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세훈] 중세의 로맨스 (부제; 첫만남)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8/5/185ee2c51fed5278a478f01c92f2c7cf.jpg)
주위 사람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하하호호 웃으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바빴지만
난 그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저 꼭두각시처럼 꾸미고 앉아 자리만 꿰차고 있을 뿐
난 누구인지, 내가 여기 왜 있어야 하는건지, 왜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야하는건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
내 부모님은 대한제국의 공작 부부였다.
왕정이 붕괴되고 대한제국은 입헌군주제로 체제를 바꾸었고
양반은 모두 서양식을 따라 공작, 백작, 남작 등의 작위로 바뀌게 되었다
대대로 정승판서를 지내오던 우리 집안은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아버지가 공작의 작위를 받게 되었다.
나는 내 부모님의 유일한 딸이었고,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아버지는 항상 자상하고, 또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분이셨고,
어머니는 누구보다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시고, 내게 여자로서 가져야할 지혜를 가르쳐주신 분이셨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진..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평민들의 분위기가 흉흉해질 때 즈음
한 청년이 공작부부 내외를 모두 총살하고
자신도 권총자살로 숨졌다.
대한제국은 공포에 도가니에 빠졌고
난 한 순간에 부모를 모두 잃은 천애고아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백작인 고모부와 고모의 손에 길러졌다.
자식이 없던 고모님 내외는 날 무척이나 아껴주셨다.
말썽을 부려도 다정히 타일러주셨고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게 있나 항상 신경써주셨으며
내가 원하는 게 있어도 부탁을 잘 드리지 못한다는 걸 눈치채시곤
나 몰래 내가 바라던 일을 해주시곤 하셨다.
그런 고모님 내외의 사랑에 항상 감사했지만
그분들을 내 부모님과 같이 사랑할 수는 없었다.
-
"ㅇㅇ아"
"네, 고모부"
"내일모레 저녁에 우리 집에서 파티가 있을 예정이다."
갑자기 왠 파티일까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라 파티는 잘 여시지 않는데.
집안에 경사라도 났나?
"파티요?"
"그래, 우리 집안에서 발표할 중대사가 있단다"
"그게 뭔데요?"
"네 약혼자를 발표할거란다"
약혼...
드디어 결혼을 논할 때가 되었구나.
내가 스무살이 되어 성인이 되고 난 다음에
사교계에서 가장 큰 화제거리는 내가 누구와 결혼할 것이냐는 이야기였다.
부모님이 공작부부였던 나에게는
이미 어마어마한 유산이 상속되어 있었고
또한 지금은 자식이 없는 고모님의 호적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그 분들의 유산까지 모두 내가 받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땐 나도 순수한 사랑을 꿈꾸었는데..
동화 속에서만 나오는 백마탄 왕자님이 내게도 나타나
나를 뜨겁게 사랑해 줄거라고 굳게 믿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상실을 경험해버린 나는
연애감정같은 사사로운 감정에 내 인생을 소비할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집안에 따라 정해진 사람과 혼인하는 것,
그게 여태까지 내게 너무도 큰 사랑을 주신 고모님과 고모부께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파티는 성대하게 치뤄졌다.
평소 검소하게 살던 백작이 딸처럼 아끼는 조카딸을 위해 어마어마한 액수를 투자해 파티를 준비했고,
많은 사람들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백작의 저택을 구경하기 위해,
또 그간 모두를 궁금하게 했던 공작부부의 딸의 약혼 상대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내게 약혼을 축하한다며 한 마디씩 하고 갔다
그런 모습에 감사하다고 인사하긴 했지만 자꾸 느껴지는 가증스러움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또, 파티라고 졸라맨 이 코르셋도 짜증이 났다.
이래서 파티가 싫어.
수많은 손님들과의 인사가 거의 다 끝나갈 때 즈음,
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남작부인인 수정이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 네 약혼자가 누구인 줄은 알아?"
"아니, 나도 너희들처럼 오늘 처음 듣는거야"
"그럼 아예 누구인지도 모르는거야?"
"응, 얼굴도 몰라."
수정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날 쳐다봤다.
그치만 진짜 모르는 걸 어떡해.
그리고 딱히 누구인지는 상관이 없었다.
난 그냥 결혼만 하면 되는거니깐.
그나저나, 이 코르셋.
정말 너무 신경쓰인다.
사람이 숨을 쉴 수가 없잖아.
내가 이런거 까지 해가면서 내 허리를 얇아보이게 해야돼?
-
"여러분, 제가 여러분께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드디어, 고모부가 내 약혼자를 발표할 생각이신가 보다.
그리고 난 지금 거의 코르셋 때문에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다.
왜, 왜 하필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이렇게 힘든거냐고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 ㅇㅇㅇ.
발표만 끝나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는거야.
"오늘은 제가 친딸처럼 아끼는 제 조카딸의 약혼자를 발표하려 합니다."
"하아...하아.."
점점 숨을 쉬는 게 힘들어졌고
더 이상 고모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제 조카딸의 약혼자는..."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테라스로 무작정 달려가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내 약혼자 발표에 정신이 팔려서 내가 달려가는 건 신경도 쓰지않았다.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되나...?
에이, 나도 내 약혼자가 궁금하긴 했는데.
-
"헉...헉...헉..."
나는 급하게 테라스로 나왔고
코르셋을 풀려고 먼저 드레스의 지퍼를 내리려고 애썼다.
그런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자꾸 지퍼를 안 잡고 엉뚱한 곳을 짚었고
숨을 쉬기는 점점 힘들어졌다.
급한 마음에 근처에 아무도 없나 하고 휙휙 둘러봤는데
때마침 누군가가 난간에 기대 담배를 피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요!!!"
나는 큰 소리로 그 사람을 불렀고
그 사람은 돌아서서 날 보더니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봤다.
그 사람의 눈이 삼백안이라 살짝 싸늘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난 지금 그런 걸 신경쓸 처지가 아니었으니
"저, 저기, 제 지퍼 좀 내려주세요!"
하고는 그 사람 쪽으로 등을 돌려 내밀었다.
그 사람은 갑작스런 내 행동에 어이가 없었는지 픽 웃더니
내 등에 있는 지퍼를 쓱- 내려주었다.
"코르셋 끈도!!!빨리요!!!!"
너무 급한 나머지, 난 소리를 질렀고
그 사람은 갑자기 당황해서는 어버버하며
"ㅇ응ㅇ어?끈?? 어, 어디풀면되는거에여?"
하면서 내 등을 훑었다.
"아, 이상한데 훑지말고!! 거기 그 밑에 있는 끈 풀어줘요, 빨리!!!!"
한참 헤매던 그의 손이 드디어 내 코르셋을 풀었고
나는 순식간에 해방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 공기가 이렇게 달콤한 거였나.
-
한참을 그렇게 난간에 기대 헉,헉 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그 남자가 난간에 살짝 등을 기대고 서서 날 내려다보며
"아무리 약혼자 앞이라도 그렇지,
그렇게 속살 다보이면서 헉헉 거리고 있는 건 너무 야한거 아닌가?"
라고 말하면서 자기 외투를 주섬주섬 벗어 내 등을 가려주었다.
그의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져서는 그가 건네준 외투를 꽁꽁 싸매고 그를 째려봤는데
뭔가, 그가 방금 한 말에 함정이 있는 것 같았다.
"약혼자...약혼자??!!"
그를 위로 올려다 쳐다봤더니 그가 담담하게 내려다보며
그래, 라고 대답했다.
"당신이 내 약혼자인가요?"
"그렇다니깐"
"그런데 왜 나랑 인사하지 않았어요?"
"원래 이런자리 별로 안좋아해. 파티 내내 밖에 있었어."
그는 난간에 기댄 몸을 돌려 나처럼 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
"나...처음부터 이상한 꼴 보인거죠...?"
내가 방금 일이 떠올라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더니
그는 내 쪽을 쳐다보다가 내 머리를 꾹 누르며
"딱히"
하고는 손을 떼고 다시 바깥을 쳐다봤다.
-
"몇살이에요?"
"스무살"
"뭐야, 나랑 동갑이잖아!"
"난 존댓말 쓰라고 한 적 없어"
한참 존댓말을 쓰고 그는 나에게 하대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는 나랑 나이가 같았다.
"그럼 나도 반말해야지"
"그러던가"
"넌 내 이름 알아?"
"ㅇㅇㅇ"
"아네, 난 너 이름 몰라"
"오세훈"
오세훈...
오세훈...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했더니 예전에 아주 어릴 적에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황실의 아주 가까운 인척으로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와 같이 공작이었다.
어릴 적 사교모임에서 그를 잠깐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아주 작고 왜소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꽤 키도 크고 어깨도 벌어지고 남자다운 것 같았다.
얼굴도 뭐, 잘생겼다. 그래, 아주 잘생긴 축인 것 같다.
아니,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닌데.
"넌 나랑 약혼하는 거 알고 있었어?"
"파티 오기 직전에, 어머니가 살짝 귀띔해주셔서"
"정략결혼...하는거 싫지 않았어?"
그의 표정을 살펴보려 고개를 살짝 들어보았지만
딱히 표정의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넌?"
"나?"
오세훈이 그런 내게 고개를 돌려 물어봤다.
"솔직하게 말하면"
"..."
"좋은건아냐."
"..."
"하지만 고모님이랑 고모부는 날 정말 친자식처럼, 아니 그보다 더 큰 사랑을 주신 분들이니깐.
그 사랑에 보답하려면 결혼이라도 말썽부리지 않고 정해주신 사람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게 내가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서."
이상하게도,
방금 처음 본 오세훈인데,
난 나도 모르게 내 속마음을 모두 털어내 말해줬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져서 뭐든 다 말하고 싶었다.
"너는?"
방금보다 표정이 살짝 안 좋아진 것 같은 오세훈은
내게서 고개를 돌려 다시 바깥을 쳐다보고선
"아버지 말에 거역해 본 적이 없어."
"..."
"항상 불만 없이 잘 따랐으니깐."
"..."
"이번에도 그냥 따르는 것 뿐이야."
라고 말했다.
오세훈은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 뿐인데,
이상하게 불만스러웠다.
이번에도 그냥 따르는 것 뿐이라니,
그럼 나랑 결혼하는 게 불만이라 이건가?
딱히 동요하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는데,
좀 화가 나려고 했다.
아니, 나도 나 좋다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지가 뭔데 나한테 불만이야, 불만은?
속마음은 이랬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기엔 너무 민망하기도 하고
오세훈이 살짝 두렵기도 해서
"그래서...넌 싫어?"
라고 살짝 물어봤다.
한참 바깥쪽만 보고있던 오세훈은
내 말에 고개를 돌려 날 한참동안 쳐다봤다.
그런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가 갑자기 생긋 웃었다
뭐야, 삼백안으로 째려보는 건 엄청 무서웠는데
웃는건 되게 순박하네.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뭐,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여태까진 별로 마음에 든 적이 없었는데"
"..."
"이번엔 좀 마음에 들 것 같기도 하고?"
첫 만남에,
왠지 예감이 좋다.
세훈이 빙의글은 처음이네여, 중세시대 귀족 오센징어 보고싶어서 내가 자기만족위해서 쓰는 글....ㅋ...작가는 시대물을 좋아하쟈나..ㅎㅎㅎㅎㅎㅎㅎㅎ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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