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아, 제발…." "미안한데, 전 절대 못놔요."
성열은 카페를 나와서 바로 택시를 잡아 도망가려했지만, 결국은 자신이 나오자마자 바로 뒤이어 따라 나온 성종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길가에서 성종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끝내, 지친 성열이 어디 카페라도 들어가서 얘기하자며, 성종을 이끌었다. "도대체, 3년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던거에요..?"
"미국, 미국에 다녀왔었어."
"…형. 형없는동안, 명수.. 내친구 명수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아세요?"
성종의 입에서 '명수'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성열은 마치 총이라도 맞은듯 심장 한켠이 얼얼해져오면서, 입에 꿀이라도 바른듯 말을 꺼낼수가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말없이 커피잔만 바라보다가 이내, 성종이 먼저 정적을깼다. "명수, 많이 아팠어요. 형가고 나서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어요. 매일 한참을 울다 잠들고, 먹기만 하면 다 토하고…." "…성종아."
"네…."
"우리 명수, 많이 아팠어..?"
그걸 말이라고해요? 제가 옆에서 지켜보는데, 진짜 이러다 김명수 죽는건아닌가…,하고 얼마나 겁먹었었는데요. 성종의 말에 성열의 눈에서 눈물이 툭툭-. 하고 떨어졌다. 성종아…, 나 명수보고싶어. 우리 잘생긴 김명수 보고싶어….
"그렇게 보고싶으면, 만나면 되잖아요." "내가 이제와서, 흐읍.. 무슨 낯짝으로 흐으.. 명수를 봐…."
성종은 한숨을 쉬더니, 이 커플 진짜 답답한 커플일세. 하며 혀를 쯧쯧 찼다. 그 후, 한참을 말없이 우는 성열을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면서 성열에게 형이 선택해요. 라며 티켓하나를 내밀었다. 성열은 그런 성종을 우느라 빨개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성종은 그런 성열을보며 작게 한숨을 쉬고서는 입을 열었다. 한달뒤에 있을 제 데뷔사진전이에요. 한달이면.. 마음준비 해둘시간은 넉넉한거같고. 여기에 명수도 올꺼에요. 선택해요 올꺼면 이 티켓받고, 아님 받지말고.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받았으면 좋겠네요. 성열은 성종의 말에 받을까 말까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이내, 결심한듯 티켓을 받아 가방속에 넣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꼭 와야되요?" "…응."
성열의 대답을 끝으로 성종은 다시 말없이 성열을 바라보다가, 시계를 보고서는 사진전 작업때문에 가봐야한다며 먼저 일어났다. 그렇게 성종이 가고 난 후에도 성열은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다가, 호원의 전화에 정신을 차린 후, 카페를 나왔다. 어쩌지-. 성열은 카페를 나와서 병원으로 가는 길에도 아까 성종에게 받은 티켓을 바라보며 고민을했다. 솔직히 명수를 보고싶다는 말로 표현이 안될정도로 보고싶긴하지만, 한 편으로는 겁이나기도한다. 엄마 말대로 골수이식을 받는다고해서 낫는병도 아니고.. 오히려 골수이식 받아서 재발하면 더 큰일나는 병이니깐…. 명수를 피했던 이유도 여기에있다. 내가 아프면 명수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혹여 그럴일은 없겠지만, 내가 아파서 죽게된다하면….
"야, 무슨생각하냐?" "엄마야!! 아, 이호원 진짜…." 성열은 갑자기 등장한 호원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했다. 이호원 이게 조심성없이, 나 넘어졌으면 넌 우리엄마한테 뒈졌어.
"아니, 난 너가 뭔가 골똘히 생각하길래…, 내가 눈앞에 와도 모를만큼." "그랬었나..?" "뭔데? 이 형님한테 다 말해봐!"
형님은 무슨 이호원 또 지랄한다. 성열은 넌 알거없어-. 라며 궁금해하는 호원을 단호하게 밀어내다가 이내, 한번 말해볼까? 고민이 풀릴수도있잖아..? 라는 생각에 호원에게 아까 카페에서 있었던일을 모두 말해줬다. 성열의 말을 들은 호원은 믿을 수 없다는듯 눈을 크게 뜨며 성열을 바라보았고, 성열은 자신도 모르겠다는듯이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갈까? 말까?"
"야, 이성열. 그런건 고민할게아니잖아."
"……."
"가, 무조건 가. 이제, 너도…."
"…내가 뭐."
"행복해질때 되지않았냐…, 미래를 생각하지말고 현재를 좀 생각해봐."
"……."
"이거 알아둬라, 성열아.. 현재를 생각하지않는 이상, 너에게 미래는 오지않아. 이 지긋지긋한 3년동안의 제자리걸음…, 이제 좀 끝내라."
성열은 호원의 말을 잠자코 듣다, 이내 고민이 해결되었는지 고맙다며 호원을 힘껏 끌어안았고. 호원은 말로는 이게 드디어 미쳤다는 둥 밉게 말했지만, 얼굴에는 작은 미소를 띄었다. 그렇게 둘이 오랫만에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있을때, 호원을 찾아 병원 정문으로 나온 동우가 서로 끌어안고있는 호원과 성열을 발견한 뒤, 한동안 혼자 오해하며 가슴앓이를 했다는것은 호원과 성열은 모를 우리만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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