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빈] 아고

 

 

(술만 들어갔다하면 내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오늘도 어김없이 술을 사들고 들어온 것을 보곤 아버지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집을 나와 집 앞 놀이터에 덩그러니 앉은 채 언 손에 입김을 부는) 하아. 춥다.

[상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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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운]

하다 잘 것 같은데 해도 돼요?

[글쓴이]

응 괜찮아요 졸리면 자야죠

[독자1]

(오랜만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하는데 놀이터에 보이는 익숙한 모습에 네게 다가가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이러고 있지말라고 내가 집 비밀번호도 알려준 것 같은데?

[글쓴이]

(내게 다가오는 실루엣에 덜컥 겁이 나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가 익숙한 네 목소리가 들리자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놀랐잖아요 아저씨. 그냥 시간이 너무 늦어서, 찾아가기 미안해서요.

[독자2]

(네 말에 말없이 널 내려다보면 한숨을 내쉬곤 네게 손을 내미는) 일어나. 여기 그러고 있다 감기 걸려. (몸이 얼었을 너를 부축해 일으키고는 집 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기며) 시간 늦었다고 안 쫓아내. 그러니까 다신 그러고 있지마.

[글쓴이]

(네 손을 가만히 올려다보다 머뭇거리며 손을 잡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네 속도에 맞춰 바쁘게 발을 옮기는) 그래도요. 혹시 자는 거 깨울 까봐 걱정도 되고.

[김원식]

있어요?

[글쓴이]

있어요

[독자3]

(야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익숙한 모습이 보이자 이젠 이렇게 널 보는 것도 익숙해 다가가 꽁꽁 언듯한 손을 잡아일으키고 제 주머니에 넣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들어가자.

[글쓴이]

(갑작스레 다가와 내 손을 잡아 일으키는 너에 놀라 손을 빼려다 너인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는) 인기척 좀 내고 다녀요. 놀랐잖아요. 아빠 잠들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들어가려고 했죠.

[독자4]

이렇게 추운데? 들어가자. (네 손을 잡은 채로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제 손으로 네 손을 꽉 잡았다가 놓은 뒤 겉옷을 벗어 네 어깨에 걸쳐주는) 얼마나 밖에 있었길래 몸이 이렇게 차.

[글쓴이]

4에게
(잡았다가 놓는 네 손이 아쉬워 가만히 쳐다보다 네 겉옷을 만지작대며 시간을 헤아려보는) 음. 두시간정도? 괜찮아요. 추운 거 익숙해요.

[독자5]

글쓴이에게
(익숙한 네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놓고는 널 집으로 데려가 먼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 보일라 온도를 높이는) 몸 좀 녹여.

[글쓴이]

5에게
(네 손에 이끌려 네 집으로 들어와 거실 소파에 어색하게 앉아 너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나 진짜 괜찮은데. 아저씨 피곤할텐데, 쉬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