어 드라이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감성을 끌어올려 서글프게 노래를 불렀다. 다시 그때로 나 돌아가, 너의 기억 속에 모든 걸, 찾아보려 노력해 보지만, 니가 멀어진다. …응? 뭐지? 이게 아닌데. 갑자기 이상한 길로 샜다.
“다 됐다.”
내얼굴을 공격하던 뜨거운 바람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 목소리를 집어삼키던 시끄러운 모터소리도 멈췄다. 나는 오랫동안 감고 있던 눈을 떠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친 내 모습을 거울로 보았다. 오오, 역시 멋지군. 은하누나는 마지막으로 내 앞머리를 정리해 주더니 모여서 수다를 떨고있는 다른 코디 누나들 쪽으로 쌩 가버렸다. 내 머리를 손보는 동안 같이 이야기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모양이다. 저건 뭐 거의 뛰어가는 수준이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 말 한마디 안하냐. 나의 조그마한 투덜거림이 은하누나에게 들렸던 모양인지 누나는 가다말고 휙,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뭐야, 맘에 안 들어?
…아니요, 그럴리가요 누님.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거울에 시선을 박고 어색한 휘파람이나 불며 머리를 정리하는 척했다. 까칠한 은하누나를 건들면 무시무시한 잔소리가 나에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해. 돌고래같은 높은 고주파 비명을 내는 은하누나에게 찍히는 날이면 그날로 바로 끝. 참 무서운 여자다. 힐끗 거울 너머로 상황을 살피니 이미 은하누나는 코디누나들 무리에 끼어 깔깔 웃고 있었다. 어휴, 다행이다. 나는 다시 내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역시 이 시대 최고의 남자 솔로 아이돌 남우현이야. 멋져. 어떻게 이렇게 잘생길 수 있니. 크, 죽인다 죽여. 조목조목 따져보아도 모자란 구석이 없네.
“남우현씨, 준비해주세요.”
“아, 네.”
벌써 음악무대는 끝에 다달았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마지막 무대는 자연스럽게 내 차지가 되었다. 아마도 2집 앨범 ‘Nothing's over’ 을 끝내고 난 다음부터였을 것이다. 순서표의 끄트머리에 바르게 궁서체로 쓰여져있던 내 이름을 보았을 때, 그 믿기지 않는 현실이란. 크, 그 때를 생각하니 또 다시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올 것만 같았다. 매니저 형이 장하다며 나의 어깨를 토닥여줬었고 코디 누나들은 대박이라면서 회식하자고 막 소리쳤었다. 그게 다 나의 미친 매력 덕 아니겠는가…라고 말하고 싶었었지만 말하면 다굴을 당할지도 몰라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준비하라고 알려준 막내PD는 재빨리 문을 닫고 사라졌고 그 말을 들은 모양인지 코디누나들이 수다를 떨다말고 우르르 나에게 몰려와 옷이며 머리며 귀걸이까지 하나하나 다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덤비지 말라고, 무서우니까! 내말을 무시하고 웃는 누나들의 웃음소리가 대기실 안을 꽉 채웠다. 누나들은 나에게 말 안 듣는 청개구리라고 할 자격이 없다. 다들 뭉치면 세계 최고 말썽꾸러기면서. 몇 분 안돼서 재빠르게 나를 뒤덮고있던 손길들이 하나둘씩 떨어져나갔고, 누나들은 하나같이 파이팅을 외치며 내 등을 떠밀었다. 꽤나 깜찍한 모양새다. 딱, 대기실을 나가려던 그때에 은하누나가 내가 최고라며 큰 소리를 외쳤다. 에이, 온 국민이 다 알고있는 사실을 뭘 새삼스럽게. 흐흐.
“화이팅! 갔다 올게!!”
대기실에 남아있는 누나, 형, 동생들에게 손 인사를 마지막으로 해주며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기실을 나섰다. 룰루랄라, 아직은 끝난게 아니야, 널 보낸 적 없어 ㅡ . 저절로 스텝이 밟아진다. 무대까지 걸어가는 길에 나를 알아보고 구십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하는 신인 후배들의 인사도 즐겁게 받아주며, 나는 오늘은 팬들에게 또 어떤 팬서비스를 해줄까하는 신나는 고민을 했다. 다들 알고있는 사실이겠지만 남우현하면 팬서비스지. 하트는 너무 흔하고…음, 하트 총알? 빵야 빵야? 그래 이거다. 나는 작게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연습해 보다가 무대에 다 와서는 마이크를 받아들고 눈부신 조명과 어우러진 화려한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 위로 올라오는 나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 보이자 귀가 아플 정도로 나를 향한 엄청난 함성이 밀려왔다. 나는 팬들에게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남우현, 혹은 오빠라며 우는 소리가 달팽이관까지 선명히 들린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 언제나 보면 고마움에 가슴이 벅차다.
질리도록 연습했던, 그리고 그 피나는 연습의 결과마냥 요즘 한창 잘나가 온 거리에 울려 퍼지고 있는 나의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스테이지에 울려퍼진다. 마이크를 고쳐잡고 노래 부를 준비를 했다. ‘대한민국 최고 대스타 남우현♥’ 이라는 플랜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저게 내 수식어다. 누가 뭐래도 나는 저런 수식어를 달고 사는 남우현이다. 암, 그렇고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다 이내 마이크를 입가로 가져왔다. 빨간 불이 들어온 카메라 앵글에다 대고 수없이 연습했던 표정을 내비춘다. 그렇게 내 노래는 시작됐고 방청객들과 시청자들은 나에게 집중했다. 대한민국 문화의 혜택을 받고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나, 남우현에게 집중한다. 다들 나에게 열광하고 나를 사랑한다. 스타라는 말처럼 지금 나는 하늘 위에 자리잡고있는 그 어떤 별들보다도 더 크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팬들의 사랑이 갑자기 뼈저리게 느껴져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한 번 쏴주었다. 여기저기서 꺄악거리는 높은 하이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에잇, 기분이다! 역시 이 오빠 밖에 없지? 응응. 이 오빠는 다 알아 이 귀여운 팬들아. 노래가 시작되었다.
지켜봐 왔잖아, 니 사랑을, 긴 이별을.
*
“오늘 반응 죽이더라.”
“언제나 죽이지, 이 대스타 남우현의 인기는.”
“허세는.”
매니저 형의 칭찬도 특유의 오만함으로 걷어 차버리는 나를 보라. 낄낄. 형은 나를 잠깐 째려보더니 이내 몇 분도 안돼서 표정을 풀고 같이 웃었다. 이젠 형의 화난 표정은 무섭지도 않거든? 형은 아직도 내가 오줌 마려운 강아지마냥 낑낑대며 형한테 말도 잘 못붙이고 눈치나 봤던 신인 시절의 남우현인줄 아나보다. 내가 벌써 데뷔한 지 자그만치 4년이다, 4년.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에 뭐가 무섭나. 내게 너무 많아 넘쳐흐르는 카리스마가 형에게는 없다. 쯧쯧.
“누구지, 그 이번에 새로 나온 걸그룹 있잖아.”
“아아, 이름이……아무튼 알아.”
“거기서 리던가? 걔 예쁘던데.”
“요즘은 안 예쁜 애들이 없어요.”
“맞아. 근데 진짜 똑같이 생긴 애들이 많지. 헷갈려.”
“같은 병원 출신인가 보지. 안 그래도 은하누나가 욕하더라, 요즘 애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면서, 인조 티 팍팍 낸다고.”
“아, 그래서 니가 그래도 누나보단 다 예뻐, 라고 장난쳤다가 등짝 후려 맞았지?”
“조용히 해. 장난이었어.”
실없이 대화를 이어가다가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엄청난 피로를 느꼈다. 갑작스럽게 피곤해 지고 그러네……. 이제 집으로 가냐는 나의 물음에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아, 드디어 집에 간다! 핸드폰 홀더 화면의 시간을 확인했다. 5시 45분. 6시부터 새벽같이 일어나 헤어샵에 가고 지금까지 휴식없이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래도 그나마 지금은 컴백한 지 얼마 안돼서 스케줄이 별로 잡히지 않아 지금 이 시간에 집에 갈 수 있는 거지, 며칠 지나면 30분도 자기 힘들고 집 근처에도 못 갈 것이 뻔하다. 집에 가서 잠이나 퍼 자야지. 피곤해, 엄청 피곤해.
“아, 오늘 팬미팅 하느라 힘들었지?”
“말도 마. 아유, 이 세상엔 너무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어. 으으.”
“그래도 팬 미팅이 제일 재미있잖아.”
“그래, 그렇게 생각하다가 나처럼 쌍 뺨따귀 맞지.”
“푸하하하하!!”
신곡 나온 김에 팬미팅도 하라는 사장님의 명령에 오늘 팬미팅까지 뛰고 왔다. 내가 차라리 흔한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하나였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려나. 내가 맞이해야할 팬의 수는 정말 상상도 안 되게 어마어마했다. 매니저 형이 귀띔해준 결과 오늘 한 천명 가까이 왔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팬미팅 자리에 나가기 전, 지문과 작별인사를 잠깐 했다. 안녕, 곧 사라졌다 다시 만나겠지. 흡. 세 시간 가까이 하트만 죽어라 날리고 애교 피우느라 죽는 줄 알았다.
토크쇼에서도 간간히 얘기가 나왔던 내 팬미팅 일화를 형한테 말할 때마다 형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때 바로 내 옆에 있었던 형은 뺨을 때린 여자가 울고 있었다는 것과 뺨을 맞은 후 나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그 일을 말할 때마다 말하곤 했다. 아씨. 왠지 꺼림칙한 기분에 그 때 맞았던 두 뺨을 가만히 손으로 쥐었다. 나의 뺨을 때렸던 그 팬, 얼마나 손이 맵던지. 정말 거짓말 하나 안 섞고 맞았을 때, 내 볼에서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
그래도 제일 재미있는게 팬미팅이란 말이지. 웃긴 팬들도 엄청 많고. 나를 위한 이벤트도 많고 선물도 많고. 나는 민트색 목베개에 목을 더 깊게 파묻고 잠잘 준비를 했다. 목베개에선 새것인 걸 티내듯 희미한 고무냄새가 났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오늘 팬미팅에 왔던 어느 소녀팬이 준 선물이다. 주면서 뭐라고 했던 거 같은데. 오빠 이제 편히 주무세요? 오빠 잘 자요? 오빠 사랑해요? 아, 이게 아닌데.
……아 맞아.
“성……, 맞아 성경.”
“뭐?”
“어? 아냐 아냐. 운전해, 류기사. 어서.”
“또 까분다?”
나는 형의 말을 가볍게 씹으며 저 옆으로 던져놨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오늘 소녀팬이 그랬었다. 오빠 트리클로버 알아요? 트리클로버가 내 팬페이지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이트 인 걸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가입도 돼 있는 걸? 물론 팬들은 모르겠지만. 레벨도 자그마치 7이나 된다. 트리클로버 마스터가 알면 기절하고도 남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안다고 하면 오늘 트리클로버의 트래픽이 초과 될까봐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모르는데요? 라고 하며 샤방한 미소를 날렸다. 모르긴 개뿔이. 트리클로버에 올라오는 초고화질 직찍을 보며 혼자 감상에 젖은 게 몇 번인데. 크, 누굴 닮아서 이렇게 존잘이니! 엄마는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이런 아들을 낳은거야. 가끔 너무 잘 나온 것을 보면 댓글도 쓴다. 죄책감도 없이. 근데 솔직히 내가 나보고 잘생겼다하는게 잘못될게 뭐가있나? 아무튼 여기서 요점은 팬페이지의 트래픽 초과까지 섬세하게 생각하는 마음 넓은 가수, 나 남우현이란 이 말씀이다.
‘그럼 성경님 모르시겠네…….’
‘네? 누구요?’
‘성경님이요, 트리클로버에서 되게 유명한 분이신데…….’
‘아 그렇구나.’
‘유명한 남팬이에요! 한번 쳐서 들어가 봐요! 완전 매력 넘쳐서 트클의 남우현으로 불리거든요!’
‘헉……네, 네. 꼭 찾아볼게요.’
‘네, 오빠! 사랑해요!!’
……. 어떤 새끼가 감히 트클의 남우현이야? 소녀팬의 말을 들었을 땐 남팬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고 트클의 남우현이라는 말에 기분이 썩어 들어갔었다. 남팬을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아 맞아. 오늘도 음악방송할 때 방청객석에서 어떤 웅장하고 낮은 목소리가 남우현!! 형, 나 좀 봐요!! 라고 외쳤었다. 이렇게 보다시피, 이 시대의 진정한 옴므파탈인 나의 존칭을…누가 감히 받을 수 있지? 정말 말도 안 된다.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존칭이다. 팬들이 반발 안해? 니가 뭔데 트클의 남우현이냐고? 에이씨, 얼마나 멋지고 귀엽고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지 보자. 나는 얼른 초록 창에 ‘트리클로버’를 치고 들어가 빛의 속도로 로그인을 했다.
“성경, 성경…….”
“성경? 뭐야, 성경책 살라고? 너 무교잖아.”
“그 성경 아니야.”
“그럼 뭔데?”
“운전이나 해! 그렇게 방심하다 나 죽으면!!”
“나도 죽어, 새꺄.”
“그러니까. 죽기 싫으면 얼른 운전해.”
“내가 언제 한번 아파서 니가 운전하며 스케줄 가봐야, 니가 내 소중함을 알지.”
“언제나 형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어. 나만의 천사.”
“토 쏠린다.”
“응.”
형의 시비에도 대충 대꾸해주며 이방 저방 돌아다니던 나는 직찍방 첫 페이지에서 다섯번째 내려간 게시글의 댓글창에서 성경을 찾아볼 수 있었다. 뭐야, 의외로 활동 활발하게 하네? 근데…레벨 5? 나보다 높아. 아씨. 맘에 안 드는 것 투성이네. 괜히 레벨 높아가지고 다들 아부 떠는거 아니야? 아님 그냥 남팬이 신기해서? 남팬이 뭐라고 다들 난리야. 남팬 첨보나? 나도 동쪽에서 신이 일어나는 형들 팬이라고, 남팬. 미간을 좁히고 이상하게 긴장되는 마음에 마른입술을 혀로 축이며 성경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하기에 인기가 많다고 할까싶어 스크롤을 내려 밑의 댓글을 봤다. 근데…….
성경: 아, 저 검은 콧구멍 봐. 대박 커. 강낭콩 돋네요. 역시 남우현하면 코bb
잠, 잠깐……나 지금 머리가 안돌아가서 그러는데 저 검은 바탕체 글씨들의 의미를 모르겠어. 뭐라고 써져있는 거지? 검은 콧구멍? 강낭콩? 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댓글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의 댓글이야?……설마. 아닐거야. 이건 내 완벽한 시력이 백만년 만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실수를 한거뿐이라고. 눈을 몇번이나 깜박이다가 다시 핸드폰 액정을 바라봤다. ……헐, 대박.
“이건 내 인생 최대의 멘붕이야. 와, 와나 대박. 짱이야.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왜, 뭔데? 갑자기?”
“악!!”
댓글을 씹으면 씹을수록 머리에 피가 몰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포효했다. 형이 놀라 발딱 튄다. 안티도 뭐 이런 안티가 다 있어? 내 팬페이지에서 디스팬을 가장해 나를 까? 이거 완전 지능범이네. 허, 내 콧구멍? 내 콧구멍이 큰 건 내가 콧구멍까지 작아 완벽하면 너무 인간적이지 않을까봐 신이 일부러 키워 놓은건데? 얘가 뭘 모르네, 그래 그래서 얜 빌어먹을 내 안티야!!
“뭐야, 뭘 보고 흥분했길래 콧구멍이 팽- ”
“야!!”
오늘 세 시간에 걸쳐 손 본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차 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이 솟아오르는 화를 어디 표출할 길이 없어 미치고 팔딱 뛰겠다. 아니 이미 뛰고 있지. 아무튼 당장이라도 성경이라는 자식의 멱살을 쥐어잡고 짤짤 흔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니가 뭔데 트클의 남우현이라고 칭송 받아가면서 나를 까는거야? 재밌냐? 남우현은 까는게 맛이 아니라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는 게 진정한 맛이야!
그리고 오늘은 무슨 내 콧구멍의 날이야? 왜 다 나에게 콧구멍, 콧구멍 그래?! 다 성경찬양교야? 아님 성경이라는 자식한테 교육 받았어? 나 빼고 다 짰지?! 당황한 형은 식은땀을 흘리며 나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지금 성경인가 뭐시긴가의 댓글을 본 나의 분노가 그렇게 쉽게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면 아주 큰! 엄청 큰! 오산이다!! 정말 이딴 애가 트클의 남우현이라고? 허, 허 참나, 진짜 말도 안돼. 차라리 내가 커밍아웃 한다고 기사 나는게 더 믿음직스럽겠다! 정말 뒷목잡고 쓰러지겠네. 아오.
“하하하하하…….”
“우현아, 많이 힘들어? 갑자기 정신적인 착란 증상이 올 정도면 ― .”
나는 다시 한 번 던져버린 핸드폰을 주섬주섬 찾아 들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그래, 얘는 그 뭐냐 그 디스 팬일 수도 있잖아. 안티팬이 아니라 정말 디스팬일 수도 있어. 그리고 내가 콧구멍 좀 큰 것만 빼고 깔게 뭐 있어!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른 게시글에도 들어가 보았다. …….
성경: 헐? 남우현 키 엄청 컸네요? 나무처럼 쑥쑥 자라네요^.^ 깔창 먹고 자라는 나무^.^
성경: 도대체 저런 애교는 어디서 배워오는거야. 토 나오게 하는데 뭐 있다니깐.
성경: 겁나 기분 나쁘게 웃네^.^ 깨물어주고 싶다.
……니 놈 새끼가 정녕 나랑 싸우자는 거냐? 빌어먹을 안티 새끼.
“으악!!! 성경인지 상경인지 다 부숴 버릴 거야!!”
“우, 우현아 도대체 왜 그래…….”
“감히 나를 까? 나를? 나 남우현을?!”
“야야야, 진정 좀 해!”
“싫어!!”
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어! 이 비겁한 자식이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나를 깠잖아! 그것도 버젓이 내 팬페이지에서!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대놓고!! 내가 가장 민감해 하는 콤플렉스들을 건들이면서! 젠장! 나는 들고있던 핸드폰을 갖다 던졌다. ……조금 소심하게, 비싼거라 다른 좌석 위로.
“우현아, 복식 호흡해. 릴렉스. 너 이렇게 흥분하면 안돼. 큰일 나!”
“후우……후, 아 씹!!”
“우현아! 김태희 언니 생각해!”
“알았어, 가라 앉혀볼게. 후아후아……잊자, 잊어. 빌어쳐먹을 성경 새끼. 잊어버려? 아니야, 걍 묻어버려?
“일단 절대 안정이 필요해. 우현아, 니가 최고야. 니가 킹왕짱. 대한민국 대스타 남우현.”
형의 애원에 따라 심호흡을 하며 생각해보았다. 후하……그, 그래. 요즘은 디스 팬이 유행이라잖아, 하하. 저건 다 나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말들이겠지. 여기는 내 팬페이지잖아. 감히 어떤 개념없는 사람이 일부러 여기서 나를 까고 다니겠어? 그렇겠지?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저 멀리 던져버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러보로 오늘 고생많이 하는 핸드폰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차근차근 읽어보면 그 건방진 댓글에서 묻어나오는 팬심을 발견할지도 몰라. 잠금 화면이 걷히고……빌어먹을 성경 자식의 댓글을 다시 보았다. ……그대로다. 내가 잘못 본게 아니고 여전히 검은 바탕체에 건방짐과 비웃음이 아주 많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젠장!! 흥, 어디 내 인스피릿들이 가만 둘 것 같아? 감히 나의 콧구멍을 건드리다니! 넌 이제 죽음. 댕강, 목 잘림. 댓글 창을 좀 더 밑으로 내렸다. 내 팬들이 쉴드를 쳐…….
남나무 내꺼하자: 아잌아잌 역시 성경님은 디스팬!! 너무 매력 있어요ㅠ.ㅠ
나무현 찌찌 내꺼: 성경님이 뭘 좀 아시네^.^ 역시 우현오빠의 최고매력은 넓은 콧구멍이죠!! 그러므로 내 남자^^
└ 엉덩국장: zara
└ 농심 심심이: 그대 주무실 시간이에요^.^
└ 남간: 205호 환자!! 또 언제 나온거에요!!
나무와 성경 사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검은 콧구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신님들 언제 한 번 우효니 오빠 콧구멍 확대 짤 나가죠
우효나, 누나야: 왜요ㅠㅠㅠㅠ매력돋구마뉴ㅠㅠㅠㅠㅠㅠ아 오늘도 잠 못 자겠다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세상은 혼자 사는거였어. 아, 눈앞에 별이 보인다. 신선한 컬쳐쇼크다. 내 팬들 다 미워. 미워할 거야. 어떻게 저렇게 반응할 수가 있지? 뭐라고 해주지 못할망정. 그럴거면 아예 그냥 성경 팬이나 하지? 나보다 성경을 더 좋아하는 것 같네. 아우 기뻐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그렇게 나는 눈물과 함께 자동차시트 위로 풀썩 쓰러졌다. 나 기절. 실신. 내일 기사 뜨게 할거다. 병명은 고혈압, 아니 정신적 쇼크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 거라고. 발병 이유는 성경이라는 사이비 집단에 소속한 팬들의 배신과 댓글. 그래, 이거다. 어휴……. 내가 까이다니. 정말 대박이다. 헐.
*
형이 다급하게 주차장에 차 세움과 동시에 나는 총알같이 벤 문을 밀어젖히고 집으로 달려갔다. 아무리 복식호흡을 백번하고 좋게 생각해보자고 해도 결국 결론은 성경 이 자식 테러해 버릴거야!! 이거였다. 도저히 열이 뻗쳐 못 참겠다. 아니 참으면 내가 성인군자지. 굳이 도 닦을 필요 없으니 나는 얼른 어떻게 성경을 테러할까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계획을 좌르륵 세웠다.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안 내려와! 미친듯이 버튼을 클릭했다. 겁나 느려 터졌기는. 주민 센터에 신고할 거다. 성경을 테러하고 싶어 손이 덜덜 떨렸다. 진짜 성경 너 죽었어, 나를 깠던 거 배로 널 짜증나게 해줄테다. 일분일초가 목마르는 시점에서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내려왔고 나는 후다닥 은색 고철 엘리베이터 안에 몸을 실었다. 아까 머리를 쥐어뜯은 덕분에 미친놈처럼 이리저리 뻗쳐있는 머리를 발견하고 황급히 정리했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내가 왜 하필 13층에 사는 지 후회했다.
온갖 수난을 격고 드디어 트리클로버에 접속했다. 온 몸에서 땀이 나서 입고 있던 재킷을 아무데나 던져버렸다. 더워 죽겠네. 당장이라도 에어컨을 틀고 싶었지만 지금은 에어컨을 틀러 갈 시간도 없다. 미친듯이 마우스를 놀려 성경이라고 굵게 써진 닉네임을 클릭하고 쪽지보내기를 클릭했다.
[저기요, 성경님. 저 남우현인데요. 그대의 댓글이 너무 신경 쓰이네요. 아무리 디스 팬이라고 해도 눈살 찌푸려질 정도의 댓글은 아닌 거 같아요.]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오타가 계속 나 저 짧은 문장을 치는 데 몇 번이나 썼다가 지웠다가 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내가 보낸 쪽지를 확인했다. 아씨, 이게 아닌데. 뭐 저리 정중하게 썼지? 내가 얼마나 기분이 나쁜데. 아무리 매너하면 남우현이라지만 여기서는 좀 무례하게 굴어도 될 것 같다. 아니 그래야 옳다. 내가 받은 치욕이 얼만데!
[아씨, 짜징나 그대 댓글 왜 그따구에요? 내 콧구멍이 뭐요? 사람이 완벽하면 재수없는 법이거든. 물론 너는 느껴본 적 없겠지만 콧구멍마저 작았다면 나는 세상 살기 힘들었을 거야. 캬캬캬캬캬캬]
[그리고 너는 깔창 안 깔아? 남자면 깔창 깔 수도 있지. 너도 한 번쯤은 깔아봤을 거 아냐! 지는 키가 얼마나 크다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내 애교는 말이야 국가 보물 1호라고 팬들이 얼마나 말하는 지 알아? akdjhflkasejkl;aadlk!!! 짜증나!!!! 너 내 팬 아니고 안티지? 내 팬들이 다 너를 찬양한다고 해도 나는 알 수 있어. 여긴 팬페이지니깐 나가!! 좋은 말할 때 탈퇴해!!!]
[씹어?? 씹어??? 너님 쪽지 테러할꺼임 내가. ㅅㄱ]
[성경? 뭔 닉넴이 그따구야? 천주교냐? 너 맨날 초등학교 앞에 가서 초딩들에게 사탕주고 교회오라고 하지? 우에에에엑]
[생각할수록 열 받네 너 나보다 매력 있어? 잘생겼어? 애교 많아?? 니가 뭔데 감히 나를 까냐고 빌어먹을 성경아!!!!!!!!!!!!!!]
[이거 이거 너 신고할 거야. 내 정신적인 충격 어쩔 겨? 와....너님 대박 나를 충격의 도가니탕을 마시게 하다니 대단하다 대단해 박수를 표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쫄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긴 니가 뭔데 감히 이 지구대스타 남우현을 무시해 코웃음 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님 관심 받고 싶었니? 우쭈쭈 이 형이 너를 기억해주마 관심 받고 싶었져요? 그랬쪄요? 우쭈쭈 궁딩퐝퐝!!]
[앞으로 이런 짓 하지 마ㅡㅡ 정말 기분 뭣 같다ㅡㅡ 나를 사랑하는 건 좋지만 이건 아닌 듯;; 그리고 그런 댓글 남길 시간에 내 사진이나 하나 더 모으렴 귀여운 디스 팬아^.^]
쪽지 딱 10개를 다 채우며 쪽지 테러를 이쯤에서 마감했다. 후, 이제야 아까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날아가는 느낌이다. 으하하! 성경은 이 쪽지를 보면 어떤 기분일까. 기분 아주 썩겠지? 아이고 고소해. 으히히. 이게 바로 백년 묵은 변비를 시원하게 싸고 온 느낌! 맞아, 이거야! 아, 난 요정이라며 똥도 안 싸고 이슬만 먹는 줄 알 텐데 내 팬들은. 저런 저급한 표현은 사용을 자제해야겠다. 미안 내 팬들아. 환상을 깨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나저나 이제 뭐하지…….”
나의 속을 꽉꽉 메우고 있던 성경을 향한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뭔가 휑한 느낌이다. 너무 쉽게 화가 가라앉은 것 같아서 내가 아까 성경의 도발에 눈이 뒤집혀 했던 모든 미치고 팔딱 뛰던 일이 허무하기까지 하다. 내가 뭐하러 비싼 돈들인 머리카락도 쥐어뜯고 보험금만 몇 천만 원 나올 목소리를 함부로 질러댔나. 아씨, 암튼 성경은 찝찝의 대명사다.
할 것을 잃어버린 나는 쪽지 창을 닫고 트리클로버의 직캠방이나 직찍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무료한 시간을 죽였다. 가끔씩은 쩝쩝거리며 거실이나 한 번 둘러보고. 아, 할 것 없네 진짜. 머릿속에 심심하다는 생각이 가득 차다 못해 넘쳐흐른다. 심심해 심심해. 진짜 심심해. 잠이나 잘까. 아 맞아, 집에 오면 자기로 했었지. 내 소중한 심신을 못 자게 하다니, 나쁜 성경같으니라고. 그렇게 또 다시 성경 욕을 읊조렸다.
“재미없어……엉?”
결국 얼마못가 참지 못하고 창닫기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닉네임 옆에 쪽지가 왔다는 표시가 떴다. 헉! 성경인가? 드디어 본 거야? 이렇게 빨리?? 성경이 이렇게 빨리 쪽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한 나는 놀라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얼른 쪽지 아이콘을 클릭했다. 진짜 아까 쪽지가 왔다는 알림음을 들었을 때 심장이 덜컹,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놀란 것도 있지만 그것보단 뭔가 뜨끔한 쪽에 가까웠다. 젠장, 내가 왜? 나는 잘못한거 하나 없는데? 그래.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뭔가 지금 딱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을 취하고 있었다. 에이씨, 짜증나. 짧은 로딩이 끝나고 마침내 나의 쪽지를 본 성경의 답장이 보였다. 답장창이 펼쳐지는 그 짧은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두근.
[????]
뭐야, 이거 성경이 보낸 거 맞아? 닉네임을 확인해보니 성경이라는 빌어먹을 놈이 보낸게 맞았다. 근데 뭐가 이리 시시해. 욕이라도 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건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뭐 이리 반응이 조용하냐. 긴장하느라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쭉 빠지고 어깨가 축 늘어졌다. 나 혼자 겁나 열폭한 이 느낌은 뭐지? 의사 선생님? 이건 뭔가요. 재미없어, 아이씨. 진짜 실망이야, 성경. 나는 성경에게 1:1 대화를 신청했다. 다시 한 번 공격을 재개할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거절은 안한다. 나는 재빠르게 인사하며 선수는 내가 쳐야지, 라고 생각했다.
나무: 안녕
성경: 뭐야ㅡㅡ
오오, 이 빠른 답장 보소. 근데 니가 뭔데 나한테 찍찍이를 날리니 찍찍이를. 버릇없는거 봐라?
나무: 나? 남우현이라고 말했잖아ㅡㅡ
성경: ........지랄
뭐? 뭐? 지이이이이이이라라라라랄? 너 지금 나보고 지랄이라고 한 거 맞니? 아니 했지? 이런 ㅆ……. 아, 아니야. 쪽지로 나 남우현이야 하는데 어느 누가 믿겠어. 그래, 아무리 팬이라고 해도 못 믿겠지? 하하, 그래 니 마음 이해한다 성경아. 근데 니가 내 팬이었던가?
나무: 나 남우현 맞음 레알ㅇㅇ 닉넴 안보이냐? 레어닉이다ㅋ
성경: 어쩌라고. 내가 너 같은 놈 몇이나 본 줄 아냐ㅉ 재밌냐
뭐지, 이 겁나 업신이 묻어나는 대화는? 하하하하하. 이제 전쟁이다, 내 안티자식. 죽여 버리겠어.
나무: 맞는데??? 와 나 진짜 답답하다, 내가 디씨 인증할까? 해줘???
성경: 해봐ㅉ 그리고 난 어차피 남우현 안티인데ㅡㅡ
나무: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아주 욕으로 댓글 창을 도배 해놨더라?? 웃긴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니가 뭔데 내 팬을 유혹해서, 어?? 왜 내 팬들이 다 너를 따르는 거냐!!1 기분 나빠 진짜 씹
성경: 그거야 나도 모르지 팬들도 내 말에 공감하나보지
나무: 감히 나를? 그게 말이냐 되는 소리냐? 그리고 내 콧구멍이 뭐! 실제로 그렇게 안 크거든?? 내 실물 본 적도 없으면서?? 그리고 니가 뭔데 트클의 남우현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냐?! 어이없어서ㅋㅋ 넌 내 발톱의 때도 안 돼!!
후하후하, 거친 콧바람을 일으키며 솟아오르는 화에 온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쟤는 무슨 태어날 때부터 남우현 기분 나쁘게 하는 법을 조기교육 받아왔나, 말하는 꼬라지 봐. 와, 진짜 재수 없어. 싸가지가 소멸이다 너는.
성경: ......별게 다 지랄이야ㅡㅡ
뒤통수를 망치로 두세 번 얻어맞은 느낌이다. 뒷골이 싸하게 아파오는 게 진짜 나는 오늘 이 녀석과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골 때리게 하는데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나는 부엌까지 달려가 냉장고 안에 있는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타자 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다시 성경과 했던 대화를 보니 아까 냉수를 마셔가며 분을 삭인 게 무색할 정도로 또 열이 확 올랐다.
나무: 야 그냥 말 필요 없이 너 나랑 만나!! 나 남우현인거 니 눈앞에서 직접 인증해줄게, 너랑 할 말도 겁나 많아 와씨;; 너 언제 시간 돼
성경: 뭐래 나 너 같은 찌질이랑 만날 시간 없거든? 그리고 난 너랑 할 말도 없어
얘가 지금 나보고 찌질이라고 한 거야? 미친? 대박. 허 참나, 또 미친 듯이 타자를 쳤다. 얘가 아주 막말의 신에 도전하는구나. 대박이다, 얘.
나무: 만나, 만나자고!!!!!!!!!!!!!!!!!!
성경: ^.^ㅗ
그리고서 성경은 저 말만을 남기고 채팅방을 나갔다. 몇 번을 다시 초대했지만 초대와 동시에 방을 나갔다. 아……. 나는 결국 화를 못 참고 개거품을 물며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진짜, 열 받아 뒤지겠네. 하느님, 어찌하여 저에게 저런 재수없는 개싸가지 안티를 내려주셨습니까. 비나이다 비나이다. 알라신 시바신 부처님 제발 성경이라는 자식에게 온갖 불화와 고통을 내려주시옵소서. 오늘 잠은 성경 니녀석 때문에 다 잤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