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 찾기 03 " 진짜 왜 그래요. 나는 당신 모른다고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 " ... " " 당신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랑 뭘 같이 할 수 있어요? " " ... " " 당신이 기억하는건 나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같이 있던 과거에 전정국씨를 혼자 놔둘 수밖에 없는데. " " ... " " 그냥 놔요. 나 기억하지도 말고 추억하지도 마요. 그래야해요. 그래야 그 쪽이 편하... " " 괜찮아. " " ... " " 기억 못 해도, 나를 몰라도 다 괜찮아. " " ... " " 내가 다 기억하니까.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해도 내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 미치겠다. 말도 안 통하고 고집불통이다. 괜찮은 척하는거 다 아는데, 속상한데도 아닌척하고있는거 다 아는데. 놓아주겠다고 밀쳐내도 다시금 나를 꽉 붙잡는다. 그리고는 함께 하자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나를 흔든다. 흔들리면 안된다. 가슴 아프고 속이 상해도 참아야했다. 어쩌면 이미 정해져있을 안타까운 결말을 전정국에게 다시 겪게 하고싶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힘들게 꺼낸 차가운 눈빛을 전정국에게 쏘며 내 손을 잡고있는 그의 손을 밀쳐낸다. 그러자 전정국은 다시 내 손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고 나는 그의 손으로부커 재빨리 나를 숨겼다. 단호한 내 행동에 전정국은 눈꼬리를 축 내리고 입을 삐죽였다. 나는 그런 전정국에게서 몸을 돌렸고 멀어지도록 걸어나갔다. 멀어지고 싶었다. 보이지 않게, 닿지 않게 멀어지고 싶었다. 뒤돌아봐도 볼 수 없게, 그래서 미련같은거 남지 않게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데 전정국은 내게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빠른 걸음으로 전정국은 어느새 내 옆에 와서 나와 발맞춰 걸어나가고 있었다. 결국 도망치지 못해 좌절한 내게 전정국은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 점심 먹었어요? 나랑 밥 먹을래요? " " 아니요. " " 그럼 커피는? 너 저기 앞에 카페 커피 좋아하잖아요. " " 아니요. 안 좋아해요. " " 음... 그럼 뭐하지. 우리 뭐할까요? " " 저기요, 전정국씨. " " 아! 일단 말부터 놓자. 우리 둘다 동갑인거 뻔히 아는데 자꾸 존댓말하는거 웃기잖아. 예전에도 말 놨는데. " 전정국의 말에 바쁘게 옮기던 걸음을 멈췄다. 내 발걸음이 멈추자 그에 맞춰 따라오던 전정국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멈췄다. 나는 몸을 돌려 전정국을 바라봤고 내가 봐주길 기다렸다는 듯 전정국은 나와 시선을 맞춰왔다. 얼굴에 띄운 웃음과 함께 입을 열려던 전정국보다 내 입이 더 빠르게 열렸다. " 아니요. 싫어요. 밥도 같이 안 먹을거고 커피도 같이 안 마실거에요. 전정국씨랑 말도 안 놓을거고요. " " ... " " 아무 것도 같이 안해요. 안 할거에요. " " ... " " 나 지금도 충분히 힘드니까 우리 더 힘들어지기 전에 그만해요. 자꾸 따라와서 사람 흔들어 놓지마요. " 단호하게 내뱉은 내 말에 전정국도 더이상은 할 말이 없는 듯 했다. 그제야 내 말이 먹혔다고 생각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그에게서 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전정국의 말이 붙잡았다. " 흔들려? " " ... " " 막 설레고 떨려? " " ... " " 됐다, 그럼. 그래. 다시 돌아가지 말자. " " ... " " 그냥 다시 시작하자. 처음부터 전부 다시. " 말이 통하기는 무슨. 애초부터 기대한 내가 바보였고 전부 부질없었다. 이번에는 아예 전정국에게 꼭 들으라는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갔고 전정국은 내 뒤에서 나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 예전에는 니가 나 맨날 이렇게 따라왔었잖아. " " ... " " 아, 말 놓기 싫다고 했죠. 미안. 깜빡했어요. " " ... " " 어쨋든 그 때 솔직히 나 너 되게 귀찮았었거든요. 옆에서 계속 말 걸면서 쫓아오는거. " " ... " " 근데 이제는 내가 이러고 있네. 그렇게 따라오는거 귀찮아했으면서. " " ... " " 성가시고 귀찮고 짜증나는거 알아요. 나도 너한테 그랬었으니까 니가 나 안 보고 내 말 안 받아줘도 괜찮아요. 벌받는다 치지 뭐. " 이건 존댓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말도 아니고. 전정국은 이상하게 정중하면서도 편하게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도 전정국은 정말 그에 대한 어떤 불평도 하지 않았다. 전정국의 말들에 귀가 지쳐갈 때쯤 집 앞에 도착했다. 내 발걸음이 멈추자 전정국의 걸음도 멈췄고 끝날줄 모르던 그의 말들도 멈췄다. 잘 가라고 인사를 해야하나. 아니면 그냥 지금까지 못 들은척, 있는지 모르는 척 해왔던 것처럼 그냥 들어가야 하나. 별거 아닌거 같은 질문에 내가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전정국이 나보다 먼저 입을 떼었다. " 잘 가!...요. " " ... " " 우리 내일 만날래요? " " ... " " 아니, 아니다. 취소취소. 이렇게 물어보면 또 싫다고 할거잖아요. " " ... " " 그냥 만나요. 내가 만나러 갈게요. 어떻게 해서든 내일도 만났으면 좋겠어요. " 전정국은 내게 일방적인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저벅저벅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대체 저 뒷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을까. 수십번, 어쩌면 수백번 보았을 그 전정국의 모습들 중에서 왜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자꾸만 치밀어오르는 눈물을 꾹 삼키며 나는 물끄러미 멀어져가는 전정국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늦은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기에 내가 눈을 떴을 때의 시간은 이미 해가 중천인 시간을 넘어있었다. 방문을 열고 거실에 나갔는데도 집 안이 조용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집을 두리번 거리다가 부엌에서 엄마가 남긴 짧은 메모를 발견했다. [ 찬이 태권도 끝나고 같이 어디 좀 다녀올게. 먼저 저녁 먹어. ] 메모를 다시 붙여두고 쇼파에 벌러덩 누웠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혼자 골똘히 생각했다. 배는 고픈데 밥 해먹기가 귀찮다. 시켜 먹을까.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가 어느 순간 그 끝에 이르렀다. 생각이 끝나자 나는 곧바로 씻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내 머릿 속에 떠오른 식당은 내가 고등학생 때 자주 밥을 먹으러 갔던 식당이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혹은 혼자 밥을 시켜먹던 모습이 내 기억에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섣불리 그 식당에 갈 수 없었다. 왜인지 그 식당에만 가면 자꾸 추억을 더듬고 과거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내게 일어난 일들은 과거를 떠올리기보단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야했기에 나는 그 식당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식당에 가고싶었다. 아주머니도 보고싶었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제육볶음도 먹고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은 그 식당에서 과거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싶었다. 그랬기에 나는 망설임없이 식당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랜만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알아보신 아주머니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정말 오랜만이라고 내 손을 붙잡고 말씀하시던 아주머니가 내 뒤로 시선을 옮기시며 물었다. " 오늘은 그 잘생긴 청년이랑 안 온거야? " " 네? 누구요? " " 태권도 하는 그 청년 있잖아. 2년전인가, 그 쯤부터 여기 올 때면 꼭 같이 왔었는데. 내가 늘 둘이 껌딱지처럼 붙어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왜 혼자 왔어? 싸웠어? " " ... " " 그런거면 빨리 화해해. 저기 앉아서 웃기도 하고 투닥거리면서 얘기하는거 얼마나 보기 좋았는데. " 슬프게도 아주머니가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았다. 곧 음식을 가져다 주겠다고 자리에 앉아있으라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나는 아줌마가 가르키셨던 그 자리로 가서 앉았다. 나는 아마 전정국과 이 곳에 자주 온 모양이다. 익숙한 공간에서조차 야속하게도 익숙해야 할 사람은 기억나지 않는다. 식당의 벽에는 이 곳에 다녀간 사람들의 추억이 적혀있다. 전에는 무심히 넘겼던 그것들에 관심이 갔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벽에 가득한 낙서들 중에 익숙한 글씨체로 적혀진 낙서 하나가 내 시선을 빼앗는다. [ 2013년 2월 14일, 전정국과 첫 데이트. ] 그 아래에도 마찬가지로 익숙한 글씨로 적혀있다. [ 2014년 3월 22일, 전정국과 두번째 첫 데이트. ] 가지런하게 적혀있는 두번째 첫 데이트라는 모순적인 말에 마음이 아팠다. 수많은 추억들 사이에 함께 추억을 새기던 우리. 그리고 1년 후 그 추억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나와 다시 추억을 만들어가던 전정국. 이걸 적던 나와 그런 나를 지켜보는 전정국의 마음이 어땠을지 기억나지 않아 쉽사리 판단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멍한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거실 구석에 놓여있는 2개의 상자를 방으로 가져왔다. 처음으로 기억을 잃었을 때 나는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1년간의 흔적을 나는 큰 상자 안에 모조리 담아두었다. 핸드폰도 사진도 편지나 선물도. 전부 다 그 안에 담아 다시는 열지 않고 꽁꽁 가둬버렸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심지어는 나조차 다시 보지 못하게. 그리고 정말 오랫동안 가둬두었던 내 추억을 꺼내보기로 용기를 냈다. 조심스럽게 첫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담겨있는 물건들은 내 텅빈 기억 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잡을 힘도, 기억도 없었기에 지나가는 것들을 쳐다만보다가 상자 안에서 핸드폰을 집었다. 아마 다 초기화 했을텐데. 이것 역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겠구나싶어 다시 내려놓으려다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켰다. 예상했던대로 역시나 연락처에도 문자함에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해 아무런 기대없이 누른 갤러리에 남아있는 한 장의 사진에 나는 그대로 얼어버린다. 사진을 물끄러미 내려만 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누른다. 확대된 사진에는 품에 한아름 꽃다발을 들고 웃고있는 나와 그런 나를 뒤에서 안으며 내게 뽀뽀를 하고있는 전정국의 모습이 있다. 다급한 손으로 두번째 상자에서 꺼낸 핸드폰 속에도 전정국과의 사진이 남아있다. 이번에는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두 손을 뻗으며 브이를 하고 있는 전정국과 그런 전정국에게 까치발을 서며 힘겹게 입을 맞추는 내 모습이 내 눈에 담긴다. 내가 보고 있는 두 사진 속의 장소는 같은 곳이다. 나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두 사진을 쳐다보다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정신없이 집을 뛰쳐나가 걷기 시작한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계속 걸으면, 계속 걷다보면 찾을 수 있을거 같아서, 왠지 그 곳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쉬지않고 계속 걸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그 후에도 끊임없이 쉬지않고 이어지던 내 발걸음은 어느 순간 멈춘다. 눈물이 뚝하고 떨어진다. 한두방울씩 떨어지던 눈물은 어느새 주르륵 흐른다.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정말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음은 자꾸만 기억할 수 있다고, 기억해야 한다고 나를 유혹하는데 내 머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정말 찾고 싶었는데, 꼭 기억하고 싶었는데 결국 또 달라진건 없었다.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밀려오는 허탈함에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무거운 걸음을 떼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한숨이 한번 터져나왔다. 꽤 멀리 뛰쳐나와서 그런지 어느새 날은 제법 어두워져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권도장 앞에 멈춰 섰다. 전정국은 벌써 집에 갔나. 불 하나 켜져있지 않고 깜깜한 태권도장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 앞에서 이젠 익숙해진 남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 여기서 뭐해요. " 집 앞 계단에 그 긴 다리를 접고 쪼그려 앉아있는 전정국에게 다가가 물었다. 전정국은 그제야 자기 앞에 내 존재를 눈치챈건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큰 눈으로 나를 한참동안 뚫어져라 올려다보더니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고개를 숙인다. 다시 푹 숙인 고개를 들 생각을 안하는 전정국 때문에 나는 할 수 없이 전정국처럼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 여기서 뭐하냐니까요. " " ... " " 바람도 차가운데 얼마나 이러고 있었어요? 계속 이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요. " " ... " " 할 말 없으시면 먼저 갈게요. 전정국씨도 빨리 들어가세요. " 내 말에도 묵묵부답인 전정국 때문에 먼저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푹 잠긴 그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는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나는 다시 그 앞에 마주 앉는다. " 다행이다. " " ... " " 또 숨어버린게 아니라서. 진짜 다행이다. " " ... " " 찬이 데려다주러 안 왔길래 걱정했어요. 끝나고 데리러오기는 하려나 기다렸는데 그것마저도 안 오길래 불안해서 그랬어요. 그냥 무작정 기다리는거밖에 할 수 있는게 없어서. " " ... " " 그래도 이렇게 돌아오기만 해요.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까, 기다리는건 내가 할 테니까. 다시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해요. " 전정국은 여전히 무릎에 고개를 묻은 채로 말했다. 낮고 작은 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정국의 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묵직하게 전해진 그의 말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머리카락이 내 마음을 살살 건드리는 것처럼 내 마음을 간지럽게 만들었다. 전정국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왜 그런지, 기억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런건 모른다. 전정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지금 내게 한가지 확실한건 나는 절대로 전정국을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게 내 욕심인지, 착각인지 아니면 내가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미련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지금 나는 전정국이 아프고 전정국이 필요하고 전정국과 같이 있고 싶었다. " 저기요. " " ... " " 나 좀 봐줄래요? " 한참을 바라봐도 들어지지 않는 전정국의 고개를 쳐다보다 결국 내가 입을 열었다. 내 말에 놀란건지 잠깐 흠칫하던 전정국은 드디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어렵게 마주한 전정국의 두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정적 속에서 그런 전정국을 보고있자니 나는 또 마음이 아팠다. " 사라진 기억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예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 " ... " " 전정국씨를 기억하려고 애쓰겠지만 그러다가 나 혼자 지칠지도 모르고 그러면 그런 나를 보는 당신도 힘들고 지칠거에요. " " ... " " 그러다가 내가 또 잊어버리면, 다시 하루 아침에 다 잊어버리면 전정국씨가 나를 원망하게 될까봐, 나는 그게 무서워요. " " ... " " 그게 무서워서, 그렇게 될까봐 무서워서 내가 또 언제 도망쳐버릴지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꽁꽁 숨어버리면 나를 기다리는 전정국씨가 많이 힘들거에요. " " 그게 무슨... " " 그래도 괜찮으면... 같이 할래요? " 전정국에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차분하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보기좋게 실패했다. 뭐가 그렇게 떨리는지 덜덜거리고 침이 바싹 마른 입으로 전한 내 말에 전정국은 크게 놀란거 같았다. 그저 두 눈만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전정국에게 뒷 말을 이어야했던 나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 잠시 멈췄던 말을 이어갔다. " 피하려고 했는데, 도망치려고 했는데, 전부 다 외면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잘 안돼요. " " ... " " 자꾸 도망치는거 그러면 안될거 같아서. 아무리 내가 잊어버린 시간이라고 해도 그 시간의 나한테 내가 정말 그러면 안될거 같아서요. " " ... " " 그래서 찾으려고요, 내 기억. 잃어버린 내 시간들 찾고 싶어졌어요. 전부 찾아서 다시 추억도 하고 웃고 울고 그리워할래요. " " ... " " 그리고... 내가 찾은 기억에 전정국씨가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 " ... " " 나랑 같이 해줄래요? "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미소를 지으면서 전정국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내 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건지 전정국은 그저 물끄러미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맞잡아지지 못하고 허전하게 남은 손에 민망해진 내가 슬그머니 내밀었던 손을 되돌리려고 하자 전정국의 큰 손이 그제야 내 손을 잡는다. 맞닿은 손을 쳐다보던 내가 다시 전정국의 얼굴로 시선을 돌리자 곧바로 눈이 마주친다. 한참 시선을 마주하던 전정국은 두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단순한 끄덕거림이었지만 기분 좋게 떨어진 그의 수락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 내가 시선을 피하며 전정국과 잡고있던 손을 빼려고하자 전정국은 손에 더 힘을 주며 내 손을 꽉 잡는다. 당황스러운 말투로 왜 그러냐고 물으려던 내 말은 전정국이 내 손을 잡아당겨 나를 자신의 품에 안음과 동시에 사라진다. 얼떨결에 전정국의 품에 안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얼이 빠져 멍해진 내게 전정국은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나를 안은채 나지막하게 말한다. " 네 기억에 꼭 있을거야. " " ... " " 계속 찾다보면 한두번씩 내가 나타날거고 그러다가는 어디서든지 나를 찾을 수 있을거야. " " ... " " 나랑 같이 하자, 찾는거. " 끝까지 계속 있을줄 알았던 길이 언젠가 중간에 끊겨버린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끝이 뻔하게 보이는 시작을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걸 깨달았어도, 알고있어도 이미 늦었다. 뒤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끊긴 것만 같던 길 뒤에 다른 길이 있기를 기대하며 나는 계속 걸어나갔고 이젠 되돌아 올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내가 잊어버린 기억 속 어딘가에 있을 전정국 찾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불타는 금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빨리 빨리 연재하려고 하는데 마음같이 쉽지가 않네요ㅠㅠㅠㅠㅠ 암호닉 신청은 이번화까지만 받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험생 여러분들 고생하셨어요! [ 암호닉 ] 쿠야야❤ / 폭탄초코 / 닥구 / ㅈㅈㄱ / 융블리 / 비림 / 퍼플 / 비비빅 / 천상여자 / 인연 / REAL / 그로밋 / 9495 / 초코송이 / ❤오렌지❤ / 규짐원 / 코코팜 / 97꾸 / 봉봉 / 쁘띠 / 시간아멈춰라 / 이삐 / 탱탱 / 본시걸 / 태태한 침침이 / 즌증구기 / 217 / 가온 / 민트초코칩 / ☆방치킨☆ / 자몽에이드 / 태태요정 / 코카콜라 / 밤이죠아 / 흰윤기 / 슙토끼야 / 나연희 / 모히또 / 야호야호 / 스프라이트 / 꾹이 / 부랑이 / 슈팅가드 / 끼야아 / 현이 / 증원 / ☆군주님☆ / 호빗 / 뷔빔냉면 / 8개월 / ㅈㅁ / 바나나 / 꾸기 / 맙소사 / 현지짱짱 / 예에에 / 쿠야 / ♧딸요♧ / 이부 / 물고기 / 콧구멍 / 김태태 / 꾸꾸까까 / 끼토산 / 미자 / 피짜 / 팅커벨 / 순심아버지 / 채꾸 / 꾹 / 아틸다 / 대머리독수리♡ / 꾸요 / 망고 / 미자탈출 / 두둠칫 / 전정쿠기 / 호비의 물구나무 / 슙큥 / 민빠답없 / 태권브이 / 김데일리 / 섹시석진색시 / ☆샛별☆ / 윤기나는윤기❤ / ☆은채지민☆ / 맨투맨 / 핫초코 / 777 / 단미 / 슈테른 / 오레오 / 방탄소녀 / 더침 / 뀨뀩 / 열아홉 / ㄱ꾹꾹이ㄱ / 초딩입맛 / 부엉이 / 빠밤 / 자판기 / 냥냥이 / ☆쑥쑥이☆ / #두근 / 코코볼 / 93 / 졍쿠 / 돈까스 / 큄 / 린 / 동키즈 / 쥬스 / 웬디 / 박뿡침 / 태태퉤 / 도리 / 팽이버섯 / 박력꾹 / 민트 / 꿈쿠키 / 비에오 / 음향 / 2302 / 예원 / ☆☆현지☆☆ / 태태 / 웃웃웃 / 핑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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