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훈이를 소개합니다 31
w. 지후니부인
부제 : 이별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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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무하게, 3년동안의 길었던 연애가 끝이 났다. 서로가 지쳐서, 익숙해져서. 또 감정이 없어져서가 아닌, 타인의 개입으로 인한. 아니, 어쩌면 한 사람의 변함으로 인해. 아름다웠던 그들의 사랑이 처참히 깨져버렸다. 오랜 만남끝엔, 이별도 있는법. 애써 자신을 위로해 보지만, 눈물이 흐르고 마음이 아픈건 어쩔 수 없는것 같다.
*
"야 김세봉, 뭐야."
"뭐가."
"헤어졌어?"
"응."
"결국 헤어졌구만? 잘했어, 잘한거야."
"...."
"이지훈 그 새끼 진짜 안될 놈이야."
"너무 그러지마. 오래 사귀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거지."
"아휴, 병신."
이지훈없이 애들이랑 가는 등교길은 너무 익숙했다. 이지훈이 선배와 지내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지훈은 우리 곁에 없었다. 애들은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일주일, 이주일이 넘어가고 한달이 다 되어가자. 이지훈에게 뭐하는거냐며 화도 내보고, 싸워보기도 했지만. 결국 이지훈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끝이 났다.
어차피 같은 층도 아니여서 마주 칠 일이 없다. 이걸 참.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마음정리하는데에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급식실에서도, 매점에서도 마주치지 않았다. 쉬는 시간마다 문과층에 있는 애들이 올라오곤했다. 이지훈이랑 같은 층에서 숨쉬기 싫다며 말이다. 애들이 가끔 문과층 이야기도 해주곤 한다. 그때마다 이지훈은 꼭 들어갔다. 이지훈 그 선배년이랑 뭐했다. 손을 잡았다. 등 별로 듣고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곤했다. 겉으로는 애들반응에 동조하며 이지훈을 욕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있다. 난 아직 잊는중인데, 넌 이미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있네. 3년동안 함께한 시간들은 아무것도 아닌가, 싶어서.
돌아와도 받아주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내심 속으로는 한번쯤 붙잡아 주길 바랬다. 3년이면 말 안해도 뭘 원하는지 어느정도는 다 알고있을것 같았다. 다 내 착각이였고, 나 혼자만 그런거였다. 이지훈은 나에 대해 아는게 얼마 없었다. 사귀고 있을땐, 그럴수도있지. 하며 넘겼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서운했다. 뒤늦게 이런 감정 느껴서 뭐하나 싶긴 하지만, 쓸데없이 행복했던 과거 한번쯤 되돌아보고 후회한다. 헤어지자 한건 나지만, 힘든것도 나였다.
어떤 결정을 내리던, 힘들고 아파할건 나였다는걸 알려주듯.
*
오랜만에 놀자는 애들의 말에, 알겠다며 준비를 마치고 시간이 남아 sns를 보고 있었다. 내리면 내릴 수록 3학년 선배가 이지훈을 태그하고 올린 글들이 수두룩했다. 남들 보기에 낯간지러운 말들이 오갔다. 선배만 그런건가- 하고 댓글을 보면 이지훈도 별다를것 없는 반응을 내보였다. 또 생각하게된다. 나만 아픈거구나, 나만 힘든거구나.
"야 오랜만에 어디갈래?"
"...다 계획하고 나온거 아니였냐."
"? 난 그냥 놀자고한건데."
"답이 없네. 그런의미에서 피씨방 가자."
변함없는 애들덕분에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봐봤자 우울해지는 sns는 접어두고, 노는데에 집중하기로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것도 잠시였지만. 역시 내가 행복하길 바라지 않는건가.
"김세봉 게임 존나못해ㅋㅋㅋㅋ"
"김민규 너도 만만치 않음."
"너만하겠ㄴ"
"말을 하다말,아.."
"지랄나셨네~"
피씨방을 나와 거리를 걷고 있는데, 이지훈과 선배가 손을 맞잡은채 맞은편에서 걸어왔다. 제일 처음 내 눈에 들어온건 이지훈이랑 선배가 잡은 손이였고, 그 다음은 이지훈의 얼굴이였다. 방금까지 굉장히 행복해 보였는데, 나를 보고 급격히 굳어진 얼굴이.
"역시 분위기 깨는데 뭐 있어."
"시비걸지마."
"존나 지릴뻔ㄷㄷ"
"야 그만하랬다."
"뭐 착각하나본데, 넌 아직도 우리가 친군줄 아나봐요?"
"뭐?"
"어쩌냐~ 나는 쓰레기랑 친구 안하는데."
"전원우가 간만에 옳은 말을 하고."
"너희 말이 너무 심하단 생각 안드니?"
"네 다음 노답~"'
"그만해라, 김민규."
"예예~ 그만하라는데 닥쳐드리죠."
"가자!"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나를, 김민규가 어깨를 감싸며 가잔다. 나 대신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해주는 애들덕분에 속이 뚤리는 기분이다. 아마 애들이 없었다면, 말도 못하고 혼자 울었겠지.
"아 기분 졸라잡치는데 노래방, 콜?"
"무슨 개 논리인지는 모르겠는데 납등당함. 콜"
좋다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민규랑 부승관덕에 웃었다. 지금아니면 다시는 못할 생각인데, 정말로 얘네 없었으면 어땠을 까- 싶다. 입밖으로 꺼내기엔 너무 낯간지러운말이라서 조용히 혼자 생각한다. 말 안해도 서로 그렇게 생각하고있으리라 믿으니까.
*
오랜 연애가 끝이 났다고해서,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늘 시작은 인연으로 착각하면서 시작하고, 끝은 우연이였음을 깨달으며 마무리짓게된다. 철없이 결혼을 약속하던 지난날은, 순수했던 나를 기억하게 만든다. 그냥 그게 다 일뿐. 큰 의미는 없다. 이지훈과 함께 보낸 날들은 많다. 그만큼 함께한 추억들도 많다는 것. 친구들과 가는 곳곳마다 이지훈과 손잡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그땐 좋았는데- 하며 쓸데없는 감정을 만들고있는 나를 보며, 다시한번 이지훈을 속으로 마구 욕한다. 대놓고 욕은 못한다. 그간 정때문이라고하면 그럴수 있는데, 아마 아직 미련이 남으니까. 아직 좋아하니까 그런것같다. 이지훈은 벌써 나를 잊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하는데, 나만 혼자 제자리에서 멈춰 선 것이다. 이제는 이지훈을 보내야한다. 천천히라도, 시작해야한다. 난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고.
솔직했고 내 감정에 충실했으니 모든 걸 시도했던 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
우울우울하네여 참.
다들 크리스마스 잘 보냈어요?
원래 크리스마스에 올리려했는데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여서 글이 잘 써지질 않더라구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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