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헤어진 준면이와 세훈이.
결혼했지만 세훈이를 아직 잊지 못하고 좋아하는 준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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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식사하세요."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여자의 미성이 들려왔고,
"...어, 곧 나갈게."
몸을 일으키던 준면이 읽고 있던 신문을 티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준면의 미간에 얇은 주름이 잡혔다.
요 며칠 동안 두통은 준면을 괴롭혀왔다.
머릿속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에 준면은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짜증스럽게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준면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창밖의 세상에서는 비가 내렸다.
비는 멈추지 않고 세상을 집어 삼킬 듯이 쏟아졌다.
준면은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문득 느껴지는 기시감.
부지런히 움직이던 준면의 손이 석고상 마냥 뻣뻣하게 굳었다.
생각해보면, 준면을 괴롭히는 두통은 비와 함께 찾아왔다.
그래.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이였지.
소년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흠뻑 젖은 머리카락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졌고
준면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은 얼음보다 더 차가웠다.
'형, 가지 마요. 결혼하지마.'
'어리다고 감정 같은거 구분 못하는 한심한 놈 아니야.'
'좋아해, 좋아해 김준면.'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그 애달픈 고백조차,
준면은 거절해야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어린 소년, 세훈을 지키기 위해서.
그 때 분명 세훈은 어렸다.
하지만 감정의 깊이만큼은 어리지 않았음을 준면은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자신과는 다르게 아직 젊고, 이제 막 꽃 피기 시작한 세훈의 날개를
준면은 차마 꺾을 수 없었다.
'형, 나랑 같이 가요. 결혼같은거 하지마.'
'제발 준면아.'
굵은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던 그 날 밤.
함께 도망치자던 세훈을, 준면은 따라나서지 않았다.
그래, 같이 가자. 너랑나 이대로 멀리 멀리 도망쳐서 함께 살자.
목구멍 끝까지 울렁이며 차올랐던 그 말은 준면의 가슴 속에 묻어야 했다.
현실은 가혹했으며 지독히도 잔인했다.
'..세훈아, 나는 떠나지 않을 거야. 결혼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평범하게, 그렇게 살아가고싶어.'
비는 멈추는 법을 몰랐지만, 준면은 멈춰야 할 때를 알았다.
고개를 푹 숙인체 울먹이던 준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둘 사이에 마침표를 찍었다.
준면의 어깨를 꼭 잡고 있던 세훈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세훈이 준면을 응시했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눈빛이었다.
한참을 굳은 듯 서있던 세훈은 결국 준면에게서 등을 돌려 멀어져갔다.
그런 세훈을 붙잡을 수 없는 준면의 가슴은 타들어갔다.
다 버리고, 전부 내려놓고 세훈과 함께 떠나고 싶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은 부모님이 정해 준 이름도 모르는 여자가 아닌, 세훈이였으니.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자신에게 등을 지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세훈의 등을 있는 힘껏 안아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나를 돌아봐 주지는 않을까.
세훈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성이던 준면의 헛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훈과의 이별, 그렇게 준면은 자신의 어린 소년을 떠나보냈다.
과거를 회상하는 준면의 눈가가 축축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집어든 액자 속에는 웃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8년이라는 시간에도 소년은 같은 표정이었다.
변함없는 소년의 모습에 준면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8년이라는 세월은 지독히도 길었다.
하지만, 영원에 가깝게 느껴졌던 시간 속에서도 준면은 잊지 못했다.
평생 그리워하며 가슴에 묻어둘 사람, 준면에게 세훈은 그런 사람이었다.
"보고 싶어 세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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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라 맞춤법 띄어쓰기 오류 많습니다 ㅠㅠ
양해해주세요.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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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