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조금 지난 미래. 싱글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하자 결혼은 꺼려하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개발품, 펫(pet). 복제인간은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지금, 인간의 유전자와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동물의 귀와 꼬리가 달린 그것을 우리는 유흥이나 또 다른 목적을 위해 실제 동물들처럼 사고판다. 펫 열풍이 일었을 때, 다수는 획기적인 것이 나왔다면서 기뻐했지만 이와 다른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다며 심한 시위와 반박, 서명들이 일어나 몇개의 펫샵은 문을 닫고 잘나가는 펫샵들은 자취를 감추고 알게 모르게 그림자처럼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문제는 바로 세달 전이었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내 친구는 내 생일 겸 그녀의 호기심 풀이용으로 내게 선물용 펫을 보내주었던 것이다. 품종은 기간한정 세일을 하던 골든 리트리버. 그 날은 그 애가 보내준다던 선물이 오는데 갑자기 큰 택배상자가 내 눈 앞에 들이밀어지길래 기겁을 했고 그 내용물에 두번 기겁했다. 노란 머리칼 사이로 솟아난 두 귀와 긴장으로 꼿꼿이 세워진 꼬리. 눈가리개와 노끈으로 묶여져있던 손목이 좋게 보이지 않아서 일단 그걸 풀어주었는데 그것은 날 보자마자 누군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내 품으로 파고들더라. 뭔가 싶어서 상자 안에 들어있던 설명서를 봤더니 펫들은 처음 본 사람을 무조건 자기의 주인으로 인식한단다. 이게 무슨 병아리도 아니고, 심기가 매우 불편했지만 그런 내 표정을 보고 혹시라도 오자마자 버려질까봐 본능적으로 날 살피고 걱정부터 하기 시작하는 약한 모습에 그만 그 아이를 거둬들여버렸다. 그 때는 초등학생같이 조그마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보통 인간과는 다르게 쑥쑥 커가는 것에 조금 놀라웠었다. 설명서에 따르면 아무리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동물의 유전자도 섞여있는지라 보통 사람보다는 수명이 짧고 그때문에 인간보다는 조금 더 빨리 성장한다고 한다. "주인님! 밥 먹어요, 배고픔다!" 사람처럼 말을 하고, 앉고, 걷고, 서고, 대화하고. 정신연령은 아직 초등학교 갓 졸업한 어린애같지만 덩치는 나보다 더 커져버려서 무턱대고 안길 때마다 고생을 종종 하곤 한다. 그래도 여전히 귀여운 모습에 기분좋은 웃음만 나오기 일쑤다. 나도 이제 정이 다 들어버렸구나. "……끄응, …익." 얼마 전부터 내가 하는 젓가락질이 신기하다고, 자기도 해보고 싶다며 젓가락을 가지고 고군분투를 하는데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어린이용 젓가락을 사줬더니 마음에 안들어했던 기억이 남는다. 마지못해 내가 직접 계란말이 하나를 주었지만 그것마저도 먹지 않고 기어이 용을 써서 밥을 먹는 모습이 기특하다. 비록 밥풀이랑 다른 반찬들이 어질러져 탁자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 모습이 또 귀엽다. 이렇게 있다보니까, 마치 애를 기르는 부모가 된 기분이다. "주인니임, 키세 졸림다.." 날 볼 때마다 항상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흔들어댄다. 내가 그렇게 좋은가, 하고 생각할 즈음에 그 아이는 내 생각에 답을 해주는듯이 날 들쳐메고 내 방 침대로 뛰어들어가 내 품부터 파고들고 얼굴 여기저기에 뽀뽀부터 해댄다. 아직 설거지도 다 못했고, 티비도 꺼야 하는데 이 덩치 큰놈은 절대 날 놔주지 않고 날 꼭 껴안은 채로 잠들어버린다. ………나름대로 이런 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잘 자, 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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