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바쁘다 바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암호닉 정리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ㅎㅎ
3편 스따뚜!!
초록글 두 편 다 입성. 사랑해요 그대들
그리고 제가 메모장에 써서 인티창으로
옮기는 거라 읽기 불편하실수도 있어요ㅠ
그런 분들은 맨 밑에 TXT파일로 보기 클릭!
인생그래프꼭짓점 3편 |
"하아….일단 이거로 빚갚고 남은 걸로는 뭐하지.아, 나 오줌 쌀 것 같아. 어떡하지. 돈은 어떻게 찾지." 성규가 횡설수설하며 약국을 걸어나왔다.여태까지 주룩주룩 내리던 비는 어느정도 사그라들어있었지만 강한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었다.로또 당첨자 중 칠퍼센트는 심장마비로 사망한다던데 그 칠퍼센트가 될것만 같아 얼른 가슴부분을 꾹 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파란불 깜박거리네. 좀 기다렸다….성규야!!" 싱글벙글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의 성규가 동우의 말은 듣는둥 마는둥하며 로또용지만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순간 하얀 벤츠 한 대가 끼이익 브레이크를 잡으며 성규 바로 앞에서 딱 멈춰섰다. 다행히 치이진 않았지만 으아악!하며 소리를 지른 성규가 물기 가득한 바닥에 벌러덩 넘어졌다. 운전석에서 우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심호흡을 하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선 후다닥 달려나왔다. 동우 역시 백설기처럼 하얗게 질려서 성규에게 달려갔다. "성규야! 괜찮아?" 성규가 환한 헤드라이트 불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동우와 우현의 부축을 받으면서 바닥에서 일어났다. 정장과 와이셔츠가 흙탕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손바닥이 쓸려 피가 맺힌 상처에 빗물이 들어가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문득 자신의 손에 로또 용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내 돈! 내 로또!!" 문득 벤츠 앞 유리 와이퍼에 무언가 하얀 것이 끼어서 좌우로 왔다갔다거리는게 보였다. 설마….
인생그래프꼭짓점
3.
일억 오천만원의 값을 하는 로또 용지가 여기저기 잔뜩 빗물에 젖어 찢어져있었다. 성규가, 또, 털썩, 주저앉았다. 팬티에 물기가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지만 성규는 자신의 손에서 힘없이 생을 마감한 로또 용지, 즉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일억 오천만원의 허망함에 엉덩이 감각마저 잃어버린듯했다. 우현이 차에서 우산을 꺼내와 성규의 머리위로 펼쳤다. "일단 병원부터…." 망연자실한 성규의 얼굴을 자세히 살핀 우현이 문득 머릿속 구석탱이에 짜져있던 기억을 끌어내어 떠올렸다. 작은 눈에 불만 가득한 표정. 어디서 많이 봤다했더니만. 옆집사는 사람이잖아! 우현이 골치아프게 됐다는 표정으로 늘어져있는 성규의 팔을 잡았다. "괜찮으세요?" 쩌렁쩌렁 소리를 지른 성규가 우현의 멱살과 머리채를 동시에 잡았다.깜짝 놀란 우현이 성규를 떼어내려했지만 여간해서는 떼어지질않았다. 술에 취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듯이, 동우까지 합세했는데도 역부족이였다. 어느새 길가던 사람들도, 지나가던 차들도, 약국 약사님도 나와 멈춰서서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악! 우현이 우산을 내팽겨치고 두 손으로 성규의 손을 잡아 간신히 떼어냈다. 성규의 손에 자신의 머리카락들이 헤드라이트에 한가득 비쳤다. "흐어어엉!!! 내 도온….엉엉!!" 추욱 늘어진 성규가 나란 놈이 그렇지,나란 놈이 그렇지를 반복하며 자기 괴리에 빠져 허우적댔다. "어디 다친데는 없는 것 같아요." 날 못 믿는건가. 우현이 얼른 정장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명함을 뽑아 동우에게 건넸다. '볼네드 백화점 기획부 부장 남우현'이란 글씨가 정자로 곧게 새겨져있었다. 볼네드 백화점이라면 CF모델로 요즘 한창 주가인 소련시대와 샤이닝을 쓸정도로 잘 나가는 백화점인데다가 서동그룹이라는 대기업 소속 백화점이라 크기도 겁나 큰 백화점이다. 젊어보이는데 그런 대기업 백화점 부장에 벤츠까지. 동우가 씁쓰름한 침을 삼키며 성규를 우현의 뒷좌석에 태웠다. 길거리의 한바탕 로또 소동은 우현의 벤츠가 유유히 현장을 떠나면서 마무리됐다. 비에 잔뜩 젖은 동우가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며 차에 올라타 가게로 돌아갔고 길거리는 다시 차들이 쌩쌩 지나가기 시작했다. "으으….내 도온…." 뒷좌석에 드러누워 자는건지 졸도한건지 축 늘어진 성규가 간간히 울음섞인 목소리로 중얼중얼거렸다. 시트에 뭐 묻는 건 딱 질색인데…. 우현이 인상을 쓰며 재즈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의 볼륨을 더 키웠다. 집이 코 앞쯤에 왔을때 재즈 음악을 뚫고 우욱!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해진 우현이 다급하게 성규를 불렀다. "기,김성규씨! 김성규씨!!!!" 다행히 한번의 토기는 넘어간건지 성규가 꿈틀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성규의 집앞에 차가 급하게 멈추고 서둘러 운전석에서 내린 우현이 성규를 끌어내다시피 차에서 내려세웠다. "이봐요! 다 왔으니깐 정신 좀," 몸을 들썩거리던 성규가 우현의 어깨를 잡더니 결국 바닥에 따끈따끈한 부침개를 만들었다. 우현이 정말 끔찍하게 싫다는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구두에 요상한 음식 찌꺼기가 잔뜩 묻어있는걸 확인한 우현이 헛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침을 퉤퉤 뱉은 성규가 그제서야 정신이 든건지 가방을 고쳐메고 초인종을 누르더니 곧 집안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버렸다. "……." 혼자 남은 우현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로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 당첨된거야?" 명수와 봉신 씨가 동시에 얼굴을 들이밀며 면접은 제치고 이것저것 물어대기 시작했다. 명수와 봉신 씨의 얼굴을 보자 울음이 또 울컥 새어나왔다. "당첨이였는데…로또 용지를…잃어버렸어….흐어엉….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이지,엄마? …흐윽…." 봉신 씨가 성규의 등짝을 마구 때리자 머리를 막고 웅크린 성규가 아픔과 서러움에 더 크게 울었다. "로또는 그렇다쳐. 면접떨어진 놈이 술까지 마시고 늦게 들어와? 술이 넘어가! 나한테 그냥 맞아죽어 이 자식아!" 명수가 얼른 성규 앞에 서서 봉신 씨를 잡아말렸다. 한참 씩씩대던 봉신 씨가 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때려봤자 나만 힘들지. 아휴,속터져. 울긴 왜 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봉신 씨를 이끌어 안방으로 격리시킨 명수가 거실에 주저앉아 끅끅 거리는 성규에게 물 한 잔을 떠다가 건넸다. "엄마 괜히 속상해서 저러는 거야." 에휴. 마찬가지로 속상한 한숨을 뱉은 명수가 방안으로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 성규에게 건넸다. "씻고 자. 술냄새에 이상한 냄새도 나니깐." 옷을 받아든 성규가 훌쩍거리며 화장실안으로 들어갔다. 세면대 거울로 보이는 몰골은 끔찍했다. 콧물 자국에 펑펑 울어서 눈은 잔뜩 부어있고 머리는 비에 젖어 미역 줄기마냥 흐물거렸다. 세탁소에 따로 맡길 옷들을 욕조 안 바구니에 넣고 뜨거운 물을 틀어 지친 몸을 달랬다. 오늘은 참 깨달은게 많은 날이다.첫번째.역시 성공은 항상 노력하는 자보단 항상 운이 좋은자에게 따른다. 두번째.로또는 살만한게 못된다.
성규네 아침밥상에 알싸한 정적이 흘렀다. 고개도 안 들고 묵묵히 밥만 먹는 성규와 연이어 한숨만 뱉는 봉신 씨. 그리고 그 중간에 앉아 밥보다 눈치밥을 더 먹는 명수까지, 셋 다 아무 말이 없었다.결국 참다못한 명수가 국을 한 번 후룩 떠먹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국이 시원~해." 밥그릇을 비우고 물을 마시려던 봉신 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는 형 가게인데 잘 나가는 레스토랑인가봐. 밴드가 연주도해. 밴드라는 말에 봉신 씨가 컵을 쾅 내려놨다. "너 또 음악타령이야!? 내가 너 한번만 더 음악타령하면 탬버린으로 귓방맹이 날린다고했지!" 봉신 씨의 가시돋힌 말에 사레가 들려버렸다. 성규의 밥그릇 앞으로 물잔을 디밀어준 봉신 씨가 싱크대로 향하자 그 뒷모습에 대고 성규에게 명수가 조용히 속삭였다. "왜 이렇게 기가 죽어있나. 김성규답지않게." 띵도옹~. 경쾌한 초인종이 울리고 내가 나가볼게,하며 느릿느릿 식탁에서 일어난 성규가 슬리퍼를 신고 대문으로 나갔다. "누구,엄마야!!" 대문을 열자마자보이는 거대한 망치의 모습에 성규가 소리를 지르며 우현을 밀쳐냈다. 대뜸 자신을 밀치는 성규의 무례한 행동에 기분이 상한 우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우,깜짝 놀랬잖아요! 추격자도 안 봤어요?" 우현의 얼굴을 보자 어제 날라갔던 일억 오천만원의 슬픔과 분노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에 팔짱을 끼고 조금 삐딱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이신데요." 하, 구구절절설명해줘야겠네. 성규가 어제 우현의 벤츠 와이퍼에 껴서 생을 마감한 로또용지에 대한 슬픈 전설을 말하자 우현이 별 감흥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럼 그 쪽은 생각 안 나세요? 남의 머리 쥐어뜯고 남의 구두에 오바이트한거요.." 대문을 닫으려하자 우현이 얼른 대문을 잡아 다시 열었다. 그리고는 다른 손에 있던 시루떡 접시를 성규에게 건넨다. "집이 방앗간하세요?" 성규가 생각했다. 이 남자, 한 마디도 안 지는게 꼭 김명수같네. 우현이 생각했다. 정말 짜증나는 타입이네. 성규와 우현의 눈 사이에 미묘한 스파크가 튀었다. "그만하죠. 일억오천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지는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한 우현이 악수를 청하자 성규가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흥,하고 뀌었다. "악수정도는 받아주세요,김성규씨." 나이가 이렇게 유용할때도 있네. 대문을 쾅 닫은 성규가 낄낄 웃으며 망치와 드라이버를 평상에 얹어놓고 접시는 두 손으로 조심히 잡고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밖에 서있던 우현이 잠시 서있다가 대문을 한번 툭 걷어차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시루떡이네?" 떡을 식탁에 얹어놓고 다시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든 성규가 방금 전의 통쾌한 마무리를 떠올리며 킥킥 웃어대자 봉신 씨의 싸늘한 대꾸가 이어졌다. "좋니?" 봉신 씨가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집을 나가자마자 수저를 내팽겨치더니 머리를 감싸며 신음을 뱉는다. 공장은 진짜 싫은데…. 반찬을 닫아 냉장고에 넣고 설거지까지 마친뒤 잘 말려놨던 야채찌꺼기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물기없이 잘 말린 야채찌꺼기들을 꽃밭에 골고루 뿌려준 성규가 그 앞에 쭈그려앉아 소박하게 피어난 꽃들과 꽃나무들을 톡톡 건드리며 마치 사람에게 묻듯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 취직 할 수 있을까?" 성공은 다시 일어서는 자에게만 주어진다고 스스로를 다독인 성규가 입술을 앙 다물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다음달까지 취직,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하고 말테다. 쭈그려앉아있던 다리를 통통 두들기며 일어나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릴 기세로 기지개를 크게 쭈욱 켰다.
집안으로 들어온 우현이 아직도 식탁에 한가득 놓여있는 떡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옆집 다녀왔어? 순재가 묻자 성규를 떠올렸다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떡 써는거 손 안 아파?" 비닐장갑을 손에 끼고 시루떡을 접시마다 세팅하던 순재가 현관문 앞에 조그맣게 놓여져있는 묘목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키우기 쉬운 치자나무 묘목과 하얀 꽃이 피는 조팝나무 묘목들이었지만 정작 대충 골라잡아 사온 우현은 막상 땅에 박아넣고 심자니 앞이 막막했다. 그냥 쑤셔넣고 흙으로 덮은 다음 물주면 끝아닌가? 우현이 소파에 앉으며 최신형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창을 켰다. '묘목 심는 법'을 치자마자 검색결과가 뜨기도전에 불쑥 전화벨이 울린다. 에이씨,누구지? 발신자를 확인했다. < 최우아 여사님 >. 우현의 엄마였다. "뭐해? 전화 안 받구?"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우현의 뒷모습을 순재가 씁쓸하게 쳐다본다. 방으로 들어온 우현이 침대에 걸터앉아 전화를 받았다. "네." 우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전화를 끊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할머니,아버지,어머니와 저녁식사라니. 벌써부터 갑갑하고 속에 무언가 얹힌 것 처럼 꽉 막히는 기분이다. "어머니셔?" 우현이 식탁으로 다가가 떡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알잖아. 할머니랑 아버지가 나한테 나란히 원하는거." 가끔 할머니와 아버지를 뵈러 본사에 갈때면 아버지의 다음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과 우현의 라인에 타려는 사람들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많은 편이었지만 우현에게 적대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독기는 예사의 것이 아니였다. 우현은 단지 그 피곤한 세력다툼에 끼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백화점에서의 일은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자신이 아버지의 뒤를 잇지않아도 이미 친척들중에 많은 후보들이 쟁쟁하게 자리잡고 있는 터라 그 사이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다만 할머니와 아버지는 그 자리에 우현을 앉히고 싶으신 거였고 우현은 그 자리가 부담스러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특출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암튼 좀 늦을 수도 있으니깐 먼저 자."
목장갑을 든 우현이 묘목과 함께 사온 삽을 들고 성열과 마당으로 나갔다.
"짱동이 이 시간에 왠일." 전화를 끊고 내팽겨친 성규가 인상을 버럭 쓰며 모니터를 보다가 손에서 마우스를 놓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었다. 잘 사는 줄은 알았지만 볼네드 백화점 부장이라니. 그런 우현의 앞에서 술주정하고 차도 얻어타고 토하고 아깐 돈얘기까지 했던걸 떠올리니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민망해졌다. "아아….아! 쪽팔려! 쪽팔려쪽팔려!" 성규가 발을 동동 구르며 침대에 누워 뒹굴거렸다. "맛이 갔어도 한참 갔어." 방안으로 들어오던 명수가 성규의 상태를 보고는 혀를 찼다.
"성열아, 거기 제일 작은 거 먼저 줄래?" 묘목을 들고있는 팔에 섹시한 힘줄이 바짝 섰다. 파놓은 여러개의 구덩이에 네 그루의 묘목과 열 두개의 야생화 씨앗을 조심히 넣은 다음, 다시 천천히 흙으로 덮었다. 지식인에선 지평선보다 높은 무덤식으로 묻으랬으니깐 대충 이 정도면 됐겠지? 땅을 야무지게 두들기고 마당에 있는 호스를 끌어와 살짝씩 물을 줄때쯤 순재가 주스 두 잔을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벌써 다했네? 여기 주스." 성열이 꽃밭. 우현이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창의력 점수 빵점이다,빵점. 네이밍 센스하고는…. 촌스럽게 성열이 꽃밭이 뭐냐. 그치, 성열아?" 고개를 끄덕이는 성열의 행동에 순재가 입을 삐죽이며 '그럼 다른 이름 있으면 말해보던가'하고 말하자 우현이 삽을 땅에 푹 꽂아넣고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리 꽃밭." 잠시 생각한 성열이 '성열이 꽃밭'보다는 '여리 꽃밭'이 낫겠다싶어 얼른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짜? 진짜로 유치찬란한 여리 꽃밭이 마음에 든다고?" 성열이 정확히 고개를 두번 끄덕거렸다. 스물다섯인 성열이 키우는 꽃밭치고는 이름에서 풍기는 유아틱한 느낌이 없지않아있었지만 성열은 나름 만족하는듯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아,참. 키우면서 모르는건 옆집 성규씨한테 물어보면 되겠더라." 꼭 흙먹은 사람처럼 오만상을 쓰고 있잖아. 순재의 말에 우현이 얼굴을 한번 쓱 쓸었다. "티…많이 나냐?" 우현이 목장갑을 벗어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며 무심한 말투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성규와의 로또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순재가 우현의 등짝을 찰싹 때렸다. "아! 왜!" 순재의 외침을 듣는둥 마는둥 귀를 후비적거린 우현이 집안으로 들어가 방에서 옷들을 챙겨 샤워실로 들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녁식사자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오고 있었고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소화제와 두통약을 챙겨가야겠다.
봉신 씨가 생각외로 늦어지자 저녁대신 간단히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성규가 툴툴 거리며 부엌 찬장에서 라면 두 개와 계란 두 개를 꺼냈다. 라면 봉지를 힘주어 터트리고 봉지안에서 스프만 따로 빼내려는데 건더기 스프가 두 개씩이나 들어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성규가 라면 봉지를 하나 더 뜯었다. 어라? 이번엔 분말 스프가 두 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라면 봉지 여기저기를 살폈다. 1+1 행사라는 말은 없는데…. "기분은 좋네." 하나씩 남는 건더기 스프와 분말 스프를 다시 찬장안에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할때쯤 면을 꺼내 냄비에 넣고 잘 흔들었다. 스프를 넣고 톡톡 깨트린 계란을 라면안에 넣는데 이번엔 노른자가 두 개다. "……." 젓가락을 든 채로 멈칫한 성규가 혹시나 싶어 나머지 계란도 깨트렸다. 헉! 이번에도 역시 노른자가 두 개다. 혹시 봉신 씨가 쌍란을 사왔나싶어 냉장고를 열고 다른 계란 하나를 꺼내 깨드려봤다. 근데 이번엔 또 노른자가 한 개다. 소름이 오소소 돋기 시작했다. 길조로 봐야하나, 흉조로 봐야하나.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이러는 거지….
인생그래프꼭짓점
잠시라도 틈을 내보였다간 할머니의 꾀임에 넘어갈 수도 있으니. "될 대로 되라." 한숨을 쉬며 가게안으로 들어가자 웨이트리스가 다가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남우현님 맞으시죠?" 자신의 이름을 아는 웨이트리스의 뒤를 따라가며 영 찜찜한 표정을 지은 우현이 웨이트리스가 안내한 방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셨어요 할머니?" 가운데에 떡 하니 앉아있는 할머니의 위풍은 얼굴에 있는 주름과 달리 빳빳한 기세로 우현을 압도하고 있었다. 정신집중! 우현이 침을 꿀꺽 삼키고 아버지와 최 여사 앞에 조용히 앉았다. "백화점 일은 할만하니?" 미리 주문을 해놓은건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한정식이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먹어봤자 모래알을 씹는 듯한 기분이겠지만 태연한 척 젓가락을 들었다. "이 한식점 어때." 할머니의 물음에 우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최 여사와 아버지를 한번 슥 쳐다봤다. "음식이 맛나네요." 우현의 물음에 최 여사와 아버지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영문을 모르는 우현이 할머니에게 다시 물었다. "왜요? 제가 뭐 잘 못 말한거라도 있나…." 우현이 감흥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쯧쯧. 한심한 놈. 회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있으니…." 우현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할머니가 이마를 짚으며 혀를 찼다. "볼네드 일만으로도 충분히 살만하고 바빠요." 할머니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목을 가다듬었다. 서동그룹의 회장 아들이 꼴랑 백화점 부장으로 진급도 못한채 3년간 같은 자리에 있는 건 맛 좀 보라는 할머니의 압력이었다. 지긋지긋해지면 어련히 알아서 본사에 들어올꺼라 생각한 할머니의 계획은 우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뜬히 일을 해나가면서 산산히 부셔졌다. "본사들어와서 경영 수업 받아. 혹시나해서 말하는 건데 처음부터 편하게 갈 생각은 하지말아라. 사원부터 시작할테니 밑바닥부터 하나씩 배워." 결국 할머니가 언성을 높이자 최 여사가 조용히 할머니의 찻잔에 맑은 차를 따랐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오랜만의 식사 자리인데." 우현이 차를 들이키며 할머니에게 살짝 윙크를 해보이자 아버지와 최 여사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할머니도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터트렸다. 생각보다는 괜찮은 저녁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 결혼은 언제 할꺼야." 하아, 이 얘기만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싶었는데. "……."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어야했는데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나보다. "싱글벙글 웃을 수 없잖아요." 방안이 싸늘한 정적으로 휩싸였다. 말을 마친 우현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방을 나갔다. "어머니. 굳이 그 얘기는…." 가게안이 얼마나 화장실마저 고급스러운 모습에 우현이 혀를 내둘렀다. "여기저기 돈냄새가 나는 구만." 세면대부터 시작해 온통 으리으리하게 만들어놨다. 차가운 물로 손을 씻고 얼굴을 툭툭 두드린 우현이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하다가 무언가 얹힌 듯 답답한 가슴을 두드렸다. 무슨 맛인지 모를 음식들을 태연한척하며 먹으려니 얹힌게 분명하다. 괜찮은 저녁시간이 될 것 같다고 잠시나마 생각한 건 정말 크나큰 착각이였다.
정류장으로 향하는 알바생들에게 큰 소리로 배웅을 한 동우가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야,우리 사장님 진짜 귀엽지않냐." 여자 알바생 두 명이 호들갑을 떨며 버스를 놓칠새라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개업한지 3년이 다 되가는 '장동牛'고깃집. 동우의 남다른 센스와 노하우로 승승장구를 하며 며칠전엔 싱싱정보통에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다. 주말엔 미리 예약을 하지않으면 한참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말이다. 맛과 분위기가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장치고는 젊고 신선한 동우의 페이스때문에 고깃집을 찾는 여자들도 대다수였다. 자신이 모아둔 돈으로 고깃집을 연 동우는 마치 제 자식처럼 고깃집을 애지중지했다. 모든 알바생들이 퇴근을 하면 직접 대걸레질을 하고 뒷정리까지 마친 뒤 페브리즈를 칙칙 뿌려야 '장동牛'고깃집은 그제서야 간판이 꺼진다. 이중 잠금으로 되어있는 도어락을 잠그고 셔터까지 내린 동우가 손을 탁탁 털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심야라디오는 운전하면서 듣기엔 너무 나른한 탓에 최신가요가 나오는 채널로 주파수를 옮겼다. "내사랑 이제는 안녕 욜디욜리원~" 노래를 흥얼거리며 핸들을 톡톡 두드렸다. 부모님은 시골에 농사를 짓고 계시고 혼자 서울로 올라온 동우의 생활력은 콧물보다 끈끈했다. 고깃집이 대박나면서 술술 모이는 돈의 대부분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드렸고 남은 여분으로 며칠전 좁디좁은 원룸에서 좀 더 넓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아,맞다! 내일 모레 어무니 생신인데…." 집으로 향하려던 동우가 볼네드 백화점 쪽으로 차를 돌렸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얼굴은 뽀얀 동우와는 달리 약간 거무잡잡했다. 생신이나 명절에 동우가 이쁜 옷을 사서 택배로 부치거나 갖다드리면 마음에 들어하면서도 새까만 얼굴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고이 모셔두기만 했다가 특별한 날에만 기분삼아 입곤 하신다. "여기 화장품 코너가 몇 층에 있죠?" 동우가 꾸벅 인사를 하고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볼네드 백화점은 건물안에 명품관은 물론, 영화관과 레스토랑이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때문에 올때마다 몇 층에 무엇이 있는지 까먹곤 한다. 3층에 도착한 동우가 화장품 코너로 향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선물한 화장품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 꼬부랑 글씨로 써져있어서 어떤게 스킨이고 어떤게 로션이며 여성용인지 남성용인지 분간이 안간다. "여기 토종화장품, 아니 한글로 써져있는건 없나요?" 만져보질 않아서 잘 모르는데….동우가 대충 중건성이라고 대답하자 직원이 친절히 동우를 다른 코너로 안내했다. "이 제품이 햇빛에 오래 노출된 피부에 좋고 또 중건성용이라 부모님에게 맞을 것 같네요.해외에서 만든게 아니라 한국브랜드라서 요즘 고객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분명 남성용,여성용 세트를 사면 공용으로 사는 것보다 비쌀 텐데…. "저…. 이 브랜드로 남성용 여성용 따로 사면 대략 얼마 정도 하나요?" 히익!!!! 딱 만원빠진 오십만원이잖아!!!!!!!!! 동우의 목울대가 한번 울렁거렸다. 그만큼의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화장품이 만원빠진 오십만원씩이나 하다니. 항상 샘플을 쓰거나 저렴한 화장품만 쓰던 동우에게 화장품이 오십만원 가까이라는건 상당한 컬쳐쇼크였다. "큼….그럼 공용은 얼마정도 해요?" 동우가 속으로 잠시 고민을 했다. 에이,그래도 생신선물로 드리는건데 이럴때 돈 쓰지 내가 또 언제 돈을 쓰겠어. 좋아, 결정했어! "저…공용으로 주세요. 선물로 드릴꺼니깐 포장도 해주시구요."
"아." 동우와 마찬가지로 혼자 쇼핑을 하던 호원이 아,하는 소리를 내며 손을 뗐다. 동우가 큼큼거리며 카트를 밀고 다른 곳으로 향하자 그 뒷모습을 보며 참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한 호원이 보라색 선반을 카트에 담았다.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끝낸 우현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식사내내 할머니와 묘한 기싸움을 한 탓에 온 몸의 기가 쪽 빨려 빨리 쉬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집 앞에 차를 주차시키고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는 걸음으로 대문을 밀고 들어가 긴 마당을 지나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리-. 잠겼던 현관문이 열리고 순재와 성열이가 깰까봐 조심히 집안으로 들어가 구두를 벗고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거실 불이 환하게 켜진다. "많이 늦었네?" 할머니는? 건강하셔? 순재의 물음에 우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할머니 무슨 약드시는 것 같아.갈수록 정정해지셔." 방으로 들어온 우현이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원래 뜨거운 물로는 잘 씻지않았지만 오늘만큼은 후덥지근한 물로 온 몸 구석구석을 씻어내렸다. 옷을 갈아입고 머리의 물기를 말린 우현이 스킨로션도 안 바르고 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성규는 거실에 혼자 베게를 끌어안고 티비를 보고 있었다.이상하리만큼 잠이 오지않는 밤이다. 눈은 좀 뻑뻑한데 정신은 말짱하고 기운도 넘친다. 늦은 밤이라 딱히 볼만한게 없어 채널만 무심히 돌려대는데 영화채널에서 농도짙은 베드신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배우가 가슴이 좀 작긴 했지만 아무튼. "……." 예전에는 이런거 보면 두근거리고 떨리고 혹시나 방문을 열고 엄마가 나오질 않을까, 가슴 바짝 졸이면서 봤는데 이젠 별로 떨리지도 않는다. 마치 EBS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베드신을 지켜본 성규가 한숨을 쉬며 채널을 돌렸다. "정말 늙었구나." 연애 세포가 바싹 메마른 건지 주위에서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연락이 와도 마냥 귀찮기만하다. 그 자리에 나가는 귀찮음은 물론이요, 또 여자친구가 생기면 챙겨줘야하는것도 귀찮았다. 문자 안 하면 안한다고 난리, 카톡답장 안 하면 안 한,아,맞다. 내 핸드폰으로는 카톡 못하는구나. "왜 잠이 안 오는 거야…." 낮잠을 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 날에 잠을 푹 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티비앞에서 채널만 돌리며 한참을 뒤척거리던 성규가 냉장고로 향해 캔맥주를 찾아 뒤적거렸다. "없네? 내가 저번에 사놓은 것 같았는데." 술기운에 자보려고 했지만 술마저 없다.결국 또 다시 명수의 검정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지갑을 든채 야심한 시간에도 열려있을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저번에 갔을때와는 달리 젊은 남자고딩이 씩씩하게 성규에게 인사를 했다.캔맥주 세 병과 과자 여러봉지를 계산대에 내려놓자 알바가 순식간에 계산을 끝낸다. "만이천원입니다!" 봉투와 거스름돈을 받아들고 편의점을 나와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고2밖에 안된 새파란 아이들도 돈벌겠다고 일하는데 난 뭐하고 있는거지. 성규가 씁쓸하게 웃으며 캔맥주를 따 입안에 맥주를 잔뜩 집어넣었다. "크으~ 쓰다,써." 봉신 씨 말처럼 행복할때에는 술도 달다던데 언제쯤 술이 달아질까나…. 유난히 별이 밝은 밤이다.
갑자기 날이 밝아졌다.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한빛이 번쩍하더니 어느새 자신이 콘트리트 도로위에 잘때 입던 옷 그대로 서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우현이 점점 익숙해져 풍경에 손을 덜덜덜 떨기 시작했다. 절벽에 가려진 코너 건너편에서 차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하얀 중형차가 나타났다. 꿈이구나. 꿈속에서도 꿈인 줄 알고 눈을 비비고 머리를 흔들어보아도 여전히 그 도로위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못한채 그대로였다.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중형차안에는 운전석에 탄 자신과 조수석에 탄 순재,그리고 성열과 순재의 부모님까지 타있었다. 저때까지만 해도 즐거운 나들이였는데…. 도로위에 서있는 우현이 보이지 않는 건지 그대로 우현을 뚫고 지나간 차가 반대편에서 오던 차와 굉음을 내며 부딪혔다. 우현의 차를 박은 차는 가드레일에 부딪혀 멈췄지만 우현의 차는 옆으로 기우뚱하더니 잔해를 뿌리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서둘러 자신이 운전하던 차로 달려갔다. 창문이 잔뜩 깨진 차안을 살피자 피에 잔뜩 젖은 자신의 모습과 그리고 뒷자석에 탄, "……!" 우현이 흠칫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새벽 1시. 침대에 누운지 딱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땀에 잔뜩 젖은 우현이 숨을 거칠게 내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침대에 도로 누웠지만 잠이 홀딱 달아나버렸다. 정말 지긋지긋한 악몽이었다. 잠잠해졌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한번씩 불쑥불쑥 찾아오곤했다. 마치 우현에게 '넌 평생 이 악몽에 갇혀지내야해'라고 사형선고를 하는 것처럼…. 결국 그 뒤로 한참을 뒤척이던 우현이 침대에서 일어나 산책을 하고 오는게 낫겟다싶어 지갑을 들고 조용히 집을 나왔다.
얼른 먹어치우고 집으로 향해야겠다싶어 고개를 들고 다시 캔맥주를 집어들때 편의점에 들어가려던 우현과 눈이 딱 마주쳤다. 성규의 눈썹이 한번 꿈틀거렸다. 손잡이를 잡은채로 성규와 눈싸움 비슷한 신경전을 하던 우현이 결국 먼저 눈길을 치우고 편의점안으로 들어가 캔맥주 한 캔을 계산하고 나와 성규의 건너편 테이블에 앉았다. "여기 앉아도 되죠? 다리가 아파서." 성규가 두번째 캔맥주를 비우고 우현을 보며 맥주캔을 잔뜩 찌그러트리려고했지만 생각외로 맥주캔은 단단했다. "에이씨." 결국 바닥에 맥주캔을 세우고 발로 콱콱 밟아 찌그러트린 성규가 세번째 맥주캔을 따려하자 우현이 그 맥주캔을 가져가 소매로 맥주캔 입구를 슥 닦아 건낸다. "병 입구에 수만가지 세균이 있대요." 우현이 말을 끝마치고 맥주를 벌컥 들이키자 성규가 뒤따라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입에 묻은 거품을 닦은 뒤 대답했다.아, 점점 더 알딸딸해져온다. "술기운에 쪽팔림 무릅쓰고 말하는건데 사실 저 직장없는 백수에요." 우현의 말에 성규가 흠칫 놀라며 우현을 쳐다봤다. "갚아주냐구요. 일억오천." 성규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캔맥주를 쓰레기통에 넣고 과자봉지를 든 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규의 혼잣말을 들은 우현이 피식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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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쓸말이 없으신분들은
"잘보고가요!"
다섯글자라도 남겨주세요.
4초도 안걸립니다.
길게 연재하는거 쉽지않은일이에요.
댓글이 큰 힘이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