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그녀는 예뻤다
(본 소설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한참이나 손에서 폰을 놓지 못하고 있던 내가 끝에 누른 번호는 결국 윤기의 번호는 아니었다. 또라이. 그렇게 저장되있는 번호가 뜨더니 곧 액정이 까매지면서 화면이 바뀐다. 내 전화 한 통에 그는 익숙하다는 듯 나를 만나러 나와주었다. 김태형과 만난지는 대략 3개월 정도였다. 첫 만남은 지금 생각해도 유쾌했고 그 유쾌함은 윤기로 인해 내 마음이 복잡해질 때 마다 찾아졌다.
"윤기 어머니가 많이, 정말 많이 아프시대."
"..."
"그 말을 덤덤하게 하는데 예전처럼 안아주질 못했어. 안고나서 사랑한다고 말해버릴까봐."
나는 윤기에게 정말 좋은 친구였다. 잃고싶지않은. 난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민윤기의 가족이 곧 나의 가족이었고, 그의 추억이 곧 나의 추억으로 남겨졌다. 처음 사춘기를 맞이하고 처음 학교를 땡땡이 쳐보고 처음 술이라는 것을 접했을때도 민윤기와 함께였다. 그렇게 우리는 당연스럽게 서로의 기억을 공유했지만 그랬기에 서로의 마음까지는 공유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을 줄테니 너도 내게 네 마음을 공유하라고 그게 공평한거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너무 좋은 친구라서.
"이렇게 하고 있으면 나 네 얼굴 한개도 안보인다? 좋지?"
태형이 내게 모자를 푹 눌러 쓰여주며 장난스러운 투로 말했다. 가볍고 일상스러운 말투였지만 그 속에 태형의 배려가 가득했다. 네가 우는 것을 모른 척 해줄테니 울어도 돼. 뭐 그런 배려. 태형의 배려가 무색하게도 나는 단 한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저 소리없이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태형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저의 집이었다. 작지만 낡지는 않은 옥탑방. 그에 대한 소문은 학교 내에서부터 자자했다. 분명 돈 좀 굴리는 집의 독자임이 맞았다. 나 역시 태형을 알기 전 윤기에게 태형에 대한 소문에 대해 떠들어댄 적이 있었다. 그러한 소문과 이 집은 그닥 조화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형의 신발과 옷, 몸에 걸쳐진 모든 것들에 찍혀진 메이커가 그 소문이 결코 헛소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었다.
"돈도 많은게 좀 좋은데 살지. 겸손한 척 하냐."
"누가 그래? 나 돈 많다고."
"그냥, 들리는 소문."
"아. 겸손한 척은 아니고. 돈 많고 잘생긴 귀한 도련님의 재수없는 반항 뭐 그런거? 이왕이면 좀 거창하게 가자."
스스로를 비아냥대는 그의 말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또라이. 다시 한 번 휴대폰에 저장된 그의 이름을 곱씹었다. 태형이 마당에 놓여진 평상에 아무렇게나 누워 자신의 옆을 툭툭 치자 그제서야 나도 그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서울의 탁한 공기에 묻혀 이제 몇 남지도 않은 별들조차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별들을 따라 움직이던 태형의 긴 손가락이 눈 앞을 왔다갔다 하다가 마침 지나가는 비행기를 쫓아가며 입으로는 슝하는 소리를 냈다. 하여간 유치해. 윤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유치함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떡할거야."
"뭐가?"
"그... 민윤기. 계속 그렇게 있을거야? 혼자 끙끙대면서?"
"... 별 다른 방법이 없잖아."
"뭐가 그렇게 고민인건데. 좋으면 고백해. 어색해질까봐 그래? 내가 보기엔 그런걸로 어색해질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사람 일은 모르는거니까."
"말했잖아 나 미래에서 왔다고. 안차여, 내가 봤어."
"지랄하지마, 진짜."
또 다시 김태형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웃음 지었다. 한창 SNS에 떠돌던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었다.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사람을 한 명 붙잡아 반대편으로 무조건 뛰고서는 저가 미래에서 왔다고 그래서 당신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막아준거다 라고 말하라 뭐 그런 유머 글이었다. 그리고 그걸 직접 실행으로 옮기는 미친 또라이도 있었다. 애시당초 학교에 잘 나오지도 않고 원래 남에게 큰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닌 태형이라 그런지 내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줄도 모르고 그런 장난을 치려다가 이미 그 레파토리를 아는 나 때문에 잔뜩 김이 샌 표정을 지어보였었다. 그 날 이후로 웬일인지 김태형은 학교에 꽤나 잘 나왔고 나와 마주칠 때면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 내 옆에 있던 윤기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 적도 많았다. 그때서야 윤기에게 태형과의 일화를 풀어주며 즐거워했지만 윤기는 딱히 흥미을 갖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기야 윤기가 흥미를 가지는 것 자체가 원체 잘 없긴 하다만. 어색하지 않은 침묵 속에 고요한 진동 소리가 울린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태형을 흘긋 보자 받아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여보세요."
[뭐해. 집엔 잘 들어갔어?]
"잠시 나왔어. 밖이야."
[이 시간에 혼자 위험하게 뭐하는데.]
"태형이랑 같이 있어. 괜찮아."
[김태형?]
물어오는 목소리가 약간 날카로웠다. 윤기가 태형을 별로 탐탁치 않아한다는 것은 잘 알았지만 그래도 윤기에게 굳이 태형과의 만남을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둘 사이에 비밀이란 어울리지 않았다. 아직 병원인건지 수화기를 통해 전해져오는 윤기의 숨소리가 아프게 느껴졌다. 아픈 병원의 공기가 윤기의 숨에도 배여있었다. 얼른 집에 들어가.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을 뱉어내는 윤기에 몸을 일으켜 태형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빠르게 태형의 집을 나왔다. 나 집가는 중이야 네 말대로. 그렇게 말하고 싶어져서. 나는 네가 말하는대로 원하는대로 다 해줄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
늦게 온데다가 짧기까지 해서 미안해요ㅠㅠ
그동안 정지를 당해서 못오ㅓㅅ어요..
사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줄 몰랐는데 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신청하신 기화님 좀비야님 슈탕님 밍융깅님 제인님 커몽님 똥띄님 한소님 호비의물구나무님 콜라님 다람이덕님 0418님 모두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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