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콘서트 연습 영상이랑 메이킹을 따야 해서 거의 일정을 함께했다.
콘서트를 위해 몇몇 곡을 다시 믹싱하고 녹음하는 과정, 안무연습, 공연장에 올라가는 모습까지,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일이었다.
그래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 머무는 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속으로 몇 번 되 뇌였다.
[NCT UN-CUT] Dance Practice
세상 불편한 사이가 맞지만, 떨어져 있던 5년을 빼도 그래도 여기서 제일 오래 본 사람이라 오히려 편한 구석같이 느껴 지기도 한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사이라니 확실히 우리 사이에 정리가 필요하긴 한가 보다.
김도영은 금방 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저만큼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사람 밤새 잠 못 자게 하더니 또 일 할 때는 아무렇지 않다.
“안녕하세요” 활기찬 인사로 연습실들 들어오더니, 이미 세팅 되어 있는 카메라들을 전혀 불편해 하지 않고 안무 연습에만 집중한다.
“천상 아이돌이네, 김도영.”
“뭐라고?”
“어?”
“우리 일정이 생각보다 빡세지?”
“아니요, 견딜만해요..”
“견딜만하면 안되는데, 너 힘들라고 데려온건데”
“……”
카메라로 멤버들을 쫓다가, 내 쪽으로는 눈길 한번 안주는 김도영을 보고 가수는 가수다, 엄청 집중해서 하네 생각하고 다른 멤버들로 카메라 줌을 돌렸다. “천상 아이돌이네 김도영” 하고 이야기 하는데, 내 시선에서 사라졌던 김도영이 한참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내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서 말을 섞더니 사람 마음만 불편하게 만들어 놓고 또 저는 아무렇지 않게 동선을 따러 간다. 불편하라고 데려왔다면서 왜 힘드냐고 물어봐, 뭐 어쩌라는거야 진짜. 웃기는 왜 웃어. 안 그래도 니 덕분에 편집하면서 또 니 생각 할거야 나..
오늘분량 편집도 내가 하는거구나.. 신난다. 한두마디 툭툭 던지는 말들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고 몇일 째 도영이가 나오는 분량은 편집까지 내가 하겠다고 개 고생을 자처하고 있다.
편집각을 세우면서도, 마지막으로 웃는 모습은 업로드 해야겠다, 생각했다. 웃는 모습이 참 예뻐 김도영.
김도영이나 나나, 이 상황에서도 참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한다. 아주 워커홀릭이야, 할리우드야.
“저희 10분 휴식하고 다시 맞출게요.”
“커피 커피 커피타임,”
“스탭분들 메뉴 알려주세요,”
“저희 그냥 아아로 통일 할게요.”
“에이 어떻게 그래요, 저희만 막 자몽허니블랙티 이런 거 시키고”
“ME, 자몽허니블랙티 왔어요?”
“아니 마크야 ㅋㅋㅋ 아직이야 메뉴 정하고 있어”
스탭들이 너무 많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 메뉴를 정하는 게 오래 걸려서 누군가 아아로 통일하자는 말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카페인을 먹으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잠을 못 자지만 그냥 대부분이 마시는 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니까, 뭐 나는 물이나 마시지 뭐 생각하고 있었다.
아, 이럴 땐 레모네이드 상큼하게 한잔 마시면 딱인데,
“저희 음료 왔습니다.”
연습을 쉬는 동안에도 카메라 롤은 계속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계속 카메라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음료가 왔다는 소리에도 그냥 가만히 카메라를 지켰다. 어차피 내가 마실 수 있는 것도 없고 고를 수도 없을 텐데, 뭐 음료 고르는 모습이나 담아야지 하고 있었다.
누군가 내 옆에 음료를 탁 내려주길래, “어 저는 괜찮아요, 그냥 물..” 마시면 돼요 까지 말을 끝내고 싶었는데,
탁 소리나게 컵만 내려놓고 돌아서는 뒷모습이 김도영이다.
카메라로 줌을 당겨보니 김도영 손에는 내 몫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있다.
이게 냉탕인지 온탕인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힘들었으면 좋겠다면서, 근데 또 커피 마시고 못 잘까봐 챙겨주는 건 뭔데.
그러니까 나랑 뭘 어쩌고 싶은건데 김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