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헤어진 세훈이와 준면이.
결혼한 준면이를 아직도 잊지못한 세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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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세상을 뒤덮었던 비는 그치고 없었다.
축축했던 하늘은 청량하게 개었고, 바람도 오늘따라 상쾌한듯했다.
창 문 밖으로 내리쬐는 햇살과 꽃잎이 뒤엉켜 해사하게 빛났다.
바야흐로, 봄의 시작이었다.
출근하는 날도 아니건만, 아침부터 세훈은 분주했다.
옷을 고르는 일도 머리를 매만지는 시간도 평소의 배로 걸렸다.
꼭두새벽부터 귀찮을 만도 하건만, 세훈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질 줄을 몰랐다.
준비를 마친 후 현관으로 향하던 세훈의 시선이 식탁 위에 놓인 액자에 닿았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훈이 액자를 집어 들었다.
몇 년은 묵은 듯한 낡은 디자인에 빛바랜 액자 틀이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러운 세훈이었다.
낡은 액자 사진 속의 남자는 앳돼 보이는 소년과 함께였다.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 속 남자의 환한 웃음이,
세훈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죽기 전에 남자의 웃음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
조심스레 액자를 내려놓는 세훈의 표정이 씁쓸했다.
방금 전만해도 울렁이던 가슴이 흉지고 덧난 상처처럼 따끔거리며 세훈을 괴롭혀왔다.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릴 때처럼.
‘세훈아, 나는 떠나지 않을 거야. 결혼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평범하게,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
그는 세훈에게서 멀어져갔지만,
세훈은 단 한번도 그의 곁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세훈이 굳은 표정으로 넥타이를 고쳐 맸다.
한참을 문밖에서 서성이던 세훈은 결심했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다.
커피숍의 유리문을 여는 사소한 일조차 왜 이리 가슴이 쿵쿵거리는지.
-딸랑
그 날로 부터,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 세훈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던 시간도 어느덧 10년이었다.
“주문 받겠습...”
“오랜만이야.”
고개를 숙인 체 컵의 물기를 닦고 있던 준면의 몸이 굳었다.
10년 전 보다 좀 더 굵어졌지만 특유의 나른한 말투와 목소리.
준면의 시선이 황급히 남자에게로 향했다.
“10년 만이다. 그렇지, 준면아?”
-쨍그랑
준면의 손끝에서 선명히 빛나던 유리잔의 파열음이 울려퍼졌다.
황망함을 감출길이 없는 준면의 눈빛이 떨려왔다.
“..오세훈.”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25살 과외선생님 김준면과 18살의 고등학생 오세훈이 아닌
35살 이혼남 김준면과 28살의 회사원 오세훈, 10년만의 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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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쇼고자 작가의 행쇼엔딩이였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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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라방 실시간으로 요약해주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