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생긴다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뒤척거리다가 버릇처럼 껴안으면 날 가만히 껴안아주고
새벽 늦게 불 다 꺼져있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도 같이 보고
대화가 없어도 원래 그런듯 말 없어도 자연스럽게 스퀸십도 하고
질린다고 해도 정때문에 절대 떼어질 수 없고
그대가 나이고 내가 그대이며
내 모든 걸 사랑해주고 나도 그대의 모든 걸 받아내주며
어느땐 남매같이 어느땐 부모자녀같이 내 곁에 있어주는
그런 연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테츠야…?" 때는 늦은 새벽이었다. 잠을 자다가 무심코 눈을 떴는데 옆이 허전하길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너가 없었다. 그리고 거실로부터 들려오는 TV소리. 나는 소리에 민감하기에 잘 때에도 어떤 소리가 들리면 바로 잠에 깨버리는데, 지금 내가 깬 이유가 아마 이게 아닐까 싶다. 이왕에 깬 겸 부엌에 가서 물 한 컵 마시고 거실로 다다랐더니 너는 날 발견하고 "깼어요? TV소리 작게 한다고 줄이긴 했는데 그래도 들렸나 보네요. 죄송해요." 미안한듯한 얼굴을 했고 내가 고개를 돌리며 괜찮다고 말하자, 자지 않을 거면 자기 옆에 앉아있으라며 제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치고 TV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나른함이 다 가시지 않은 몸을 이끌고 너의 옆에 앉았는데 TV에서는 누가 보든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할만한, 저기 먼 나라의 역사를 담은 전쟁영화가 한창이었다. 이런 영화가 취향이었나 싶어서 너를 잠시 쳐다보고 너에게 기대듯하는 자세로 계속 앉아있었더니 말 않고 영화만 보던 너는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내게 말을 걸었다. "저희가 헤어지는 상상을 해봤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어떤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쿠로코는 내게 팔을 둘러 내 어깨를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단단하게 잡은 상태에서 말을 계속해 나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즘엔 같이 있어도 별 느낌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헤어져보면 어떨까 해서…상상을 해봤는데……" 내 감정은 아직도 잔잔함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나 역시 너와 헤어지는 상상을 해봤다. "헤어지면, 그건 그거대로 많이 아플 것 같아서, 새삼 느껴지는 게 있어요." 상상을 한번 해보고, 쿠로코의 말을 듣고, 느껴지는 게 하나 있었다. "저는 아직, 당신이 필요해요." 나는 아직 쿠로코가 많이 필요하다. 헤어진 후에 아무리 별 느낌이 없다고 해도 이만큼이나 내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이는 평생 너밖에 없을 것이다. 쿠로코는 가족보다 더 편해서, 내 모든 걸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다.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너는 나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같이 살면서 많은 부분을 닮아갔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너는 내가 되어갔고, 나는 너가 되어갔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동안 우리는 일찍이 서로를 질려했지만, 서로를 많이 필요로 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었다. "정이란게 참 무섭죠." 그래서 우리는 아직 헤어질 수 없다. 그 뿐이다. "이대로 평생 헤어지지 않으면 좋을 텐데."
저번에 익잡에서 이 글을 그대로 썼는데 뭔가 좋아보이기도 하고 글 쓸 게 없어서 그냥 그대로 씀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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