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안녕 3
written by. 키마
대판 싸웠던 날이 있었다. 유독 나를 잘 따르는 여자 후배에게 질투를 하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 아이와 상종을 말라며 억지를 쓰던 녀석에게 버럭 화를 냈던 일. 그때가 우리, 처음으로 싸운 날이었는데 서로가 미안해서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엉엉 울며 화해를 했더랬다. 내가 미안하네, 내가 더 미안하네, 서로 미안하다 하면서.
그때는 울다 지쳐 잠이든 네 머리를 쓸어 줄 수 있었고, 퉁퉁 부은 두 눈에 입을 맞춰 줄 수도 있었다.
“…잠이 안와.”
「나도.」
그래서 나는 그때가 행복했다.
네 옆에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지 2년이나 지났다. 아주 잠시나마 다시 너의 곁에 머물 수 있게 된 지금에 감사하며 잠시동안은 아프고 슬픈 일들은 저 세상으로 묻어두려 한다. 내가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때 아플 수 있게.
「경수야.」
“응.”
「심심해.」
“나도.”
창문을 열어놓지도 않았는데, 괜히 으슥한 기분이 들어 이불을 덮어보려 했지만 이내 손에 닿지 않는 다는 것을 자각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내가 하는 것을 멀뚱히 지켜보기만 하던 경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삐죽였다.
“누가 병신 아니랄까봐 병신 짓만 하고 있어.”
「어어? 누가 병신인데?」
“너 말이야, 너. 김종인 너.”
「아, 그랬어?」
볼을 긁적이며 바보처럼 빙긋 웃었더니 이젠 웃는 것도 병신같이 웃는다며 웃지도 말란다.
“아, 잠시만 있어봐.”
낯설고 설레어서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재미없이 보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경수가 책상 앞에 섰다. 내가 떠난 뒤로 자주 책을 읽곤 했던 녀석을 저 위에서 지켜봐왔기에 그새 불어나 빽빽해진 책장이 낯설지 않았다.
경수는 빽빽한 책장을 몇번이나 살펴보다가 곧 책 하나를 꺼내어 들고 침대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선 멍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는 내 앞에 책을 들이밀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더니, 전에 봤던 영화의 제목이었다. 저번에 찬열이 녀석과 함께 봤었는데, 그때 걔가 그걸 보고선 크게 감동을 받아 몇번이고 다시 보곤 했던 그 영화. 책이 원작이란 얘긴 들었었는데 살아있을 때도 그닥 책을 즐겨읽는 쪽은 아니었기에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그 영화였다.
「어, 나 이거 알아.」
“알아?”
「응, 전에 영화로 봤었어.」
“책은 안 봤지?”
「어? 어... 그랬지.」
근데, 뭘 어쩌…라고?
책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더러 지금 이걸 읽으라고 주는 거야?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난 너처럼 병신이 아니라서 병신 짓은 안해.”
「…또 병신이래.」
“아, 시끄럽고. 잘 듣기나 해. 나 이거 너한테 꼭 읽어주고 싶으니까.”
설마, 하는 눈으로 녀석을 쳐다봤더니 내 의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내게 들이밀었던 책을 다시 제 눈앞으로 가져가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아마, 정말로 읽어줄 마음인가보다.
「진짜?」
"응, 진짜."
그래, 그러고보니 이 영화, 본지가 오래되어서 내용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잘 됐다 싶기도 하다.
一
「으아아악!!!!」
후우. 이로써 서른 여섯번째 탈출에 실패했다. 김종인 걔는 무슨 땅굴을 예술적으로 파놨다.(서른 여섯번째 시도 끝에 이 곳이 땅굴이라는 것을 깨닳았다.) 구불구불한 길도, 튀어나온 큼지막한 돌덩이도 하나 없이 어찌나 미끈하게 잘 파놨는지 벽에 붙어 딱 다섯걸음만 가면 다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온다. 덕분에 옷은 흙투성이에 몰골도 말이 아니다. 갇힌지 하루도 안됐는데 벌써 이 모양이다.
그래도 난 엄연한 사신인데….
그 녀석이 날 엄한데다 가두지만 않았어도, 지금 쯤 산과 들을 노닐며 신나게 곤충채집을 하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슬퍼졌다. 이래 뵈도 사신계의 걸어 다니는 조각상으로 불리는 이 몸인데.
나는 요런식으로 비참하게 땅굴에 갇혀 아둥바둥하는 사이, 그 녀석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고 예쁘장하게 생긴 경수라는 녀석과 이것저것, 하고 있을테지…?
아, 슬프다.
어서 빨리 탈출이나 해야지, 원.
一
「너, 열나.」
“…응.”
어제, 경수는 밤새도록 지금 만나러 간다는 그 책을 줄기차게 읽어줬었다. (정말이다.) 결말 부분만 쏙 빼버리고는. 궁금하다고 제발 읽어달라는 내게 '헛소리 집어 치우고 엎어져 자.'하고 말하며 책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목이 아픈지 목을 잡고 큼큼, 계속 헛기침을 하기에 목 많이 아프냐고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또다시 헛소리 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가차 없이 불을 꺼버리던 그 녀석이, 오늘 아침. 얼굴이 발갛게 익은 채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
손에 닿지는 않지만, 녀석의 이마에 내 손을 스치듯 얹어 보았더니 역시나,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녀석이 무지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경수야.」
“응?”
「아프지마.」
“…….”
너는 아마도, 나 때문에 아픈 것일 테다. 기다려달라는 내 말만 철썩 같이 믿고 기다렸는데, 갑작스레 유령이 되어 나타난 내게 너무 놀라버려서, 어제 앓지 못한 아픔을 지금 앓고 있는 게 맞을거다.
너는, 나로 인해 아프지만 나는, 아픈 네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네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 밖에는….
「나 때문에…아프지마, 알았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결말을 안다. 죽은지 1년이 지나 다시 나타난 아내의 유령이, 사랑하는 가족과 6주라는 시간동안 행복하게 지내다 결국엔 다시 아카이브 별로 돌아가버리고 마는 마지막 이야기를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다시 떠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일까.
끝내, 너는 내게 책을 끝까지 읽어주지 않았다.
***
그리고 저는 죽었습니다..
♥일초 천국 파리채 똥주 감동그자체,도경수 말레이시아준수 얌냠냠 오디오 뾰쫑뾰쫑 응어
아이엠벱 코코눈 까꿍 링세 긍긍 찌롱 펫또 슈엔 띠드케잌 공작새 천도여 복숭아 바니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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