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 운명 00 |
성(星)력 820,482,195년.
지구의 중심부.
사실 이 곳에는 운명의 여신이 살고 있었다. 운명의 여신은 인간들의 운명을 정해주는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나이 보다는 성격이 더 중요한 직책이었다. 제 8대 운명의 여신으로 임명된 ‘히네모아 루비드 파에온’은 지금까지의 운명의 여신들 평균 연령의 반 밖에 되지 않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격이 칼 같이 날카롭고 차가우며 냉철하다고 생각되어져 이 직책을 맡게 되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운명부를 작성하고 있던 그녀는 역시 어린 나이를 속일 수는 없는지 재미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맡은 직책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신들의 제왕이 항상 감시를 하고 있어 자리를 뜨는 일은 불가능 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그녀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씨익 웃으며 마침 작성하고 있던 두 사람의 운명부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변 백현, 남, 1992년 5월 6일 생, …… , 박 찬열을 보고 사랑에 빠짐, ……’ ‘박 찬열, 남, 1992년 11월 27일 생, …… , 변 백현을 보고 사랑에 빠짐, ……’
그런데 신들의 제왕이 감시하고 있던 것은 그녀의 자리이탈 여부뿐만이 아니었는지, 그녀가 이 두 사람의 운명부에 저 같이 쓰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나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뭘 한 거지, 파에온?" "보시다시피 운명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내가 물은 게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걸 자네도 알 텐데?" "……심심해서 그만."
당시, 동성간의 연애는 인간이 아닌 신들 사이에서도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심심하다는 말 한 마디로 자신의 행동을 일축해버린 그녀는 제왕의 눈치를 보다가 작게 한숨쉬듯 말을 이어갔다.
"한 번 쓴 것은 수정이 불가능 하다는 것 아시잖습니까. 소각도 불가능 하고요." "뒤에 덧붙이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네만?"
속으로 '젠장'을 외치던 그녀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백현과 찬열의 운명부 마지막 줄을 같은 말로 채운 뒤, 자신의 서명을 하고 고개를 들어 백 만년에 한 번 보여줄까 말까 한 웃음을 제왕을 향해 날렸다.
"이제 됐습니까? 그럼 전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으니 운명의 여신 직을 사임하겠습니다. 새로운 여신이 임명되기 전 까지는 공석일 테니 제왕님께서 자리를 잘 맡아 주셨으면 하네요. 그럼 이만." "이보게나, 파에온……!"
제왕은 자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여신이 사라져 버리자, 그녀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히네모아, 이 녀석! 이 애비가 널 그렇게 가르쳤더냐!"
제왕의 고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와 차곡차곡 정리 된 운명부들을 휘날려 놓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운명의 여신이 마지막으로 작성 하고 간 두 사람의 운명부가 제왕의 손아귀로 날아들었다. 제왕은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운명부를 말없이 내려다보더니 여신이 마지막으로 쓰고 간, 한 줄의 문장을 읽고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래도 이 녀석, 일 처리는 확실하게 한다니까……."
백현과 찬열, 두 사람의 운명부 마지막 줄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만 20세가 되는 날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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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
10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스토리를 지금에 와서야 풀어봅니다ㅠㅠ 다른 분들의 픽은 읽지 않아 이미 이런 내용의 소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금씩 천천히 풀어나가도록 할게요 커플링은 10년만에 한국가수 팬질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준 EXO의 최애컾 찬백으로 가려고 합니다!! 혹시나 멤버들의 실제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노여워 마시고 픽은 픽으로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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