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안개꽃
” 너 그때 진짜 웃겼어! ”
” 놀리지 말라고오, 씨이 ”
너에게 놀림을 당하다가도 이 얘기만 딱 꺼내면 너는 항상 씩씩대며 미안하다고 한다. 너가 생각하기에도 부끄러운 너의 검은 역사지.
내 앞에서 전화번호를 묻던 너가 지금 내 앞에서 내 안부를 묻는 가정적인 남자친구가 된 거는 정말 놀랄 일이다.
너란 사람을 좋아하는 여자는 빽빽한데 그 중에서도 나를 선택한 게 참 신기하다.
너가 나한테 고백하는 그 날에도 너는 소심함을 극도로 섭취하고는 내 앞에 나타난 거 너도 알아야 되는데.
02, 고백
6월 초, 전화번호를 주고나서 넌 항상 연락을 했다, 나에게. 처음에는 너는 훈련도 안하고 뭐하는 짓이냐고 생각했다.
너는 참 시간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너는 훈련을 할 시간에 이런 연락을 하기엔 너무 철없었다. 그랬다.
처음에 너는 그냥 그랬다, 나에게.너에게서 온 내용은 항상 비슷했다.
ㅡ 뭐해?
ㅡ 훈련 힘들지, 힘내!
ㅡ 답장 좀…
나는 그저 읽지도 않고 넘겼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수영, 그 이상은 없었다. 훈련과 연습, 그리고 반복.
어느 하나 빠지면 나로써는 불리해지는 거니까. 어쩌다 가끔 훈련이 끝나고 너에게 답장을 했을 때는 너는 정말 기뻐했다.
ㅡ 고마워!
그냥 이런 너가 귀여웠다. 너의 주위에는 항상 여자가 가득했다.
그런데 그 여자들에게 연락할 시간에 답장 하나 없는 나에게 그렇게 연락을 하기엔 너는 불쌍했다, 내 눈에.
학교에 가면 너는 항상 싱글벙글 웃고있고, 그 옆에는 여자가 우르르. 너는 그냥 그 생활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래, 열일곱은 그런 인기를 누릴 수 있어. 그게 너라면.
수업시간에 너는 항상 내게 쪽지를 주었다. 내가 방해가 된다고 다시 주면은 미안하다면서 울상을 짓는 너를 난 돌봐줄 겨를이 없었다.
그래, 나는 지금 시간에 쫓겨 살고 있다. 그런 너에게 여유를 줄만큼 넉넉한 시간, 그런 건 없다.
하루는 오랜만에 코치님이 훈련을 빼주셨다. 훈련만 계속 한다고 좋은 컨디션,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건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런 나를 너는 불러내었다, 학교 근처 공원으로. 나는 정말 너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너란 아이에게 연류되기가 싫었던 것 같다. 왠지는 몰라도.
“ 사귀자, 우리. ”
공원에 가자마자 너는 날 대뜸 안으면서 이런 말을 했지. 나는 난생 처음 받아보는 고백에 그냥 놀랬을 뿐이였고,
너는 그냥 대수롭지 않은 고백을 나라는 여자에게 고백한 거고.
“ 아직은 안 될 것 같지 않냐? 너도 꿈이 있고 나도 꿈이 있고. ”
“ … ”
“ 사랑 앞에선 모든 걸 포기해야 될 지도 모르는데 ”
“ … ”
“ 생각 좀 해보자, 아직까지는 운동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
말이 없다. 말이 없는 너는 정말 무서웠다. 너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상황도 모르겠다.
“ 야 ”
너는 나를 처음으로 ‘ 야 ’라고 불렀다. 그 ‘ 야 ’가 뭔 뜻일까. 화가 났나, 미련이 남았나.
그 짧은 말을 하고 내게로 뚜벅뚜벅 다가오는 너는 무서웠다. 너를 가까이서 보니까 오똑한 코가 더욱더 날렵해 보였다, 내게.
“ 내가 너 사랑때문에 운동포기하게 안 할게, 사귀자. ”
“ … ”
“ 대답해, 아까처럼 그렇게 미지근한 대답은 별로야. 화끈하게 결정해. ”
“ 그래, 사귀자. ”
나도 너에게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였다. 관심이 심하게 있었지는 않았다. 말했듯이 나는 운동이 더 좋고 그걸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너란 아이는 내게 다짐을 하고 나는 그걸 믿고 너를 믿기에 나는 너에게 마지막으로 대답을 Yes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 다음에 내가 예쁜 꽃다발로 진짜 고백 할꺼야. ”
“ 우리 지금 이 시간부터 사귀는 거야! ”
혼자 쫑알쫑알 되는 너에게서 미소를 보았다. 항상 보던 미소지만 오늘은 감회가 새로웠다.
너는 정말 기뻐보였고, 나도 너의 여자라는 이름표를 달았기에 기쁘기 다름이 없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너를 믿었기에라고 답하겠지.
ㅡ 2008년 6월 13일 오후 9시 50분
나에게도 중요한 시간이 생겼고, 기념일이라는 게 생겼고, 핸드폰에 D-day가 생겼다. 너라는 아이덕분에.
요술봉여신이가나와따녜 |
암호닉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신알신 해주신 분들도 계시고ㅠㅠㅠㅠ 아 기뻤습니다ㅠㅠㅠㅠ
똥손에게 그런 일은 처음인 것 같네여, 흡흡... 아 갈수록 여러분들은 망글을 보고 계십니다.
저의 상상력은 한계에 다다라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들 감사하구여ㅠㅠㅠㅠ 암호닉 받아여~
현재 암호닉 하신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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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흡 다들 감사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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