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조금만(Feat. 윤한(Pop Pianist))
프로파일러
[ profiler ]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 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귀신이 보이는 무당? NoNo 프로파일러: 왜 나에겐 비극만이..
중환자실 앞이었다. 그 앞에서 난 하염없이 울었다. 그간 꾹꾹 눌러 참았던 눈물들이 한꺼번에 터진 듯. 그렇게 난 계속해서 울었다. 고비라는 종대는 벌써 한번의 심정지가 왔었다. 과다 출혈이 원인이었다. 물론 수혈이 끝난 후였지만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아무래도 환자가 깨어나기 싫어하는 것 같다고, 점점 악화된다고 나에게 전했다. 잠깐.. 잠깐만 일어나서 누나랑 대화 좀 하자 종대야.. 제발.. 다시 터진 눈물은 여지껏 울었던 게 장난이기라도 하는 듯 더 크게 터졌다.
"그만 좀 울어라.."
종인이는 계속 나를 따라왔다. 지금까지도 계속 내옆에서 날 달래주고 있었다. 의자에 편히 앉지도 못하고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내 옆에서 같은 자세로 앉아 무릎 위에 내 손을 토닥이고 있다.
"네 탓이 아니라, 애 자체가 그냥.."
"그게 어떻게 내 탓이 아닌데?!"
"...후. 그게 어째서 니 탓인데. 일단 여기 사람 많으니까 따라와."
내 손을 잡아 일으키려는 종인이의 손을 쳐냈다.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그냥.. 난 그냥 종대가 괜찮을 거란, 분명 일어날 거란 말을 듣고 싶은 거라고. 내 탓이든 내 탓이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해? 지금 종대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야?
"알았어. 김종대 일어날 거야. 여태까지 버티던 아이야. 이렇게 쉽게 안 죽어. 일단, 너 지금까지 밥 한끼도 안 먹은 거 알지? 뭐라도 좀 먹으러 가자."
"싫어."
"김종대가 존나 바라고 있겠다. 날 위해 한명쯤은 밥 굶으면서 내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그거 알아..? 나도 저런 적 있잖아. 진짜로.. 그걸 바라. 누군가 한명쯤. 진짜 딱 한명쯤은 나만을 위해 기다리고 있어주면.. 이라고 바란다고.
"너와 달라."
"아니. 같아."
나의 고집에 김종인은 머리를 헝클이더니 맘대로 하라며 가버렸다. 종대야.. 누나가 미안해.. 그니까 일어나.. 아니, 일어나줘.. 부탁할게..
***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지..? 잠깐 눈을 다시 감으니 생각났다. 또 울다가, 쓰러졌었나..
"깼어요?"
세훈이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뜨니 나만큼 초췌해진 모습의 세훈이가 보였다.
"나, 얼마나..?"
"꼬박 하루 하고도 2시간이요."
"...종.. 종대는..?!!"
"아직 그대로에요."
일어났다는 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난 그말에 안심이었다. 그만큼 종대는 위독하니까. 눈을 다시 꼭 감았다. 종대 너가 죽으면.. 내가 살 수 있을까..? 살아도 산 것 같을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너가 귀신이 된다면.. 그런 너를 마주하고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진짜, 내가 이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미쳤어요?"
"...뭐?"
"이러다가 크게 쓰러지면? 지금의 누나 곁에 있는 나는? 말했잖아요. 나 누나 좋아한다고. 경수에게 미안한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누나 좋아한다고."
"...."
"물론 슬프겠지. 죄책감.. 무시할 수 없겠지. 누나한테는 종대밖에 없어요? 나참, 얼굴 본 적도 없는 애가, 지금 위독하다는 애가 짜증날 정도야."
"종대는... 나야."
"...예?"
"종대는 나라고.. 외로운 아이야. 나도 모르게 종대를 보면 내가 생각나. 그런 아이라고 종대는 나에게.."
그래. 종대는 나였다. 집에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그 아이는 나였다. 물론 세훈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알지만, 나에겐 지금 종대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게 설령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던 세훈이라도.
***
하루에도 몇십, 몇 백번은 생각했다. 만약, 종대가 죽으면..? 그러면 나는..? 근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 몇 백번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아직 답을 내지도 못했는데.. 금방 꺼질 듯 위태롭던 촛불이 꺼져버렸다. 작은 방에 하나뿐이던 더 작은 촛불이 꺼지니 순식간에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 어둠은 곧 나를 집어 삼켰고 나는 종대가 죽었단 이야기를 전하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어둠속에서 꺼진 촛불을 찾아 헤맬 뿐이었다. 근데.. 찾을 수가 없다. 귀신으로도 남지 않은 거니..? 정말 이렇게 가는 거야..?
"괜..찮냐?"
민석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그의 모습에 믿을 수 없던 현실이 받아들여졌다. 이 어둠속에서 민석이 너는 보이는데, 왜 종대는 볼 수 없는 걸까..? 민석아.. 정말.. 종대는 그냥 이렇게 가버린 걸까..?
"나.. 나 진짜 어떡해.. 어떡해야 해..?"
"...."
민석이도 선뜻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하긴, 그 어떠한 말도 나에게 위로가 될 수 없었다.
"이.. 일단 침착해져 봐. 이렇게 뭣도 아니게 김종대 억울하게 죽은 거 둘 거야?"
종인이었다. 침착..? 이 상황에서 침착..?
"그런데, 김종대씨 보호자되는 분은..?"
....생각해보니 그 여자. 종대 엄마라는 사람.. 내가 여기서 죽치고 있는 동안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종우는 간혹 왔었지만 그 일주일동안 그 여자는 단 한번도 여기에 오지 않았다. 내 팔뚝에 꽂혀있던 링거를 뽑았다. 그리곤 여지껏 밥 한 끼도 먹지 못하고 누워만 있던 사람답지 않게 걸어갔다. 그 여자에게로.
***
집 대문을 쾅쾅 내리쳤다. 곧 문이 열렸고 난 현관으로 바로 직행했다. 현관문도 부서질 듯 두드리니 바로 문이 열렸다. 종우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욕이 나갈 뻔했다. 간신히 욕을 삼키고 말했다.
"...소식 들었니?"
"무슨 소식?"
"종대 죽은 거."
"...."
입을 꾹 다문 종우는 당황한 듯 눈을 굴렸다. 왜? 니가 그렇게 무시하던 종대가 죽으니까, 당황스러워?
"너 엄마는?"
"바.. 방에.."
제치고 들어갔다. 신발따위 벗을 필요도 없다고 느꼈다. 이딴 더러운 곳에 신발 신고 들어가는 것도 아깝다고 느껴졌으니까. 이 넓은 집에서 우리 종대는.. 매일을 외로움과 싸웠겠지. 기댈 곳 하나없이 혼자서, 또 외롭게 견뎌냈겠지. 노크도 없이 방 문을 열었다. 씨발. 속이 뒤집히게도 그 여자는 웃으며 통화중이었다. 성큼성큼 다가가 핸드폰을 뺏어 바닥으로 내던졌다.
"너 미쳤니..?!!! 그게 누군데!!!!"
"그게 누구인게 나한테 중요해? 당신 아들이 죽은 건 안 중요하고?"
"...죽어..?"
슬픈척 한답시고 연기하는 저 얼굴에 또 속이 뒤집혔다. 같이 왔던 종인이가 옆에서 침착하게 말했다.
"괜히 성격대로 해결하지마."
"응. 죽었어. 왜? 좋아?"
"..너 근데 말이 짧다?"
"내가 왜 인간 말종 쓰레기에게도 말을 높여야 해?"
"뭐..?"
"야. 너 못 배웠어? 어디서 우리 엄마한테 막말이야..!!"
도저히 침착할 수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속을 안 뒤집는 게 없는 거지? 나한테 성을 내고 있는 김종우도 지금 저기서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으며 의자에 앉아 있는 저 여자도. 뭐 하나 내 속을 안 뒤집는 것이 없었다.
"뭐.. 종대가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죽게되니,"
"종대 이름 함부로 올리지 마. 역겨워서 토나오니까. 내가, 당신네들.. 가만 안 둬."
"니가 가만 안둬봤자.. 이미 모든 유산은 나에게로 넘어왔어. 애초에 그 이가 나에게 유산을 줬으면 평화로웠을 텐데.."
"유산.. 참나, 그따위 유산.. 내가 장담하나 할까? 1년간 내가 봐온 종대는 착해빠진 애야. 당신이 종대에게 잘했으면 그 착해빠진 애는 유산 넘겨달란 당신 말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에게 줬을 거라고.
"...니가 뭘 안다고,"
"그만큼 종대는 착했던 애니까. 당신은 곧 후회하겠지. 당신 생각엔 쟤가 성공해서 당신 호강 시켜줄 것 같아?"
내 손끝엔 종우가 걸려있었다. 종우가 울컥해 내게 다가와 어깨를 돌려세웠다. 곧 나와 마주한 종우가 낮게 끊어서 말했다.
"오냐오냐 봐주니까, 누굴,"
"쓰레기로 봤어. 왜? 쓰레기니까. 아무튼 잘 되나 한번 봐요. 당신네들."
내 앞길을 막고 있는 종우의 어깨를 치고 그곳을 나왔다. 답답해. 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돈이면 다 되지. 경수의 죽음이 갑자기 묻힌 것처럼 종대도 그렇게 묻힐 것이었다. 나에겐 방법이 없다. 죽자고 덤벼도 결국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었다. 그게 여태껏 내가 인생을 살아오며 느낀 것이었다.
"또 극단적이지."
"결국 세상은 돈이야."
"아니야."
"그럼? 다른걸로 정의내릴 수 있어?"
"...."
역시나 종인이는 마땅한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말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 끝엔 우리집이 있었다. 이럴 때 아저씨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위안이라도 됐을 텐데.. 조용하던 종인이가 갑자기 핸드폰을 찾았다. 뜬금없어 진짜. 핸드폰을 보여주니 이것저것 계산해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조급해보였다. 기껏 봐봤자 날짜나 시간, 기본 배경화면을 본 것일텐데 뭐가 그렇게 조급한거야 얜.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니가 병원에서 김종대랑 있느라고 내가 날 잊고 있었어."
"뭔 소리래."
"아무튼.. 내가 최대한 해 볼텐데, 넌 나 좀 도와. 김종대는 똑똑했으니까 뭐라도 있었을 거야. 가령, 저런 거."
김종인이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우리집 우편함에 꽂혀 있는 흰 봉투였다. 저게.. 뭘까..? 똑똑한 아이였다고..? 그건, 자기 앞으로 와있던 아버지의 유산이 자신이 죽게되면 엄마에게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럼, 그걸 막기 위한 방도를 마련해놨다..? 흰봉투를 뜯어 보았다. 종이가 총 2장이 들어 있었다. 하나는.. 종대의 손편지 였다. 나머지는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난 지금 종대의 손편지가 가장 중요했다.
To. 00누나
안녕하세요 누나? 종대에요. 이게 갔다는 것은 아마.. 제가 위독하거나 없다는 거겠죠
이렇게 말하니까 실감나지 않네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게 오랜만인데 그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웃기기도 하고요 또 제가 불쌍하기도 해요 전 이렇게 가지만 남겨진 누나는
아마 더 힘들겠죠 그 기분 잘 아는 제가 이런 선택을 한 거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누나가
이해해줄거라고 믿어요 아, 중요한 목적이 있었는데 안 쓸 뻔했네요
누나는 저에게 있어 반짝이는 햇빛이자 기댈 수 있는 나무였어요
아주 시리도록 차갑던 저에게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그런 존재였죠
누나가 저에게 처음 해줬단 말 기억해요?
"이제 고3? 힘들겠네. 힘들면 말해. 도와줄게."
누나는 분명 고3인 학생에게 하는 말이었겠죠
근데 전 19살의 김종대에게 하는 말 같았어요
그래서 누나가 그렇게 좋았나봐요, 내 모든 걸 주고 싶을 만큼
어떻게 쓰는지는 누나에게 달려 있어요 그냥 찢어버려도 좋아요
그게 누나 뜻이라면 말리지 않아요 그리고, 슬퍼하지 말아요
나 누나때문이 아니라, 그냥 더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던 거니까
울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었죠? 누나가 맞았어요
정말.. 울어도 변하지 않더라고요 이제 더는 시원하지도 않았어요
누나가 나 대신 살아줘요 그게 나의 바람이에요
내 할말 다 했으니까 이만 쓸게요 사실 이거 쓰면서 다시 살고 싶어 질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누나는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우리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만약 그렇게 되도 나 누나 만나지 않을래요
후회할 것 같거든요 그럼 진짜 안녕!!! 누나 덕분에 좋았어요
그렇게 종대의 편지는 끝이 났다. 나, 덕분이라니.. 난,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고작 그 한마디가 다였잖아. 가슴이 찢어진다는 게 이런 걸까. 답답하고 미치겠고 서럽고 억울했다. 내가 종대에게 도와준다고 말했었던 그 때. 차라리 도와줬더라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지. 그때의 난 돈에 미쳐있어서 그저 종우 과외하는 것에만 매달렸었다. 과일을 가지고 들어오는 종대에게 눈 한번 마주쳐 준 적 없었고 매번 배웅하는 종대에게 웃어준 적도 없었다. 한 번이라도 봐줄 걸, 한 번이라도 웃어줄 걸.. 그렇게 도와달라고 속으로 말하던 종대를 나는 왜 몰랐을까..
"그래서, 뭘 찢으라는거야?"
종인이의 말에 다른 종이를 보았다. 그것은 유산을 나에게 상속한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종대의 유언장이었다. 나름 공증인을 불러다가 싸인도 다 마친 상태였다.
"와.. 얜 진짜.."
종인이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물며 나는 어떻겠는가. 진짜.. 종대 너는.. 내가 뭐라고 이런 것까지..? ...그런 생각이 드니까 내가 아까 그 여자에게 했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여자가 가식으로나마 종대에게 잘해줬다면 아마 종대는 분명 재산을 줬을 거였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그깟 돈이 뭐기에.. 종대 너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걸까..?
"그래서 얘 유산이 얼마인데?"
"모르지."
"...너 이거 어떡하게?"
"...일단 그 여자가 받는 건 싫어. 그리고, 이렇게 소중한 돈 함부로 내 빚 따위에 값는 것도 싫고."
"그래서?"
"...모르겠어. 그럴 거면 죽질 말지.. 김종대 진짜.."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고였고 소리없이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소중한 종대의 편지가 젖을까, 젖어서 찢어질까 내 품에서 멀리했다. 그런 나의 소중한 편지를 낚아채가는 누군가. 뿌예진 눈을 감았다 뜨니 박찬열이 서 있었다.
"유언장..? 뭐야 이것들은? 너 죽으러 가??"
"뭔 소리야,"
"아니야? 어? 너 울었냐? 천하의 ㅇ00가 울었어?? 어떤 새끼야? 오형사인가 걔야??"
"지금 니랑 장난칠 기분 아니야."
"...그럼 진짜 이게 뭔데. 아는 사람이야?"
"응."
박찬열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곧 쭈뼛이며 다가오더니 한 팔로 내 목을 감싸 힘을 주었다. 그렇게 박찬열 품에 안기게 되었고 박찬열은 여전히 쭈뼛이며 다른 손으로 내 등을 감쌌다. 서툴게 토닥이는 박찬열이 말했다.
"너한테 많이 소중했나보네."
"응.."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나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입장으로써.. 그 심정 이해가 가. 그러니까 다 털어놔도 좋아. 너가 속이 시원할 만큼. 모든 걸 다."
또, 심장이 움찔거린다. 이게 도대체 무슨 감정인 건지.. 또 답답해져오는데 박찬열이 그런 나의 생각을 방해하듯 이어 말했다.
"하긴, 나도 그 소식듣고 말도 안나오던데 너라고 말이 나오겠냐만은, 그냥.. 털어놓고 싶을 때 언제든지 전화해."
"...."
"물론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좋고."
장난스럽게 웃는 박찬열의 웃음소리에 또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건,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닌데.. 아무튼, 이상하게도 서서히 우울했던 감정이 나아지고 있었다.
***
종대의 장례식은 조촐하기 그지 없었다. 종대와 같은 반이던 친구들이며 선생님들.. 그게 다였다. 상주로 앉아있는 종우는 찾아오는 지 친구들앞에서 몇 번 울어주었다. 그 외에는 앉아서 편하게 쉬거나 음식 등을 가져다 먹거나 하며 농땡이를 피웠다. 난, 도저히 그 꼴을 볼 수가 없어 종대의 영정사진을 보거나 밖으로 나와 찬 바람으로 화를 식혔다. 드디어 마지막 날 그 여자가 찾아왔다. 그것도 다 쓰러져가는 행색을 하며 말이다. 근데, 난 그게 연기라는게 너무 보여서.. 그래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였다. 장례식장 뒤로 달려가서 화가나 차오르는 눈물을 억눌러가며 참아냈다.
"참나,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게 왜 여기있어요. 괜히 화만 나게."
세훈이였다. 내 두 볼을 감싸쥐며 엄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낸 세훈이는 손수건을 꺼내 또다시 흐르는 내 눈물을 닦아 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은데 은근히 여리다니까."
"아니거든."
"김종대는 잘 갔을 거예요. 왜냐면 김종대니까."
정말 말이 안되는 데 종대라서 말이 된다. 그래. 내가 나름대로 종대 너의 복수를 해줄게. 너가 나에게 준 유언장 잘 활용해서 내가 꼭 복수해줄게.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거야. 그 여자랑 김종우. 그 사람들 무너지는 꼴.. 끝까지 다 볼거야.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반드시 볼 거라고. 그렇게 다짐을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은 웃겠지. 내가 당신 눈 앞에 종대 유언장 들이밀면 그 기고만장한 얼굴이 어떻게 썩어갈지 기대가 되네. 종대 납골당에 안치하는 그 때. 두고봐.
***
내가 귀신을 본 후로 오지 못하는 곳이 2군데가 있다. 하나는 묘지 근처. 이유없이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드는 것이 이유였다. 멋 모르고 공동묘지 갔다가 쓰러져서 인근 주민이 발견해 병원에서 깨어났을 정도니 그건 말 안해도 알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납골당. 묘지와 같은 이유였다. 발을 들이미는 그 순간부터 난 기가 빨렸다. 이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들이 이 좁은 납골당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것을 보는 것도 곤욕이었다.
"우와, 저 여자 기 엄청 세넼ㅋㅋㅋㅋㅋㅋ"
"어? 우리 보나 봐?? 무당 같은 건가?ㅋㅋㅋㅋㅋ"
"와, 저런 여자는 또 처음 보넼ㅋㅋㅋㅋㅋ신기하닼ㅋㅋㅋㅋ"
단지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그들은 일반 귀신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귀신들이 한 둘이 아니라서 내가 버티기 힘든 거였다. 그런 내 곁에 바짝 붙어 혐오를 띄는 한 귀신. 경수였다.
"저번에도 쓰러진 적 있으면서 뭘 또 와요, 여길."
"우선 그 감정부터 치워. 오늘 아주 재밌는 꼴을 볼 예정이니까."
오랜만에 보는 나의 웃음(웃음보다는 비웃음)에 경수도 웃으며 혐오를 지웠다. 경수가 잠시동안 내비쳤던 혐오 덕분에 다가오는 귀신들이 적어졌고 그래서 어느정도 버틸 수 있었다. 난 종대가 안치될 그곳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곳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척을 하는 그여자와 또 거짓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종우가 있었다. 그 곁에는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저런 식의 연기를 하고 있구나? 난 또 조소를 띄우며 조금 떨어져서 그들을 보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척 쓰러지던 여자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그 곁에 서있던 양복을 입고 있는 분들에 의해 가려졌다. 차라리 이게 낫네. 그 더러운 얼굴 보기도 싫으니까.
"어? 00씨??"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뭐야.. 김형사님이잖아..? 김형사님을 살피니 의아하게도 그의 손에 작은 꽃바구니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손바닥만한 정말 작은 크기였다.
"팀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막내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게 여기였구나.."
"네. 팀장님은요?"
"아, 전 옛날에 동료였던 형사가 여기에 있어서요."
민망한 듯 웃는 김형사님은 급 나에게 보고 가길 권하셨다. 우리는 같은 팀이니 내 소중한 동료를 꼭 보여주고 싶단 말도 덧붙였다. 곤란한데, 난 고개를 살짝 틀어 그 여자쪽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김형사님을 따라갔다.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그들이 보이는 자리기도 했다. 김형사님은 곧 바로 눈높이에 있던 안치단 하나를 가리켰다. 난 그 곳에서 아주아주 익숙한 얼굴과 이름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엔 경찰이었을 때의 경찰 복을 입은 채 경례를 하며 웃고 있는 김종인의 사진과 납골함에 확인사살 하듯 써있는 故김종인이란 이름이 있었다. 나는 문득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뭐?! 어디로 간다고?!"
"걸어서 갈 수 있던데.. 아무튼 가까웠어."
"...여기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납골당은 하나잖아."
"응."
"...못 보겠지. 조심히 다녀와 난 조사 좀 하러 다녀올게. 같이 못 가줘서 미안."
김종인이 당황하던 것과 곧 못 보겠지라며 넘어가곤 내걱정을 해주던 것이.
▶ Bonus
종대의 아버지는 현명했습니다.
자신이 죽고 나면 종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부인이 종대를 버릴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으니까요.
그래서 종대의 아버지는 종대에게 유산을 물려주었고
그것으로 종대는 그나마 버림받지는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
버림받지 않은 거라니.. 종대에게 유산이라도 없었더라면 더 한 일이 있었을까요..ㅠㅠㅠㅠ 그치만.. 종대는.. 이미..ㅠㅠㅠㅠㅠㅠㅠㅠㅠ죤대야ㅠㅠㅠㅠㅠㅠㅠ내가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고로 종대는 프롤로그에 나오지 않았었죠..! 그때부터 정해져 있던 종대의 운명...ㅠㅠㅠㅠㅠㅠ 참.. 그러고보니 주인공도 불쌍해요.. 비극만이라니..ㅠㅠㅠ
종인이와 준면이의 관계는 계속해서 나왔던 부분이었죠.. 종인이는 준면이를 혐오하고 더해 살기까지 뿜지만 준면이는 종인이에게 종인이와 같은 감정은 또 아닌가봅니다..
암호닉입니다♥(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체리/까만원두/뭉이/오호랏/똥잠/구름/쉬림프/레모네이드/범블비/악마 괴물/궁디퍽퍽/선크림/바람둥이/안녕/매매/진블리/무당인듯무당아닌/도경수부인/별다방커피 코끼리/(코)라코/요맘때/정동이/콜덕/피큐PD/달수정/마틸다/비비빅/양양 뿅아리/네티큥/여리/아틸다/개구락지/립밥/바람개비/손가락/우리니니/빵 GG/바닐라라떼/하트./까꿍이/청바지/진블리/젤라/순수합니다/메리미/포뇨 윤혜/선물/가글/익인/야메/징차/요정별/거인/사랑둥이/잇힝 구금/두두/JENNIFER/쫑쫑이/빌딩숲/뀨꺄/거뉴경/사랑현/이슬/매직핸드 엘도라됴/블랙체리/쿵쿠닥닥/초코파이/됴티즌/스젤졸/제이/나쵸치즈/코델리아/물만두
박듀/☆☆☆투기☆☆☆/넠넠/감귤/민트초코/훈훈/파인벨/냐냐냐냐/체리고데기/봄/봄날
오늘은 토요일이고 하니 댓글 달아드릴게요..!!ㅎㅎㅎ 시간이 널널해요!!>〈 사실 저번주에 시험.. 시원하게 말아 먹었습니다..8ㅅ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