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홍구/기구/홍권] 너만은 모르길 中
w.꾸르륵
너는 겁쟁이였다.'게이'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두려워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연애를 하고 사랑하는 척을 하는 너는, 이기적인 겁쟁이였다.‥그리고 나 역시 그런 네가 나를 버릴까봐,차갑게 나를 떠나버릴까봐 두려워서 아무 말 못했었던 겁쟁이였다.
*
"아,시발..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구자철 이 개새끼."
구자철 엉덩이 힘이 얼마나 센건진 나도 잘 모르겠다만, 내 MP3를 부실 정도니까 뭐-세다는 증거겠지. 그건 그렇고, 그 MP3에 음악이 몇백곡이나 들어있었는데. 다시 다운받아야 돼잖아,시발.
전자 상가-MP3코너-를 둘러보고 있던 성용의 주둥이는 끊임없이 자철의 욕을 하는 동안에 두 눈은 다 비슷 비슷해보이는 MP3들을 구경하고 있었다.이게 이건거 같고 저게 저건거 같은데…이런 식빵.
"특별히 찾으시는 기종 있으세요,고객님?"
"아..아뇨. 그냥 요즘 잘 나가는 게 뭐예요?"
"요즘 인기있는건 이 기종이예요. 메모리 용량도 많고 디자인도 이뻐서 많이들 찾으시고 있어요."
직원이 건네는 MP3를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받아든 성용은 '그럼 이걸로 할게요'라 말한 뒤, 초스피드로 계산을 끝내고 가게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똑같은걸로 하나 더 주세요."
그냥 네가 나와 같은 MP3를 들으며 웃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이걸 받고서 좋아할 네 모습이 그려져서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나는 너랑 왜 이렇게 '커플'이란 이름으로 묶여지는게 그리도 좋은걸까.
두개의 MP3, 그러니까 너와 나의 커플 MP3를 들고서 절로 그려지는 네 모습에 실실 웃으며 걷고 있었던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너는 단 한번에 비참하게 만들어버렸다.너의 여자친구와 손을 잡으며 내 쪽으로 걸어오는 너를 보면서 나는 웃어야 하니,울어야 하니.
"어?성용씨!"
네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날 보면, 난 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건데.응?
"아-안녕하세요,세영씨."
"여긴 어쩐 일이예요?"
"MP3 좀 새로 사느라구요.세영씨랑 넌 어쩐 일이냐?"
난 분명 너한테 물어봤는데, 널 원망하며 네 목소릴 듣고 싶었는데 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건데. 왜 너 대신 그녀가 답을 해주는건데.
"혼수 좀 보려구요."
"‥혼수요?"
"네- 아,오해는 하지 마세요.그냥 둘러보고 있던 것 뿐이예요.미래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보는것도 나쁘진 않잖아요."
너는 연애를 넘어서 결혼까지 생각을 했었구나.밀려오는 허탈감에 작게 바람빠지는 소리가 났다.생글 생글 웃으면서 말을 하는 그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너를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상가를 나왔다.
그리고 너는 정확히 2시간 후에 전화가 왔다.
'만나자,우리.'
너와 무슨 할말이 더 있을까.
-
"…그게 그렇게도 겁이 났냐?"
"..."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겁이 났어?"
"..성용아,나는.."
"참았어, 그래-나완 달리 넌 네 집안의 자랑이고 희망이니까. 그런 네가 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분명히 너희 어머니도,아버지도 많이 실망을 하실테니까. 그래서 나, 네가 보통 여자랑 연애하는것도 다 참았어.근데..넌 왜 내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는건데."
"..."
"겁이 나니까 이제 결혼까지 하려고 했어?하하- 그럼 결혼 후에 나랑 불륜이라도 하려고?"
"기성용.네가 화난건 알겠는데 말이 너무 심하잖아."
"청용아."
나는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하는데, 네가 너무 좋은데, 이렇게 숨어서 사랑하는거 이제 너무 지친다. 가끔가다 홍정호랑 구자철이 너무나도 부러워. 그 둘은 우리완 달리 떳떳하게 사랑하고 있으니까.
"…우리 시간 좀 갖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를 지나쳐 커피숍을 나왔다. 너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내가 너를 좋아서 쫓아 다녔을 때도, 내가 너에게 고백을 했을 때도, 네가 나에게 사랑한다 말을 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너는 여전히 제자리에 맴돌 뿐이었다.
*
"옛다."
"엥?왠 MP3?"
"야,네가 내 부랄친구 아니냐."
"부랄친구는 무슨. 청용이 소개로 친구먹은건데."
"에이씨- 안가질라면 말고."
"아,됐어.누가 안가진대.그냥 왠일로 식빵이 이런걸 다 주나 했지.암튼 땡큐!"
MP3를 받아든 자철이 신난다는 듯 헤실헤실-바보처럼 웃자 성용도 따라 웃었다. 아-구자철, 존나 병신같아.
*
교환학생 명단이 나왔다. 이번에는 2학년 대상이었고,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독일이었다. 선배들 말 들어보니까 작년에는 1학년이었다고 하던데, 왜 갑자기 바뀐거야. 영권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쩝쩝 거리며 명단을 살펴보았다. 해외로 나가보는건 영권의 몇 안되는 소원이었기 때문이다.(당연히 1순위는 정호와의 관계 진전이었고.)
[2학년 구자철 2학년 기성용]
‥아,소원이 조금은 이루어진것 같다.
*
"나도 교환학생이 될 줄은 몰랐는데.."
자철의 말에 정호는 어두운 표정이었다. 솔직히 이번에 2학년을 대상으로 교환학생을 보낼거란 말에 걱정을 하긴 했었다. 과 내 수석인 자철이형은 대학 내에서 알아주는 모범생이었기에 교수님들 눈에도 많이 이뻐보였을테니까, 그래서 당연히 자철이형을 추천했을거고. 그래도 정말 형이 교환학생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성용이형은 어떻게.."
"기성용 집안이 워낙 빵빵하잖냐. 나도 솔직히 조금 의외였어. 걔가 청용이 놔두고 어디 멀리 나가는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
음울한 오로라를 내뿜는 정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나 가지 말까?', 조심스레 물어보는 자철의 말에 정호는 고개를 저었다. 안갔으면 좋겠는데, 한달도 아니고 일년씩이나 형이랑 떨어져있기 싫은데-나때문에 형의 미래를 막는건 더더욱 싫으니까.
"잘 다녀와,형."
...?
이게 뭐지..
ㅠㅠ원랜 좀 더 길게 써보려고 했지만,태풍때문에 무서워서 못쓰겠어요..는 함정이고..사실 제 필력이 여기까지 밖에 안됩니다..흡..곶아손..ㅠ
슬슬 기구가 좀 보이기 시작하셨죠?
홍권도 이어주라는 댓글이 보이던데 음..ㅅ..생각해보고 있습니다.ㅎ
우리 꼭 하편에서 살아서 만나요..오..저는 오늘 볼라벤님이 오십니다..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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