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디]엄마!식물이 말을 해요!! “ 이,이게... 뭐야? ” “ 괜찮아요. 화분이라는거예요. ” “ 그건 아는데,이걸 왜 나한테... . ” “ 제가 형한테 주는거예요. 나팔꽃 잘 키워주세요! ” 가로수 길을 걷다보면 항상 같은 시간대에 마주치던 고등학생 변백현이 있었다.한창 풋풋하고 혈기왕성할때라고 그 아이는 매우 해맑았다.변백현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었고 이젠 매일 한번꼴은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백현이에게 어린 동생이 한명 있었는데,초등학교에서 나팔꽃 화분을 여러개만들었다가 하나를 받게 되었다고했었다.그걸 그대로 가져와 내게 전해주었다.그리고, “ 나팔꽃 꽃말이 기쁜 소식이라는거잖아요. 분명 형한테도 좋은 일이 생길거예요. ” 라는 말을 잊지않고 내게 덧붙여주어 말했다.변백현이 사라진후에도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머물렀다.내 손에 쥐어진 화분을 미끄러지지 않게끔 바로 잡었다.나는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는데,평생 이어질것만 같았던 가로수 길을 걸어나갔다. 가로수 길의 마지막 편에는 아직 주인이 없는 빈집이 하나 있었다.긴벽을 더듬어서 집의 입구를 찾아냈고,그 안으로 발을 딛였다.어렸을땐 자주 들밭에서 뛰어놀고 자라왔었는데,지금 그 옛날의 익숙했던 향기가 확 불어왔다.내 발 밑은 온통 잔디밭이 깔려있다는것을 알게되었고,얼른 신발을 벗어내렸다.눈이 보이지않으니깐 무엇을 밟을지도 어디에 부딪힐지도 몰라 항상 위험에 노출된 나였지만,내 딱딱한 신발에 식물들이 밟히게 하고싶진않았었다. 잔디밭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땅바닥에 나팔꽃 화분을 내려놓았다.아직 잔디가 자라지않은 누구의 손길도 닿지않은듯한 평평한 흙언저리를 찾아내었다.그곳을 조금 깊이 파서,안에 나팔꽃을 묻어두었다. 여기에 심어놓고,매일 가로수길을 거닐으면서 나팔꽃 화분을 찾아오면 될것같았다.부지런히 물도 주고 정성스럽게 키워줘야겠다. * * * “ 준면이형,저 다녀올게요. ” “ ... 아침부터 어딜 가는거야? ” “ 아주 잠시만 갔다오는거예요. 형은 더 주무세요. ” “ 응,조심히 다녀오고... . ” 사람조심,차조심... ... .-아직은 잠이 덜 깬 준면이형이 내게 습관처럼 항상 해왔었던 말을 웅얼거렸다.함부로 모르는 사람 따르지도말고,차도 조심해서 항상 주변을 경계하라는 말이였다.하지만 그런 자기보호를 위한 경계도 조금은 덜해도 되는것이였고 지금처럼 나혼자 외출도 가능하다는것을 깨달았을땐 세상 사는것이 조금더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변백현이라는 아이도 만나게되었고,내 사상에서 준면이형 말고도 또 다른 마주할 수 있는 존재가 생겨나게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팔꽃 화분을 찾으러 또 긴 가로수 길을 걷고있었다.어제의 빈집에 들어갔고 잔디밭위에 있던 빈 화분이 내 발과 부딪혔다.그 화분 뒤에 바로 나팔꽃이 심어져있는 자리이다,어제 내가 미리 위치표시를 위해 놓아두었던 빈화분이 였기때문이다. “ 잘 있었어? 앞으로도 네가 지내게 될 곳이야. 맘에 들었니? ” 너가 이대로 잘만 자라준다면,너가 새자리를 좋게 받아들였다는것으로 알아둘게.잘만 자라다오,나팔꽃아. 나팔꽃 앞에 쭈구려앉아서는 고개만 살짝 숙여 말을 전하였다.물론 마음속으로만 얘기했지만 말이다. “ 아,내가 어제 나팔꽃에 대해서 알아봤었는데... . ” 나팔꽃은 꽃말은 더 있었다.기쁜 소식,결속,덧 없는 사랑.그리고 비극적이고 구슬픈 나팔꽃의 오래된 이야기도 알아내었다. 옛날 중국에 그림을 잘 그리는 화공이 있었는데. 그 화공의 부인은 천하절색 미인이였고 이를 시기한 원님은 화공의 부인을 이유없는 죄목으로 잡아 갔었다.그리고 수청을 강요하였었다. 그러나 화공의 부인은 결코 그럴수 없다고 거절을 하고,원님은 부인을 높은 성에 가두어 버렸다. 화공은 억울함과 근심으로 아무도 모르게 그림 한장을 그렸고,그 그림을 아내가 갇힌 성밑에 파묻고 목숨을 끊었다. 남편이 죽은 줄 모르는 부인은 매일 같은 꿈을 꾸었는데.. "사랑하는 아내여, 무사히 한밤을 보냈는가. 나는 밤새도록 당신을 찾아 오는데, 그럴 때마다 아침 해가 솟고 당신의 잠도 깨니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떠나가게 되는구려. 할수 없지. 또 내일을 기다려야지." 같은 꿈을 꾸는 부인은 이상히 여겨 아래를 쳐다 보았는데,그 아래에는 나팔처럼 생긴 꽃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아침에 잠깐 피었다가 금방 시들어 다시는 생기를 찾지 못하는 나팔꽃은, 한곳으로 그리움을 던지며 가을까지 꾸준히 피고 지는걸 반복 한다고 했다. 너는 그렇게 슬픈 꽃이기도 한데,사람들은 꽃의 아름다움을 사고팔며 심지어 웃기까지도 했다.예쁜 꽃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행복해하고 근심을 덜 수 있으니깐말이다. 나도 그저 나팔꽃에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내가 하고싶은 말들을 다 털어낼 수 있을것같았다.나팔꽃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않는다.내 말을 들어줄 쁠이라고 생각하면 난 더 이상 외롭지도 않는다. ‘ 눈 병신새끼가 어딜 나설려고 해? ’ ‘ 네 엄마년은 돈만 들고 날았는데, 그년이 제발로 집에 올 것 같아? ’ ‘ 너도 똑같이 버림받은거야. 등신같이 굴지마. ’ 형이 마지막으로 내게 남겼던 말들을 떠올렸다.그땐 아마.. 엄마도 떠나고,내 친형도 내 곁을 떠났었던 아주 고독하고 위태로웠던 겨울밤이였다. 아빠는 우리 식구들을 가난속에서 벗어나게해주고싶어서 예전부터 꾸준히 일을 해왔으며 결국엔 빛을 보지도못하시고 사고로 돌아가셨다.가장인 아빠가 돌아가시자 생계를 위해선 엄마가 대신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되었었다.엄마가 처음엔 돈을 벌만한 일을 찾지도 못하다가 어느날 떼돈을 가지셔서는 난생처음의 만찬을 먹을 수 있는날이 있었다.그 어렸을땐 마냥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는것만이 나를 신나게했었고,그 돈이 엄마가 어떻게 벌여들였는지는 알려고 생각조차 하지않았었다.지금,성인쯤이 되고서야 깨달은 것이도 했었다. ‘ 학교마치면, 바로 집에 오지말고, 친구집이든 어디든 가있어. ’ 내가 형보다 일찍 집에 올 수도 있는 방과후에,엄마는 내가 집에 오기를 극히 제지하였었다.나는 엄마말을 단한번도 거역한적이 없었는데,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었다.학교수행 과제물을 집에 놓고왔고,다시 집으로 돌아갔을땐,이미 우리 집에서 낯선 손님들이 떠난 후 였다.엄마가 서늘한 마루 바닥위에서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누워있었다.짙은 화장,난생 처음 맡아보았던 남자 향수냄새,독했다.내가 맡기엔,내가 보기엔 너무 힘겨울만큼... ... .뒷걸음을 쳐서 집과는 멀어져만갔고,나는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과속하고있던 차에 치였었다. “ 내가 그 날에 집에 가지도 않았었다면,그런 엄마를 보지도않았었더라면. 지금쯤 어땠을까? ” 두 눈을 잃고 세상의 빛을 잃게 된 나보다도,엄마는 더 절망스러워 하였었다.나 대신 통곡을 하였고 내 앞에선 끊임없이 울기만을 반복했었다.내가 병원에서 퇴원하고,몇일 되지도 않은채 엄마는 집을 떠나버렸었다. “ 난 차라리 엄마를 위해서 모르는 척을 해주고싶었어,그땐. 그땐 그랬었어... . 난 모르는 척을 하려던게 아니라 어려서 진짜 몰랐던거야. ” 엄마가 날 다시 찾아온다면 꼭 전해야 할 말이 있다. 엄마는 아름답다.이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었다고. “ 정말 엄마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그땐 하지못했었던 말,할 수 있을것같아.... ... . ” 그땐 엄마가 나 대신 울어줬었는데,이젠 내가 나팔꽃대신 눈물을 흘렸다. 대신 울어주는 사람은 같은 고질병을 앓는사람이다.그리움보다 더 독한 숙증(宿症)은 없다고,말해준다. 나는 철없이 어리광을 피웠겠지만,당신은 죽을만큼 아팠던거겠죠.그걸 알아주지못해서 죄송해요,엄마. * * * “ 대박,대박,대박! ” “ 뭐가 대박이야? ” “ 진짜 대-박이였어요. 오늘 교생쌤 한분 오셨거든요. ”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았었는데 그게 바로 변백현이였었다.내 어깨를 붙잡고 세게 흔들기도하며 아주 호들갑을 떨어댔다.나를 발견하곤 뛰어왔는지 불규칙적인 숨을 내뱉으면서도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내가 정신이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 학교 첫날부터 별명이 생기셨어요. 걸조. ” “ 걸조가 뭔데-.. ” “ 걸어다니는 조각! 엄청 잘생기면 조각미남이라고들 하잖아요? ” 같은 남자가 봐도 잘 생겼는데,성격도 완전 호감간다고 변백현이 말을 늘어놓기시작했다.오늘 학교에서 엄격한 수학쌤 수업때 한번 졸았다는 이유로 교무실로 끌려갔었다고했다.많은 학교쌤들이 지나가고있는데 수학쌤이 막 야단을 쳐서 매우 창피했었다고했다.하지만 그 걸조라고 불리우는 교생쌤이 나타나 수학쌤이 호통치는것을 말려주었고,또한 변백현은 수학쌤의 지옥의 설교시간을 면회할 수 있게되었다고했다. “ 그래서,남자쌤한테 반하기라도 한거야? ” “ 어우,그건 아니지만... . 꽤 괜찮은 쌤이라고요. ” “ 그래,그래. 한번 잘-해봐. ” “ 지금 저 놀리시는거예요? ” 나는 아이에게 대답을 들려주지않은채 그저 웃어넘겨버렸다.중간에 마주치게 됬었던 변백현을 지나쳐서 마저 가로수 길을 걸어갔다.뒤에서 변백현이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나는 풋소리 내며 짧게 웃었다. 긴 벽을 더듬어가며 조금더 걸었고,문 턱을 넘어서서 잔디밭에 조심히 발을 들여놓았다.오늘은 어제보단 조금더 따듯했고 햇빛이 강한것 같았다.나팔꽃이 과도한 햇빛을 받고 시들지않도록 내가 그 앞에서서 햇빛을 막아주려했었다. “ 나 또 왔어. 잘 있었지? ” 잠시 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함께 가벼운 바람도 불어와 내 머리칼을 흔들어 놓았다.마치 나팔꽃이 대답해주는것같았다,잘 지내었다고.나는 흐뭇하게 나팔꽃이 심어져있을 아래를 바라보고있었다.내가 보이는것이라곤 흑색의 어둠뿐이지만,나팔꽃이 있다는걸 알고있으니깐 그걸로 된것이다. “ 나 아까 백현이 만나고 왔거든? 백현이 학교에 아주 잘생긴 교생쌤이 오셨대. ” 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했었고,매일 학교얘기를 들려주기도하는 백현이가 부럽기도했었다.나는 사회생활,학교생활,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에 적응을 하질 못 했었다.내가 김준면 형을 만나게 되고 같이 동거도 하면서,점차 생활이 나아지긴 했어도,아직까진 준면이형이나 백현이 외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 그 쌤이 백현이 도와줬었대.많이 착한 분이신가봐. 나도 준면이형이나 백현이처럼 착한 남자 좋아하-... . ” 나는 말끝을 흐렸고 당장 입을 다물었다.나 지금 나팔꽃한테 커밍아웃하는셈이였다.물론 준면이형이나 백현이에게 호감을 느낀다거나 하진않지만,나는 그렇게 내게 다정다감하게 대해주는 착한남자를 좋아한다.언젠가는 그런 착한 남자를 만날 수 있게되진않을까,조금은 단잠에 빠져 망상을 하곤했었다. “ 그래서? ” “ 어? 방금 누가-... . ” “ 그래서 그런 착한 남자가 좋다고요? ” “ 지,지금... 나팔꽃이 말을 하는거야? ” 당장 땅바닥에 무릎꿇고 앉아서 나팔꽃 가까이에 몸을 기울였다.귀를 가져다대어보았지만 더이상 말소리가 들리지않았다.혹시 다른 사람이 내게 장난을 쳤던것이였을까.급하게 고개를 두리번거려보았지만,내 사방에 불어오는 바람소리만 들려왔다.앞이 보이질않으니까 너무 답답하다. “ 정말... . 식물이 말을 하는거야? ” 엄마,정말 식물이 말을 해요... ... .다리에 힘이 풀려 땅바닥에 엉덩이를 맞대고 주저앉아버렸다.식물이,나팔꽃이 말을 할리가 전혀 없는데... ... .나는 이 상황이 믿기질않았다.너무 당황스럽기만 했다. “ 꽃이 어떻게 말을-.. ” “ 마저 얘기해봐요. 당신도 남자를 좋아해? ” “ 응? ” “ 그 교생쌤처럼 착한 남자를? ” 갑작스레 내 얼굴에 부드러운 손끝이 닿였고,턱이 끌어당겨져 살짝 올라갔다.그리고 놀라서 푼수같이 벌리고 있던 입 틈새로 또 다른 입술이 겹쳐졌고,내 입 안에 물컹한것이 들어왔다.내 입안의 치열과 입천장,골고루 흝으며 이렇게 내 혼까지 빨아들이는 키스는,아니 그야말로 처음 맛보는 내 첫키스였다. “ 사실 나 착한 남잔 아닌데,그 쪽이 반할만도 해요. ” “ 대,대체 누구-.. ” “ 이름은 나팔꽃이 아니라,김종인.고등학교에서 교생쌤하고있어요. 여기 이사온지 일주일도 안됬고요... . 처음,나팔꽃을 심고있는 당신을 보게 된거였죠... . ” 내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놓고,손가락 끝으로 타액으로 질척이던 내 입술 위를 닦아주었다.내 심장도 녹일 수 있을 만큼,너무나도 다정한 손길이였다. “ 자주 놀러와요.나팔꽃도 그대로 키울수 있도록 해줄테니깐,계속 뵐 수 있었음 좋겠네요. ” 분명,나는 나팔꽃한테 얘기를 하고있었고,식물이 말을 했고,아,아니... .정말 사람이 맞다. 내게 키스까지 하고,너무 혼란스러웠다.얼른 정신을 차려서,벙찐 입을 움직여 내 이름을 외쳤다. “ 저,저는... 도경수!예요... ... . ” “ 네. 다음에 또 뵈요,경수씨. ” 앞이 보이지도 않고 온통 깜깜했었지만,김종인이 내게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해주고 있을것만 같았다.하늘을 붕 뜨고 날아가는 기분,한껏 들뜨고 기쁨을 만끽하는 기분이 들었다. 말을 한건 사실 나팔꽃이 아니라,진짜 사람인 김종인이였지만... . 당신도 내게 꽃이예요 가슴 언저리에서 피어나 생기를 먹고 자라나는 꽃이요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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