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모임에는 덕후전설이 있어 11
-문준휘&아프냐 나도 아프다-
준휘는 웬만한 한국인 보다 한국말을 더 잘 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맞을래 보단 맞아 터질래?
죽을래? 보단 요단강 건널래?
노잼이다. 보단 혹시 전원우??
....대단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 준휘의 단점은 너무 잘생겼다는 것이다.
이게 왜 단점이 될 수 있느냐..
세봉이가 접근을 못해.. 가까이를 못 가..
어느날 이었는지 모르겠는데 무튼 복도에 준휘가 서 있었고
세봉이 그 곁을 지나가야 했었다.
근데 그냥 서 있는 준휘가 너무 잘생긴 거..
준휘 미모에 놀란 세봉은 그 곁으로 지나가지도 못하고 멀찍이 서 있었다.
세봉이 왜 그러는 지 모르는 준휘는 그저 멀찍이 서 있는 세봉을 힐끔힐끔 볼 뿐이었다.
"야 문준휘!!!!!! 뒤질래?!!!!! 체육복 빌려 입었으면 좀 다시 넣어놓으라고!!!!!!"
권순영 존나 빡쳐서 다가가다가 세봉보고 유턴해서 급 다시 지 반으로 들어가고
준휘도 그런 순영의 소리침에 놀라서 반으로 들어감.
그제야 지 반으로 들어간 세봉은 역시 세상은 살고 봐야돼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지..
물론 성격상 바로 잊었지만..
1,2학년들의 하교 시간.
요즘 매일을 슬픔에 잠겨 하교하는 그들이었다.
3학년들도 같이 끝났더라면 모여서 함께 갈 텐데..
세봉이 없으니 그럴 필요가 없는 그들의 갠플이란..
어찌저찌 만나게 된 준휘와 1-9반(민규/석민/명호)가 함께 가는 중이었다.
곧 민규가 뭔가 떠오른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석민이를 보고 말했다.
"나 어제 누나 꿈을 꿨거든..? 근데 누나가 갑자기 니로 변함;;"
"뭐 그런 해괴하고 망측한 꿈을 다 꿨다냐.."
"보통.. 해괴망측이라 하지 않아..?"
준휘의 놀라운 말솜씨에 석민이의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듣는 둥 마는 둥 아무말이 없는 서명호.
명호는 어느 한 곳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런 명호의 시선 끝에는 놀랍게도 세봉이 있었다.
이것도 꿈인게 분명하다며 지 볼을 꼬집은 민규는 아파오는 지 볼에 놀랐다.
그리고, 세봉이의 옷차림을 보고 100번은 더 놀랐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은 실로 새로운 것이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색 면바지, 아이보리색 오버핏 코트.
까만 클러치에 검은색 굽이 낮은 구두.
그 차림새로 가만히 서 있는 그녀를 보고 세븐틴들이 말하길..
"와.. 사복도 사복인데.. 핏이 뭔.. 연예인이세요..?"
"..난 모델인 줄 알았어.."
"솔직히 저 키에 핏이 저 정도면은 여신인거야."
"걍 누나가 여시닌거야."
....응.. 그래 세븐틴들아.. 알았어..
잘 알았으니까 숨어서 쳐다보지 좀 말아봐..
이 와중에 준휘가 갑자기 딴 데로 샜다.
엥? 어디가..? 세봉이는 저쪽에 있는데..?
역시나 다른 세븐틴들 신경도 못 씀.
곧 다시 그들 곁에 나타난 거친 숨소리 준휘의 손에는 대일밴드가 있었다.
어딜 그렇게 뛰어갔다 왔나 했더니, 저 건너편에 있던 약국 갔다 왔구만?
"뭐야? 형 다침?"
"아니. 형이 말했지. 월요일, 즉 오늘부터 들이댄다고."
"뭐.. 뭐하게 형..?"
"가만 있어봐."
멋쟁이 준휘는 그렇게 한 손에 대일밴드를 든 채로 세봉이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다가오는 준휘에 놀란 세봉이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왜 못 움직이나 했더니 저 낮은 구두 때문에 뒤꿈치가 까졌나보다.
어쩐지.. 이 추운 겨울 날 한 쪽 발 벗고 있더라..
세븐틴들아, 인생은 준휘처럼. 알겠니? 눈치 좀 키워라 이 눈치 고자들아.
결국 세봉이의 앞까지 온 준휘가 대일밴드를 꺼내며 물었다.
"저 아세요?"
"예..? 아..니요..?"
"저 승철이형 친한 동생이에요."
"반장?"
"네네."
차분히 대화를 하며 꺼낸 대일밴드를 세봉이에게 건네준다.
그것을 받은 세봉, 무한 감동..
"어디서 났어요..? 요 앞에 편의점에는 안 팔던데.."
"아, 어.. 원래 가지고 다녀요."
웃기시네. 저 건너편 약국까지 엄청 뛰어갔다 왔으면서.
아 혹시 그거 아나..? 발 뒤꿈치에 대일밴드 붙이기 은근 까다로운 거.
절대 외발로 서서 못 붙이는 거.
어느새 준휘 빽 믿고 준휘 뒤로 다가온 1-9반 아이들이
외발로 위태롭게 서 있는 세봉에 안절부절 못한다.
이럴때 뭐라고? 인생은 준휘처럼.
남자답게 넘어지려는 세봉이의 팔을 잡아주는 준휘에
1-9반 아이들의 소심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아, 고마워요.. 그.. 근데, 진짜 미안한데.. 나 이거 좀 붙여 줄 수 있어요..?"
"저기 셋 중에 아무나 하나 붙들고 발 뒤로 줘봐요."
저기 셋 민규, 석민, 명호는 서로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석민이가 세봉을 붙잡아주었다.
부끄러움에 고개도 못 들고 숙이고 있는 세봉이 귀여운 석민이는 아빠미소가 절로 지어지더라.
...아, 석민이 뿐만이 아니라 저기 민규랑 명호도.
아빠 미소 짓고 있는 그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심각한 준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청 많이 까졌네요..?"
"아, 그래요..?"
"아.. 약도 사올걸.."
"네?"
"아, 아니에요."
그 말을 들은 김민규 재빠르게 바뀐 신호에 뛰어가더라.
야생마와 같이 뛰어가는 민규를 보던 세봉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러지..? 왜긴.. 너 약사러 가는 거지..
"구두는 왜요?"
"알바하려고.. 면접 다녀왔거든요.."
"알바요?"
"네.. 방학때 친구들이랑 놀러가기로 해서..!"
"재밌겠다! 어디 가는 데요?"
"저 서해요! 바다보러가기로 해서요!"
신나는 주제가 나오니 그만큼 밝은 표정으로 대답해주는 세봉 덕에
역시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석민이가 직격타를 맞았더란다.
하으.. 졸귀..씹귀..텐덕..
근데.. 넥타이 색보면 자기보다 어린 거 분명 알텐데.. 끝까지 존댓말이구나..
거기에 또 잼처럼 발리는 아이들이었다..
그러던 도중 석민과 명호의 뒷모습을 알아본 바르다 욱선생 권순영의 우렁찬 샤우팅이 들렸다.
"니들끼리 먼저가냐 치사한 샊...!!!!! 아이들아..?ㅎㅎㅎㅎ"
역시 권순영.. 빨라.. 내 그 점을 높이 사지.
"순영이 안녕~"
마침 기분 좋던 세봉이의 인사에 권순영 진짜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러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묻길..
"누.. 누나..? 인사해주신거죠..?"
"엥? 응. 인사해준건데. 왜??"
"아.. 아니요.. 아니에요.."
그러고보니 순영이한테는 반말이네..
과연 그녀의 존댓말 기준은 무엇인가..
걍 친하고 말고 차이인건가..
그때 바뀐 신호로 민규가 여전히 야생마에 빙의되어 뛰쳐왔다.
오자마자 준휘에게 약을 건네주니 그것을 보던 순영이가 놀라며 준휘쪽으로 가 세봉이의 상처를 확인했다.
"아오.. 이게 뭐야.. 누가 이렇게 다치래요.."
"그.. 그러게.."
"그리고 누가 이렇게 춥게 입으래요. 내가 진짜, 누나 춥게 입고 다니는 건 알아줘야 해."
권순영의 고나리에 정신 못차리는 세봉이었다.
곧 순영이는 지가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러 세봉이에게 매주었다.
그 손길에도 조심성이 묻어 있었다.
"너.. 너 춥잖아.. 나 괜찮은데.."
"나도 괜찮아요."
앞에 '누나만 괜찮다면'이 빠진 거 같다?
아무튼 다시 한 번 목도리를 잘 확인한 순영이와 동시에
준휘도 약바른 대일밴드를 세봉이의 뒷꿈치에 붙였다.
준휘의 다 됐다는 말에 신발을 신어보곤 신나서 좋아하는 세봉.
"와아, 하나도 안 아프다! 고마워요."
"이름 문준휘에요."
"준휘? 고마워요 준휘야. 이름 기억할게요. 몇 반이에요?"
"저 7반이요."
"2학년 7반.. 나 기억력이 고ㅈ.. 아니 안 좋아서, 기억 못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준휘는 진짜 꼭 기억할게요."
"네!"
고자라고 하려고 했지? 급하게 말 바꾼 거 들킴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게 바로 세봉이의 매력 아니겠습니까?(포장
아무튼 준휘의 대답을 들은 김세봉은 곧 포근한 목도리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가
목을 다시 빼며 순영이를 보고 물었다.
"순영아, 내일도 우리반 올 거야?"
"....네! 왜요? 보고싶어서요??"
"....아니거든. 목도리주려고."
"부끄러워 하시기는ㅎㅎ 그럼 바로 갈테니까 그때 줘요."
"응응. 그때 줄게. 준휘도 오나요?"
"네!"
"내가 맛있는 거 줄게요. ...준휘만 주면.. 여기 이 아이들이 그렇나..?"
"네..?"
"...어.. 준휘는 2개 줄게요! 아, 전화 온다.. 잠시만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 세봉과 지금 이게 꿈인가 뭔가 어벙벙한 세븐틴들..
꿈 아니야 얘들아.. 주말에 우리 회의도 했었잖아..
오늘 준휘 사회자님이 결론 냈던 월요일이야..☆
"엥? 스피커? 뭔 미친 짓을 하려고.. 아, 알았어. 기다려봐.
잠깐, 스피커 폰으로 할게요.. 걍 이 친구가 헛소리하면 씹으면 될 것 같아요..
승질머리 드러운 친구라.."
하여간 할 말 다해요.
그렇게 스피커폰으로 바뀐 그 안에서는 그 골때린다는 친구2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어 세븐틴들~ 안녕하신가! 세봉이의 5년지기 친구라네.
지금이라도 용기있는 자가 세봉이의 귀를 막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님 세봉이의 폰 들고 튀던지."
"....???????!!!!!!!!!!!!!!!!!!!!!"
준휘가 재빨리 세봉이의 귀를 막았다.
손을 파닥거리며 치우라고 하지만 절대 치우지 않는 준휘였다.
좋아! 잘하고 있어!
"많이 당황스럽지? 저 여자는 아직 몰라..ㅎ
너네들 저번에 그 새끼한테 성질 부릴때 우린 다 알게 되었거든!"
"저.. 저기..?"
"너무 걱정은 마. 걍 김세봉 저거 생각보다 도도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똑똑하지도 않으니까
걍 들이대도 눈치 못채는 애라고. 그니까 막 들이대. 그럼 난 이만."
진짜 딱 자기 할 말만 하고 끊긴 전화에 모두가 멘붕이었다.
누나 친구가 알게되었다니 ㅈ망했다..
오늘부터 세븐틴 비상사태다..
세븐틴 소집해!!!!
그러나 그전에.
"누나, 나도 번호 알려줘요. 왜 이지훈이랑만 문자해요?"
"번호? 줘봐."
생각보다 쿨하게 번호를 주는 덕에 너도나도 세봉이의 번호를 GET한 세븐틴들이었다.
비상사태고 뭐고 여신님의 번호를 GET했다.
+
준휘 다정 보스
내사랑들♥
반달/원형/스포시/당근/만두짱/너누리/뿌존뿌존/초코/아이닌/옥수수/인생베팅/호히/발레리부/소녀소녀해
짐잼쿠/승철관/돌하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