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개는 정말 싫어 ( 부제 : 뽀뽀하려 했니? ) 황금같은 주말. 2시까지 늦잠이나 잘까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면 오늘 민석이랑 데이트가 있으니까! 「여동생 선물 고르려는데 좀 도와주라ㅠㅠ크니까 뭘 줄지 모르겠네ㅠㅠ -민석만두」 …그래. 나만 데이트라고 생각하는거다. 진짜 데이트일리가 없지. 이제 중1이 된 여동생에게 어렸을 때처럼 줄 순 없고 뭘 줄지는 모르겠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나도 딱히 아는건 없다고 말하자, 그래도 여자니까 좀 알지 않겠냐며 끝끝내 불러낸 민석이었다. 민석이 동생의 선물만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했다는 건 안 비밀. 원피스를 입을까 하다가 뭔가 오버 같고. 치마를 입을까, 반바지를 입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치마를 빼어들었다. 데이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예쁘게 입는게 좋을 것 같아서. 오세훈이 보면 다리 잘라버리겠다고 난리칠, 교복보다 당연히 짧은 치마를 걸쳤다. 올라탄 엘리베이터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확인했다. 「지금 니네 아파트 앞이야! 기다릴게^^」 안 와도 된다던 내 말을 듣지 않고 우리집 주소를 물어보더니 이럴줄 알았어. 자꾸 나한테 호의를 베풀면 오해할 지도 모르는데, 꽃들은 나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었다. 종인이나 세훈이, 종대도 틱틱대면서 챙길거 다 챙겨주는 츤데레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 셋을 빼고는 민석이처럼 대놓고 예뻐해주는 스타일이라 원치 않게 여자애들의 시기를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나 참, 드라마 여주도 아닌데 이게 무슨 꼬라지인지. 틴트를 꺼내들고 입술에 바르다가 순간 멈칫 했다. 헿. 백현이랑 간접 키스. 데헷. 그 이후로 처음 바르는게 아닌데도 자꾸 생각난다. 힛. “○○아!” “민ㅅ…저, 저건 뭐야.” 해맑게 나를 보며 미소짓는 민석이 앞에, 어슬렁거리며 포스를 풍기는 크고 까만 개가 나타났다. 당황스러움에 말까지 더듬는 나를 휙 쳐다보는데 순간 찌릿하며 소름이 돋고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어렸을 때 개에게 물린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유독 개를 무서워했다. 조그만 개도, 목줄에 묶인 주인있는 개도, 철창 안에 있거나 대문 밖으로 나오지 못 하는 개조차도. 그런데 주인도 없고 큰 덩치에 까만 떠돌이 개라니. 기겁할 일이었다. “자, 잠깐! 왜 이쪽으로 오는건데!” 그렇다고 민석이 쪽으로 가라는 건 아니지만! 걸음걸이도 무서운 녀석이 크르릉- 목을 울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울 듯한 표정으로 뒷걸음질치는 내 모습에 그제야 일이 이상함을 느낀 민석이가 다시금 내 이름을 불러왔다. 미안한데 웃으며 대답해줄 상황이 되질 못 했다. “꺄앙아아ㅏ아아악-!!!” “○○아!!” 보폭을 넓히며 뛰어오는 녀석에게 지레 겁먹고 냉큼 뒤돌아 뛰어버렸다. 다행히 단화밀고 운동화를 신어서 망정이지. 중학교 체육 시간에 체력 검사 달리기 시험보다 더 빨리 달린 것 같았다. 뒤에서 민석이가 애타게 부르며 날 쫓아오는 소리보다 개의 헉헉대는 소리와 네 발이 땅에 맞부딪히는 소리가 더 생생했다. 역시 개가 나보다 더 빠른 모양인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눈물이 미친듯이 흘렀다. 진짜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 놀이터에 주차장까지 한 바퀴를 돌고, 아파트 단지 앞 분리수거 쓰레기통으로 닿았을 때였다. 누군가 버려놓은 식탁이 눈에 띄자마자 치마고 뭐고 냉큼 발을 올렸다. 으르렁거리며 같이 발을 올리는 녀석에게는, 나뭇가지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형편이 안 돼서 되는대로 가방을 얼굴에 후려갈겼다. “저리가!! 꺼져!!! 이 미친 개놈아!! 으허어어엉-” 가방에 개의 침이 묻으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잠시였다. 휘둘리는 가방을 그저 맞고만 있던 개가, 식탁에 올려놨던 앞 발에 힘을 주는게 보였다. 사람이 겁에 질리니까 별게 다 보인다고 생각했다. 입술을 악 물고 눈을 세게 감아내며 가방을 더 세차게 휘둘렀다. 그런데 덥썩- 내 가방을 잡아내는게 아닌가! “꺄아아아앙악-!!” 사람들이 베란다에서 쳐다볼 것이 뻔했지만 그런 것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힘이 풀려버린 다리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이제 곧 다리가 물리고 팔이 뜯기겠지. 우리에 갇히지 않은 사자가 달려드는 것 같았다. 조련사도 물어뜯어버린 사자. 피투성이의 조련사가 나에게 손을 뻗는 것 같다. ○○씨, 도망쳐요…! 그런데 내 귀에 들리는건 개의 짖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 나 봐. 나 민석이야.” “흐어엉, 흡- 크흐으-” 따뜻하게 내 손목을 잡아오는 손길에 눈을 떠보니 정말 민석이었다. 개가 둔갑이라도 한 건가 싶었지만 아닌 것 같았다. 다정하게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준 민석이가 다시 팔을 벌렸다. 개가 없어졌다는 것도 좋은데 민석이가 너무 다정하게 대해줘서 감정이 더 북받쳐올랐다. 안기라는 듯이 팔을 벌린 민석이의 목을 끌어안으며 다시 엉엉 울어제꼈다. 잠시 그대로 서있던 민석이는 이내 내 허리를 감싸안고 식탁에서 내려주었다. 많이 무서웠냐며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에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아버렸다. “아직도 눈물이 나와?” “흐읍, 응- 후으-” 대답을 하며 미안하지만 민석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을 흘리는 족족 민석이의 옷이 흡수하며 젖어들어갔다. 미안해, 만두야. 그래도 나 콧물은 안 흘렸다? 꼭 안고 있던 내 허리에서 손을 떼며 민석이가 이제 그만 울라며 날 조심스레 밀어냈다. 아직도 눈물이 맺힌 눈을 손으로 부비며 떨어졌는데! “으꺄아악! 저, 저기 개!!” “걱정마. 안 움직여.” “…정말이네. 왜 저러지?” 석상마냥 굳어버린 개를 보고 놀라, 민석이의 팔을 꼭 잡았다. 나에게 우쭈쭈하는 듯한 표정으로 등을 토닥여주며 안심시킨 민석이가 날 개 앞으로 데려갔다. 정말 움직이지도 않고 목을 울려 으르렁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식탁에 발을 올린 채로 굳어버린 개를, 용기내어 손을 내밀었다. “으아, 차갑다.” 얼음같았다. 죽었나 싶었지만 그럴리도 없었고. “…땡.” “푸하하캌ㅋㅋㅋㅋㅋㅋㅋㅋ○○아, 뭐햌ㅋㅋㅋㅋ” ‘땡’을 외쳐도 꿈쩍않는 개의 모습에 그제야 안심하고 민석이 뒤에서 나왔다. 박장대소를 하며 자연스레 내 머리를 쓰다듬는 민석이의 행동에 설렜다는 건 안 비밀. 기분 좋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민석이가 갑자기 얼굴을 밀착해왔다. 이, 이건 키…키스?! “○○이 너 눈 부었다. 빨개지고.” 는 개뿔. 펑펑 울어놓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놀래서 손으로 눈을 가려버리자, 민석이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쪽팔려. 손바닥으로 여실히 느껴지는 부은 눈 상태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어색하게 웃으며 차가운 음료수라도 사서 대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손 내려봐. 내가 해줄게.” “어?” 천천히 내 손을 잡아내린 민석이가 자신의 손으로 내 눈 위를 덮었다. 손이 차갑다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음료수를 대고 있는 것 마냥 시원했다. “너 수족냉증이야?” “어? 아, 응.” 옆에서 잠시 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는데 잘못 들은 거였나? 민석이랑 있을 땐 유독 얼음 어는 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 같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크크크- 잠시 그러고 있자니, 내가 소리지를 때부터 베란다에서 우릴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거란 생각이 머리를 관통했다. 집에서 밀린 드라마를 몰아보고 있을, 남동생 같지 않은 우지호가 왠지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을 것 같았다. 여동생 바보 김원식이 약속있다고 일찍 나가서 망정이지…! 하긴.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 개에 쫓기진 않았겠지. 내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날 때까지 쳐다보고 있을 오빠니까…가 지금 문제가 아니라! 기겁을 하고 민석이에게 베란다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없냐고 물었다. 걱정 말라고, 아무도 없다는 목소리에 안심하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 “○○아.” “응?” “오늘도 틴트 발랐어?” “응. 왜, 이상해?” “아니. 예쁘다.” 근데 이거 뭔가 백현이랑 비슷한 경우같은데? 이상한 데쟈뷰를 느끼며 의아해하고 있는데, 뭔가 숨소리가 가까이 온 것 같았다. 음? 무언가가 분명히 내 얼굴에 가까이 있는 것 같은데? …설마…. 개?! “민ㅅ…” “○○○!!” ?! 이 목소리는 분명 오빠의 목소리였다. 시발, 미쳤다. 아까 개가 쫓아오던 때보다 더한 공포감이 나를 지배했다. 왜냐면 나랑 밀착해있는 민석이가 여자가 아니니까!! 눈 위를 덮고 있던 민석이의 손을 떼놓고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봤다. 약속 갔다오겠다던 오빠가 씩씩거리며 민석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 만두 네가 지금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야…!! 오빠라고 답해주자, 민석이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에 물든다. 그래. 꽃들은 보지 않았지만 익히 알고 있었다. 우리 오빠를. 당장에 오빠에게 달려가, 손을 휘저었다. “아냐, 오빠! 나 쟤랑 아무 사이 아니야. 같은 반 친구야!” “같은 반 친구? 저 개새끼가…!” 보통 같은 반 친구라고 하면 의심스러워하지만 넘어가는데?! 웬일인지 욕까지 읊어대며 민석이에게 다가가는 오빠. 그런데도 피하지 않고 잘못한게 있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민석이도 이상하다. “○○이 넌 같은 반 친구랑 ㅃ…” “형님!! 형님, 제가 다 잘못했어요. 네?” 가다 말고 나에게 또 한 바탕 퍼부으려는 듯한 오빠에게 민석이가 달려들었다. 한껏 애교를 부리며 오빠의 팔을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좋구나. 저리 꺼지라면서도 머리를 세게 밀어내지는 못 하는 오빠와 애교 부리며 웃어대는 민석이. …조흔 케미다. 저 둘에겐 미안하지만 정말 좋은 그림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뭔가 트집잡힌 것처럼 오빠에게 한껏 굽실대는 민석이와, 우리 둘 사이에 껴서 만두가 나에게 하는 일말의 터치도 용납하지 않는 오빠. 결국 민석이 여동생 선물은 우리 오빠까 껴서 사러 갔다는 후문. 내가 진짜 김원식 이럴 줄 알았어. 깊게 한숨을 쉬던 민석이는, 그래도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예쁘게 웃어줬다. 으이구- 우리 만두 이뻐죽겠네. - - - - - ♥암호닉♥ 초콜렛 깜종워더 루루루 둉글둉글 사과 펑키첸 루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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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인스타 봄..? 충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