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클첸]천식 환자 종대,주치의 크리스 썰(부제:숨이자꾸멎는다) 2222 ‘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 물로 축축히 젖은 머리를 대충 수건으로만 감싸고선 내게 문을 열어주었었다.목욕가운 하나만 걸친듯해 방금 샤워를 하고 나온것 같았다.크리스의 머리칼 끝에 맺혀있다 톡톡 바닥으로 떨어지며,나는 조금의 오묘함을 느끼기도했었다.목욕가운의 목부분에는 크리스의 가슴팍이 휜히 드러나보였었다.시선을 황급히 돌리긴했었으나,나혼자 거실에 덩그러니 남아서는,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크리스의 몸을 떠올리고있다. 떨구고있던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크리스의 침실은 어딜까,그는 분명 많은 학식을 가지고있어서 서재 하나쯤은 있을것같았다.첫번째 방은 역시나 서재였었고,그 다음 방 문앞으로 걸어갔다.문을 살짝 열었을 뿐이였는데,비릿한 냄새가 확 끼쳤다.나는 오만상을 찌푸렸고 얼른 문을 마저 열었다.그 방에는 발을 딛을 수 조차 없었다.거부심,내가 온몸으로 거부하고,나를 경악하게끔 하던것. “ 말도 안돼... ... . ” 구겨지고 엉망이 된 침대시트 위엔 속옷이 널브러져있고,온통 정액 범벅이였다.채 스며들지도못하고 남은 약간의 혈흔도 보였다.흰빛의 침대시트위에 더욱 도드라지는 불투명한 흰묽은색과,붉은색이 존재했었다.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정사의 흔적들이란,나를 너무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뒷걸음을 쳤고,문을 닫지도 못한채로 다시 거실로 걸어나갔다.딱 욕실에서 나오는 크리스와 마주하였다.나는 어깨를 살짝 움츠렸고,크리스가 왜 그러냐고 물으며 나를 의아스럽게 여겼다. “ 왜 그리 울상이야... . ” “ 아니예요. 정말,아무것도. ” 고개를 가로로 마구 휘저었고,크리스옆을 지나쳐버렸다.그대로 걸음을 옮겨 현관문 앞까지 멈춰섰다.뒤에서 나를 붙잡으려하는 크리스를,내가 먼저 제지시켰다.샐샐 웃으며 괜찮다고 손사례질.내가 하는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역겹고 가증스럽다.정말 싫다. “ 왜 벌써 가? ” “ 쌤 얼굴 봤으니 됐어요.” “ 그럼 내가 차 태워줄게. ” 크리스가 내 손목을 낚아챘고 나를 이끌고 앞을 나아갔다.우린 집에서 나오고,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안에 타고,주차장까지 와서도 단한마디도 오가질않았다.그냥 크리스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캐묻지도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다행이라고 여겼다.어쩌면 내가 크리스를 좋아한다고,얼떨결에 고백을 해버릴 수도 있을테니깐,늘 조신해야할것같았다.너무 슬픈티도 내지말자,너무 좋아하는 티도 내지말자.좋아하는 사람이 차라리 제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들을 많이들 하겠지만,난 달랐다.크리스,당신이 나랑 마음이 같지도 않다면 나는,나는 더 이상... ... . “ 많이 아픈거야? ” “ 그러게요... ... . ” 나는 크리스의 물음에 애매한 대답이나 놓았다.눈물까지 떨구어내는 나의 모습을 보고선 크리스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는것같았다. 아픈데,슬픈데,나 지금 웃어야되는거잖아요.그게 옳은거잖아요. 가로등이 길게 늘어선 도로를 달렸다.가로등의 황색 불빛들이 무색하게도,우린 어둠을 달리고있는것 같았다.저 끝엔 낭떠러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조금 더 깊이 떨어지는것만 같은 기분이였다.달리고있는 차안은 너무나 고요해서 오히려 초조해질 정도였다.정말 옆에 크리스도 없고 나 혼자만 있는 것 마냥 그랬고,나는 또 크리스를 돌아보게 되었다. “ 저 묻고 싶은게 있어요... ... . ” “ ... 뭔데? ” “ 제가... 오늘 죽는다면 어떻게 할거예요? ” 뭐?라고 내게 다시 되물을 줄만 알았다.돌아오는 대답같은건,없었다.그리고 이어지는 침묵이 있을 뿐이였다.무겁고 침울한 정적속에,우리 사이를 갈라놓은듯한 커다란 장벽에,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아,크리스,닿지도 않는 당신을,내가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나는 정말 크리스말고는 아무도 없다.크리스마저 내게 등을 돌린다면,그 이름도 모를 남자에게로 가버린다면,나는 완벽히 혼자가 된다.그건 절대로 안된다.내가 정말크리스를 좋아하니깐. 하지만 대답없는 크리스는 애증스럽다.앞만 보고 핸들을 붙잡고 운전만 하고있었다.학교도 지나치고 어느새 익숙한 길에 접어들었다.몇분도 더 달리지못하고,곧 내 집 앞까지 도착했다. “ 부모님 걱정하신다. 얼른 가 봐. ” 형식적인말,저한텐 필요없어요.이젠 더 이상 저 안챙겨주셔도 되요.더는 제가 못버틸것같아서요.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손잡이를 잡고 차문을 열었다.무거워진 몸을 움직여 느릿하게 차에서 내렸다.다시 차문을 닫기전,마지막으로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던 크리스라서,나는 그만 문을 닫아버렸다.그리고 망설임없이 뒤돌아섰고 곧장 집으로 달려 들어갔다.거세게 닫힌 문 뒤로,크리스는 떠나고 없을것이다. 나는 그냥,그저 크리스에겐 천식에 걸린 여느 고등학생에 불과한것이였다.내가 안쓰럽고 크리스가 맡은 병원 환자일뿐이니깐,그리고 내 마음을 알리가 만무했으니깐. 가방과 옷 주머니들을 뒤져 내 약통들을 꺼냈다.주방서랍과 내 책상,집안 구석구석에 있던 내가 처방받았었던 약들을 모조리 꺼내놓았다.두 팔로 다 쓸어모아서 새로 꺼내든 쓰레기봉투 안으로 떨어뜨렸다.봉투를 꽁꽁 묶어버린채 손에 들고,집 밖으로 나섰다.쓰레기장에 툭 집어던졌고 멍하니 서있었다. 병원도 안 갈 거야,이젠. 다 그만 둘 거야. 외사랑도 하기 싫고, 당신을 만나는것조차 이젠 다 부질없을 것만 같아 흔들리는 조명아래에,내 세상도 온통 뒤틀리고 혼잡하기만 했었다.무너져내리는 가슴을 부여잡기라도 해야했는데,손이나 온몸이나 감각이 무뎌졌다.움직이질않았고 나와 나란히 누워져있는 바닥만이 보였다.손가락 하나 까딱여지질않았고,나는 조금 후에야 눈을 감았다.그래도 추하게,기침질은 하지않았다.또 내 곁엔 아무도 없었지만,있지도 않은 크리스를 부르기도 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하는데 당신은 어떻냐고 알면서도 묻고싶었을 뿐이였다 [ 크리스 시점,번외가 있습니다. 이번편의 종대의 대사중,영화 ‘ 나는 엄마를 죽였다 ’ 중 후베르의 대사를 모티브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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