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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록 전체글ll조회 858l 1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다. 나는 사실 너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두준아, 왜 그래."

"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불안해하던 네 눈빛도, 점점 어색해지는 제스처라든지. 그래, 나는 너를 좋아하면서도 전혀 너를 배려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전혀 너에게 신경 써주려 하지도 않았다는 거지. 나는 지독스럽게도 너한테 무심했다는 거지.




"그만 만났으면 좋겠어."

"…응?"




눈이 내리던 예쁜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리둥절했다. 물론 지금 와서 돌아보면 네 모든 행동을 난 다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난 네가 세상에서 제일 나쁘고 네가 제일 못된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정작 내가 그런지도 모르고 말이지. 좀 우습다.


나는 너를 늘 그리워했지만 어디서든 만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더는 싫었다. 나의 아둔함으로 인해 난 너에게 어찌 됐든 상처를 준 사람이고, 그리고 지독히도 착한 너는 끝까지 눈치 없이 행동했던 날 감싸준 그런 사람이니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난 널 볼 면목이 없었다는 거다.


그런데 너와 나는 만났다. 차가운 겨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에게 남겼던 연락에 너는 생각보다 흔쾌히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너를 기다리면서 괜히 코끝이 아려와 손으로 꾹 눌렀다가 뗌과 동시에 난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 너였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너였지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별로 변한 게 없구나.




"오랜만이네."

"응."




잘 지냈어? 가장 묻고 싶었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 지지가 않았다. 맞아, 나는 무서웠다. 네가 잘 지냈다거나 그런 말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나도 잘 지냈다고 대답해야 할 것만 같은데. 난 널 떠남과 동시에 단 하루도 기쁜 날이 없었으니까. 잠깐도, 조금도.




"어떻게 지냈어? 가족들은. 잘 지내?"

"어…, 그냥."




너는 짙은색의 코트를 입고 있었다. 다부진 몸매의 너에게 딱 잘 어울렸다. 키도 적당히 컸고, 어깨도 적당히 넓고. 눈으로 찬찬히 네 모습을 훑다가 어색해진 정적에 억지로 입을 뗐다.




"너는?"

"나도 뭐…, 그냥."

"여전하다, 너도 참."

"응, 너도."

"그래도, 어떻게 시간을 내줄 수 있었어? 난 바쁜 줄로만 알았는데."

"결혼하거든. 너한테는 꼭 알려주고 싶었어."




너랑 헤어지고 나서 나한테 고백한 후배가 있었거든. 처음에는 네 생각만 나서 참 힘들다 싶었는데 그 친구가 너무 잘해주었어. 내가 여전히 널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었고, 또 나에게 잘 대해주었으니까. 어쩌면 그 모습에 내 마음이 그 친구한테로 방향이 바뀌었는지도 몰라.


네가 느릿느릿 말을 늘이며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듣고 있기 불편했지만 너무 행복해 보이는 표정에 입이 꾹 다물려 손끝을 뜯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나와 만나자고 했던 걸까? 이런 저런 생각에 눈을 내리 깔았다가 다시 올려보면 날 쳐다보고 있는 네 눈빛에 좀 머쓱해져 계속 하라는 의미로 말을 뱉었다.




"응."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친구로라도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 아이한테 불안함을 주고 싶진 않아. 사랑하거든."




사랑하거든. 그 말이 귀를 한참이나 맴돌았다. 한없이 다정하던 네가 이렇게도 잔인해질 수도 있구나. 나를 향해 웃어주던 그 눈은 이제 언뜻 사나워 보이기도 한다. 아무런 표정이 없어도 올라가 있던 그 예쁜 입꼬리마저도 내 앞에선 금방이라도 땅을 뚫고 들어갈 듯 보여. 그래, 그래서 조금 우울해진다.


나는 애써 웃었다. 그렇구나. 멋진 남자가 되었네, 두준아.


나랑 헤어지고 나서 다시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도 안 했지만 그래도 막상 나랑 헤어지자마자 다른 여자와 연애를 했다니.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네가 원망스럽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모든 건 내 탓이다. 사귀는 동안에 조금이라도 더 표현하지 못한 내 잘못이고, 너는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줄 거란 착각, 어차피 너는 내 남자라는 안일함의 결과였다. 눈물이 차오를 것 같지만 나는 절대 네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더는 듣기 버거웠다.




"내가 널 죽을 만큼 사랑했는데."

"두준아."

"헤어지면 정말 죽을 줄만 알았어."

"……."

"그런데 죽지 않았다. 사랑했지."

"……."

"우리 사이는 딱 그만큼 모자랐던 거야."




나는 네가 연락해주길 기다리고 있었어. 자존심 강한 네가 이번에 내가 헤어지자고 말하면, 그래도, 그래도 먼저 연락이라도 할 줄 알았다.


두준은 씁쓸한 듯 웃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한 번 쓱 쓸더니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직도 너만 보면 가슴이 아려. 곧 울 것 같은 너를 달래주고만 싶다는 거지. 그래, 내가 양심이 있다면 너한테 이런 감정을 품고 있는 것 자체가 그 아이에게 저지를 죄가 되고, 그 아이에게 줄 상처가 될 거야. 그걸 깨닫는 데에만 나는 3년이 걸렸어. 그리고 그 3년간 널 기다렸는데."

"두준아."

"그 3년 동안 그 아이와 나는 내 사이엔 아이가 생겼고, 나는 드디어 알게 된 거야. 너와 아니라는 것."




사랑이라는 데에는 유효기간이라는 게 있다. 예컨대, 사랑이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직선이 어느 교차점에서 만난 것이란 거다. 그리고 그 교차점의 크기에 따라 사랑의 기간이 결정된다. 너와 나의 점의 크기는 얼만큼이었을까 두준아. 저 먼지만 했을까, 아니면 어쩜 이 우주만 할까. 그 교차점을 벗어나는 순간 다시는 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어쩌다 다시 만난다 한들 결국은 같은 이유로 또 갈등이 생기고 사랑은 식어간다. 결혼생활이 오래 유지되는 이유는 사랑이 아니라 그간의 정 혹은 의리, 그리고 둘 사이에서 생긴 아이에 대한 책임감정도랄까. 그 직선이 곡선이 되지 않는 이상 다시는 만날 일이 없다. 그리고 곡선이 된다 한들, 그건 상당히 일반적일 경우가 다수다.




"너에겐 미안하다."

"아니."

"미안해."

"아니, 두준아."

"……."

"키스해도 돼?"

"아니."

"사랑해."

"응."

"사랑한다고."

"응."




먼지만도 못한 사랑 고백. 그는 덤덤히 받아들였다.




"우린 아니야."




거절도 아닌 부정, 마음이 무너져 내려간다. 쌍꺼풀 없이도 그 큰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이내 그 거친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낸다. 그 행동에 괜히 더 서러워져 눈물을 더 흘렸다. 그리고, 항상 나던 담배 냄새는 더 이상 없었다.




"담배, 끊었어?"

"아이가 생겼으니까."

"넌 멋진 남편이 될 거야."

"응."

"그리고 멋진 아버지가 될 거고."

"응."




너의 마음은 닫혀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난 이제야 알고, 잘 지내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에겐 짐이 되고 아픔이 될 거란 것도 이미 알고 있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는 난 자유란 걸 느꼈고 딱 일 주일 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난 널 그리워했었다. 먼저 연락할 용기 따위는 내 지난 시절의 무심함 덕에 자취를 감추고. 네 앞에서 눈물을 오래 보였다. 자존심을 삼킨 나. 이제야.


울지 마. 다정한 네 목소리가 더욱 내 마음을 울린다. 끝까지 너는 어쩜. 울고, 울고, 울고, 또 울었다. 너는 네 앞에 머그잔을 만지작거릴 뿐 눈으로 내 행동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나는 이기적이다. 네 앞에서 한없이 망가질 생각만 한다. 이렇게라도 내가 네 마음속에서 살아가게. 어떤 형태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참을 울었다. 퉁퉁 부은 두 눈이 내 마음 같았다. 뭉툭한 걸로 쿡 찌르면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이 푹 찔리며 너무 아플 것 같았다. 소매 끝으로 자꾸 눈물을 훔쳐내었다. 약한 눈가의 피부가 까져 따끔거렸다. 아마도 한참은 이러겠지.


내가 더는 너에게 첫 번째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나는 상당히 유감스럽다, 두준아. 우린 어쩌면 정말 행복한 부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내 무심함에서 오로지 나에 대한 사랑으로 그  울기간을 버티던 그동안 너는 얼마나 혼자서 아파하고,고, 그리워했을까. 지난 나의 모든 잘못에 대해 사과할게. 언제까지나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 내가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하고, 더는 내가 행복하지 못해도 좋으니.


여전한 내 삶에 가장 빛나고 또 아름다웠던 사람아. 나는 항상 너를 그리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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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진짜....저 공부하다가 봤는데...진짜 울거같아요...아니 정확하게는 울었어요...작가님 몰입력 장난아니세요ㅜㅜㅜㅡ진짜로 사랑합니다♡ 다음에 글써주시면바로 올께요!
8년 전
김순록
히익 별 기대 안 하고 올렸는데 감사함당 ㅎㄴㅎ♡
8년 전
독자2
헐 두주나......헐 작가님 너무 글잘쓰셔요ㅠㅠㅠㅜㅜㅜㅜㅠㅠㅠ너무 잘읽고갑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
8년 전
김순록
과찬이세요 ㅎㄴㅎ 그 그냥 한 번 올려본 건데...
8년 전
독자3
재밌어용,, 잘읽고갑니당
8년 전
김순록
감사함당 ㅎㄴ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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