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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윤정한] 너와 나의 사계 (봄 02) | 인스티즈

 

너와 나의 사계 (봄 02)

w. 일공공사

개나리꽃을 그대로 꽃고 자버렸는지 귀 뒤로 빨갛게 나뭇가지모양으로 자국이 나 있었다.

눌린 모양대로 손가락으로 누르다가 몸을 일으켰다.

잠결에 울어 퉁퉁 부은 눈을 매만지다 하품을 했다.

내가 죽는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흰색으로 도배된 병실을 한참을 바라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았다.

퉁퉁 부어버린 눈을 손으로 몇번꼬집자 눈덩이가 발갛게 부어올랐다.

병실 불을 켜고 침대를 위로 올렸다.

베개를 끌어 등받이로 쓰기 위해 침대 머리에 고정시켰다.

 

잎들이 다 짓눌린 개나리꽃 가지를 바라보다가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나무껍질에 쓸린 곳이 따가웠다.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않고 멍하니 있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스락거리는 환자복을 툭툭 털고 일어나 신발에 발을 끼워넣었다.

 

집에 있는 짐들을 가져온다는 엄마는 이미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의자에 걸쳐있던 외투를 입고나서 병실을 나섰다.

 

아, 할게 없었다.

병실을 나서자마자 할 것이 없다는걸 생각해내고 한참동안이나 그 앞에 멀뚱히 서 있었다.

병실 앞을 지나가는 여러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숨 쉬는거야?"

갑작스레 치고 들어온 목소리에 놀라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아, 그였다.

긴 머리를 푸르고 나타난 그는 대답을 기다리는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답답해서요."

내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던 그가 웃어보이고 입을 열었다.

"밖에서 산책하자. 코코아 사줄게."

말하며 손을 내미는 행동에 그 손을 잡아야 할지 한참동안이나 고민했다.

머뭇거리고 있으니 손을 확 잡아챘다.

놀라 손을 빼내려고 하니까 손을 더 꽉 잡아온다.

어정쩡하게 그를 따라가자 꽃이 가득한 병원 뒷쪽 정자로 데려갔다.

어색한 공기에 가만히 앉아있자 어색하지도 않은지 코코아를 뽑아 건네는 그다.

 

"감사합니다."

"존댓말 하지마. 나 그래도 겨우 스물인데 말야."

"아, 그래도 저보단 나이 많으니까.."

말끝을 흐리자 웃어온다.

몇살인데? 물어오는 그에 열여덟이요.. 하고 대답했다.

"내 동생이랑 나이 차이 별로 안나네." 라고 말하며 정자에 드러눕는 그에 몸을 움직에 조금 더 멀리 떨어졌다.

몇살인데요? 묻자 열여섯. 하고 답한다.

 

동생에 관해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자 그게 눈에 드러나는지 그가 입을 열었다.

"애가 많이 아픈데 치료받을때마다 나가라고 해. 자기 아픈거 보면 내가 기분이 어떨지 잘 아니까.. 그리고 정 떼라면서 얼굴도 잘 안보여줘. 잘때만 가끔 보고.."

너무 말 많이 했나? 하며 몸을 일으키는 그에 아니에요, 하며 손사래쳤다.

"정희는, 내 여동생은 이제 얼마 더 못살거래. 너무 아프대. 난 그래서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애가 너무 착하니까 빨리 정 떼려고 하는거지. 나중에 자기 죽으면 내가 엄청 힘들거라고. 그래도 매일 보러 와. 잘 때라도 봐야하니까. 가끔은 애가 너무 아프다고, 그냥 치료고 뭐고 됐으니까 그냥 집에 가고싶대. 근데 나는 조금이라도 걔 얼굴을 더 보고싶어서.. 그래서.. 조금 이기적인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으면 좋겠어."

그가 말을 끝내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나쁜생각 하지 마.

 

그의 말에 얼굴이 새빨갛게 익는게 느껴졌다.

부끄러움이였다.

어이차, 하며 소리와 함게 몸을 일으킨 그가 개나리 가지를 따 가지고 돌아왔다.

내 귀 뒤로 그것을 꽂아준 그가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살 수 있을때까지는 살아줘. 알겠지?"

살짝 붉어진 눈시울로 바라보며 말하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불 때 마다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귀에 닿아왔다.

 

 

[암호닉]

일공공사 지유 악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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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일공공사 / 작가님 보고 싶었어요 ㅠㅠ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ㅜㅜㅜ 아 진짜 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ㅜ 정한이는 여전히 다정하네요 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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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공공사
ㅎㅅㅎ.. 저두요 ㅠ 자주 못와 미안해요 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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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지유에요!! 작가님 진짜 오랜만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윤정한은 설레면서 좋네요ㅠㅠㅠㅠ 오늘도 잘 읽고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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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공공사
오랬만이에요! 자주 올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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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와.. 정한이 걱정해준다 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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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공공사
걱정하는 정한이 좋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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