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 잘 잤,.. 기자님? 아이참, 어디를 가셨을까. 읏차, 흐억."
순영은 소파에서 기지개를 시원스레 쭉쭉 펴고 일어나니 보이지 않는 나다를 찾으러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못 찾겠어서 이내 소파에서 내려오다 슬핏 스친 물체에 숨을 흡 들이킨다.
"기자님, 기자님. 왜 침대 놔두고 이 좁은데서자."
"으으...."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하나도 안 변하지. 구석 본능이라 그런가."
쿡쿡 찔러도 금방 일어나지 못할듯한 앓는 소리만 내면서 뒤척이는 나다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러다 시계를 보고 자신도 다시 소파에 편히 자리를 잡고 엎드려 눕는다. 아래에서 피곤한 듯 고개를 불편하게 틀고 그대로 자는 나다를 보고 다시 피식 웃고 손을 뻗어 바르게 해준 뒤 쿠션을 대준다.
"가나다, 오빠 진짜 하나도 기억 안나?"
"...."
"야아..."
나다의 볼을 쿡쿡 찌르면서 속상한 듯 입을 푸 내밀다가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다시 소파에 바로 눕는다.
[세븐틴/권순영] 10살 연상 네가지 연예인이랑 연애하는 방법 ⓔ
"으윽... 허리야..."
허리를 잡고 우두둑 뼈소리를 내며 일어나보니 어느새 밖은 어둑해지려고 한다.
...? 나닛? 난 분명히 과일 먹고 소화시킬 겸 잠깐 누워있었는데? 이 쿠션은 또 뭐임? 아니.. 그와중에 이 인간은 계속 자네?
"권순영 씨!!!"
"음...."
"권순영 파이팅!!!!"
"파이팅!!!.. 어... 기자님 잘 잤어?"
잘 잤다고 말해야하나.
잠깐 혼란스러웠지만 나다는 시침이 5시를 가르키는 걸 보고 아직도 정신이 없는 순영을 서둘러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했다. 순영은 끙끙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폈다. 여전한 연예인 기럭지가 자태를 뽐내면서 화장실로 자연스럽게 걸어들어갔다.
찍... 찍고 싶다..!
"찍지마. 그러는거 아니야."
"뒷모습인데엥..."
"그래도 찍지마."
"이럴 때만 연예인이야."
"원래 연예인이야. 내가 너한테만 편하게 해줘서 뭘 모르나 본데."
그런가.. 하긴 지나치게 편하게 대해주긴 하지. 근데 뭐? 너?
"너요? 너어-?? 아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원래 내가 너보다 나이 많습니다아- 나 이제 세수할거야. 쉿."
"...저런 쉽색..."
일어나니까 만난지 일주일 된 사람이 너라고 해요. 어떻게 해야하죠 지식인 님들?
근데 진짜 나이가 많기는 많아서 어쩔 수가 없다. 그래봤자 10살인데..
나다가 한참 물소리를 들으며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니 그새 머리를 감은 듯 젖은 머리를 툭툭 털며 순영이 나왔다.
"머리 감았어요?"
"응, 드라이어기 어딨어?"
"꺼내다 드릴게요."
"아니 어차피 있어봤자 저기 있겠네."
...? 우리집 와보셨어요?
익숙한 듯 화장실 찬장을 턱턱 만지더니 드라이어기를 꺼내 흔들어보인다.
내가 화장실에 드라이기 두는 건 어떻게 알았지?
"머리카락 떨어지는거 바닥에 싫어하지? 그냥 기자님 들어와서 씻어."
"아..., 네."
심지어 엄마가 바닥에 머리카락 떨어지는 걸 싫어해서 화장실에서 머리 말리는 습관이 들어서 자연스레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걸 싫어하는 것까지 알고있다.
뭐 대부분 화장실에 드라이어기 있으면 거의 다 화장실에서 하는 거 알겠지.
그렇게 단순하게 치부하며 순영이 머리를 말리는 뒤로 가서 세면대에서 물을 틀고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위잉- 우웅-
우우웅-
"기자님."
"푸후, 네?"
"...아니, 오늘 영화 기자님이 쏘라고."
"에엑? 저야 상관 없는데. 왜 갑자기..."
딸칵-
"그야... 내가 삐졌으니까."
저기 제가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뭘 가지고 심지어 왜 댁을 삐지게하겠어요?
드라이어기 소리가 끝나고 나온 순영의 말이 썰렁하게 화장실을 울리고 순영은 거실로 나섰다. 나다는 얼굴에서 떨어지는 물기를 채 닦지도 못하고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영이 키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서둘러 물기를 닦고 순영에게 다시 다가갔다. 급하게 뒤따라오는 나다를 보고 순영은 남은 물기를 손으로 슥 훔쳐줬다.
"나 먼저 나가있을게. 옷 따뜻하게 입고 천천히 나와."
"...네.."
"생얼이... 여전하네."
"저 아침부터 생얼이었거든요?"
"..그런가?"
이쁘던데.
흘리듯 현관문을 나서며 한 말에 나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시간을 얼핏 보고 안방으로 향했다.
"으아... 옷이.."
좀 차려입어볼까 했는데 치마는 딱 하나밖에 없다. 것도 정장용 치마.
아니야.. 그냥 바지만 갈아입자.
청바지를 꺼내 입으며 다음엔 옷 좀 사놔야겠다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레깅스만 청바지로 갈아입고 항공점퍼 위에 목도리를 두르고 집 밖을 나섰다. 숨 쉴때마다 피어오르는 하얀 입김에 밟게 불이 켜져 있는 순영의 차로 발을 재빠르게 움직여 달려갔다.
"춥지, 얼른 들어와."
"으으... 권순영 씨는 안 추워요?"
"나는 몸에 열이 많아서 상관없어. 그리고 히터도 틀어놨고. 영화 보니까 6시 30분거 있더라. 그거 보자 기자님."
시동을 걸면서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지금 시간은 6시니까 충분히 갈 수 있었다. 그에 나다는 긴장이 풀어진 듯 창문에 쓰러지듯 툭 기댔다. 출발하려고 백미러를 보던 순영은 혀를 쯧쯧 차면서 나다에게로 손을 뻗었다.
"또 이런다 또. 안전 벨트를 매야지."
"아... 깜빡했다."
이젠 약간 자연스러워진 손길을 그대로 받았다. 경쾌한 결합 소리가 들리고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
"위에 티는 안 갈아입었네? 나랑 그렇게 커플티가 하고 싶었어?"
"예? 하아--니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랬어. 더군다나 기자님은 심하고."
"아니 몇 번이나 만났다고 그렇게..."
"저번에도 감기 걸렸지 물어보니까 그렇게 안 걸렸다고 투덜거리더니 결국 나한테까지 옮겼었고."
에. 나 감기 안 걸린지 10년은 됐는데.
반박하려고 손을 들며 순영을 바라보자 순영은 타이밍 좋게 라디오의 볼륨을 키웠다.
"가는 동안 노래 감상하자."
"뜬금포."
"알아."
차 안을 가득 울리는 캐롤에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졌다.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데.
어느새 반박은 잊어버리고 고개를 흔들면서 리듬을 타는 나다를 슬핏 보고 순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본다던게 로맨스 영화였어요??"
"그럼 여자친구랑 호러 보리?"
"에이.. 영화는 뻥치고 봐도 되는데..."
"싫어."
저, 저 싸가지!!
로맨스라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못 보는 나다가 질색을 하자 순영은 영화표를 흔들면서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주차한다. 그리고 자신의 지갑을 챙긴다.
"왜 지갑을 챙겨요?"
"먹을 것 좀 사올게."
"어어어 안돼요. 기다리십쇼."
"왜, 나 배고픈데."
"그 얼굴 그대로 가시려구요?"
"....아. 그럼 이것 좀 잠깐 빌릴게."
순영은 몸을 반쯤 돌려서 나다의 목에 걸쳐져있던 목도리를 조심스레 가져가 자신의 목에 둘렀다. 히터가 빵빵하게 틀어져있어서 춥진 않았지만 가방 안에 있는 자신의 카메라가 순영을 다시 연예인으로 느껴지게 해서 괜히 자신의 목도리가 초라해보였다.
"목도리가 너무 예쁜데. 남자가 하기엔 쪽팔리니까 얼른 갔다올게."
목도리를 슥슥 두르고 하는 말이 저거다. 차문이 닫히고 뛰어가는 순영을 보면서 나다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두둥- 쇼박스-
"허어, 흐억... 늦을 뻔 했다."
"안 추워요? 얼른 앉아요. 손도 다 얼었네."
순영의 빨개진 손을 보고 일단 히터의 온도를 올린다. 팝콘과 핫바 두 개 그리고 콜라 두 잔이 담긴 박스는 잠시 나다의 무릎 위에 올려둔다. 다행히 아직 영화가 완전히 시작한건 아니라서 차 안을 두리번거리며 순영의 몸을 녹일만한걸 찾던 나다는 손에 닿는 차가운 것에 화들짝 놀랐다.
"으앗!!"
"뭘 찾아. 곧 영화 시작할텐데. 잠깐만 잡고 있을게. 뜨듯하다."
"....잠깐입니다. 사진 찍어야 해요."
"알았어 알았어. 너무 직업에 충실한거 아니야?"
어느새 나다의 두 손을 자신의 큰 두손으로 감싼 순영이 웃으면서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어제까지만 해도 선은 나름 지키던 사람이.. 오늘따라.
"영화 시작한다! 나 콜라랑 핫바 좀. 배고파 죽겠다."
"여기요."
"땡큐."
콜라는 차 홀더에 끼워놓고 핫바를 앙 문 순영이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남자가 로맨스 영화 이렇게 좋아하는건 처음보네. 하긴 자기도 찍으니까.
나다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순영을 찍기 시작했다. 몇 번 촬영음 소리가 들리고 나다는 순영을 툭툭 쳤다.
"우?"
"여기 한번만 봐요."
"이으(치즈)~"
"옳지. 됐다."
두어번 찍던 셔터가 멈추고 그제서야 나다도 카메라를 넣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순영은 나다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 보다가 입에 있던 핫바를 꿀꺽 삼키고 오오 감탄사를 연발했다.
"방금 되게 기자님 같았어. 안전벨트도 안 매고 완전히 앤 줄 알았는데... 올."
"원래 기자거든요?"
"나 좀있다 영화 다 보고 사진 보여줘."
"흐음.. 그래요."
둘이 영화를 제대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 결말이 왜 이래요?"
"그..러게. 아는 형이 찍은건데."
"홍지수 씨요?"
"엉... 어, 어떻게 알았어?"
"그, 그야!!! 남주가!!!"
세명이었다. 젠장.
권순영과 배우 홍지수가 친분이 있다는 건 정말 권순영의 골수팬이 아닌 이상 알기는 어려웠다.
"기자님... 진짜 별순별...."
"아, 아닌데요? 우수 회원 아닌데? 절대 아닌데?"
"우수 회원이야?"
"....된장..."
"어허 욕하는거 아니야. 우수 회원 가나다 씨."
하아.. 좋은 세상이었다.
나다가 실성한 듯 웃으며 팝콘을 입에 밀어넣자 그 모습을 낄낄거리며 보던 순영은 이내 배를 잡고 시트 뒤로 풀싹 엎어졌다.
"아핳캌!!! 우수 회원이었엌!!!! 으흫킇흫!!"
"웃... 지 마세요..."
"싫은데 싫은데? 우수 회원님이 연예인한테 막 웃지 마라고 해도 돼? 킇큭으킄-"
귀에선 평소 즐겨보던 권순영 웃음소리 모음 영상을 오디오로 만든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나다는 입을 합 다물고 콧김을 푹푹 내뱉다 결국 순영을 퍽퍽 쳤다.
"악! 윽! 팬이 가수 친다!!! 기자님이 연예인 친다!!"
"그만! 웃으라고! 했죠!"
"으아앜ㅋㅋㅋㅋㅋ 가나다가 권순영 친닼ㅋㅋㅋㅋㅋㅋ"
"아아아아악--!!!!!"
계속 쳐웃으면서 나다를 놀리던 순영은 점차 때리는 강도가 세지자 웃으면서 나다를 제지했다. 하지만 나다는 이미 몸의 체중을 다 싣으며 순영을 때리고 있던 차라 점점 순영의 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웃지 말- 꺅!!"
"어어!!"
빠앙-
결국 반쯤 서서 때리던 나다의 발이 균형을 잃고 순영에게 넘어졌고 그만 그만하던 순영은 제 쪽으로 오는 나다를 급하게 안아서 멈췄다. 나다가 넘어지면서 누른 크락션의 소리가 사람 없는 극장을 한번 크게 울린 반면에 차안은 정적이 흘렀다.
"....."
"....."
차문에 기대어 앉아있던 순영의 쩍 벌린 다리 속에 나다가 어정쩡하게 안겨있는 상황. 한 10초간 정적이 흘렀을까,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후다닥 떨어졌다.
....이 상황을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나다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리고 있자 순영 역시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걸었다.
"지하철 역까지만 데려다주세요..."
"아니야, 집 앞까지 데려다줄게."
제가 이 상황을 어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럽니다!!!
그런데 순영은 막상 그렇게 불편하진 않은건지 어느새 핸들에 손가락을 툭툭 치면서 흥겹게 운전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잔뜩 어색해하던 나다도 여유있고 편안한 모습에 천천히 긴장을 풀고 안전 벨트를 맸다.
"도착."
"감사합니다.."
"주말인데 고생했어. 얼른 들어가서 쉬어."
"네에.. 오늘 감사했습니다."
나다의 집에 다시 도착하고 배꼽인사를 하는 나다를 껄껄 웃으며 보낸 순영이 빌라 속으로 들어가는 나다의 모습이 완전히 안 보이자 크게 숨을 내쉬었다.
"흐어어어...... 위험했다."
탑스타급 연기력이 이럴 때 쓰라고 있는게 아닐텐데 말이다.
"아 진짜, 가나다 다른 남자한테도 막 이렇게 장난치는거 아니겠지?"
내심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채팅창을 열고 무섭게 자판을 두드린다.
한편, 정말 아무렇지 않아진 나다는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있다가 울리는 진동 소리에 움찔했다.
뭐야.. 방금 헤어졌는데.
"아.. 아저씨...."
보자마자 경악을 하게 만든 메세지에 나다는 답장을 하지도, 다시 로션을 바르지도 못하고 벙쪄있었다.
[기자님 오늘은 정말 재밌었어^0^ 그냥 빨리 끝내게~ 평일 주말 다 만나는 건 어때~???? 어차피 평일에는 상관 없지?? ^v^ 내가 약속 없다고 말하기 전까지 절대로! 누구랑 약속 잡아놓지마!!!!!!]
-
헤헷 저왔다능.
오늘은 제가 원래 계획하던 것과 여러분의 소재 몇 개를 합쳐보았습니다.
헤헷 감사합니다. 흫흫.
노란오리님 소재는 아직 안 끝났어요.ㅇㅅㅇ. 걱정 마시라능.
그리고 아무래도 소재는 그만 받아야겠어요. 다른 곳에서 연재하는 글도 있고 저도 어제까지 받은 소재로 완결 루트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 이렇게 아무 재미가 없을 때 큰 힘이 되어주시는 암호닉!!!
숭늉, 너야, 당근, 봄봄, 아이닌, 기차, 최봉구, 너누리, 뭉구뭉구, 최허그, 너달, 쿱승철, 무리, 오메기떡, 호시십분, 순서, 자몽자몽, 노란오리, 예에에
모두 사랑합니다♥
드디어 초록글에 올라간 걸 찍었어요!!! 흐규귭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모두 다 독자님들 덕분이에용...ㅠㅅㅠ...(하뜌)
맞다. 순영이 머리랑 작가 이미지랑 같게 하는거 아시나요?
그리고 순영이는 연예인이죠ㅎ
매번 글마다 사진을 찾느라 애쓰고 있는 저를 구제하시고 싶으시다면... 작가 이미지랑 같은 머리 사진 좀 주세요... 큽....
제가 사진을 모으는 타입이 아니라..ㅇㅅㅇ..(더 말하면 땅끝까지 털릴 것 같으니 이만 사라진다)
가나다 씨 다음에 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