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투비 - my girl
(차문남 얼굴 열일 하시구여;ㅅ;)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부제; 김석진, 그리고 학생회장)
질렀다. 마침내 질렀다. 나를 호갱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가 없다. 사실 진짜 호갱이 맞거든. 집에 돌아오자마자 문을 꼭 잠그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창문도 잘 닫혀 있는지 확인하고, 괜히 누가 쳐들어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방에서 씨디를 꺼냈다.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촌스러운 굴림체로 쓰여 있는 외관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걸 사려고 용돈을 얼마나 아끼고 아끼고 아꼈는지.
얼마 전, 완전 난리가 났었다. 'TOTO' 라고,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제일 잘 만드는 회사가 하나 있는데, 그 회사에서 낸 신제품 때문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았고, 곧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인기가 많아졌다. 그래서 이번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확장판을 냈는데, 그걸 내가 산거다. 엄마가 알면 기함을 하고 내 등짝을 때릴거다. 안봐도 비디오인 엄마의 반응에 괜히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그래서 내가 산 게임이 뭐냐면, 바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이름도, 외관도 촌스럽기 그지없다. 글씨체만 말했지만 색도 완전 안이쁜 분홍색이다. 진짜 센스하고는... 방탄이 앞에 붙는 이유를 두고 사람들의 추측은 다양했다. 제일 유력한 게 뭐였더라, 아, 사장 이름이 방토토랬나? 방씨의 손을 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했다.
어쨌든, 이 게임이 입소문을 탄 것은 이유가 있다. 바로 가상의 사람이 아닌 현실의 사람과 연애를 하게 해준다는 것. 그러니까 NPC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진짜 플레이어를 공략하는 거다. 각자 게임에 접속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찍고, 그 사람을 공략하는 건데 꽤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어짜피 차여도 게임이니까 대충 NPC였던 척 둘러대면 그만이고, 공략 성공하면 이제 현실에서 만날 방법을 모색하는 거고. 공략 상대는 본인이 선택해도 되지만, 이상형을 입력하거나 그냥 적당한 상대를 찾고 싶으면 게임 내에서 물색한 뒤 직접 정해주기도 한다. 원래는 장소도, 직업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번 리미티드, 그러니까 한정판은 특별히 학교판이다. 그러니까 학교 내에서만 공략 상대를 정할 수 있다는 것.
처음 게임이 나왔을 때는 뭐, 모솔들을 위한 게임이다. 이런 거 창피해서 어떻게 하냐. 이런 반응이 많았는데 성사율도 높아지고 점점 입소문 타니까 이걸 안 해본 사람이 오히려 바보 취급 당하는 거다. 학교에서도 맨날 이 얘기만 들어서 언젠가 해봐야지 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사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겨우 샀다. 그것도 한정판. 아싸! 내일 친구한테 자랑해야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씨디를 꺼냈다. 아, 근데 또 씨디도 핫핑크 색이야. 방토토라고 했나? 하여튼 취향하고는. 요즘 시대에 씨디로 게임 만드는 사람은 또 어딨어. 혀를 한 번 쯧, 차고는 컴퓨터에 넣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문을 확인하고는 이어폰을 컴퓨터에 연결시켰다. 곧 파일 하나가 뜨더니 저절로 실행된다. 엄마, 엄마 딸 연애하러 갔다올게. 아싸, 모쏠 탈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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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이름을 입력해주세요.
온통 검은 공간이었다. 내가 허공에 떠있는지, 아니면 땅을 딛고 있는지도 모를 곳. 홀로 그 공간에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하얀 글자들이 둥둥 떠오른다. 이름을 입력해달라는 말에 인상을 찌뿌렸다.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려도 그 무엇도 뜨질 않는다. 잠시 고민하다가 친구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입으로 내뱉거나 생각으로 입력하는 것이라는. 김탄소. 입 밖으로 내 이름을 작게 중얼거렸다. 곧바로 '김탄소' 님 반갑습니다. 하는 기계음의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으, 높낮이가 없는 기계음에 괜히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공략 상대를 선택하시겠습니까? 하는 기계음이 다시금 들렸다. 아니요. 하고 답하자 기계음은 잠시 답이 없다. 랜덤으로 선택하시겠습니까? 하는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네! 하고 답했다. 잠시 후, 게임이 리부팅됩니다. 딱딱한 기계음이 들리고 곧 띡, 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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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밝아졌다. 시야는 밝아졌지만 여전히 조용한 공간이었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데 갑자기 죄송합니다. 하는 기계음 소리가 난다. 게임에 일시적인 오류가 났습니다. 왠지 즐거운 듯한 목소리의 기계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화면은 멈춰있고, 갑자기 하얀 글자들이 둥실 떠오르기 시작한다.
[SYSTEM] ★미션★ 공략 상황 안내
당신에게 철벽을 치는 학생 회장을 공략하라!
이름; 김석진
나이; 19
특기사항; 학생 회장
난이도; ★★★★★
글자들이 만들어낸 문장을 보는데 황당하다. 무슨 개쩌는 철벽남한테 고백하라는 거야. 진짜 죽고 싶나. 내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던지 말던지 기계음은 얄밉게 다시 말을 시작한다. 다시 게임이 시작됩니다. 행운의 여신이 당신에게 깃들길. 그리고는 언제 화면이 멈추었냐는듯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쉬는 시간인지 삼삼오오 모여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로 가득하다. 얼빠진 표정으로 뒷문에 서있는 나를 본 한 여자아이가 내 어깨를 툭. 친다. 뭐해, 정신놓고. 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꽤 힘이 세다. 그대로 떠밀려 열린 뒷문 밖으로 떠밀렸다. 어, 넘어질 것 같은데. 주위의 무엇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눈을 꼭 감았다.
...? 하나도 안아프다. 눈을 조심스럽게 뜨자 내 등을 받치고 있는 한 남학생이 보인다. 무심한 표정으로 날 한 번 내려다본 남학생은 그대로 나를 바른 자세로 세운다. 감사합니다... 나와 다른 명찰색에 고개를 숙이자 남학생은 조심해요. 하고는 유유히 걸어간다. 고개를 숙이며 본 가슴팍의 명찰은 김석진. 이라고 달고 있었다. 와, 진짜 잘 생겼다. 사라지는 김석진의 뒷모습을 멍하게 보다가 내 등짝을 때리는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뭐해, 미친 것 처럼. 멍하게 고개를 돌려 여자아이를 보다가 실실 웃었다. 쟤 내 공략상대야. 저 분... 저 오빠...! 서영희. 단정하게 박힌 명찰을 단 여자아이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존나 영희야. 내 남자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음 날부터 까대기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이도 별 다섯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김석진은 도무지 넘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름 이쁘게 보이겠다고 화장을 하고 가면 화장했다고 벌점을 주고, 맛있는 걸 싸들고 가면 자기는 입이 짧아서 못 먹겠다고 돌려주고 (이건 존나 구라다. 왜냐면 안가리고 잘먹는 걸 내가 다 봤거든) 하여튼 진짜 철벽이 얼마나 단단한지 도무지 틈조차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포기하겠는가. 나를 그렇게 봤다면 전부 틀렸다. 이래뵈도 존나 의지의 한국인이라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나한테 걸린 김석진은 안타깝지만, 하여튼 나는 포기할 생각이 1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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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
"오빠!!!"
평소의 단정한 교복차림과는 달리 체육복을 입고 복도를 지나가던 김석진이 내 목소리에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아, 오빠!!!! 진짜 야박하게 구네! 그에 발맞춰 나도 달리기 시작했다. 때아닌 복도에서의 술래잡기는 김석진이 막다른 복도에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끝났다. 나 바빠. 무심히 말하는 김석진에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나도 알아요. 하고 툴툴거리듯 답하자 김석진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맨날 바쁘다고 하면서... 그리고 수험생 시간 뺏을 생각 없거든요. 내가 연이어 툴툴거리자 김석진은 작게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선심 쓴다는듯 내뱉는 김석진의 말에 치. 하고 소심하게 소리를 내고는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밀었다. 아기자기한 무늬가 그려져있는 쇼핑백을 본 김석진이 인상을 찡그린다.
수능 진짜 얼마 안남았잖아요. 그리고 빼빼로랑... 아, 먹고 힘내라구요. 억지로 김석진 손에 쥐어주고는 까치발을 들어 김석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고, 부드러워라. 야. 하는 김석진의 목소리에 혀를 내밀고는 달려갔다. 오늘도 좋아해요!!!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주책을 떨자 김석진이 쇼핑백을 던져버리려는 듯한 시늉을 한다. 아, 미안! 미안!! 내가 쩌렁쩌렁하게 외치자 그제야 씩 웃고는 유유히 걸어간다.
맛있게 먹었어요? 응? 맛있게? 정말 수능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 우연히 복도에서 김석진을 만났다. 영희마저 버리고 내가 옆에 붙어 쫑알거리자 김석진은 한숨을 쉬고는 내 등을 떠민다. 아, 왜에. 밀려난 내가 툴툴거리자 나 공부 좀 하자. 하고는 제 머리를 짚는다. 아... 미안해요... 그제야 풀이 죽어 내가 말하자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김석진은 맛있게 먹었어. 하고는 다시금 내 등을 떠민다. 그에 다시 기분이 좋아져 뭐가 제일 좋았는데요? 또 사줄까요? 하고 화색을 띄자 김석진은 못말리겠다는 듯 웃고는 네가 돈이 어디있다고. 하면서 가라는 듯 손짓을 한다. 알겠어요... 수능 잘 치구요. 내가 마지막으로 말하고 돌아서려다가 다시 뒤돌자 김석진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손 한 번 만진다고 패지는 않겠지. 눈을 꼭 감고는 새끼 손가락 하나만 붙잡고 오늘도 좋아해요! 하고는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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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났다. 한결 쌀쌀해진 날씨에 패딩을 여미며 급식소로 향했다. 수능 끝나니까 김석진 얼굴도 못보고... 이게 뭐야. 오늘 돈까스가 나온다는 영희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속으로 투덜거리는데 갑자기 저 멀리 누가 지나가는게 보인다. 저건 멀리서 봐도 김석진. 나이스를 외치며 영희를 버리고는 냅다 달렸다. 수능 잘쳤냐고, 초콜릿은 효과 있었냐고, 이제 뭘 할 거냐고 물어볼게 너무 많았는데. 뜀박질 끝에 점점 김석진이 크게 보인다. 오빠!! 내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하교하던 고3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김석진과 함께 있던 친구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김석진만 놓아두고 저멀리 달아난다.
너도 참... 급식소에 서있는 기다란 줄을 본 김석진이 혀를 차고는 내 손목을 잡는다. 영문도 모른채 잡힌 손목이 좋아 헤헤거리고 웃자 김석진은 웃지 말라며 타박을 주고는 나를 끌어 교문으로 향한다. 오늘만 봐주는거야. 꽤 엄하게 말하는 김석진에도 기분이 좋아져 응, 아니 넹!! 하고 크게 외치자 김석진도 결국 못말린다는듯 웃어버린다. 나 때문에 돈까스 못 먹은 거니까. 하고 중얼거린 김석진은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들키면 어떡하지. 그제야 외출증도 없이 나왔다는 사실에 내가 발을 동동거리며 묻자 김석진은 이제 그걸 걱정하냐며 웃음을 터뜨린다. 권력 남용은 이럴 때 하라고 있는거야. 느긋하게 말한 김석진이 뭐 먹을래? 하며 물어온다. 아, 그런가? 김석진의 말에 금방 설득되어 치킨 치즈 돈까스! 하고 외치자 김석진은 익숙하게 주문을 한다.
곧이어 주문한 것들이 나오고, 김석진은 많이 먹으라며 꽤나 다정하게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김석진이 사주는 밥이라는 생각에 괜히 목이 맥혀 한 입 먹고, 물 한 컵 먹고를 반복하는데 갑자기 수능 결과가 궁금해진다. 수능은 잘 쳤어요? 조심스러운 내 물음에 김석진이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고는 고개를 젓는다. 그냥... 재수할까봐. 그런 김석진의 말에 괜히 나까지 울컥해져 포크를 내려놓고는 어떡해... 하는데 김석진이 대뜸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잘쳤어. 아, 진짜 반응 바로 나오네. 화를 낼까 하다가 웃는 김석진의 얼굴이 너무 이뻐서 착한 내가 봐주기로 했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김석진 덕후니까. 그것도 답도 없는.
초콜릿이랑 사줘서 고맙다고 사준거야. 게산을 마친 김석진은 답지 않게 툴툴대고는 얼른 들어가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한다. 대학 결과는 언제 나오는데요? 내가 조급하게 묻자 수시는 조금 있다가. 하고 답한다. 그 때 되면은 또 가르쳐줘요. 내가 약속하라는듯 강요하자 픽. 웃고는 너 공부나 열심히 해. 하고는 내 등을 떠민다. 아, 시간 조금 더 남았는데. 아... 진짜 철벽 쩌네. 아, 한마디만! 오늘도 좋아해요! 아, 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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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석진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석진이 아니라, 학교에 걸린 플랜카드를 보고. 기분이 요상해져 그 언젠가 김석진을 따라다니다 알게 된 김석진의 집 앞으로 야자를 마치자마자 달려갔다. 나 집 앞이에요. 존나 드라마에서 보면 민폐 여주년. 으로 댓글이 달릴만한 카톡을 김석진한테 보내놓고는 쭈그려 앉았다. 패딩을 입었는데도 왜 이렇게 추워. 몽실몽실 입김이 나오는 것을 구경하다가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왔어? 편안한 차림의 김석진은 나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고 묻는다. 대학 붙었다면서요. 말해주기로 했으면서... 괜히 야속한 마음에 중간중간 이씨... 거리며 말하자 김석진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알았어? 김석진의 물음에 현수막요. 하고 작게 답하자 김석진이 아. 하고는 만다. 내가 오빠 여친도 뭣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김석진한테 말하다보니 점점 서러운 기분이 든다. 내가 왜 김석진한테 반해가지고, 왜 따라다녀가지고.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다가 결국 톡. 톡. 한 방울씩 떨어져내린다.
아니, 말 안 해준 건... 아, 왜 울어. 잔뜩 당황한 표정의 김석진의 표정을 보자 괜시리 더 서럽다. 내가, 그거 보고, 얼마나, 안심하고, 어, 그랬는데... 혼자 눈을 훔치다가 다시 겨우 입을 열었다. 다행이다 싶어가지고, 대학 가지고 안 걱정하겠다 싶어서. 내가... 내 반응에 김석진은 요상한 표정을 짓는다.
"너, 아직 나 좋아?"
뜬금없는 김석진의 물음에 어이가 없어 눈물까지 그칠 지경이었다. 당연한 걸 묻느냐는듯 새초롬히 고개를 끄덕이자 김석진은 난데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멍한 표정으로 김석진만 바라보자 김석진은 하. 하고 웃음을 내뱉고는 다시 내 눈을 마주한다. 울지말고. 내 눈가를 살며시 닦은 김석진은 잔잔히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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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졌다. 못말리겠다는 듯 웃은 김석진은 다정히 내 눈을 들여다보고는 다시 묻는다. 그게 그렇게 서러웠어? 그러면 또 다시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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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울 것도 많아. 다정하게 말한 김석진은 내 어깨를 톡톡 친다.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김석진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마른 세수를 한다. 나 대학가면 너보다 더 이쁜 언니들 많고, 또 너 대학가면 나보다 멋진 사람들 많은데. 김석진의 말에 멍하게 김석진만 올려다보다가 또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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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꼬맹이가... 겁도 없이. 김석진은 혼자 중얼거리고는 다시 내게 말한다. 그러니까, 나도 너 좋아. 이번에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못해 가만히 얼어있자 김석진은 싱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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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진짜 열심히 해서, 나랑 같은 대학 와. 그래도 CC라는 건 한 번 해봐야지.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김석진은 아이, 착하다. 하며 또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니까 이게, 존나 무슨 상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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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도 너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우리 사귈래? 마지막으로 날린 김석진의 말에 멈췄던 눈물이 다시 날 것만 같다. 그러니까, 너무 좋아서. 삽질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 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김석진이 좋은 날에 왜 울어. 하고는 내 눈가를 조심히 닦아준다. 오빠랑 연애하자. 재차 말하는 김석진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활짝 웃었다. 귓가에는 빵빠레 소리가 잔뜩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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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김석진'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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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파 탄소에게 결국 넘어간 석찌... 나름 난이도 높게 잡았는데 별로 높지도 않죠? 나름 다정하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연시를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별 다른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냥 한가로운 오후, 방연시 영상을 보다가 아 이거 실제로도 있으면 진짜 쩔겠다 싶었어요. 아 물론 그 화장법이랑 머리랑 전부 바꿔서요...^^... 화염 윤기라니. 처음에는 그렇게 틀을 잡고, 기억을 삽니다가 울적했으니까 방연시는 그냥 생각없이 쓸 수 있는 발랄한 걸 쓰자! 해서 브금 생각하다가 요새 제일 꽂힌 노래로 일곱곡 선정하고, 애들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곡으로 하나씩 줬는데 문득 또 연애 시뮬레이션하니까 학교가 짱일 것 같은거에요. 그래서 독서부 남준이부터 차례차례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태태는 잘생긴 전학생. 호석이는 운동부. 짐니는 댄스부! 센빠이는 당연히 학생회장이고... 민윤기는 선도부... 어흑... (심장 부여잡음) 그리고 정국이는... 음... 방송부! 이런 식으로욬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탄생한 게 방연시였습니당. 처음에 투표할 때는 그저 그런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저는 참 좋았어요. 알려주지 않고 글을 쓰는... 그 쾌감이란.
어쨌든 이제 진짜 방연시 시리즈가 끝났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방연시 시리즈가 이렇게 끝났어요ㅠㅠㅠ 기억을 삽니다만큼 제게 의미있는 글이 될 것 같아요. 물론 쓸 때마다 기대치가 자꾸 올라가는 것 같아서 무섭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초록글 1페이지에도 가보고, 독자님들도 엄청 늘어나고, 독방에서도 엄청 추천받고. 진짜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번외가 있다면 그걸로 찾아올게요. 우리는 이제 어린아빠와 동화 시리즈로 만납시다! 저랑 함께 방연시 달리느라 고생많았어여;ㅅ;
참. 그나저나 오늘 쪽지를 받았는데 신알신 해놓으신 분들이 무려 400명... 기껏해서 많아봐야 200이겠지 싶었는데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시는구나! 싶어가지구요. 더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오래오래 만나요!♡
이제 진짜로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