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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마을이 시끌벅적했다. 시끄러운 집밖에 평소보다 몇시간은 일찍 깬 내가 잔뜩 구린 표정으로 이불위에 앉아 멍때리고 있자 할머니께서 그런 날보곤 일어났음 얼른 씻지 뭐하노. 하며 욕실로 날 쑤셔넣으셨지만 꿋꿋하게 다시 빠져나와 이불안으로 쏙 들어갔다. 씻기도 귀찮다.. 그런 날보던 할머니가 혀를 쯧쯧 차시며 부엌으로 향하셨다. 그리고 얼마안가 풍기는 고소한 냄새에 슬슬 이불 밖으로 기어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헐, 왠 고기래. 부엌에 전이며 고기며 잔칫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니, 오늘 무슨 날이야?

 

오늘 택운이 오늘 날 아니가.

택운이? 택운이가 누군데.

넌 것도 모르노. 옆집 과수원 할미네 손자 아이가.

 

내가 옆집할머니 손자이름을 어떻게알아.속으로 꿍얼거리며 근데 왜 우리집에서 잔칫상을 차려? 물으니 옆집 할매 다리 다쳤다 아이가 .옆집인데 대신 이런거 하나 못해주나. 그말에 아-하며 수긍하곤 전을 하나 집어먹자 씻지도 않은손으로 어딜 줏어먹노! 하는 할머니의 말에 한손으로 귀를 대충 막곤 다시 내방 쪽으로 향했다. 어유, 택운이는 지할미 다쳤다고 도와주러 이까지 온다든데. 저건 언제철드노. 씻고 준비좀 하고 있으라. 니랑 동갑이라든데, 친하게 지내고. 따라오는 할머니에 긴 말에 대충 고갤 주억거리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 얘, 학연아. 택운이 왔다. 어여 나와서 인사혀. "

 

할머니에 부름에 비적비적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문을 열고 대충 제일눈에 띄인 슬리퍼를 구겨신고 나가니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남자의 뒷통수가 보였다. 동글동글 고놈에 뒷통수 참 곱네. 안 감아서 그런지 근질거리는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남자애가 앉아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씻으라니까 여태껏 안씻은기가? 그동안 뭐했노! 들리는 할머니의 잔소리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대충 한귀로 흘러보냈다. 직직 슬리퍼를 끌며 그 잘난놈 얼굴이나 함보자 하는 생각으로 앞으로 다가가 슥- 얼굴을 봤는데....헐.


이마를 덮은 까만 머리와 대조되게 하얀얼굴. 그밑으론 곱게 떨어져나가는 얼굴선 하며. 헐.. 도시애들은 원래 이렇게 다 곱상하게 생긴건가. 꼴깍.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빤-히 자신을 보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녀석이 어색하게 웃으며 살짝 고갤 숙여왔다. 안녕하세요.. 조그만 목소리는 덤.

 

거, 목소리도 참 곱다. 머스마가 아니라 가시난가. 어디 꼬추 함 달려있나 보자. 농담을 던지며 녀석에게로 손을 뻗는 할머니에 녀석이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던지 말던지 녀석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보고있자 할머니께서 내 등짝을 퍽퍽 내려치기 시작했다. 근데 이노므 자슥은 인사안하고 뭐하노.

 

아 인사해요. 한다구요! 꽥꽥 대며 겨우겨우 할머니의 손길을 피하고선 큼큼-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러곤 녀석에 앞에서서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 ..안녕. 난 차학연이라고해. 인사한번 참 재미없게 한다. 몰려드는 어색함과 뻘쭘함에 손발이 오그라들것같았지만 악수를 해야하므로 참았다. 녀석이 내손을 잡길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녀석은 그런 내손을 잡지않고 빤히 쳐다보기만했다.

 

결국 그런 녀석이 답답했던 내가 먼저 녀석의 팔목을 잡아 들어 녀석의 손을 붙잡곤 두어번 흔들었다. 그런 내행동에 놀란듯 살짝 눈이 커지던 녀석이 이내 살풋 웃으며 조그맣게 말했다. 잘..부탁해.

 


쯔아식- 웃는것도 예쁘네.

 

 

 


*

 

 

 

 

잔치가 벌어졌다. 온 마을 사람들이 우리집에 모여 낮에 할머니가 만드신 음식을 먹으며 얘기하고 노랠부렀다. 무슨 서울에서 남자애 하나 온게 그리 대수라고. 입술을 삐죽이며 앞에 놓인 막걸리를 들이 마셨다. 캬- 죽이네. 손을 뻗어 전을 집어 입에놓곤 우물우물 씹으며 녀석쪽을 바라봤다.

 

어르신들한테 둘러싸여 어쩔줄을 모른다. 어른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갤 푹 숙이고있다. 할머니들은 거 참 곱상허네. 말하며 녀석에 볼을 쓰다듬으시고 녀석은 그런 손길에 화들짝 놀라 몸을 들썩이면서도 그 손길을 쳐내진 못했다. 쯧쯧. 혀를 차곤 녀석을 보다 다시 잔에 막걸리를 부으려는데 녀석과 딱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괜시리 깜짝놀라 훽 하니 고갤돌리고 다시 막걸리를 잔에 붓는데 누군가 다가오는듯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내옆에 다다르는 그림자에 슬쩍 고갤돌리니 녀석이 날 내려다보고 서있었다.

 

그런 녀석을 멀뚱멀뚱 쳐다보고있는데 녀석이 내손에 들린 막걸리 잔을 훽- 하니 뺏어갔다. 아니,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래. 어이가없어 녀석이 하는 짓을 멀뚱히 보고만 있자 녀석이 저 멀리로 잔을 밀어버리는게 아닌가. 애 뭐하니.. 그렇게 얼빠진 표정으로 녀석을 보고있는데 다짜고짜 내 앞에 흰손이 들이밀어졌다. 그손을 멀뚱멀뚱 보고만 있자 녀석이 아까 낮에 내가했던것마냥 내 팔목을 쥐어올리더니 내손을 꽉 잡아왔다. ..뭐지? 갑자기 왜 남의 손을. 생각하고있는데 갑자기 녀석이 손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버벅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ㅁ,뭐하는."

 

아, 너무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어버렸다. 아오. 가오안살게시리.

 

"..저..바람좀 쐐고싶은데, 이곳 지리를 잘 몰라서.. 같이 가주면..안될까..?"

 

박력넘치게 일으켜 세운것과는 달리 우물쭈물하다 작게 웅얼거린다. 아니 근데 그걸 왜 나한테 해달래? 저기 저렇게 자기 예뻐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구먼. 생각하면서도 난 왜 녀석을 데리고 집밖을 나가고 있는건지.

 

 

 


*

 

 

 

멤멤 울어대는 매미소리와 귀뚜라미 소리가 귓갈 때렸다. 아오 고놈시키들, 참 징하게도 울어대네. 녀석을 데리고 집밖으로 나와 진짜 말그대로 아무말없이 막연히 걷기만 하다 녀석을 힐끗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흰얼굴에 표정이 없다. 아깐 멍때리다가 발을 헛딛어 넘어질뻔하기까지 하더라. 얼굴은 날카롭게 생긴 것 같은데 하는짓은 왜이렇게 물렁해? 그렇게 녀석을 바라보는데 녀석이 내 시선을 느낀듯 내 쪽으로 고갤돌려 눈을 맞춘다. 순간 쿵. ..뭐지 방금? 방금 심장이 쿵 했는데. 에이, 착각이겠지 하며 고갤 설레설레 젓다 다시 녀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까 눈이 마주쳤을때부터 계속 날바라본건지 시선이 올곧다.

 

"..뭘봐."

 

퉁명스레 빠져나간 말에 녀석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갤 저었다. 아냐. 귓가에 와닿는 목소리에 어딘지 모르게 간질간질 해졌다. 어우 안씻어서 이러나. 왜이러지.

그렇게 또 하염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마을을 한바퀴 다돌았다. 이제 저코너만 돌면 또 다시 우리집인데. 이렇게 집에 돌아가긴 무언가 아쉬웠다. 아니, 아쉽긴 뭐가 아쉬워? 빨리 집가서 막걸리나 실컷 마시면 되지. 생각하면서도 내 입은 지멋대로 말을 뱉었다. 조금만 앉아있다 가자.

말은 이미 나갔는데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쓸대없는 걱정을 하고있는데 그 흰 얼굴이 끄덕여 지더니 녀석이 먼저 정자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런 녀석을 따라 녀석에 옆에 앉으니 녀석은 아무말없이 그저 고갤 숙여 손장난만 칠 뿐이였다.

 

"..넌 왜 시골왔냐?"

어색한 분위기에 말이라도 이어가자 싶어 이유를 알면서도 묻자 녀석이 꼼지락 대던 손을 멈추곤 입을 열었다.

 

"할머니 다리 다치신것 때문에."

 

예상했던 답이들려와 그냥 대충 고갤 끄덕이는데 녀석이 말을 덧붙였다.

 

"..사실은 그냥 집에 있기가 싫어서."

 

녀석에 말에 고갤 돌려 녀석을 바라보자 녀석은 멀뚱히 앞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집안 사정이 좀 어려워서.. 부모님이 자주 싸우시거든."

 

그말을 들으며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잣집 도련님처럼 생겨서는, 안어울리게 집안 사정이 어렵댄다. 녀석은 말을 마치더니 뭔가 전보다 더 침울해진 분위기로 그냥 땅바닥 만 바라봤다. 괜히 물어 봤나. 싶은맘에 죄없는 입술만 물어뜯다 손을 뻗어 녀석의 양볼을 잡아 얼굴을 내쪽으로 돌렸다. 손에 닿은 녀석에 볼이 뜨거운 내손과는 상반되게 차갑다.

 

"얌마, 말할때는 얼굴 보고말하는거야."

 

참 타이밍 안맞게 헛소리한다. 등을 다독이는것도, 말잘못했다고 사과하는것도 아니라..내가 지금 무슨소릴 하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한숨을 내쉬고 녀석에 얼굴에서 손을때는데 녀석의 고갠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날 바라본다. 그 시선에 눈싸움이라도 하듯 녀석의 눈을 똑같이 바라보자 녀석이 또 베시시 웃는다. 그 모습에 또다시 심장이 쿵. 아 진짜 오늘따라 왜이러지? 몸이 안좋나. 생각하는데 녀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내손을 잡아당긴다. 녀석의 손은 아까 잡았던 볼과 달리 따뜻했다. 이제 그만 가자.
말하는 녀석에 답없이 일어나 내손에서 녀석의 손을 떼어내곤 앞서 걸었다. 녀석에 손을 놓자 왠지모르게 손이 허전했다. 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집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녀석이 작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또다시 아까처럼 어딘가 간지러웠다. 어우 미치겠네. 모기에 물린건가. 생각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제목생각나는게없어서아무거나막해씀..끵..ㅜㅜ..좋은제목생각나시면 즈에발알려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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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블루밍이예요! 알람 울리자마자 뛰어왔어요! 엔택이라니ㅠㅠㅠㅠㅠㅠ 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늘 제 취향저격 제대로 하시네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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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좋네요ㅠㅠㅠ설마여기서끝인가요??더써주셨음좋겠는데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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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풋풋해라ㅠㅠㅠㅠㅠㅠ
뒷편 개대해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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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풋풋하고 좋네요ㅠㅠ작가님 짱짱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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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헐 분위기 좋아요ㅠㅠㅠ달달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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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헐ㅠㅠㅠ분위기봐..짱좋아요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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