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 만세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부제; 정호석, 그리고 운동부)
샀다. 드디어 샀다. 요즘 유행이라는 게임.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나도 드디어 샀다! 엄마한테 들키면 분명 발가벗고 쫓아낼 게 뻔했기 때문에 방문을 꼭꼭 잠그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악하악. 누가 보면 변태라고 믿을만큼 은밀한 숨소리로 숨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커튼까지 치고 가방을 열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핫핑크색의 네모난 물체.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촌스러운 굴림체였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아아, 이것을 사기 위해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기억을 애써 지우며 씨디를 꺼냈다.
(주)TOTO. 아니나 다를까. 촌스러운 굴림체로 회사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진짜 센스하고는. 혀를 쯧. 하고 찼다. 우리나라 최고 게임 회사에서 이번에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친구들한테 후기만 들었을 때 사고 싶어서 얼마나 근질근질하던지. 돈을 모았는데 때마침 학교판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왔다고 해서 냉큼 사왔다. 흔하디 흔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지만 이 게임이 입소문을 타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NPC가 아니라 현실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플레이어를 공략 상대로 지목하고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서 더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었다.
앞에 방탄이라는 것이 굳이 붙은 이유는, 가설은 많던데 가장 유력한게 뭐더라... 토토의 주인이 방토토라는 사람인데 방씨의 손은 탄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해서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했다. 사실 내가 봤을 때도 그게 맞아보이고. 어쨌든 이 게임은 플레이어를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공략 실패하면 그냥 잊으면 되는 거고, 성공하면 현실에서 찾을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상형을 말하거나 랜덤으로 맞는 사람을 지목해주기도 한다. 사실 내가 산 이유도 나름의 로망이 있어서고.
흔히 모솔을 위한 게임이라고 하던데. 그래, 나 사실 모솔이다. 십팔년을 모솔로 살아왔지만 하나도... 하나도 창피하지 않다고...! 다시 심호흡을 하고는 씨디를 컴퓨터에 넣었다. 자동으로 파일 하나가 생기더니 곧 게임이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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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성명과 나이를 입력해주세요.
눈을 떴는데 온통 새까만 공간이다. 곧 하얀 글씨가 두둥실 떠오른다. 그나저나 글씨도 굴림체다. 아니, 이 회사 돈도 많이 벌면서 폰트 하나 살 돈 없나. 진짜 애잔할 지경이네... 혀를 쯧. 하고 차고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입력하는 창이 없는데 어떻게 입력하라는거지. 그냥 말해도 되는 건가? 잠시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십 팔 살! 김탄소! 하고 외쳤다. 어, 살짝 어감이 이상한데. 그러던가 말던가 글자는 지워지고 다시 새로운 글자들이 둥실 떠오른다.
[SYSTEM] '김탄소' 님 반갑습니다. 공략 상대를 정하시겠습니까?
글자를 보자마자 예스를 외쳤다. 그래, 나는 예스걸이다. 예스! 옙쓰!!!!!! 혼자 날뛰는데 진정하십시오. 하는 여자 기계음이 들려온다. 뻘쭘하게. 겨우 진정하고 가만히 서있는데 기계음이 다시 들린다. 게임 진행 중 선택하시겠습니까? 여자의 말에 노를 외쳤다. 그래, 나는 노걸이다. 노! 놉!!!!! 내가 또 날뛰기 시작하니까 기계음이 들린다. 제발. 진정하십시오. 다시 가만히 자리에 서자 기계음이 들려온다. 이상형을 입력하시겠습니까?
좋아. 내가 원한게 이런거라고! 혼자 방방 뛰다가 네! 하고 외쳤다. 헐, 나 방금 유치원생 같았어. 좀 귀여웠던듯. 혼자 킬킬거리다가 이상형을 입력해달라는 말에 큼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러니까 내 로망은,
"운동부!!!!!!! 체육!!!!! 운동!!! 부!!!!!"
"진정하십시오."
그리고는 한참 기계음이 들리지도, 글자들이 두둥실 떠오르지도 않았다. 모야. 이대로 끝인건가. 혼자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두리번거리는데 기계음이 들려온다. 김탄소 님의 공략상대를 찾았습니다. 게임이 재부팅됩니다. 그리고는 띡- 하는 소리가 들리고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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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환호소리가 들린다. 뭐야, 뭐야? 주위를 둘러보자 경기장이다. 수많은 관중... 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하여튼 사람들 틈에 내가 있고. 그 순간 사람들이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른다. 아, 뭐야. 찡긴다고!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사람들 틈에서 벗어났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넓은 잔디밭이다. 그러니까, 축구장. 훤칠한 남정네들이 공을 따라 우르르, 우르르 다닌다. 여기서 내 공량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건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누군가 내 등을 퍽퍽 내리친다. 아! 뒤로 돌아보자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 하나가 있다. 그것도 교복차림. 명찰에는 서영희. 라고 쓰여있다. 왠지 낯익은데... 야, 골 넣었는데 혼자 뭐하냐! 하면서 내 등을 다시 내려친다. 아니, 그것보다 존나 아픈데. 내가 왜 쳐맞아야 되는 거지. 고민하는 사이 영희는 내 옆에 낑겨 앉는다. 이기고 있네. 화장실 괜히 갔다. 영희는 중얼거리더니 사람들 틈에 섞여 응원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이게 진짜 뭐지?
하여튼 영희의 성화에 못이겨 사람들 틈에서 응원을 시작했다. 전광판에 학교 이름 두 개가 있는 걸 보니 우리 학교와 상대 학교의 친선 경기 같은 것인가 보다. 아닐 수도 있고. 여튼 나는 운동부에 대한 환상이 있기 때문에 어느새 영희에게 동화되어 열심히 응원하기 시작했다. 사실 축구볼 때 아주 안 좋은 버릇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입축구를 한다는 것. 그것도 무척 험한 욕을 하면서. 시발은 기본이고, 아재 수준으로 심해져서 웬만하면 남들이랑 축구 안보는데 또 여기서 이러고 있다. 축구선수 기씨가 보고 답답하면 나한테 직접 뛰라고 할 정도인뒝. 하하. 사람들 소리에 섞여 제발 안 들리길 빌었다. 입조심하자. 입.
경기는 어느새 막바지에 흘렀다. 2:1로 우리 학교가 이기고 있는 상황. 사실 우리학교 맞는지 모르겠는데 영희가 흥분하는 걸 보니까 맞겠지, 뭐. 이제 한 골 더 넣고 확실하게 하면 좋겠다. 영희랑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 받는데 갑자기 우리 편 선수 하나가 공을 패스 받는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넘어가서는, 아, 골이다. 골이다!!!! 일어나서 영희와 얼싸 안았다. 솔직히 여기 들어온지 몇 분 안되서 적응은 안되는데, 여튼 이겼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딨겠어!!!!!
영희와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는데, 마지막에 골을 넣은 선수에게로 눈이 간다. 다른 선수들도 달려가서 와락 안기고, 머리 쓰다듬고,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전광판에 그 선수가 비친다. 와, 진짜 잘생겼다. 그리고 띠링. 하면서 전광판에 글자가 둥실 떠오른다.
[SYSTEM] ★공략 상대 발견★
이름; 정호석
나이; 18
특기사항; 축구부, 활발함.
난이도; ★★★
세상에, 쟤가 진짜 나 공략상대라고? 이번에는 내가 춤을 출 차례인가보다. 와, 진짜 존잘인데. 진짜 이 게임 맘에 든다. 축구부를 향해 공을 차는 꼴이라니. 존나 신난다. 골키퍼가 아니니까 공은 못 막겠지? 제발 골 먹혀라, 진짜. 혼자 흐흐거리는데 갑자기 정호석을 향해서 달려가는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보인다. 아, 쟤 축구부지... 인기 개많겠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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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놀랍지 않게도, 정호석과 나의 접점은 1도 없다. 진짜 통탄스럽다. 어떻게 1도 없다니. 너무 슬플 지경이다. 정호석은 축구부라 학교에 와도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던데. 무슨 연예인 수준인가. 하. 정호석에 대한 지고지순한 내 마음을 들른 영희는 한심하다는 듯 내 등을 내려쳤다. 분명 내 등에 문제 생기면 100중에 100은 영희년 탓이다. 영희 말고 순이라는 친구도 있는데. 얘는 생긴 건 조녜여신인데 하는 짓은 허당이다.
여튼 얼굴보기 힘들다는 정호석을 만날 수 있을 때가 하루에 딱 한 번 있다. 점심시간에 있는 축구부 연습. 정호석은 매일매일 참석하기 때문에 내가 매일매일 볼 수 있다는 말씀. 근데 정호석은 보면 볼수록 존나 멋있는 것 같다. 마인드도 진짜 좋은 애인 것 같고, 얼굴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얘에 관해서 나쁜 말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진심으로. 하여튼 나는 점심시간만 되면 창가자리에 서서 정호석을 앓는다. 어쩌다 지들끼리 경기해서 골이라도 넣으면 혼자 만세하고 그런다. 처음에 우리반 애들은 깜짝 놀라고 그랬는데 영희가 미친년은 상대하는 거 아니라고 세뇌시켜서 요즘은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조금 서글픈 것 같기둥.
순이와 영희는 늘 나에게 한 번이라도 말 걸어 보라고 하는데 난 진짜 쭈구리라서 그럴 수가 없다. 사실 공략도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친선경기 있으면 가서 응원하고, 점심시간마다 하악거리며 정호석을 앓고. 아니, 말하다 보니까 왜 이렇게 슬프고 비참해지는지 모르겠다. 이게 짝사랑의 아픔이라는건가.
떡볶이를 우겨넣으며 말하는데 쿨피스를 원샷한 영희가 또 내 등을 내려친다. 존나 우리 엄마도 이렇게 안 때리는데, 서럽다. 진짜. 하여튼 영희는 접점을 만들어야한다며 내게 설교를 늘어놓는다. 이미 몇 백번도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이번에는 순이도 진지한 표정으로 그게 맞는 것 같다며 동조한다. 아니, 나 진짜 자신없어. 내가 쭈구리처럼 말하자 영희가 답답하다는듯 제 가슴팍을 퍽퍽 쳐댄다. 쟤 저러다 갈비뼈 나가서 죽을 것 같은데. 여튼 영희는 너 정호석이랑 잘 되고 싶어! 못되고 싶어! 하며 소리를 지른다.
"아, 왜 소리를 지르구 그래..."
"네가 답답하니까 그러지!!!!"
아, 알겠어... 결국 내가 쭈굴거리며 답하자 영희가 내일 음료수 들고 찾아가자며 자기가 더 열심히 의견을 낸다. 알겠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남은 떡볶이를 입에 우겨넣은 영희가 내일이다!! 어!!! 하고 또 외친다. 튀겠다... 알겠어, 진짜... 유난이야... 기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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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점심시간에 끌려왔다. 한손에는 포카리스웨터를 들고. 후하거리며 스탠드에 앉아 축구부가 연습하는 것을 바라보는데 도무지 언제 가져다 줘야할지 알 수가 없다. 영희야, 나 교실 가고 싶다. 내가 덜덜 떨며 말하자 영희년은 꽤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오늘이 기회야, 진짜로. 영희와 실갱이 아닌 실갱이를 벌이는데 때마침 훈련이 끝난다. 어, 지금이다. 얼른 가 봐. 영희는 날 억지로 일으켜 내 등을 떠민다. 아니, 진짜!! 안 떠밀릴려고 발악을 하다가 결국 축구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축구부 찡그들과 눈이 마주치고, 곧 정호석과도 눈이 마주쳤다.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기분이었다. 난 쭈구리야. 진짜 못하겠어! 그 길로 교실로 도망쳤다.
책상에 엎드려 누워있는 나를 본 영희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이제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라. 웬일로 등짝을 안 때린 영희가 책상에 엎드린다. 나도 내가 답답하게 구는 건 싫은데, 진짜 용기가 안난다. 진짜 미칠 것 같다고! 혼자 자리에 앉아 바들거리다가 눈을 감았다. 아, 꿈에는 정호석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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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렇게 한심하게 끝낼 수는 없다. 영희와 순이 몰래 운동장으로 나왔다. 오늘은 축구부 찡그들도 별로 없다. 혼자 스탠드에 앉아 교실에서 보던 것처럼 정호석을 앓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손에는 포카리 스웨터를 들고는. 곧 훈련이 끝났는지 천천히 정호석이 걸어온다. 그리고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나를 알아봤는지 어, 하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잠시 쮸뼛거리다가 천천히 정호석 앞으로 걸어갔다. 일단 앞에 서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잠시 고민하며 땅을 보는데 갑자기 정호석의 다리가 시야에 찬다. 아니, 내가 변태가 아니라. 다리에서 피가 나고 있다. 어. 하며 내가 다리에 손가락질을 하자 정호석이 덩달아 제 다리를 내려다 본다. 아, 아까 넘어진 것 때문인가보네... 중얼거린 정호석이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이미 나한테 할 말은 아오안이다. 피가 중요할 뿐.
잠시 동동거리다가 주머니 속의 손수건을 꺼냈다. 나름 소녀같은 면이 있다, 내가. 그대로 쭈구려앉아 다리에 손수건을 묶어주었다. 좀 엉성해보이기는 해도, 뭐, 괜찮겠지. 무릎을 툭툭 치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보는 정호석과 눈이 마주치자, 존나, 개창피하다. 그래서 그 길로 도망쳤다.
[SYSTEM] '정호석' 님의 호감도가 +30 상승하였습니다.
미쳤나봐... 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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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운동장에 나갈 엄두도 못낸다. 사실 얼굴보기 존나 두려워서. 그래서 또 교실에서 정호석을 앓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나를 볼 때마다 영희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순이도 그런다. 진짜 너무한다. 쟤들... 하여튼 어김없이 우리 호석이를 앓기 시작하는데 옆에서 영희가 깐족거린다. 예~ 여기가 호석맘이 있다는 곳이 맞나여~? 김탄소 씨 대답해주시져~ 영희를 때릴 힘조차 없다. 그냥 멍하니 호석이를 눈으로 쫓으며 앓는데 그 순간 딱 위를 본 호석이와 눈이 마주친다.
우리 교실 4층인데. 근데 정확하게 나와 눈이 마주쳤다. 우연히 본 게 아니라, 진짜로 의도한대로. 그리고 눈을 피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나 성공한 덕후? 혼자서 헤벌레하는데 그 순간 정호석이 손을 흔든다. 그리고는 활짝 웃는다. 미쳤어, 쟤 지금 뭐하는거야. 그리고 창 밖, 운동장 위로 글자가 두둥실 떠오른다.
[SYSTEM] '정호석' 님의 호감도가 +20 상승되었습니다!
쟤 진짜 미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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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호석맘으로서 영희와 순이의 놀림을 꿋꿋이 견딘 채 지낸지 며칠이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정호석과 관계의 발전은 없었다. 영희 말에 속아넘어간 내가 병신이지. 하여튼 영희가 매점으로 얼른 달려오라는 말에 쭐레쭐레 향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한무리의 아이들이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게 보였다. 쭈구리 본능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절로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지나갔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그 순간 누군가 내 손목을 잡는다. 악! 내가 소리를 지르자 상대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정호석이다. 그리고 주위에는 축구부 찡그들. 정호석 얼굴을 보고 내가 더 당황한 표정을 짓자 정호석이 날 잠시 내려다보다가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하얗게 빤 내 손수건. 고마웠어. 하고 웃은 정호석이 손수건을 내 손에 쥐어준다. 아. 고마워... 내가 얼떨떨하게 답하자 싱긋 웃은 정호석이 또 아. 하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주는 또 하나. 딸기맛 막대사탕. 어... 고마워. 내가 또 대답하자 맛있게 먹어. 그리고 요즘은 왜 운동장 안 나와? 하고는 슥 지나가버린다.
[SYSTEM] '정호석' 님의 호감도가 +10 상승되었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포카리 스웨터를 들고 찾아갔다. 패기넘치게 찾아는 갔는데, 막상 가니까 전해주지를 못하겠다. 그래서 또 혼자 끙끙 앓기만 하다가 훈련이 끝나기 전 도망쳤다. 어, 김탄소! 정호석 같은 목소리가 들리기는 했는데,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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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운동장에 갔다. 포카리스웨터를 영희에게 넘기는 것도 지겨웠다. 매번 오늘은 줘야지! 오늘은! 하면서도 막상 주려고 하니까 간질거려서 줄 수 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찾아가는 날마다 정호석의 호감도는 +1 씩 상승되었다. 그렇게 정확하게 딱 10일이 되었다. 생각해보니까 신기하다. 오히려 하락해야 되는 거 아닌가. 쟤도 영희처럼 이상한 앤가.
하여튼 오늘은 또 경기날이다. 인근 고등학교와의 친선경기였다. 당연히 정호석은 나가고. 영희의 손을 부여잡고 스탠드에 앉았다. 오늘은 웬일로 운동장에서 하더라. 사실 운동장이 더 좋다. 우리 호석이 얼굴 더 자세히 볼 수 있거든. 하여튼 영희 손 붙잡고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정호석은 컨디션이 좋은지 슝슝 날라다니고 있었다. 솔직히 경기하다가 한 번은 눈 마주칠 줄 알았는데 한 번도 안 마주치더라. 좀 섭섭.
그렇게 정호석이 무려 두 골이나 넣고 우리 학교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진짜 정호석. 나는 뼛속까지 호석맘인가보다. 흐뭇하게 웃고 있는데 또 여자아이들이 우르르 정호석에게로 뛰어간다. 포카리스웨터 사오기는 했는데. 내 손에 쥔 캔을 내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언제 주려나. 왼손에 영희, 오른손에 순이 손 붙잡고 교실이나 가야겠다 싶어서 일어나는데 그 순간 정호석과 눈이 마주친다.
여자애들 틈에 끼여있던 정호석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더니 김탄소! 하고는 나를 부른다. 덤으로 손짓도 한다. 뭔가에 홀린듯 영희와 순이 손을 놓고는 정호석에게로 걸어갔다. 정호석은 여자애들을 헤치고 나와 내 앞에 선다. 나를 내려다보던 정호석이 흠. 하고 잠시 고민하는 척 하더니 씩 웃는다. 나한테 줄 거 없어? 정호석의 뜬금없는 물음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 사탕의 답례라도. 머쓱한듯 말하는 정호석을 보다가 아. 하고는 주머니에서 포카리스웨터 캔을 꺼냈다. 차가워죽는 줄 알았네. 정호석 손에 쥐어주자 정호석이 환한 표정을 짓는다.
"나 이거 언제 줄 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
"늦었다, 그치."
그리고 글자가 둥실 떠오른다. 곧바로 빵빠레 소리도 들린다.
[SYSTEM] '정호석'님의 호감도가 +30 상승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정호석'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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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오늘 두 개 쓰기로 결심했었어요. 아니, 근데 여러분들 왜케 좋아해줘요... 내가 더 기쁘게...
만세는 우리 호석이였어여. 무려 운동부! 사실 유도부랑 태권도부랑 농구부 고민했는데 그냥 무난하게 축구부 했습니당. 사실 축구복... 상상해써여... 호석아... 하악...
여튼 이번편은 좀 재미가 부족한 것 같아여. 지금 마음이 급해여. 과제도 해야되곸ㅋㅋㅋㅋㅋㅋ 휴...ㅠㅠㅠ 힘든 삶이네여...8ㅅ8
12시에 티저가 뜰까여? 사실 뜨면 좋겠어여.... 두근 두근...
여러분 늘 고맙고 사랑합니다. 알져!
그런 의미에서 또 투표 갑시다!
미안해여... 투표 잘못 만들어서 다시 만들었어요ㅠㅠㅠ 진짜 미아냏요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