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기꾼 같은 새끼의 말을 믿는게 아니였어." 우현은 자신을 나무구이로 만들어 버릴듯한 성규의 눈을 피했다. 지가 좋다고 따라올땐 언제고…. 내가 뭘 어쨌다고!.. 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은 죄가 있는 우현은 그저 조용히 눈깔고 있을뿐이다. 지금으로부터 두시간 전, 일곱명의 신들은 우현의 사탕발린 거짓말에 홀려서 우현의 할머니의 도움으로 인간세계에 도착하긴했지만, 인간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돈도 없는 신들이 무얼하겠는가-. 결국 길가에 쭈그려앉아 두시간째 지나가는 사람들만 구경하고 있을뿐이였다. 그렇다. 이 모든게 우현의 거짓말로 시작된일이였다. 더군다나 우현의 변명이라고는 신계에서 쓰는 화폐도 받아주는줄 알았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였다. 그러니 어찌 다른 여섯명의 신들이 우현을 이뻐하겠는가? 죽이려면 벌써 죽이고도 남았다. 그렇게 또, 일곱명의 신들은 한참을 사람구경만 하다가, 그나마 제일 머리가 잘돌아가는 일곱번째 신인 성종이 이러고 있지만 말고 대책회의라도하자며 여섯명의 신들의 시선을 모았다.
"일단, 뭐 돈을 벌 수있는 수단이라도 생각해봐요. 그래야 뭘 하든지 말든지 하죠." "여긴 신계하고 달라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호원의 말을 끝으로, 다시 한참을 이어가던 침묵이 우현으로 인해 깨졌다. 아! 나 아까 오는길에 얘네들 주웠어! 무언가 생각났다는듯 탄성을 내뱉던 우현은 한 시간전, 길가에서 주워 온, 토끼인형과 강아지인형을 여섯명의 신들 앞에 꺼내놓았다. 혹시라도 돈을 주웠나? 하는 생각에 기대를 하고 있던 여섯명의 신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여진 토끼인형과 강아지인형을 다시 우현에게 집어던지며, 지금 인형놀이할때냐?! 네가 진짜 신 오브 병신이다, 이 병신같은 신새끼야! 라고 소리를쳤다. 우현은 신들의 격한 반응에 놀란 것도 잠시, 자신의 몸에 맞고 튕겨나간 토끼인형과 강아지인형을 다시 주워들어 인형들의 입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인간들은 절대 믿을 수 없겠지만, 토끼인형과 강아지인형이 마치 살아있는 토끼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고 우현의 품을 파고들었다.
"자, 제군들 내가 진짜 기적을 보여주지. 사고! 뭉치! 길가에 떨어져있는 돈이나 돈될수있는것들은 싹다 주워가지고와!"
우현은 토끼인형과 강아지인형을 사고,뭉치로 부르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인형들은 냄새를 맡으면서 어디론가 뛰어갔고 삼십분 정도가 흐른 뒤, 인형들.. 아니 사고와 뭉치가 봉투에 무언가 가득 넣어온채 다시 신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사고뭉치! 잘했어! 어디까지 뛰어갔다왔는지 지쳐서 헥헥거리는 사고와뭉치를 우현은 정말 대견하다는듯이 칭찬해주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신들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다른 신들이 신계에서는 인간과 동,사물이 없어서 볼수없었던 우현의 능력에, 설마하며 사고와 뭉치가 가져온 봉투를 열어보니, 봉투안에는 사람들이 길가다가 떨어뜨린 현금들이 가득했고, 간혹 금들이 있기도 했다.
"역시, 남우현 넌 이럴때만 쓸모가 있다니깐?"
"내가 좀 그렇지? 히힛!" 바보같은, 아니 바보 남우현은 성규의 칭찬같지도 않은 칭찬, 사실은 욕에 가까운 칭찬을 듣고서도 그저 칭찬을 들었다는 생각만으로 히힛,헤헷! 하며 웃어대기 바빴다. 그렇게 모두가 우현에게 시선이 가있을때, 잔머리가 유독 잘돌아가는 성열이 좋은생각이 났다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사고와 뭉치가 들고 온 봉투를 들고서는 다른 신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조심조심 근처 쥬얼리샵으로 잽싸게 튀었다.
"누나, 이 금들 다 팔면 얼마정도 나와요?"
"네? 자, 잠시만요!" 이게 얼마만의 꽃돌이더냐….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성열의 미모에 감탄하고있던 여직원은 성열이 꺼낸 질문에 당황하며, 성열의 얼굴에 있던 시선을 황급히 성열이 가져온 금들에게로 돌렸다. 십여분 정도가 흐른 뒤, 자꾸 신경쓰이는 성열을 애써 무시한채 겨우겨우 계산을 끝낸 여직원은 수줍은 목소리로 진열된 반지들을 구경하던 성열을 불렀다. 저기요, 계산 끝났는데…. 그런 여직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계산이 끝났다는 소리에 신나서 냉큼 달려온 성열은 얼마정도 나와요? 라고 환한 잇몸을 다드러낼정도로 웃어보이며 물었고, 여직원은 성열의 눈이부신 잇몸에 정신을 못차리며, 삼십만원 상당의 금들을 육,육십만원이요! 라고 외쳤다. 하지만, 한국의 화폐단위를 모르는 성열은 육십만원? 그게 얼마정도 되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누나, 혹시 육십만원이면 뭐할수있어요? 사실은 제가 신..이 아니라, 외,외국! 그래! 외국에서 와서.. 하하.
"하, 할수있는거야 많죠! 하하.. 휴대폰도 살수있고……."
"헐, 진짜요?! 갤럭시노트는 지금쯤이면 가격 많이 내렸겠죠?!" "네,뭐…." 아싸! 지금 당장 사야지! 성열은 드디어 자신도 신계에서 인간세계를 구경할때만 보던 똑똑이폰을 가질수있구나! 얼씨구나 신명난다! 하는 생각에 여직원 손에 들려있던 육십만원을 거의 빼앗듯이 받고는 쥬얼리샵을 뛰쳐나왔다. 그렇게 성열이 떠나간 후, 한참동안을 성열이 나간 문과 자신도 모르는새에 육십만원이 실종된 자신의 손을 번갈아 보던 여직원은 서서히 소금이 되어갔다.
"……." 한편, 여직원을 소금으로 만들고, 똑똑이폰을 구하러 쥬얼리샾 길 건너에 있는 휴대폰매장을 찾은 성열은 인생최대의 난관에 부딪히고 있었다. 음, 주민등록번호가 뭐지..? 신계에서는 그런거없었는데…. 한참을 끙끙대며 별에별 생각을 하던 성열은 마침내, 해답을 찾았는지 확신에 찬 눈으로 휴대폰매장직원을 바라보았다. "다음에, 다음에 올께요. 하하." 결국, 아쉽게 휴대폰매장을 나온 성열은 눈앞에서 놓친 똑똑이폰 생각에 가던길을 마다하고 길바닥에 주저앉고말았다. 아이씨-, 아깝다. 다음에는 꼭 주민등록번호라는 녀석의 정체를 알아내서 오겠어! 이제 갤노트는 내꺼야!! "우리 돈갖고 튄 열이 여기있었어?"
성열은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성종의 섬뜩한 목소리에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오, 엄마.. 전 이제 어떡해야할까요…. 성열이 애써 뒤를 돌아본 그 곳에는 성규가 손에 라이터를 들고있었고, 우현은 사고뭉치를 안고있었으며, 동우는 손에 자갈을 쥐었고 또, 호원은 미니선풍기를 들고있었고, 성종은 자신의 머리위에 먹구름을 모으고 있었고, 명수는 입에 침을 한가득 모으고있었다. 그렇게 성열은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끌려가 여섯명의 신들에게 신명나게 쳐맞으면서 새로 사실을 알게되었다. 자신은 일곱명의 신들 중 서열 6위였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