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오늘도 날이 밝았군.
갑시다. 유치원에.
l일곱 유치원l
w.보따리
출근했다.
흐음,다른 선생님들도 몇 와 계시고. 다들 피곤함을 잔뜩 얼굴에 묻힌 채로 말이다.
물론 나도.
유치하게도 꾸며진 교무실.
내 자리 컴퓨터 모니터에도 빨갛고 노란 색종이 꽃들이 몇개 붙여 있다.
저 빨간건 승관이가 만들어 준 것. 노란건 순영이가.
풉.
쭈굴쭈굴 못나게도 구겨져 만들어진 색종이 꽃들을 보니 그 시끌시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살풋 웃는다.
"으하하하하하!!"
뭐야.
"우어어어어억!!"
진짜 들리는 것 같아.
헉. 시계를 보니 벌써 원생들이 도착할 시간이다.
한번 기지개를 쭉 펴주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자아자, 보석반 김너봉 오늘도 파이팅.
아이들이 있을 교실로 향해 걸어가 문을 열자,
"아이고, 깜짝이야ㅡ!"
톡 튀어나와 내 다리를 붙드는 조그마한 정수리 두 개.
아까 그 색종이 꽃들의 주인들이시다.
예의상 오버스러운 리액션을 해주자 고개를 들어 해맑게 웃음을 지어 보이는 둘.
네살,여섯살 두 남자아이를 양다리에 매달고 어기적 어기적 교실 안으로 들어선다.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꺄르르 잘도 웃는 승관이와 순영이.
훗, 선생님도 웃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니 참
무겁단다.
"보석반 꾸러기들 다 왔어요ㅡ?"
교실 정중앙에서 멈추어 서고는 박수를 두어번 친다.
교실 안을 주욱 둘러보며 보석반 아이들이 다 왔는지 확인한다.
아직 두녀석은 내 다리에 매달려 있다.
이제서야 꼬물꼬물 내 다리에서 떨어지며 순영이가 말한다.
그럼 지훈이를 제외하곤 다 온건가 싶어 한명,한명 체크해본다.
일단 일곱살 꾸러기들.
승철이… 아, 온지 얼마 안됐는지 제 사물함 칸에 가방을 정리하고 있다.
의젓하게 제 겉옷도 스스로 벗어 옷걸이에 얌전히 걸어 놓는다.
정한이는 저 구석에서 로봇이랑 인형 가지고 놀고 있고.
지수. 지수는 책꽂이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뭘 읽을지 고민되나 보다.
여섯살 꾸러기들은, 음.
인형을 들고 쪼르르 정한이 곁에 가는 원우 확인.
지훈이는 아직이고.
순영이는 고새 또 내 다리에 매달려 있다.
내 발등을 제 조그만 엉덩이로 푹 누르곤 짧은 두다리와 팔로 내 다리를 꽉 감싸 안고 있는게 꽤 편해 보이기도.
다섯살 그룹을 보자.
어…. 아 민규 저기 있다. 어느 새 정한이의 로봇 보다 훨씬 큰 로봇을 찾아와 공격(?)하고 있다.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무참히 정한로봇을 깔아 뭉개버리는 민규로봇.
옆에서 원우가 안돼애ㅡ! 하며 민규로봇을 막아보지만 막무가내이다.
결국 승자는 정한인형.
솜뭉치 주제에 민규로봇을 이겼다.
정한이가 주먹도끼로 단단한 과일을 으깨 듯 민규로봇을 마구 내려찍었기 때문.
음, 다음은 석민이. 아, 이 쪽으로 달려온다.
도도도도 달려오더니 승관이가 매달린 내 왼쪽 다리에 주저앉아 저도 매달린다.
승관이가 내 자리라며 꾹꾹 밀어내지만 헤헤ㅡ 웃으며 단단히도 내 다리를 붙잡고 있는다.
이제 네살 아이들.
아시다시피 승관이는 내 왼다리에서 석민이와 투닥거리고 있고.
한솔이. 한솔이는… 아이고. 또 사물함 안에 들어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다.
본인들 이름이 붙여진 사물함에는 따로 문 같은 것 없이, 가방과 옷가지들을 걸 수 있게 커다란 칸칸이로 되어 있는데
한솔이는 저 공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보다.
종종 저 곳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곤 한다.
낮잠 시간에 저 사물함에 들어가 잔다고 하는 날에는 한솔이를 설득하느라 꽤나 고생한다.
막내 세살 찬이는 책을 고르고 얌전히 책상에 앉아 읽고 있는 지수 옆에 있다.
찬이도 옆에 앉아서 형아 따라 한다고 손바닥만하게 작은 동화책을 휙휙 넘기고 있다.
찬아 거꾸로 들었잖아.
자, 다 온 것 같으니 당장 할 일들을 정리해 보겠다.
일단 봉고로 가서 지훈이를 데려온다.
분명 지훈이는 차량 담당 선생님의 눈을 피해 봉고 뒷자석에 숨은 뒤 자고 있을 것이다.
내 한달치 월급을 걸겠다.
한솔이를 깨운다.
내가 매고 있는 앞치마 앞주머니에 한솔이를 깨울 ABC 초콜릿이 준비되어 있다.
손을 넣어 확인 해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두어봉지 더 사놔야지.
순영이, 석민이가 교실로 들이닥치자마자 벗어 던져뒀을 가방을 본인들이 정리하게 한다.
난 저 가방들이 나를 거치기 전에 제자리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물함 근처에서 나뒹굴고 있는 두 가방.
이 정도만 하면 오늘도 무사히 1교시 수업을 시작할 수 있겠다.
일단 내 두 다리에 들러붙은 꾸러기 세 놈을 떼어놓는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 보따리 |
망상 보따리 하나 풉니다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