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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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커밍 마지막 날 이른오후. 갑자기 기홍이 날 방으로 불렀다.샌드위치 먹을래? 아니.
불러 놓고선 샌드위치 먹겠냐고 하더니 까득 까득 까드득. 아까부터 덩치에 맞지않게 손톱을 뜯는 기홍이다.
생긴건 곰단지 같이 생겨가지고 하는짓은 소녀감성이라니까. 결국 난 목이 끊어질듯 소리를 질렀다.
"아 왜그러냐고!"
계속해서 손톱을 뜯는 기홍을 막고선 똑바로 마주보게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에 대한 꽤 심각한 일이 터진것인지
기홍은 쉽게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럴수록 더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했으나 더럽게도 무거운 기홍의 입은 몇십분이 더 지나서야 열렸다.
"왜 빌어먹을 딜런하고 같이 있는건데."
"...둘이 아는사이였어?"
허 겨우 그런 얘기를 하려고 날 앉혀놓고 몇십분동안 묵묵부답이었던거야?
난 어이가 없어서 어서 날 부른 이유가 더 있기를 바랬다.
"..."
"뭐야 어떻게 아는사이야?"
"일단 놀라지말고 잘 들어야 해."
심드렁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요새 왜 자꾸 애들이 놀랄 소릴 해대면서 진지한 표정을 짓는건지.
이젠 내가 고양이라는데 뭔 사실을 들어도 이보다 놀랍지는 않겠다.
"그래..."
"이건 진짜 진지한 일이라고!"
그러자 기홍은 러너의 팔을 풀면서 제발 정신을 좀 차리고 들으란다.
이보세요. 여기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면 내가 미친거라니까?
"잘 봐"
그날의 딜런과 같이 기홍도 변인지 뭔지를 시작했다. 가만히 숨만 쉬고있는건지 아니면 뭐에 집중하고 있는건지
조용히 눈을 꾹 감고있다가 숨쉬기를 조용히 반복하던 기홍의 주위로 신기하게도 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흑갈색의 털들이 뒤집혀지더니 뱉어내듯이 기홍의 몸을 감쌌다.
저번에는 개라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세상에... 이제 하다하다 곰까지."
...곰이네.
이젠 기홍마저 나를 속여왔었구나. 난 그 사실에 조금 배신감을 느끼곤 충격받은 상태였다.
아니 여기 애들은 죄다 동물로 변할 수 있는거야? 폴터도 심지어 토마스도? 아니 ... 참. 나도지.
그리고 그런 내 표정에 곰으로 변한 기홍이 멍하게 날 쳐다본다.
"뭐야?"
"뭐가?"
"알고있었어?"
저러고 말하니까 은근 웃기네.
콜라 한 병을 따다가 가져다 줘야 할 것같은 비주얼이다.
"빌어먹을 딜런하고 며칠 지내보니까 알겠더라."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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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딜런과 같이 어울리지마."
"왜?"
"너도 알다시피 걔는 개야. 개과라고.
근데 넌 고양이과잖아. 너넨 천적이야."
"그냥 동물이 아니잖아.
그런데도 그런게 있어?
보통 쥐와 고양이가 더한 천적아냐?"
당돌한 내 질문공세에
민호는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몇번이나 딜런을 저주했다. 그 개새끼.
어딜 그렇게 뭐 묻은 개처럼 싸돌아다니나 했더니 여기저기 똥을 묻히고 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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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먹을래? 어느새 기홍과 러너사이에 제 멋대로 합류한 딜런은 러너에게 사탕을 내밀었지만 짜증나게 밀려날 뿐이었다.
그러나 말거나 좋다고 웃으면서 제 멋대로 러너의 입속에 사탕을 밀어넣었지만.
"나 이따가 토마스하고 같이 파티가기로했는데?"
"안 보낼건데."
"니가 뭔데"
"너 좋아하는 애"
러너는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쪽팔린게 있지. 좋아한다는 말을 해봤자 아무대답 없을걸 알면서도 자꾸 지나친 구애를 해대는
딜런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거기에다가 오늘은 기홍이 보는 앞에서까지 뻔뻔하게 러너를 좋아한다며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그것에 관심없어보이는 기홍덕에 덜 민망했지만 자꾸만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리기위해서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변이족들은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죽을때까지 모르고 죽는 놈들도 꽤 많지."
"그리고 난 니가 어쩌면 평생 모르길 바랬어."
"어쩌자고 알려준거야 딜런!"
화가 난듯한 기홍의 음성의 뒤엔 멱살이 따라붙었다. 러너는 어정쩡하게 말리려다가 둘의 사이에 껴버렸고,
바로 러너의 앞 5cm도 안되게 기홍의 얼굴이 서있었다. 이와중에도 딜런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러너의 몸을 제 쪽으로 돌렸다.
"쟤한테 뽀뽀라도 하게?"
"그러는 너야 말로 어쩌자고 날 속인거야?"
왜 자꾸 딜런을 감싸줄까. 감싸주자고 꺼낸 얘기에 자신을 속여왔다는 배신감이 합쳐져서 갑자기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지금 난 말도안되게 흥분으로 뒤덮혔다.
어쩐지 처음부터 꺼리낌없이 다가왔던 것도 그렇고. 모든게 짝짝 맞는다고 생각한 러너는 참을수 없는 배신감에 기홍을 쏘아부쳤다. 하지만 백퍼센트 자의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로 몰아부칠 일은 아니었다. 러너와 기홍은 둘도없는 친구였으니까 그냥 넘어갈 법도 했는데...
자꾸 안에 있는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 러너를 꾀어내는 것 같다.
"혹시 처음부터 노리고 나와 친해지려고 했던거야?"
"그게 무슨소리야..."
기홍이 아니라고 변명하며 러너에게 다가왔지만 러너는 발자국 물러났다.
기홍의 손이 허공을 맴돌다 이내 거둬졌다. 마음이 착잡하다.
"내가 데인한테 갔을때도 일부러 모른척했구나.
데인이 널 알아볼까봐."
"그런거아냐!!"
순간적으로 드디어 러너는 자신이 갑자기 기홍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한번 한 발짝 뒤로 물러났지만 뒤에는 딜런이 버티고 서있었다. 러너의 흥분이 쉽게 가셔지지않았다. 목이 다시 마구타기 시작했다.
"너 지금 너무 흥분한거 아냐?"
기홍은 평소 순하던 러너의 태도가 바뀐것에 대해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뒤에는 기홍을 놀리듯 서있는 딜런. 그다. 그가 러너의 어깨에 익숙하게 손을 슬쩍 올린다.
제 마음대로 엿가락 놀리듯 놀아나고있는 러너의 모습에 주먹을 쥐고 금방이라도 튀어나가려고했었다.
하지만 먼저 튀어나간건 사색으로 변한 러너였다.
"...미안."
이라는 말을 남기고선 도망치듯이 나가는 러너를 잡지않았다.
딜런과 할 얘기가 남았으니까 딜런은 러너에게도 넘겨준 사탕을 도록 거리면서 굴려먹고있었다.
더이상 뭔 짓을 더 할 것같은 러너도 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왜 저러는 줄 알아?"
"날 감싸주고 싶거든"
그 말을 끝으로 결국 기홍은 딜런을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웬일인지 딜런은 방어하지도 않고 피떡이 될때까지 가만히 맞고있었다.
.
아깐 대체 기홍이한테 무슨짓을 한거지?
집을 나서자마자 달렸다. 웃기다. 이 상황에 뛴다니.
하지만 그렇게라도 뛰지않으면 이 미칠듯한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을 것같았다.
그러다가 토마스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오늘 파티에는 같이 못 갈 것 같다고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띵동-
하지만 이런 흥분한 모습을 토마스의 가족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초인종을 연 것에 후회하고 있었는데
"왠일이야? 이따 보기로해놓고. 못참겠어서 달려오기라도 한거야?"
![[메이즈러너/기홍톰생딜런] 아메리칸 로맨스 0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0/15/0/ecd62a02a7d5baa77fb670be8d8917bb.gif)
문을 연 것은 다행히도 토마스였다.
장난스레 건낸 말도 잠시 헉헉대는 나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들여보내준 토마스는 곧 물을 떠다왔다.
하지만 뜀박질에도 아무런 효과는 없었나보다.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튀어나올듯 팽창했다 수축했다.
"왜 그래. 안색이 좋질 않아"
"내가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아..."
"자세히 좀 말해봐."
누가 양 옆에서 내 머리를 세게 치고 노는것 같이 시야가 무서울 정도로 흔들렸다.
하늘은 노랬다. 빨개졌다. 파래지기도 하면서 내 눈을 아득한곳으로 앗아가버렸다.
"넌 빌어먹을 그 동물들이 아닌거지? 응? 그렇지?"
"정말로 어디서 늑대인간 이라도 본 것 처럼 말해 너."
두번째론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점점 다가오고 있는 그것은 하나씩 하나씩 내 몸을 지배해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있다간 정말 끝을 보게 될 것이다. 넌 미쳤어. 이 몸은 미쳤어. 내가 외치는 아우성이 아니다. 아까부터 묵직한게 내 안에 콱 박혀서 나오지 않는 느낌이다.
그리고 난 그것이 말하는것에 점점 동조하기 시작했다.
단호하게도 그렇게 말한 토마스는 내가 더이상 몸을 떨지못하도록 붙들었지만, 그렇게 날 안고 가둘수록 호흡은 더 짙어져만가고 불규칙해졌다.
오히려 답답함에 토마스의 품을 억지로 벗어났다. 그리고 토마스는 마주본 내 얼굴에서 이상한 점을 찾았다.
"너... 피."
그 말에 허겁지겁 가리키는 대로 피를 닦다보니 어색한 무언가가 만져졌다. 날카롭게 세워져 있는 그것은 점점 커지는지 내 손가락마저 찔렀다.
단전에서 그르릉 우는 진동이 느껴졌다. 위험하다. 정말 위험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들어왔던 문으로 급하게 나갔다.
뒤에서 토마스가 따라왔지만 그 순간에 엄청난 속도를 냈던 것이 분명하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장소를 찾다가 풀냄새가 슬며시 났다.
어떻게 왜 나는것에는 궁금했지만 일단 수풀 더미를 헤치고 꽁꽁숨었다.
밤이 점점 찾아왔지만 시야는 좀 더 트였다. 목이 탔던 것도 흔들리던 시야도 이제 조금씩 안정된다.
"...말도안돼."
이제 돌아가려고 수풀을 다시 헤집는데 그 손이 내 손이 아니다. 고양이의 손도 아니다.
이제보니 시야도 내려와 있다. 내 몸을 쓸어보기로 했지만, 팽팽히 당겨서 도저히...
"안 돼..."
오렌지색? 금빛의 색바탕에 흑색 무늬. 하얀색 털로 뒤덮힌 손과 발.
제대로 내 몸이 어떤 몸인지에 대해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밖에서는 손전등을 든 토마스가 날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나는 좀 더 깊숙한 산 속으로 들어갔다.
걸을때마다 자꾸 스텝이 꼬여서 주저앉으면서 흙투성이로 산의 중간까지 올라왔을까.
산에 사는 짐승들이 모두 날 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렸을때마다 꽁무니를 빼며 도망가는 어린동물들이 보였다.
날도 어두워 죽겠는데 밤눈이 밝아 무서워 보이는 짐승도 많이 보이고, 마땅히 쉴 곳도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손으로 잡으려고 했지만 아차. 난 이 몸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지.
결국 잡으려고 든 발에 무언가가 꽂히고 푹 쓰러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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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쓰러져 곱게 눕혀져있는 러너의 앞으로 두 명의 여자가 차트를 들고선 마주보며 서있다.
그녀들의 손에는 각자 '미국' '한국' 이라는 띠가 들려져 있었다.
"...이 아이의 고유능력은 뭐죠?"
"능력이요? 그게 뭐가 필요해요. 모르는 척 마요.
호랑이라니까요. 먹이사슬에 최상층인건 아실텐데."
"...이런."
"그리고 아이는 한국 국적입니다"
"미국에서 미국애에 의해 능력이 발현됐어요. 발현법도 몰라요?"
한 방 먹은 미국연구원이 쐐기를 박는 한국연구원의 말에 성을 내며 법을 따져댔고,
"모르겠어요? 백두산 호랑이라구요.
멸종위기종을 나라소속으로 하는건 당연한겁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연구원도 법을 따지고 들었다. 둘은 이 일에대해서 팽팽하게 물어 날 생각이 없는듯 보인다.
아까부터 죽은듯 누워있는 러너가 불쌍해질 정도로 신경전을 계속 이어졌다.
"북한에라도 넘긴다고 하시죠?"
"지나치게 호랑이에 집착하시네요.
기홍군이 반달가슴곰이라고 할땐 거들떠도 안보셨죠."
'한국' 이라고 써져있는 띠를 휘날리며 날카롭게 말하는 한국연구원의 모습에 미국연구원은 애써 쿨한 척. 기운 빠진 웃음소릴 내면서 그녀를 말렸다.
"서로 다 돕자고 하는건데 예민할 필요 있나요?"
"글쎄요, 그 쪽 소속 데인이 이미 여러차례 흥분시킨 것 같던데."
"그래서 데인을 격리 조치 시켰죠."
그녀는 데인이 쓸데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이 어린년 하나 구워삶지 못한것도 한심스러운데 적한테 쫓기고 있는 입장이라니.
거기에다가 이 거대한 호랑이를 고양이라고 착각까지 한 데인의 안목에 미국본부는 정말로 크게 실망했다.
그리고 팽팽하게 맞선 그들에게 예상밖의 지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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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다음~
이제 점점 드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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