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안녕 Prolog.
written by. 키마
사람은 사랑을 하며 산다.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다. 나는 여태껏 존재하면서 사랑에 울고, 웃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앉아 멍하니 책을 바라보고 있는 이 녀석은 48921번째 손님이다.
「어이, 뭐가 보여?」
죽은 사람들만의 별이 있다. 육체가 소멸되고, 영혼만이 남아있는 이곳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쉽게 말해서 그들이 아직도 죽은 존재를 기억하고 있을 때에만 머무를 수 있다. 산 자가 망자를 생각하고 있는 한, 죽은 이는 영원히 이곳에서 살 수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주 자연스레 죽은 이를 잊어버리게 되면, 그는 영혼마저 영원히 눈을 감게 되고 만다.
나는 이 별의 관리자이자 죽은 이를 인도하는 사신쯤 되는데, 여태껏 이 별을 맡아오면서 영혼마저 눈을 감게 되는 이들을 숱하게 봐왔다. 그 많은 이들을 봐오면서 기억은 곧 추억이 되고, 추억은 결국 잊혀지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 여튼 이곳에는 도서관이 하나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을 펼치면 자신을 기억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녀석은 매일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보곤 했다.
「…휴우.」
이상한 것은, 녀석은 매일 한숨만 푹푹 내쉰다는 거였다. 울지도, 웃지도 않고 그저 어두운 표정으로 매일 한숨만. 덕분에 대기오염이 염려된다며 상부에서 나를 투입시켰다. 녀석의 고민상담사로. (상부에서 협박이 들어왔다. 월급을 깎는다 하기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매일 감시중이다.)
「부탁이 있는데.」
책만파는 이 녀석은, 은근히 건방지다. 매일매일 도서관 출석률 백퍼센트를 자랑하기에 뭐 대단한 놈인줄 알았더니만, 날 보자마자 한번에 말을 놔버렸고, 이 곳에 온 이후로 내내 한숨만 쉬어 상부에서 특별관리령을 내리게 만들었으니, 은근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영악한 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녀석의 옆에 딱 붙어서 감시하고 있는데 대뜸, 놈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아주 건방지게 반말로.
「어, 뭔데. 나한테 다 말해. 그리고 넌 앞으로 한숨만 쉬지않음 돼.」
「……?」
「아니, 그냥 말해보라고.」
어서 빨리 녀석의 부탁을 들어주고, 이 귀찮은 짓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에 뭐든 다 들어줄 것처럼 귀를 바짝 세우며 녀석의 입이 열리기를 재촉했다. 그런 나를 어이없단 눈으로 바라보던 녀석은 곧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나, 밑에 좀 내려가게 해줘.」
「그래그래. 안되는 게 어딨어, 다 되지…뭐?!!」
「밑에 내려보내 달라고.」
「밑? 이승말하는 거야, 지금?」
크게 당황하며 손가락으로 밑을 가리키는 내 모습을 가만히 보던 녀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와, 하마터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아무 생각 없이 승낙해줬음 어쩔 뻔했어. 십년감수했네. 한 순간도 방심 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으며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얜, 진짜 큰일 날 애야. 무서워. 무섭기까지 하다고. 이마에 삐질 흐른 땀을 닦으며 둘러 댈 말을 찾았다.
「환생시켜주는 건, 내 소관이 아니라….」
「환생 말고, 그냥 한번만 내려보내줘.」
「것도 내 소관이 아니라….」
「…야. 넌 왜 이렇게 무능력한 거야?!」
저것 봐. 저렇게 버럭 성질을 낸다. 아니, 내 소관이 아니라는데 나더러 대체 어쩌란 말이야?!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지켜보면,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녀석이 간절한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아니…, 한숨 쉬면 안 된다니까. 글쎄.
「…꼭, 해야 할 말이 있단말이야.」
가만 보자…, 녀석이 이 별에 온지는 오늘로 860일 쯤 되었을 거다. 860일이면 2년 하고도 130일. 그러니까 2년 4개월(한 달을 30일로 잡으면) 하고도 10일이나 더 된 거다. 아무튼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는데 왜 이제 와서 해야 할 말이 있다고 나한테 이러는 건지…아니, 할 말 있음 살아생전에 다 하고 오면 좀 좋아?
역시, 사람이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생물이다.
「그래도 안돼.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서.」
상부에선 대기오염이 염려된다며 녀석의 부탁은 무엇이든 들어주라고 했지만, 그 범위에 이승에 보내주는 것은 포함되지 않을 거였다. 암, 말도 안 되지. 단호하게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했더니, 금세 풀이 죽어서는 아무 말도 않고 또다시 책만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아, 그놈의 한숨…. 도대체 책에서 보이는 게 누군데 매일 저런대? 고개를 살짝 꺾어 녀석이 보는 책을 한번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보이는 건 꽤 선이 진하게 생긴 사내 녀석 하나.
책 속의 녀석은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묘하게 슬퍼보였다. 그리고, 그 녀석을 바라보는 이 녀석의 눈 또한 슬프기 그지없었다.
에이씨, 얘는 또 왜 갑자기 우울모드야.
「…우리 경수, 잘 생겼지?」
「어? 어어... 그래 좀 생겼네.」
「세상에서 제일 예뻐. 그치?」
「어, 그래.. 예쁜 것 같기도 해.」
아, 이제야 알았다.
얘네 둘이, 사랑하던 사이였구나. 아, 정정. 사랑하는 사이구나.
「사신님.」
「응?」
「보내줘.」
녀석이 울었다.
「죽어도 좋아.」
「넌 이미 죽었어, 인마.」
「영혼마저 죽어도 좋아. 영원히 눈을 감아서 이 녀석 다시는 못보게 돼도 좋으니까….」
「….」
「한번만 내려보내줘.」
「….」
「경수가 날, 기억하지 못한대도 좋아.」
일개 사신한테 그런 권한이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니, 상부에선 하고많은 사신 중에 왜 날 보내선 이 고생을 하게 만든걸까. 그분이 원망스럽다.
결국엔 울어버리고 마는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상하게도 난 사람의 눈물에 약하다. 전생에 눈물에 관련된 일화라도 있었는지 그 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만 보면 가슴이 저릿해져 견딜 수 없을 만큼 나마저 슬퍼지고 만다. 마음 같아선 지금이라도 당장 이승으로 내려 보내주고 싶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그건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안타까웠다.
「미안하다.」
「…사신님.」
「아 진짜 미안해. 나도 너 보내주고싶은데, 이건 진짜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
상부에 들키면 난 끝장이거든. 상부에있는 크리스, 그 분이 나는 제일 두렵다.내가 아무리 사람의 눈물에 약하다지만, 우선 나부터 살고 봐야 하지 않겠니?
미안하다 종인아.
「사신님.」
「으응?」
머릿속에 떠오르는 크리스의 얼굴에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말없이 날 바라보기만 하던 녀석이,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귀를 좀 빌려달라며 나를 끌어당겼다.
「그럼…,이건 어때?」
***
판타지도 아니고 이건 뭐 말도 안되는 뻘글이죠;;;
아, 판타지인가?
암튼... 예상을 해보자면 단편은 좀 넘는 것 같은데, 중편은 안 될 것 같은 분량이에요!
TT
너만시는 안들고 오고 뻘글 들고와서 죄송해여....
제가 사는 지역은 바람은 세차게 불긴 한데, 아직까지는 멀쩡하네요.
자나깨나 태풍조심하시구요
1편에서 만나요 하트♥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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