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님이 보내셔서 지금 차 대기중입니다. 천천히 내려오세요 사모님>
휴대폰을 내려놓은 준면은 실소를 내뱉고는 부스스해진 머리를 정리했다.
끔찍했던 과거의 공간에서 태연하게 잠이나자다니, 김준면 너 단단히 미쳤구나- 하는 마음속 자책과 함께.
세훈이 나가버리고 조용한 거실에 혼자 앉아있던 준면은
보는 눈이라곤 초등학생 수준도 안되는 세훈의 투덜거림을 무시한채
몇날몇일 고민해 제 손으로 골랐던 가구들이 제자리에 있음을 확인하고 괜스레 씁쓸해졌다.
세훈은 제 흔적들 사이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음을. 처음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흔들리기도 잠시,
칭얼거리는 소리에 안방으로 들어가 아이를 껴안아 달랬다.
잠결에도 제 엄마의 품을 인식한 아이는 곧 고요와 같은 잠에 빠졌고 그 틈에 준면은 안방을 둘러봤다.
세훈의 말이 거짓은 아닌듯 제가 고르고 배치한 가구들 사이에 낯선 것은 침대 단 하나였다.
준희를 얻었지만 세훈을 잃은. 그 침대는 없었다.
"오준희- 엄마랑 낮잠 잘잤어?"
"응응! 엄마가 꼭 안아줘서 잘잤어! 엄마 나 아빠옆에 앉을래- 응?"
"안돼- 아빠 식사하셔야지. 엄마 옆에앉자. 응?"
세훈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는 모양새가 퍽이나 귀여워 준희를 안아 제 옆자리에 앉혔다.
"준희 오늘 장난도 안치고 밥 잘먹었어. 그냥앉아"
"엄마는 오늘만 토끼랑앉아! 준희가 집에가서 옆에있어줄께!"
"대신 장난치고 그러면 다시 엄마 옆에 오기야 알지?"
제 몫을 깔끔하게 비운 준희를 놀이방에 데려다주고 다시 세훈과 마주앉은 준면은 어색함에 어쩔줄몰라했다.
이혼 후 준희때문에 가끔 얼굴을 보고는 있지만 오늘처럼 함께 식사하는 자리는 극히 드물었으며,
되도록이면 피하고싶은 숙제이기도했다.
물론 세훈은 불편해하는 준면이 눈에보여 준희의 징징거림에도 이런자리를 만들지 않은거지만.
정적속에서 애꿋은 고기만 계속 썰어대는 준면의 동그란 머리통을 내려다보던 세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준희가 캠핑가고싶다던데...언제 시간한번 비워"
"또래애들이랑 노니까 듣는게많은가봐. 금방 잊어버리니까 신경쓰ㅈ..."
"그사람이 나랑 만나는거, 싫어하는건 아니고?"
"아까부터 자꾸 무슨얘기하는건데?"
"종대가 너 남자생긴 것 같다고 말한적있어. 준희 얘기 들어보면 집에도 들이는 것같던데"
"같이 일하는 사이고, 니가 말하는 '남자' 범위에 안들어가는 사람이야.
아니야 그만, 그만하자. 우리 이럴 사이 아니잖아. 그때랑 똑같아지기싫어"
테이블 위에 팔을 세운 준면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내가 다시 니남자가 못되더라도, 준희 아빠는 나 하나야.
새출발할꺼면 언제든지 말해. 준희 데려갈테니까"
세훈이 휴대폰을 챙겨 자리에서 빠져나갔다.
준희가 무럭무럭 커갈수록 세훈과 준면 사이에 남아있는 갈등은 점점 더 몸집을 키웠고,
행복했던 그들의 몇년을 소리도 없이 먹어치우고 있었다.
스에사앙에...댓글이라니☆ |
댓글은 생각도 안하고 올렸는데 40개가 넘는 댓글을 받아서 너무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생각없이 막 지른거라 이어가는데 큰 어려움이ㅠㅠㅠㅠㅠㅠㅠㅠ허유ㅠㅠㅠㅠㅠㅠㅠ 재미없는 글에 댓글 남겨준 그대도, 신알신해준 그대도, 암호닉 적어준 그대도 모두 사랑합니다 핱트핱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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