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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택엔랍콩] 죄수번호0630 +번외 | 인스티즈






[택엔/랍콩] 죄수번호 0630


w. 예미진

(2차가공/도용 금지)






듣기싫은 철문의 끼익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앞도 보이지않는채 경감들에게 끌려 어두운방에 밀려 들어갔고,

갑갑한 수갑과 함께 눈을 가리고있던 안대가 풀렸다.


눈앞의 낯선남자 5명, 그리고 경감이 던지고 간 나의 범행 목록 리스트.

이곳에도 서열이 있는듯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았다.


그 중 이목구비가 가장 또렷한 밝은갈색머리의 남성이 나의 리스트를 열더니 읊어가기 시작했다.



" 이름 차학연 나이 24살, 사기 22건 빼돌린 돈이.... 130억? 거기에 살인미수 3건 "

" 또 쓰레기가 하나 늘었네 "



갈색머리 남성의 말이 끝나자 하얀피부의 검은머리가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어안이 벙벙해져 멍하니있었더니, 검은머리가 가까이오라고 손짓을 했다.쭈뼛대며 걸어가자



" 여긴 나이많다고 짱먹는곳이 아냐, 니가 제일 늦게 들어왔으니까 알아서 기어라 "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반대편구석을 손가락질하며, ' 저기가 니 자리다 ' 라고 말하는 남자.



" 그래도 일단 우리 소개는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



진한갈색머리의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검은머리에게 말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 너희 알아서해 ' 하고 드러누운 남자를 뒤로한채

진한갈색머리의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 일단 전 이홍빈입니다. 뭐 땜에 들어왔는진..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러네요 "



그의 말에 이름과 나이만 자기가 말하고 죄목은 옆사람이 말해주기로 합의한 그들이 소개를 이어갔다.



" 이홍빈, 21살 입니다. "

" 얜 아동성추행,토막살인 수십번에 협박으로 58년형, 전 이재환 입니다. 22살 "



홍빈이란 남성의 죄목을 말한 밝은갈색머리 남성의 이름은 이재환.

처음 나의 범행 리스트를 읊은 남자다.



" 재환이형은 뭐였죠? "

" 가족살인, 불태웠잖아 활~활~ "



은빛머리 남자의 질문에 홍빈이란 남자가 맞장구를 쳤고, 뭐가 그렇게 웃긴지 재환까지 합세해 킥킥대며 웃어대는 그들



" 어쨋든, 살인에 아마 30년형일거에요, 난 김원식 입니다. 21살 홍빈이랑 동갑 "



은빛머리 남성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끝냈고, 곧이어 옆에 앉아있던 금발의 앳된소년이 말을 이어갔다.



" 원식이형은 마약 밀수입하다 걸리고 강간도 했고, 절도도했죠? "



그에 원식이란 남성이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왠지 모르지만 옆의 홍빈에게 앙탈을 부렸다.



" 난 한상혁 입니다. 19살, 내 설명은 택운이형이 해줘야할텐데.. 안해주실테니 제가 할게요.

특수강도 38건에 동갑 여자애도 좀 건들였는데.. 임신했길래 죽였어요.

여기 택운이형은...알텐데? "



택운? 설마 내가 알고있는 그 정택운인가 싶어 그를 흘깃쳐다 본뒤 상혁을 다시 봤다.

씨익 웃는 미소에 소름이 끼쳤다.



" 역시 아네, 맞아요 그 정택운. 연쇄살인범. "




#




이곳에 수감된지 2일이 지났다. 짧은시간이지만 1분1초가 1년같이 느껴져 죽을것 같았다.

검은머리 남성은 여전히 말이없었고, 처음 말했던 서열따윈 없는지 다른 수감자들은 나를 따듯하게 대해줬다.


그들의 주 대화는 수감 전 일상 얘기들.



" 아니, 그래갖고 손가락끝만 잘랐거든? 죽어가다가도 다시 벌떡 벌떡 일어나는데 그게 아주 "



홍빈의 토막살인 범행얘기에 나는 귀를 틀어막고 구석에 기대있었다.

저런 얘기가 그렇게도 재밌는지 다들 깔깔대며 웃어댔고, 그와 반대로 상기된 내 표정을 본 상혁이 ' 잠시만요' 하더니 다가왔다.



" 형, 왜 우리랑 안놀아요? 우리 싫어요? "



처음엔 부드럽게, 끝은 강조하며,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상혁에 식은땀이 나는듯 했다.



" 아..아니, 그래 놀자.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



다가온 그를 피해 둘러앉아있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 형은 어떻게 130억이나 빼돌렸어요? "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재환에 홍빈이 옆에서 ' 맞아맞아 사기랑은 진짜 안어울리는데 ' 하며 맞장구쳤다.



" 그냥.. 일종의 보이스피싱이야 "



덤덤하게 그들에게 답했고, 오...그렇구나...하며



" 그럼 그 돈은 다 어쨋어요? " 라고 추가질문을 하는 원식

" 다 썻어, 미국에 집만 5채에 별장도있고 유럽에도 집있어 "



실실 웃으며 원식의 눈을 마주치며 말하자 바보같은 웃음으로 헤헤-거리는 원식이다.



" 근데, 19살? 그럼 고등학생 아냐? "



첫날부터 궁금했던 상혁의 나이. 19살이면 분명 고3으로 알고있다.



" 네, 맞아요. "

" 학교다니다가 들어온거야? "

" 그렇죠, 고등학교는 아예 못갔어요. 16살때 왔으니까 "

" 16살이면..중3 아냐? 그럼 소년원 가지않니? "



그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홍빈과 원식,재환이 당황한듯 입을 다물지못했다.

상혁또한 상기된 표정으로 학연을 올려다보더니 허-하는 비웃음과 함께



" 니가 뭔 상관인데. "



하며 업신여기듯 말하곤 본인의 자리로 가 팔로 얼굴을 가린채 뒤돌아 누워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일이라 얼떨떨해 있으니 원식이 자신을 보라고 손짓했고, 그에 고개가 돌아갔다.


" 형..상혁이는 부모가 여기 넣은거에요..한마디로 버려졌다고요. "


상혁에게 들릴세라 조용히 말하는 원식의 말을 듣고
아... 내가 말실수를 했구나 느꼈다, 괜시리 상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 형, 형!! 이쪽이에요!! "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교도소에서 시키는대로 열심히 삽질을 하고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날 다급하게 부르는 홍빈에게 다가갔고, 그는 내 손목을 이끌고 교도소건물 뒤로 데리고갔다.


" 왜 그래? "


담배사는 법 가르쳐줄게요. 그 말과 함께 높게 세워져있는 교도소 담 앞의 큰 돌을 삽으로 탕탕 치더니,


" 여기 밑에 비닐봉지있거든요? "


돌 밑을 팠더니 정말로 비닐봉지와 종이,펜이 잔뜩 나왔다.
그곳에 5000원짜리 지폐를 대충 쑤셔넣은 뒤, 말보루 라고 쓰곤 돌을 하나넣어 담 넘어로 있는힘껏 던지는 홍빈.


" 좀만 기다려봐요. "


헤헤-웃으며 쳐다보는 홍빈을보며 이게 뭔가..싶었지만 잠시후 내 머리위로 뭔가가 툭-하고 떨어졌다.


" 아야.. 뭐야. "


떨어진건 다름아닌 담배.


" 봤죠? 이렇게 사는거에요. "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닐을 뜯곤 한개비 꺼내 입에무는 홍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의사를 표했고, 등 뒤로 큰 목소리가 들렸다.


" 이홍빈!!!!!!!!!!! 야!!!!!!! 어딨어!!!!!!!!!!!! "
" 헐, 원식이다. 형 숨어요!! "


물고있던 담배를 땅에 던지며, 내 등을 아무렇게나 떠미는 홍빈은 꽤나 당황한듯 보였다.


" 왜 왜?? 왜 그래? 원식이가 뭐?? "
" 아 빨리요!!! "


그의 말에 건물반대편으로 도망쳤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를 훔쳐봤다.


" 뭐야? 담배샀어? "
" 응! "
" 혼자? "
" 당연하지.. 내가 누구랑있어 "


원식을 향해 보조개웃음을 날리며 그의 허리를 감싸안는 홍빈의 태도는 흡사 연인같았다.
원식도 자연스러운듯 홍빈의 두 뺨을 잡고 키스를 했고, 이곳은 정말 알 수 없는곳이란 생각을 했다.

다시 삽을 챙겨들고 일하던곳으로 돌아가던 중 택운과 마주쳤다.
놀라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옆으로 피하자 택운도 아무렇지 않은듯 홍빈과 원식에게로 다가갔다.


" 담배사게? "
" 비켜 "


홍빈의 물음에 택운은 귀찮단듯 답했고, 그 뒤의 대화는 들리지않았다.



#



차학연



" 감사합니다, VX콜센터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난 평범한 전화상담원 이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해 바로 취직을했고, 나름 안정된 직업을 골라 4년간 열심히 일했다.

아니,
열심히 일했다곤 할 수 없겠다.

순진한 여자들을 꼬셔 돈을 가로챘으니까.

난 어릴적부터 가난했다. 그래서 대학은 꿈도 못꾸고 취직을 선택했고, 브랜드 옷 한번 입어보지 못했다.
취직하면 나아질 줄 알았던삶이 더 힘들어졌다. 여전히 시장 짝퉁 가방,옷,신발이었더니 어딜가도 무시당했다.
소개팅을 나가면 가장 먼저 건네는 질문.


' 학교는 어디 다녀요? '


짜증났다.

대학이 밥 먹여주나? 돈 많은 남자? 없으면 남자도 아닌가?

그래서 여자들을 속였고, 어른들을 속였다.

돈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했을땐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렸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하지 않는가.
죄책감따위 사라졌고, 내게 맞춘 옷인마냥 적성에 맞았다.

그렇게 1억 2억 점점 모여 명품으로 치장했다.
외제차도 샀다. 그리고 여자를 만났다.

처음 만난 그녀는 흔히들 말하는 된장녀
예쁘고 돈 많은 그녀가 좋았다, 진심으로 사랑했고 내 모든걸 줬다고 생각했다.


" 오빠 우리 헤어지자 "


그랬던 그녀에게 다른사람이 생겼다는 말에 화가났다.
눈 돌아간다는게 어떤건지 그때 느꼈고,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켁켁 대며 얼굴이 파래지는 그녀를보고 희열을 느꼇다.

사람은 참 쉽게 죽는구나.

손에 힘을 풀고 그녀를 땅에 내동댕이 쳤다.

가쁜숨을 들이마시며 여전히 켁켁 대는 그녀와 그렇게 헤어졌다.

어느날 집으로 법원 소환장이 날아왔다.


'살인미수'


그녀가 소송을 걸었다. 헛웃음만 나와 종이를 찢고 출소일을 어겼다.
솔직히 당일이되도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여전히 사기로 돈을 긁어모았고,그렇게 130억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모았다.
돈을 가지고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다른 나라에 집과 별장을 마구잡이로 샀고,
집으로 또 한장의 소환장이 날아왔다.


'사기 22건, 살인미수 1건'


들켰다.

내가 22건이나했나? 하는 의아함과 차학연 정말 대단하다.하는 놀라움도 있었지만
여전히 소환장은 찢어버렸다.


" 뭐야? "


찢고있는 소환장을 뺏어든 큰누나가 물었다.


" 신경꺼 "


다시 소환장을 뺏어든 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 아, 뭐냐고! "


언성을 높이며 날 밀치길래 화가났다.


" 아 시발 관심끄라고! "


그녀가 날 밀쳤듯 똑같이 밀쳤다. 
분명 난 그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려서 그걸 치웠을뿐이다.
누나는 뒤로 넘어지며 화분에 머리를 박고 그대로 쓰러졌다.

큰소리에 작은누나가 방에서 나왔고, 쓰러진 큰누나를 보며 기겁했다.


" 야, 차학연 니가이랬어?! 언니, 왜그래 정신차려봐 "


나와 큰누나를 번갈아보며 나를 벌레보듯 보는 그녀도 짜증났다.

이 세상에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사람 죽이는거...쉽겠던데 말이야. 쓰러진 큰누나옆에서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세게 쳤다. 
제대로 내려친것인지 작은누나도 정신을 잃었고, 흐트러진 자켓을 정리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눈부신 햇살에 얼굴을 찌푸렸고,
아무일 없단듯 남은돈을 어떻게 쓸지를 궁리했다.

그냥 카페에 앉아있었다.

여유롭게 차를 시켜놓고, 웹서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들이닥쳤고, 양 팔을 잡힌채 법원으로 끌려갔다.


" 차학연, 나이 24살. 사기22건 살인미수3건 "


죄수석에 앉아 검사를 노려다봤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것인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돈이 필요해서 돈 많은 사람들꺼 좀 뺏은거고, 짜증나길래 눈앞에서 치워버린것 뿐인데.
살인미수? 안 죽었음 그만이지 이름만 더럽게 거창하긴.

여전히 삐딱한 자세로 재판을 받고,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 실형 22년. 수감하세요. "


탕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교도관들이 내게 달려왔고.
양손을 포박당한채 안대까지 씌우더니 이리저리 끌고 갔다.
차에 태우는듯한 기분이 들더니 좀있으니 내리라고 한다.

죄수복을 던져주며 갈아입어라했고, 입고있던 옷의 행방은 모르겠다.
풀었던 수갑이 다시 채워지고, 듣기싫은 쇠소리와 함께 큰 문을 연듯했다.

그리고 안대가 풀린 그곳엔 그들이 있었다.


" 죄수번호 0630 수감 완료했습니다."



#



" 공장? "


같이 밥을 먹던 재환이 교도소내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 네! 여긴 봉제공장 하거든요, 그래서 인형 만드는거 할 수 있어요. "


교도소에서도 일을하는구나.. 새로운 사실에 눈을 꿈뻑이며 재환을 쳐다보자
씨익-웃으며 저도 거기서 일하고, 택운이형도 일해요. 형도 같이해요! 제법 돈벌이되요.
하며 같이 일하기를 제안했다.

정택운이 인형이라....상상이 안돼 풉-하고 웃곤 남은 밥을 먹었다.

다음날, 재환을 따라 공장에 출근하게 되었고, 하루 5시간 4500원이란 적은돈으로 일을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쉬운 일에 나름 만족하고, 재미도있어 흥미를 느꼈다.

바로 옆자리가 재환이라 말동무가 있어 시간은 더 잘 갔다.


" 넌 왜 들어왔댔지? "


인형 눈을 붙이며 재환을 쳐다보며 물었더니, 집중하던 재환이 네?하며 고개를 들었다.
강아지처럼 큰 눈을 똘망똘망 뜨고 쳐다보는게 조금 귀여워보였다.


" 방화범이에요, 저 "


다시 인형에 집중하며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는 재환에 ' 아, 그랬지 참.' 하며 대화를 끝내려하였다.


" 우리 엄마랑 아빠랑 형이랑 내가 다 죽였어. "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씨익웃으며 말하는 재환은 방금전 귀여움과는 다른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그의 말에 대답을 않았지만 재환은 여전히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 나 여기 온지 3개월밖에 안됐어요. 3개월전에 다 죽였어, 내가 그 집에서 22년을 살았거든?
근데 내가 엄마엄마~하고 아빠~하고 부르던 사람들이, 날 동생이라며 예뻐하던 형이 실은 내 가족이 아니래. "


인형눈을 다 붙인듯 뿌듯해하며 한번 쳐다보곤 완성카트에 넣으며 말하는 재환.
새로운 인형을 집어들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어느날 내가 집에 늦게 들어갔는데, 셋이 앉아서 TV를 보고 있더라구.
그게 원래 가족같았어, 그렇겠지 난 주워온 자식이니까.. 그래서 화가나서 현관에만 불을 질렀다?
근데 장판 되게 잘타더라. 아주 활활.. 우리집 25층이었거든.. 다 도망도 못가고 타죽었지 뭐. "


킥킥대며 말하는 재환은 정말 무서웠다.
저런 순진한 얼굴로 아무렇지않게 말하는 모습이..

5시간후 다시 구치소로 입실하였고, 구석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르게 홍빈이 옆에 앉아 조잘조잘 얘기를 시작했다.


" 형, 어땟어요? 일 할만해요? 어우, 난 일은 정말 못하겠던데 뭐 시켜주지도 않지만 "


보조개웃음을 지으며 혼자 말했다가 혼자 답했다가 다소 횡설수설한 그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 내가 귀찮아요? "


방금전과 다르게 급격히 다운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더니, 웃음기가 사라진 채 나를 쳐다보는 홍빈이 있었다.
어? 당황해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본 그의 손은 주먹을 쥔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아니야, 홍빈아 다 듣고있었어. 일도 나름 괜찮아 재환이랑 옆자리거든 "


나의 긴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베시시-웃으며 그렇구나~열심히해요 형! 하며 자리로 돌아가는 홍빈이었다.

이 곳 사람들은 다들 두개의 표정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



" 형, 이거.. 드세요. "


공장일이 끝나고 입소를 하던 중 복도에서 상혁을 마주쳤다.
무심히 바나나우유 하나를 건네는 상혁.


" 우와!!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뚱바네~ 뚱바뚱바 "


오랜만에 보는 단지우유에 기분이 좋아져서 얼른 두손으로 받았다.
흠흠, 헛기침을 하며 ' 전엔..뭐.. 죄송했어요 ' 사과를하곤 씩-웃더니 뒤돌아가는 상혁이다.
뚱바를 가슴에 품고, 그런 상혁의 뒤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구석자리로가선 우유뚜껑을 뜯었다.
홀짝홀짝 마시며 그 맛을 음미하고 있으니 상혁이와선 옆에 앉았다.


" 그거 어렵게 구한거에요. "


그말에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고맙다고 답했다.
내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연신 웃어대는 상혁을 뒤로한채 바나나우유 하나를 원샷했다.
다먹고 나서도 아쉬워서 한방울이라도 더 먹으려 애썻지만, 이미 깨끗하게 비워져 조금도 남아있지않았다.
내옆에 내려놓으며 상혁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이 마주쳤다.

19살다운 순수하고 맑은 눈빛. 괜히 청소년임이 느껴졌다.


"형, 내가 여기 왜왔는지... 궁금해요? "


조심스런 상혁의 질문에 나 또한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고,
주위 눈치를 살피며 모두 낮잠에 든걸 확인하곤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부모님이 싫었어요. 그래서 매일 밥먹듯이 가출했죠. 물론 친구들이랑 같이요. 그러다보니 점점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작은가게, 그다음은 편의점, 그리고 빈집을 찾아다녔어요.
여름같을땐 재수좋으면 휴가간 집 있잖아요? 그런데서 몇일씩 자고 그러기도 했어요. 웃기죠? "


허탈한듯 웃으며 말하는 상혁에 듣고있다는 대답을하듯 가볍게 고갯짓만 했다.


" 그러다가..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임신을 했어요. 사실 했는지 안했는지도 몰라요, 그냥.. 지가 몇달째 생ㄹ를 안한데요.
몇번 자긴했는데.. 뭐 할때마다 안에다 싸기도 했는데.. 사람이 그렇게 임신이 잘되요? 그럼 세상에 불임은 왜 있대? "


정말 궁금하단듯 묻는 상혁에 익살스런 표정을하며 나도 모른다고 어깨를 들썩였다.


" 걔가 계속 낙태비용을 달래요. 근데 그게 30만원이란거야.. 내가 무슨 돈이있어요. 16살이. 중3이에요 중3 알바도 못하는 나이.
그래서 뭐.. 그냥 죽였어요. 옆에 가위가 있더라구..들었지. 그리고 찔렀어. 즉사래요. 미ㅊ년 임신도 졸ㄹ 잘되고 죽기도 졸ㄹ 잘죽어. "


상혁이 얼굴을 감싸쥐며, 그때의 일을 회상하는듯 했다.
어깨를 다독이며 그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나를 조금은 세게 끌어안는 상혁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내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들렸고, 상혁이 말을 이어갔다.


" 근데.. 난 소년원 갈 줄 알았거든요? 나 정말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어.. 근데, 엄마가.. 엄마가 나같은 새ㄲ는 자식이 아니래,
그냥 어른들가는 그런 구치소에 집어넣으래. 나 여기온지 3년됐는데, 한번도 면회도 안와.. 엄마보고싶어요.. 형... "


어깨에 얼굴을 묻고 펑펑우는 상혁의 등을 두드려주며, 위로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엄마 얼굴도 보지못하고 여기 끌려왔다.

다들 죄를 지어서 들어온거지만 누구나 가슴속에 상처가 하나씩은 있겠지.



#



언제부턴가 담배친구가 된 홍빈과 교도소건물 뒷편에 숨어 담배를 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 형, 근데 형은 여기오기 전에 무슨일 했어요? "


숨을 후-뱉으며 눈을 마주치는 홍빈에 입으로 가져가던 손을 내려놓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 그냥.. 콜센터직원 "


짧게 대답하고 담배를 문 채 숨을 깊이 빨아들였다.
홍빈은 어느새 하나를 다 태우고, 새로 한개비 꺼내 물었다.


" 그럼,  말 잘하겟네? "


연신 뻐끔거리며 물어대는 홍빈에게 고개를 저으며, 고등학교 졸업후 할 일이없어 한거라 답해주었다.


" 그래도, 사기칠라면 말 잘해야하잖아. "


홍빈의말에 그런가?하며 살짝 웃은뒤, 땅에 담배를 비벼껏다.


" 넌 뭐했는데? "


한번도 들은적없는 홍빈의 얘기를 듣고싶어 물어보았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그도 담배를 땅에 던지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 난 아이돌이었어. "


연예인이었단말에 솔직히 놀랬다. 물론 그럴 외모가 되긴하지만.. ' 정말? ' 이라며 되물었고,


" 근데 한달만에 잡혀왔지 "


이란말에 아..하는 탄신을 내뱉었다.

홍빈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 한달동안 연예인했는데, 20살때 좀 사고를 많이 쳤거든요? 첫날 얘기 들었잖아, 나 토막살인에 감금에 아동성추행에 아주 더러운ㄴ인거.
그 감금을 데뷔하고도 계속 했었어.. 여자애 하나를 잡아뒀었는데, 걔가 나 데뷔하고 신고를 한거야. 누가 알았겠어? 그 미친게 5층 창문열고 뛰어내릴지. "


크큭 웃으며 말하는 홍빈을 말없이 바라봤다.


" 그래서 잡혀왔지.. 쪽팔리게시리 방송중에 구속됐어, 팬들 울고불고 난린데.. 그 상황에 여자애들 우는데 거기에 또 꼴리더라. "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하는 홍빈에게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 그렇게 실형선고받고, 토막살인까지 밝혀져서 여기 온거에요. "
" 몇년 선고받았어? "
" 58년. "


그말에 허탈하게 웃어대는 홍빈. 차마 따라웃지 못했다.


" 아니 시발 58년후면 내가 79살이야. 그때 나가서 뭐해, 마누라도없고 애도없고. 집이있어 차가있어? "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하는 홍빈의 얘길듣고, 난 22년형인데.. 그럼 몇살이지 하고 생각하였다.
쭈그려앉았던 몸을 일으켜세우며, 찌뿌둥한듯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는 홍빈을보고, 담배곽에서 새로 한개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



짝-하는 소리와 함께 홍빈의 고개가 돌아갔다.

세게 뺨을 맞은듯한 홍빈은 자주있는 일인듯 덤덤히 다시 눈앞의 원식을 쳐다봤다.



" 그 새끼 누구냐고!! 누군데 붙어서 히히덕대는데!! "

" 아무런사이도 아니야.. "

" 그런데 왜 붙어있는건데!!!!!! 나 숨 넘어가는 꼴 보고싶냐?! "



그 말에 주먹을 머리끝까지 들어올리는 원식의 손을 덥석 잡았다.



" 진정해 원식아, 왜이래 "



난폭한 원식의 모습에 놀래 말리려했지만, 뒤에서 상혁이 나를 끌어냈다.



" 형, 그냥 가만히있어요. "



자리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며 재환이 말했다.

이 방 사람들은 모두 이 상황이 익숙한듯 아무런말도, 원식의 행동을 말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제일 넓은자리에 앉아 나를 차갑게 쳐다보는 택운의 눈빛에 움찔하며 내 자리로 돌아갔다.


여전히 원식의 이유모를 폭행은 계속되었고, 홍빈은 묵묵히 맞기만했다.

시간이 제법 흐르고, 아직도 진정이 안된듯 씩씩 거리며 자기자리에 드러눕는 원식.

홍빈도 말없이 바닥에 웅크리고 주저앉았다.


저녁시간이 되어 밥을 먹기위해 방을 나섰다.


여전히 재환과 마주 앉아 밥을 먹고있는데 옆에 홍빈이와서 식판을 내려놓았다.



" 여기.. 앉아도 되요? "



우린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승낙했고, 가까이서 본 홍빈의 얼굴은 더 엉망이었다.

눈은 팅팅 붓고, 입술은 다 터져있었다. 광대쪽에 심한 피멍도 들었고 머리도 산발에.. 정말 사람꼴이 아닌듯했다.


조금 깨작이던 홍빈이 수저를 내려놓았고,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에 나도 수저를 내려놓고, 홍빈에게 방금전의 일을 물었다.



" 형..그때 내가 형한테 숨으라했잖아요. "

" 응 그랬지. "



몇일전 담배사는법을 가르쳐준다고 처음으로 교도소건물 뒷편으로 데려갔을때를 말하는듯 했다.



" 항상 이래요. 원식이는 내가 다른사람이랑 있으면, 항상.. 그래도 난 괜찮아요. 그래도 원식이 좋으니까.. "



익숙하단듯 애써 자신과 타협하는듯한 모습에 괜히 더 안쓰러웠다.


재환까지 식사를 마친 후 우린 방으로 돌아왔다.

밥을 굶은듯 원식은 여전히 드러누워 있었고,

언제 챙겼는지 밥과 함께 나온 빵 한조각을 들어오자마자 쪼르르 원식에게 달려가 건네주는 홍빈이다.



" 식아.. 바보같이 왜 밥을 굶어, 이거 먹어 너 줄려고 가져왔어. "



원식의 어깨를 흔들며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홍빈에 원식이 고개를 돌렸고,

이내 홍빈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 입을 맞췄다.


다른사람들은 익숙한듯 보였지만, 난 여전히 둘의 행동이 민망하고 낯뜨거워 '어머!'하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구석으로 걸어갔다.



" 식아 미안해.. 근데 난 정말 너뿐이야, 알지? "

" 당연히알지. 너 오늘 허리 좀 부서져야겠다. "

" 뭐야.. "



연신 큭큭대며 둘은 화해를 한듯 여전히 서로 껴안고있었고, 

난 주위의 아무책이나 집어들어 얼굴을 가리고 누워버렸다.




#




이홍빈



" 살려주세요...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

" 어? 너 뭐 잘못한거있어? 나, 너 안죽여 왜그래 "



눈앞에서 벌벌 떨며 손을 싹싹 빌고있는 여학생.

그런모습이 재밌다는 듯 입이 찢어질듯 웃으며 바라보는 홍빈.



" 그냥, 너 좀 갖고놀고, 몸 좀 자르고.. 그리고 보내줄게. "



그말과 함께, 여자를 눕히곤 오로지 자기 욕구대로 탐하기 시작했다.

목이 찢어질듯 소리지르는 여학생이 시끄럽다며 목을 조르길 수십번, 그러면서도 피스톤질은 멈추지 않았다.


조용해지면 머리를 쓸어넘겨주는 등, 연인같이 굴고.

시끄러워지면 격한 행동으로 그녀를 폭행했다.


욕정을 채운듯 그는 정사를 끝내고, 칼을 집어들었다.



" 안아플거야, 조금만 참아. "



손마디, 손가락, 손목, 그 작은 커터칼로 여러번의 칼질로 조금씩 잘라 나갔다.

피가 흐르고, 소리지르는 그녀에게서 쾌락을 느끼며 홍빈은 팔 하나를 완전히 잘라내고도 살아있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 것봐.. 안죽잖아. "



혼이 나간듯한 여학생의 뺨을 부여잡고 다소 진득한 딥키스를 한 그는 반대쪽 손마디도 잘라나가기 시작했다.

손목을 자르던 중 그녀는 과다출혈로 사망했고, 그래도 홍빈은 멈추지않았다.



" 내가 죽인거 아냐, 니가 죽은거지."



양팔,다리, 그리고 목까지 절단한 후 홍빈은 만족스럽단듯이 사진을 찍고 시체를 폐기했다.



그는 토막살인범이다.




#




흐아....... 늘어지게 하품을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공장으로 향했다.



" 많이 피곤해요? "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단듯 묻는 재환에게 떠지지않는 눈커풀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앉아서도 계속 비몽사몽.. 일을하는건지 잠을자는건지 구분이 안됐다.



" 형!! 코를 눈에 붙이면 어떡해요!! "



옆에서 소리치는 재환에 놀래서 인형을 봤더니, 코를 눈에 붙이는 회괴망측한 사태 발생..

으아...하며 다시 재수선하고, 완성카드에 담았다.

새로운 인형을 집어들며 다시 한번 하품을 하고, 잠에서 깨기위해 뺨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잠시후 점심시간이 되어, 일을 내려놓고 식당으로 향했다.



" 밥이다, 밥밥밥! "



졸리면서도 배는 고팠던터라 재환의 손을 이끌고 헐레벌떡 달려갔다.

배식을 받기위해 줄을서서 재환과 수다를 떨고있으니, 옆으로 택운이 슥-하고 지나갔다.

너무나도 뻔뻔하게 새치기를 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재환과 다른 수감자들은 익숙한듯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 저래도 되? "



나의 질문에 재환은 베시시-웃으며 '그럼 어떡해요..건들여서 좋을거 없잖아요.' 하고 답했다.


연쇄살인범 정택운.


그는 5년전 19살 살인범이라는 타이틀로 전국을 떠들석하게했고,

꽃미남 살인범이란 닉네임까지 붙어, 팬클럽이 생기는 등 기괴한일로 나라를 패닉에 빠트렸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한 사람을 죽이기보단 일가족들을 노렸던걸로 알고있다.



" 넌 여기온지 3개월 됐다 그랬나? "

" 네! "

" 그럼, 저 사람이랑 얘기 많이해봤어? "

" 아뇨, 한마디도 안해봤어요. "



한마디도.를 강조하며 킥킥대는 재환을보며, 나도 저 사람과는 마주칠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




지금 이상황은....뭐랄까... 굉장히 어색하고...음침하고....무섭고.....어둡다.

다 같은말인가? 아, 모르겠고.. 난 구석에, 정택운은 대각선 가장 넓은자리에.

지금 이 방안엔 그와 나 단 둘뿐이다.


어찌된 영문인진 나도 모르겠다.

자고 일어났는데, 다들 어디론가 가버렸고, 눈을 떳더니 택운뿐이었다.


앞으로 이곳에 22년을 있어야한다.


택운과 말을하는건 22년후의 삶을 걱정하는것보다 더 무서운일이지만, 어색한건 딱 질색인 성격인지라, 어떻게서든 말을 걸었다.



" 어...저기...안녕? "



용기를냈다. 정말 있는힘껏 용기를 낸것이다.

택운이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쳤고, 난 돌이 된것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 ....하세요..."



나도 모르게 존댓말을 얼버무렸고, 소심히 자리로 돌아가려하였다.



" 야. "



뒤로 돌았다. 근데 택운이 날 불렀다.



" 네? "



다시 몸을 돌려 그를 쳐다봤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걸음에 또 다시 쫄아서는 몸이 움츠러들었다.



" 때...때리지마.. "



팔을 올려 머리를 감싸쥐고, 이상한말을 지껄였다.

조용한 상황에 팔을 풀고 그를 올려다보자, 편지하나를 내밀고있는 택운이었다.



" 이게 뭐야?....요..? "



반말과 존댓말이 섞인 이상한말을하며, 택운에게서 편지를 건네받았다.

내 옆에 털썩 앉더니, 작은 목소리로 ' 읽어줘. ' 라고 말하는 택운.


분홍색 편지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꺼내 읽어내려갔다.



" TO. 씨발롬...? "



첫문장부터 거친욕설에 말끝을 흘리며 그를 쳐다보자, 눈을 감은채 피식-웃는 택운이었다.

흠흠, 목을 가다듬고 계속 읽었다.



" TO. 씨발롬, 야 이 씨발롬아 잘사냐 오늘이 우리 언니가족 기일인건 아냐? 하긴 너같은 새끼가 알리가없지.

거기서 콩밥 쳐먹으면서 평생 썩어라 에라이 미친놈아. 아무리 애미애비없어..ㄷ.. "



다 읽어갈쯤 택운이 편지를 뺏아들었다. 그리곤 갈기갈기 찢은 후 자기자리로 돌아가 누워버렸다.

갑작스런 택운의 행동에 편지를 잡고있던 자세그대로 눈만 깜빡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




" 형은 상혁이랑 방청소하면 되요. "



재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걸레를 집어들었다.


오늘은 교도소 대청소날.



" 청소 자주해? "



바닥을 정리하고있는 상혁에게 물었다.



" 아뇨, 한달에 한번! 셋째주 월요일에 해요."



그렇구나..상혁을 도와 간단한것부터 정리해 나갔다.

유리창을 닦으며 택운의 일이 생각났다.



" 아, 맞다. 전에 정택운이 나한테 편지읽어 달랬는데.. 그거 뭐야? "

" 편지요? "

" 응, 분홍색 편지봉투였는데 발송자는 안적혀있었어. "

" 그걸 형한테 읽어달랬다고요??? "



화장실청소를 하던 상혁이 뛰쳐나와선 나를 마주했다.

많이 놀란것처럼 보였는데, 그런 모습에 내가 더 놀랐다.



" 왜.. 왜? "

" 아... 헐 "



정말 헐.하는 얼빠진표정으로 날 쳐다보는데 편지하나 읽어준게 그렇게 놀랄일인가?



" 그거, 원래 제가 읽어주는거에요. "



다시 덤덤하게 말하는 상혁을보고, 아..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 안에 온통 욕뿐이지않아요? 그 편지들 자주오는데, 택운이형이 죽인사람들 친척들한테서 주로 와요. "

" 어, 안그래도 그 편지에 우리 언니가족 죽은지 2년이랬나? 뭐 그렇게 적혀있었어. "

" 근데 진짜 뜻밖이네요, 단 한번도 다른사람한테 읽어달라 한 적 없는데.. "



상혁의 말을 듣자하니, 택운은 이곳에 있은지 5년, 상혁은 3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이 방엔 가장 오래된 2명과,재환,원식,홍빈이 들어오기 전 다른 수감자들이 있었는데

모두 택운을 견디지못하고 방을 옮겼다고 한다.



" 뭐.. 꼭 모두가 못 견뎌서 옮긴건 아니지만.."



말 끝을 흐리며, 씁쓸하고 측은한 표정으로 택운의 자리를 쳐다보는 상혁.



" 아, 형 빨리 청소나 해요!! "



정적을 깬 그의 말에, 다시 대청소를 시작하였다.




#




정택운.



태어난 곳 고아원. 집도 고아원. 주소도 고아원.


나는 태생이 쓰레기였다.


고아원의 어린커플이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내가 생겨버렸다.

남자는 겁에 질려 도망을 갔고, 여자는 수녀님의 손길로 10달간 나를 품었다.

그리고 낳자마자 자살하였다.


고아가 낳은 고아.

부모의 얼굴조차 모르는 아이.

잘못 생겨버린 아이.


그게 나였다.


제법 예쁘장한 얼굴에 하얀피부, 그리고 남자아이라는 이유로 여러곳에서 입양문의가 들어왔다.

3살, 평범한 가정집으로 입양이 되었다.

모두 나를 따듯하게 대해줬지만, 그런 사랑이 낯설었다.


그래서 고아원으로 돌아갔다.


10살, 나름 부유층에 다시 입양이 되었다.

노부부의 늦둥이같은 느낌에, 이전집보다 더 사랑하는게 눈에 보였다.


재밌는 놀이가 하고 싶었다.


낚싯줄을 사람목에 감으면.. 잘릴까?


서재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갔다.

아니, 노부부의 남편.


양아버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계셨는데, 그런건 관심없었다.

낚싯줄을 목에 감고, 있는 힘껏 잡아 당겼다.

사람은 죽었지만, 목은 끊기지 않았다.


쳇, 안되네.


실망스러웠다. 원하는 결과가 있지 못했기에.

남자보다 목이 얇은 여자에게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양어머니를 찾아갔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는 뒷모습에 목에 줄을 감았다.

역시나 깊게 파고들기만 할뿐 끊기진 않았다.

흥미를 잃었고, 집을 나왔다.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갔다.

학교도 다니지 않은채 그곳에서 9년을 더 보냈다.


19살이 되던 해, 퇴출령을 받았다.

나이가 많으니 이제 이곳을 떠나야한다고

머리가 복잡해 길을 걷고있었는데, 한 가족이 보였다.


하하호호 웃으며 뭐가 그렇게도 즐거운지, 아빠손을 잡은 꼬마와 그 옆의 엄마.

그냥 눈에 거슬렸다.


주위에 깨진 술병을 집어들어 남자의 머리를 찍었다.


즉사


기겁하는 아줌마와 아이를 살려둬선 안되겠다 생각했고, 그들의 숨통도 끊어버렸다.

사람을 죽이는건 참 쉬운일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놀잇거리였다.


눈에보이는 일가족들은 죄다 없애버렸다.

운좋게도 살해장소마다 CCTV가 없었고, 경찰들은 날 잡느라 제법 고생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첫 범행 3개월 후, 나는 구속됐다.



" 왜 그랬습니까 "



재판을 받던 중 검사의 질문. 왜 그랬나.. 나도 이유는 모른다.



" 눈에 거슬려서. "



나한텐 없는 부모,가족이 있다는거 그게 기분 나빳다.


단지 그것뿐.


나는 존댓말을 모른다. 어려운것도 모르고, 지식도 없다.



" 무기징역, 수감하세요. "



탕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재판이 끝나고, 난 연쇄살인이란 죄목으로 이곳에 수감되었다.


딱히 나쁘지 않았다.

고아원과 다를것없는 생활패턴, 조용한 공간.

좋은생활이란걸 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곳은 익숙한 느낌이었다.


2년정도가 흘렀을까.. 어느날 상혁이가 들어왔다.


이름 한상혁 나이 16세


중3이라는 어린아이가 처음 들어왔을때, 눈길이 많이 갔다.

사정을 듣고, 마음이 더 커졌다. 지켜주고싶었다.

처음 느끼는 감정


다른 놈들이 상혁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괴롭히거나 잔심부름을 시키는게 거슬렸다.

그래서 폭행도 많이했고, 많은이들이 방을 옮겨 나갔다.


1년 전 원식이 들어오고, 후로 홍빈과 재환이 들어왔다.

이때까지 수감자들 중엔 가장 괜찮은녀석들 같다.

나름 안정이되고, 한자리가 비어있던 어느날.


그 녀석이 들어왔다. 차학연




#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정말, 목숨을 걸고 해야하는.. 실험.



" 택운아. "



구석에 앉아 그를 직시하며 불렀다.

다른 수감자들은 내가 그를 부르자 놀란듯 일동히 날 쳐다봤다.


단, 정택운만 빼고.



" 정택운!!! "



볼때까지 불렀다. 시끄러운지 귀를 막고 드러눕는 모습에도, 계속해서 불렀다.

곧이어 짜증이난듯 ' 왜. ' 하고 짧게 대답했다.



" 옆에 책 좀 줄래? 지킬앤하이드! 너 옆에 책 3권있잖아 어, 그래 거기있네 지킬앤하이드 "



자신의 옆을보며 갈 길을 잃은 저 손.

계속해서 응시하며, 빨리 달라고 재촉했다.



" 아, 씨발 니가 가져가 "



다시 드러눕는 모습에, 내 예상이 적중했음을 느꼈다.

조용히 다가가 그를 돌려눕혔다.



" 너, 까막눈이지. "



놀란듯 눈이 커지는 그를보며, 큭큭 웃어대자 내 입을 막으며 벽에 밀쳤다.



" 입닥쳐 신입. 내가 분명히 알아서 기어라고 했을텐데 "



그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왜일까? 이제 택운이 무섭지않다.

숨이 막혀와서 택운의 손을 떼기위해 발버둥을 쳤다.

숨통이 트이자, 나는 흡사 아웃사이더에 빙의되 하고싶은말을 모두 했다.



" 내가 글 가르쳐줄게!!! 택운아 글 못 읽는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나 앞으로 여기 22년이나 있어야해,

계속 어색할순 없잖아 우리 나이도 같은데 여기서 즐겁게 썩는게 어때~? "



정말 얄미웠을것이다. 옆에서 키킥대며 웃어대는 다른 수감자들을 훑은 택운이 나를 노려보고,

자리로 돌아가 벽을보며 다시 누워버렸다.




#




" 0630 면회다. "




면회? 자리에 멀뚱히 앉아 교도관을 올려다봤다.

면회가 들어왔으니, 얼른 나오라는말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문으로 향했다.


수갑이 채워진채, 면회실로 이동했다.


처음가보는 면회실.. 면회 온 사람은 누굴까.



" 시간은 10분입니다. 앞에 버튼누르시면 목소리 들리실거에요. "



어머니



" 왜 왔어 "



본심과 다르게 튀어나온 한마디였다.


나는 이곳에 오기전 어머니의 얼굴도 보지못한채 끌려왔다.

내가 교도소에 들어갔단걸 알고 얼마나 상심하시고 놀라셨을까..

그런데 이런 누추한곳까지 쓰레기아들을 보기위해 발걸음을 하시다니, 죄송했다.



" 왜긴.. 우리 학연이 얼굴보러 왔지. "



아프게 웃는 어머니의 얼굴이 슬펐다.



" 난 별로 안보고싶어, 돌아가. "



자리에서 일어나 일방적으로 면회를 끝냈다.

버튼을 누르지않으면 들리지않는 바깥소리, 참 좋은 시스템같다.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았으니까


방으로 돌아가는 길 교도관이 봉투를 건네주었다.



" 어머님이 주신 영치금이다.. 짜식 "



하얀봉투속 10만원, 어머니는 이걸 벌기위해 하루12시간을 고생하셨겠지.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넣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저녁시간.



" 야, 시발 다 나를 따르라!! 내가 쏜다!! "



홍빈과 상혁을 데리고 교도소건물 뒤로 향했다.


우리의 아지트


종이를 꺼내 말보루2갑을 먼저써서 보낸후, 무엇을하는게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 일단 자, 상혁이 용돈. "

" 오!! 형 사랑해요. "



상혁에게 만원짜리 한장을 건네주었더니, 살것이 있었던듯 종이를 꺼낸다.


아이스볼트 2갑



" 어린새끼가 담배도 필줄아냐? "



상혁을 쳐다보며 말하자 헤헤-웃곤 담 넘어로 던진다.

그러나 돌아온건 담배가 아닌 초코빵과 종이쪽지.



「 한상혁 죽는다. 」



도대체 담 넘어있는 사람의 정체는 누굴까

돈을 잃은 상혁이 억울한듯 담을 두드리며,



' 아 형!! 그럼 거스름돈이라도 주던가!!! ' 하고 칭얼댔지만,상대방은 아무런말도 없었다.



" 야, 상혁아 뚱바는 어떻게 샀던거야? "



몇일전 상혁이 줬던 바나나우유가 생각났다.



" 그거도 적어서 던지면 저 형이 구해줘요. "



홍빈에게서 말보루 한개비를 얻어 입에물며 답하는 상혁.


난 새로운 종이를 꺼내 적었다.



뚱바.



" 형, 갯수도 적어야지 "



홍빈의 말에 몇개가 좋을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시간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존나 많이.




#




" 형 "

" 형!! 형!!!!!!!!!!!!!!!!!!!!!!!!!!!! "

" 아, 뭐야.. "



새벽부터 상혁이 나를 깨웠다.

상혁의 뒤로 보이는 택운도 잠에서 깬듯 멍하니 앉아있었다.



" 택운이형이 오래요. "



상혁의 손에 이끌려 비틀대며 그에게로 갔다.



" 왜...... "



마주보고 앉아서도 떠지지않는 눈커풀에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 글.. 가르쳐준다매, 지금해. "



택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전에했던말을 기억하는듯 종이와 펜을들고 내게 건네는 택운.

잠이 깨는듯한 기분에 얼른 받아들었다.



" 자.. 이게 ㄱ이야. 기역 "

" 기역? "

" 그래그래, 이거 이름이 기역이야. 니 이름은 정택운이잖아, 그거랑 같아. "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해서 배우는 택운의 모습이 왠지모르게 귀여웠다.



" 이건 어떻게 읽어? "



옆에서 곤히 자고있는 원식의 어깨를 가리키며 묻는 택운.

뭐가 적혀있나싶어 다가가선 본 글자는 ' 차카게 살자 '



" 차카게 살자. "

" 탸카게? "

" 차카게! 착하게. 착하게는 뭔지 알잖아 "

" 아.. "



택운은 제법 머리가 좋은듯, 글자를 빠르게 배워나갔다.


오후 삽질시간


모래바닥위에도 글자를 써가며 한단어 한단어 가르쳐주었다.

마냥 놀수는없어, 택운을두고 일을하다가 방으로 돌아가기전

택운에게 다시 다가갔다.


무언가를 열심히 쓴듯한 택운이 내가 다가오자 자리를 피해버렸다.



차하악 야하개새김



" 차학연 야하게생김 을 쓰고싶었던건가..? "




#




김원식



" 3장. "

" 아, 너무 비싼데? "

" 그럼 4장. "

" 아!! 알았어 알았어 3장 "



이게 내 직업이다. 마약밀거래,밀수입.

돈벌이는 제법 짭짤했다.

부모님께 용돈도 드릴수있었고, 하나뿐인 여동생 선물도 사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소환장이 날아왔다.



' 죄목 : 강간 '



강간? 강제로하는 간음행위? 그 강간?

눈을 씻고 다시봐도 글자는 선명했다.

마약밀매도 아니고.....뭐지..... 잘못온건가싶어 수신자를 확인했더니 '김원식' 내가 맞았다.


억울하지만 일단 출소했다.


고소인석에 앉아있는건 다름아닌 여자친구.


허,하고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좋다고 앵앵될땐 언제고 고소라니



" 가해자 김원식 씨 혐의를 인정하나요? "



인정할 수 없었다.



" 피고인측에서 말씀드립니다. 가해자 김원식은 현재 마약밀거래와, 어떠한 조직에도 연류되어있다고 합니다. "



씨발, 제대로 똥 밟았네.


믿었던 여친년은 나에게서 합의금 2000만원을 갈취한 뒤 떠났고,

난 마약밀거래와 폭행전과로 구속되었다.



" 아, 이거 좀 놓지? 알아서 가거든? "



교도관들을 떼어놓고, 방을 찾아 들어갔다.
제대로 찾아온건지 교도관들이 뒤늦게 따라와선 헉헉대며, 나를 밀어넣었다.
북적일 줄 알았던 감방엔 단 두사람뿐이었다.

한명은 유명한 연쇄살인범, 그리고 한명은 고딩

재밌었던 삶이 한순간에 추락했다.
그렇게 수용소 생활을 하던중 홍빈이 들어왔다.
처음보자마자 예쁘장한 외모에, 여린몸선이 나를 미치게했고,
더이상은 뚫고 내려갈곳이 없던 내 인생이 조금씩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던 중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발신자 어머니

내용은 내가 구속되고 1달후 은진이가 죽었다는 것
하나뿐인 내 동생이, 끔찍히 사랑했던 동생이 싸늘한 시체가 되었단걸 뒤늦게 알고
한동안 미칠듯이 괴롭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럴때에도 옆에있어 준건 홍빈뿐이었다.

이젠 이홍빈이 나말고 다른새끼랑 히히덕거리는 꼴을 절대 볼수 없다.



#



" 자, 여기 써봐. "


택운에게 펜을 쥐어주고 종이를 가리켰다.
머리가 좋은지 습득력은 빠른데, 이상하게 펜을 잘 못쥔다.


" 아니, 그렇게 쥐는거 아니라니까 중지를 펜뒤로하고, 그래그래 이렇게 "


제대로 쥐어줘도 이내 자기 편한대로 고쳐버리는 정택운.
어휴, 니 맘대로 하세요. 가르쳐준걸 열심히 적어가는 택운을보며 나름 뿌듯해졌다.

오늘은 수감자들의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 다 썻어! "


종이에서 펜을 떼며, 나를보고 밝게 웃는 택운을 본 뒤 글자를 확인했다


자하견


" 야!! 내 이름은 자하견이 아니라 차학연이라니까!! "
" 차학연 제대로 썻잖아!! "


자신은 바르게 썻다며 버럭하는 택운의 글자를 지우고, 새로 쓰게했다.


" ㅈ에 모자씌워주라니까? "
" 아아... "


다시 쓴 글자는 차하견

그래.. 이거라도 어디니..

언제까지고 내 이름만 붙잡고 있을순 없어 다음은 상혁이의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 자, ㅇ에 모자를 씌우는거야 알았지? "


고개를 끄덕이고 택운은 자신만만하게 써내려갔다.


한상혁


" 야!! 너 상혁이는 잘쓰네? 내 이름은 왜 그래? "


뜻밖에도 상혁의 이름은 정확하게 써내었다.
그 옆에 쓰인 차하견과 비교하며 택운에게 섭섭함을 토했다.


" 왜, 니 이름도 제대로 썻잖아. "


여전히 당당한 그의 모습에, 이번엔 홍빈의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 자, 홍빈이도 중간글자 ㅇ에 모자씌우는거야~ "


열심히 써낸후에, 다 썼다며 보여주는 글자


이콩빈


" 야, 콩이뭐야 콩이 "


홍빈에게도 보여주며, 한참을 웃었더니 택운이 진지하게 홍빈을 쳐다보며


" 너 콩이였어? " 하고 묻는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홍빈이 콩이 되어버린게



#



" 조심해서 갔다 와. "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희미한 정신에 들리는 말소리에 문쪽을 봤더니, 어딘가를 가는 원식과 그를 배웅하는 홍빈.
문이 닫히고도 작은틈으로 한참을 바라보던 홍빈, 그의 모습이 사라졌는지 자리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한다.


" 홍빈아, 원식이 어디가? "


감았던눈을 다시 뜨며, 나를 쳐다보는 홍빈


" 어, 형 깻어요? 원식이 외부공장으로 일 가거든요. 몰랐어요? "


아.. 그래서 항상 없었구나, 이곳에서 생활한지 꽤 됐지만,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시계를 보니 5시30분. 6시기상임을 감안해서 좀 더 자두기로 했다.

깻다 다시 잔턱에 더 피곤한 몸을 재환에게 부축을 받으며, 공장으로 향하는 길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치길래 돌아봤더니, 택운이있었다.
씩 웃으며 쪽지를 건네주곤, 앞질러가는 그.
뭔가싶어 열어본 종이 속 글자에 헛웃음만 나왔다.


「 차하견 병신새끼 」



#



오늘은 원식과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택운보다도 더 말을 안해본듯한 원식이를 데리고 아지트로 향했다.


" 형이 사주는거에요? "


베시시 웃으며 묻는 원식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꺼냈다.
언제나와 같이 말보루를 태우며, 원식과 대화를 나눴다.


" 홍빈이랑 얼마나 됐어? "


내 질문에 조금 생각을하는듯 하더니, ' 홍빈이가 들어온게 4개월이니까 그쯤됐겠죠? ' 라고 답하는 원식.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 좋아서 사귀는거야? "


내 질문에 어이가없다는 피식-웃으며 원식이 답했다.


" 아니 그럼, 싫은데 사귀겠어요? 당연히 좋으니까 사귀지. "


멍청한 질문이었단걸 깨닫고 조용히 담배만 피웠다.
그리고 원식이 자신의 얘기를 시작했다.


" 내가 여길 여자친구라는 썅년때문에 들어왔는데,
그래서 내가 여기서 엄청 힘들었거든요?도중에... 동생도 잃고.. "


동생의 얘기에 하늘을 바라보는 원식을보며, 안타까운 일이 있었음을 알게되었다.


" 근데 홍빈이는 천사에요. 동생이 나 외롭지말라고 보내줬나봐. "


환한웃음을 보이며, 담배꽁초로 바닥에 이홍빈 이란 세글자를 쓰고 하트를 무한으로 그리는 원식을보며,
그가 홍빈을 진심으로 좋아하고있음을 느꼈다.



#



그날은, 비가 굉장히 많이 왔다.

귀를 찢는듯한 굉음의 천둥소리에도 다들 덤덤했지만, 유독 한명은 그렇지 못했다.
천둥이 칠때마다 움찔하며 소리를 지르는 상혁.

양 귀를 틀어막고, 잔뜩 움츠러든채 연신 살려주세요,잘못했어요.라고 외치는
상혁이 익숙한듯택운은 말없이 그를 보듬어주었다.


" 야, 이불로 창문 좀 막아봐. "


택운의 말에 다들 이불로 창문을 막으며, 최대한 소리를 최소화 해주었다.
그럼에도 상혁은 진정이 되지않는듯 했고, 결국 교도관에게 부탁해 진정제를 처방받았다.
수면제도 함께 먹은듯 상혁은 곧 잠에 들었지만, 깊게 잠들지는 못하는듯 연신 잠을 설치며 식은땀을 흘렸다.
옆에 앉아 상혁을 돌봐주는건 택운. 걱정스런 표정으로 연신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의외인 택운의 모습에, 점점 알수록 다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



한상혁


가정폭력이 심했다. 항상 아버지에게 맞았고, 이런 삶이 싫었다.


" 그럼 집을 나오면 되겠네. "


그렇네? 생각보다 간단한 해결책에 그날 난 바로 짐을 쌋다.
한마디로 가출을 했다. 15살 중2란 나이에.
무섭진않았다, 친구들과 함께였으니 그 무엇도 두려울게 없었다.

몇일간 찜질방에서도 자보고, 지하철역에서 새벽을 보내기도 하면서 가출생활은 이어졌다.
조금씩 힘들어짐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갈까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어디선가 돈을 잔뜩 구해왔다.


" 야, 너 이거 어디서 난거야? "


수많은 지폐에 넋을놓고 물어봤더니, 뿌듯하단듯 ' 털었지 ' 라고 답하는 친구.
그렇게 빈집털이란 것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쉬웠다. 
짐만싸서 집을 나오면 가출이듯, 빈집털이도 그냥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챙기면 되는거였다.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빈집 구분이 쉬웠다. 불이 꺼진집은 대체로 빈집.
왜냐하면 겨울은 해가 짧기때문에, 조금만 어두워져도 불을 켜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한푼,두푼 모으며 나름 넉넉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도 생겼다. 동갑의 그녀는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가출을 한지 몇달이 지나고, 16살이 되었다.
자연스레 중학교는 자퇴식의 퇴학이 되었고, 난 더 자유로워졌다.

여름이되어서도 나쁜짓은 계속 되었다.

아니 오히려 더 쉬워졌다.

여름휴가를 가는집이 이렇게 많았나싶을 정도로 빈집이 늘었고,
우린 대담하게 그런집에서 잠을 청한적도 있다.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많이했다.

난 16살이 어린나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다.


" 상혁아, 나 임신한거 같아. "


솔직히 믿지않았다.


" 나 생리 안한다고, 어떡해? "
" 다음달에 하겠지. "
" 야!! 너 어떻게 그리 쉽게 말하니? "


그녀가 언성을 높이자, 나도 목소리가 커졌다.


" 아니, 시발년아 걔가 내 앤지 어째알아. 뭐 존나 그래서 낳자고? "


짜증이났다. 화도났다. 애정이 식는듯했고, 내 앞에서 우는 그녀가 꼴보기싫었다.
그래서, 옆에있는 가위를 집어들었고, 나도 모르게 찔렀다.
심장을 그대로 관통한 가위에도 그녀는 잠시나마 숨이 붙어있었다.


" 살려줘. "


그녀가 한 마지막말이었다.

솔직히 그렇게 깊숙히 파고들거라 생각도 못했을뿐더러, 난 죽일 생각이 없었다.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내게서 멀어졌고,
한명의 신고로 난 경찰서로 향했다.

부모님이 오시고, 오랜만에 뵌 아버지였지만, 난 또 다시 맞았다.
많이. 아주 많이.

검찰로 가 재판을 받았다.
그날 비가 많이왔고, 천둥도 많이 쳤다.


"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


손이 발이된다는게 그런 느낌일까, 정말 많이 빌었다.
검사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펑펑 울었다.


" 실형 12년, 소년교도소로 수감하세요."


탕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재판이 끝났다.


" 소년원은 무슨!! 일반 교도소로 쳐 넣으시오!! 저런새끼는 이제 자식도 아니야!!! 가서 평생 썩어야해 저런놈은 "


아버지의 소리침에 다시 눈물이 터졌다.
버려진 자식이란 기분이 들며, 난 그렇게 연행되었다.



#



그날도 열심히 일을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재환과 얘기를 나누며 급식소로 향하던 중,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하얗고 큰손, 택운이었다. 놀라서 멀뚱멀뚱 쳐다보니 아무말도 않고 나를 끌고가는 정택운
자연스럽게 새치기를 해 제일 앞에서 배식을 받으며, 자기 등뒤로 날 밀어넣는다.

어쩌다보니 일찍 받게된 급식에 기분이 좋았지만, 같이 먹자는 태도가 맞는지 의문스럽게 택운은 묵묵히 밥만먹었고,
게다가 자기 다 먹었다고 먼저 일어나버린다.

잠시후 재환이 배식을 받고 택운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 뭐에요 형?? "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재환에게 ' 나도 몰라 ' 하며 고개를 저었고,
그가 다 먹기를 기다려준뒤에 다시 공장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언제나와 같이 택운에게 글자를 가르쳐주었다.


" 차학연 써봐. "


한상혁과 욕은 기가막히게 잘쓰는 그에게 다시 한번 내이름을 강요했다.
여전히 차하견이라 쓰는 택운을보며, 두손두발 다들고 다른걸 가르쳐주었다.


" 음.. 오늘은 감정표현을 배우자. "
" 감정표현? 그게 뭐야 "


조금이라도 어려운 단어를쓰면 못알아듣는 택운을 위해 감정표현에 대해 알려주었다.


" 죄송합니다 써봐. "
" 싫어, 나 그 말 싫어. "
" 그래..? 그럼.. 사랑합니다 써봐. "


손에 힘을 꽉 주며 펜을 쥐고 열심히 써내려가는 택운을보며, 괜시리 흐뭇해졌다.


" 다 썻어. "


어디보자.. 별로 기대를 하지않고 택운의 종이를 바라봤다.
삐뚤빼뚤하게 선명히 써져있는 글자.


차하견 사랑암니다


" 제대로 잘 썻지? " 하고 묻는 택운에게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기습적으로 입에 쪽-하고 뽀뽀를하며,


" 너 좋아한다고 병신새끼야. "



#



삽질을 하며, 택운의 앞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녔다.
정말 말그대로 뽈뽈.


" 운아 운아, 그래가지고 홍빈이가 나한테 이거 줬어. "


방금 전 홍빈이 준 바나나우유를 택운의 눈앞까지 가져다대며 자랑을 했다.
그리고 또 다시 뽈뽈거리며 그의 주위를 멤돌았다.

그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내가 제법 신경쓰였나보다.
나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무언가 생각하듯 내 눈을 마주치는 택운

좀 무섭기도 했지만, 잡힌 머리칼이 더 아팠다.


" 아파! 아프다고!!! 야아앍!!! "


버둥거리며 택운의 손을 치자, 놓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를 뒤로하고 혼자 방으로 돌아와 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내가 읽고 있던 책을 집어던지고, 손목을 잡아 화장실로 이끄는 택운.


" 뭐야뭐야. "


변기에 날 앉히곤 목에 비닐을 씌웠다.
그리곤 자신도 수술하는 의사마냥 비닐장갑을 꼇다.
플라스틱통에 무언가를 섞더니 내 머리에 치덕치덕 발라대길래 그를 올려다봤다.
강압적인 힘에 고개가 바닥으로 향했고, 그때 눈에 들어온건 염색약 통.

그것도 빨간색.


" 야!!!!! 왜 마음대로 염색시켜!!! "


다시 고개를 들어 택운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다시한번 그의 악력에 굴복하고 말았으니..

투박한솜씨로 염색약을 발라대더니, 다 된듯 비닐로 머리를 덮기까지 한다.
30분정도가 흐른뒤, 샴푸까지 해주곤, 그는 만족스럽단 듯 거울을 보여주었다.
빨개진 머리에 경악스러웠지만, 나름 잘 어울린다는 다른 수감자들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는 투정을 안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택운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 이제 멀리서도 내꺼 잘 보이겠다. "


택운번외


지금 내 눈앞에 뽈뽈 거리는 이 녀석이 굉장히 거슬린다.
키도 작고.. 처진 눈꼬리에, 누구에게나 웃는 저 미소. 야하게 생긴 차학연
다른 녀석들이 왠지 학연이를 넘보는것 같아 보였다.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한데..

그를 붙잡아 한참을 바라봤다. 어떡하면 멀리서도 눈에 띌까?
안그래도 피부가 까매서 더 안보이는데... 어떡하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잡고있던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염색을 시키자.

바로 교도소뒷편으로 달려갔다. 종이를 꺼내 염색약을 써야하는데..
염색약.. 염색약은 어떻게 쓰는거지..

이때까지 학연이 알려준 글자를 조합해, 최대한 써냈다.

내 뜻이 통한듯 30분정도가 흘렀을까, 염색약이 눈앞에 떨어졌다.

아, 참고로 빨간색은 도저히 모르겠어서 말보루곽을 찢어 함께 보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가 좋은것 같다.



#



원식번외


월급날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번 돈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홍빈에게 선물을 하자!
공장일이 끝나자마자 아지트로 달려가 무려 말보루 10갑을 샀다.
모든 돈을 털어 산 홍빈의 선물을 품에 한아름 안고, 방으로 달려갔다.

뿌듯한 마음에 홍빈의 앞에 우루루 쏟아내니, 많이 놀란듯 손으로 입을 막곤 눈을 동그랗게 뜨는 홍빈.
베시시- 웃으며 그와 눈을 마주쳤더니, 연신 뽀뽀를 쪽쪽해주는게, 기분이 날아갈것만 같았다!


택운시점


학연이에게 글자를 배우고있었다. 원식의 퇴근만을 기다리던 홍빈이, 방문이 열리자마자 그를 향해 환히 웃었다.
근데 원식이가 오늘 좀 이상했다. 옷안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들어오더니, 홍빈의 앞에 우루루 쏟아냈다.

말보루!!! 무려 10갑!!! 공부는 뒷전으로, 부러워서 멍하니 바라보자 홍빈도 원식에게 감동했는지 뽀뽀를 해준다.
그런 둘을 바라보곤 학연을 바라봤다.


" 뭐.. 뭐 왜. "


빨간머리녀석.. 애교를 모르는걸까, 스킨쉽을 모르는걸까.


" 나도 뽀뽀. "



#



이재환


" 엄마, 사랑해요. "
" 나도 우리 아들 사랑해 "


부모님을 존경했고, 가족은 내 삶의 전부였다. 나를 막내아들로 끔찍히 사랑해주시고, 형도 잘해주고..
나름 넉넉한 형편에 하고싶은 공부도 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고3수능을 제법 잘봤다. 예상점수보다 높게 나와 원하던 대학에도 갈 수 있었고,
부모님께 자랑스런 아들이 된 듯해 뿌듯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도 난 쭉 장학생이었다. 한번도 게을리하지 않은 복습 덕분일까 과탑이라는 자리를 지켰고,
여전히 부모님께 자랑스런 막내 아들이었다.


" 슬슬 취직 준비할까? 등본 한통 떼올래? "


교수님의 말씀에, 동사무소로 가 등본이란것을 처음으로 발급받았다.
아빠,엄마,형,그리고 나의 이름과 주민번호가 적힌 등본을보며 집으로 향했고,
집에 다다랐을쯤 내 이름아래 적힌 작은 숫자를 발견하였다.


1992년 6월 6일 ▲


이게 뭐지..? 내 생일 정확히 2달후로 표시된 숫자에, 얼른 집으로 달려가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 엄마, 이거 뭐야? "


그때 알았다.

내가 친자식이 아니란것을.

엄마는 말해줄때가 된것 같다며, 나의 입양신고서를 보여주었고, 제법 큰 충격을 받은터라
처음으로 몇일간 학교도 빠지며, 방안에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울적한 마음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고 늦은귀가를 하였다.
애써 밝은척을 하고 싶었다. 그래도 날 키워준분들이시고, 날 버린 부모보다 훨씬 따듯한 분들이니까.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그런 생각은 저멀리 사라져버렸다.
거실에서 TV를 보고있는 엄마,아빠,형
마치 처음부터 이 공간속엔 저 셋뿐이었단것 마냥, 22년간 살아온 집이 낯설었다.

그리고 눈물이 왈칵 터져나왔다.

난 이 집에 들어온 짐덩어리.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내 사람들이 아니란것.
나도 죽으려하였다.

그래서 현관에 불을 질렀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타들어가는 장판바닥에 겁을 먹고 도망가버렸다.

25층인 집.. 부모님과 형은 도망도 치지못하고, 그렇게 분사하였다.
비상구로 내려오던 나는 계단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고, 결국 자수하였다.

* 분사(焚死)하다. - 불에 타서 죽다.(= 소사하다.)



#



요즘들어 택운이 날 보는 눈빛이 영 못마땅하다.
내 입술만 바라보는듯한 그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몇번 피했더니 무서운눈으로 날 따라다닌다.

제일 미안한건 재환이다.

공장에서 내 옆자리인 재환이의 자리를 자신의 자리와 마음대로 바꾼 택운.
점심시간이 되면 내 손을 잡고 잽싸게 데리고 가버리는 택운.

재환은 연신 입술을 삐죽거리며, 나한테 잔뜩 삐진것같았다.
그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택운의 눈을 피해 재환을 데리고 아지트로 향했다.


" 너 뭐피니? 말보루? "
" 아뇨, 저 담배 안펴요. "


뜻밖인 재환의 대답에 메론빵과 뚱바를 사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으헤헤- 하고 웃는 재환을보면 덩치만 큰 어린아들을 키우는 기분이다.


" 미안해 재환아, 택운이 때문에.. "
" 아닝에옇 괜차나옇 "


입 한가득 빵을 먹으며 대답하는 재환을보니 엄마웃음이 절로 나왔다.


" 공장일 안 힘들어? 한번도 힘든기색을 안보이네 "
" 음.. 재밌어요! 시간도 잘가고 "


긍정적인 그의 마인드가 언제나 부럽다.

재환과 얘기를 나누면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 그의 해피바이러스가 나에게 전파되나보다.
방으로 돌아가는길에도 얘기는 쉴 틈이 없었다.
꺄르르 웃으며 방으로 들어섰지만,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에 웃음이 뚝 멈췄다.
문 바로 옆 자리인 택운이 조용히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섬뜩함에 소름이 끼쳤지만, 이내 태연한 척 시선을 피해 내 자리로 갔다.


" 차학연 "


그의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에 쫄았지만, 나도 남자다! 기죽지않아!


" 왜!! "


애써 당당한 척 큰소리로 대답했다.


" 공부하자 "


그의 대답에 당당한척 했던 내가 무안해져 흠흠,하는 헛기침과 함께 그의 옆으로갔다.


" 나 오늘 배우고싶은 글자가 있어. "
" 뭔데?? "


평소보다 더 적극적인듯한 택운의 태도에 눈이 반짝였다.


" 죽고싶냐 "



#



요즘들어 혼자 아지트를 가는 일이 많아졌다.
담 넘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혼자만의 시간이 갖고싶었다.

종이를 꺼내, 오늘은 ' 말보루 ' 라는 딱딱한 세글자만이 아닌 ' 안녕하세요 ' 란 글자도 함께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조금 놀라웠다.


「 차학연 ? 」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거지? 답변을 적어 넘겼다.


「 지금이 가장 행복할때야, 이 순간을 잊지마. 」


의미심장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내 얘기를 늘어놓았다.


「 맞아요. 사실 지금 교도소밖에 있을때보다 훨씬 행복해요.
이 곳에서 평생 나가고싶지 않다 생각하면, 어리석은 생각이겠죠? 」

「 행복이있으면, 불행도 있으리. 」


여전히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 상대방에 좋은기분이 나빠지는듯해,
괜시리 얄미워 담에 발길질을 하곤, 방으로 돌아갔다.



#



" 학연아. "
" 응? "


오늘따라 유독 내 이름을 많이 부르는 택운.
평소엔 말도 잘 안하더니, 오늘은 이상하게 눈을 마주치며 실실- 웃기까지 한다.


" 무슨일 있어? "


진심으로 물었다. 담 넘어 사람에게 들은 부정적인말도 눈에 밟히고, 요즘들어 마음이 불안한것 같다.


" 아니? 왜? "


순진한표정에 안심을하며, 그저 옆에 앉아 택운의 손을 조물거렸다.


" 근데 이 염주는 항상하고 있네? "
" 응, 소중한거야. "


처음 만났을때부터 항상 손목에 하고 있는 염주.
단 한번도 뺀걸 본적이 없는 것 같다.


" 누가 준거야? "


택운의 손목에 있는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답변이 없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자, 무언갈 생각하는듯 하더니


" 원장수녀님. " 이라고 답하는 택운.
" 수녀님이면 기독교 아냐? 염주는 불교잖아. "


의아해하며 택운에게 묻자, 염주를 한참 보더니 다시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 우리 엄마가 불교였대. 이거 엄마꺼야. "


자신을 낳자마자 자살했다는 어머니. 증오하는듯 해 보였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 너 오늘 내가 싫어하는거 2개나 물어봤어. "


눈을 부릅뜨며 쳐다보는 택운이 조금 무서워 눈을 피했다.


" 나 봐, 차학연. "


위협적인 말투에 택운과 눈을 마추었다.


" 왜..왜.. 무서워 왜이래.. "


벌벌 떨며 고개를 뒤로빼자
택운이 나의 뒷통수를 잡고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 싫어하는거 물어봤으니까, 사과해. "
" 어어..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


정말 불쌍한 표정으로 택운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화가난 듯 택운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아니, 그런거 말고. "
" 그럼 뭐, 뭐해줄까 "
" 뽀뽀해줘. "


뽀뽀해줘.는 분명 부탁하는 어투가 아닌가?
택운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진하게 내 입술을 탐하였다.



#



여전히 택운과 있었고,늘 그렇듯 그의 옆에 앉아 글자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평화롭던 오후 교도관 2명이 나를 불렀다.


" 빨간머리, 이리와봐. "


죄수번호가 아닌 빨간머리라고 부르는 두 교도관이 낯설었지만, 수감자가 교도관의 말을 불복할 순 없는법.
문으로 향하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걸음을 떼려하자, 택운이 내 손목을 잡곤 " 가지마. " 라고 말하였다.


" 왜그래, 교도관님이 부르시잖아. "


이해할수없는 그의 행동에 손을 뿌리치고 문으로 다가갔다.


"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쁘네. "
" 그렇네, 너 우리랑 같이가자. "
" 어딜요? '
" 그래봤자 교도소안이야. 겁먹지말고, 말만 잘들으면 이번달 모범수로도 지정해줄게. "


모범수란 말에 솔깃해졌다. 모범수가 되면, 징역보다 일찍 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 당연히 그들을 따라가려 하였다. 하지만 언제 나온건지 택운이 다시 한번 내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 가지마. "


제발.이란 눈빛을 보내는듯한 택운을보며,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왜그래, 정말? 금방 갔다올게. "
" 야, 이 병신새끼야 순진한 척 하지마. 왜이리 말을 안들어? "


순간 멍해졌다. 순진한척? 내가 언제 순진한척을 했다고 지금 그에게 이런 험한말을 들어야하나
교도관들이 택운을 방안으로 밀어넣으려 하였지만, 그들보다 덩치가 큰 택운은 다시 나에게로 다가왔다.


" 여기 교도소야 차학연, 쓰레기들만 모여있는곳이라고. 교도관이라고 뭐가 다를 것 같아?
모범수? 웃기지마, 이 새끼들 그런 달콤한말로 너 갖고 노는거라고. "


택운에게서 진지함이 느껴졌지만, 그의 충고때문에 교도관의 말에 불복하는것은 아니었다.
기분이 나빳다. 사랑하는 택운에게서 쓰레기란 소리를 들었다. 병신새끼라고도 하고, 순진한척도 하지말란다.
장난이 아닌 진지한말들에 가슴에 유리조각이 박히는 듯 했다.


" 야, 1110. 이게 지금 어디서 나서?! "
" 돌아가시죠, 교도관님들. "


택운은 교도관들에겐 좋게 말하였다. 정말 부드럽게. 그의 이성을 최대한으로 함축시킨듯 하였다.


" 1110. 너 지금 재공판 날짜 얼마나 남았다고 이러냐? "


재공판? 피식웃으며 택운을 업신여기는 교도관들의 말에서 재공판이란 단어를 분명히 들었다.
택운도 더이상 참지 못하는듯 손에 힘을 꽉주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 어쭈? 한대 치겠다? 쳐라, 쳐. 어디 쳐봐. "


내 눈에만 그의 이성의끈이 끊기는게 보인게 아니라 믿는다.
교도관들의 얼굴을 그대로 내려친 택운은, 제대로 폭발한듯 쓰러진 그들의 배를 발로 짓밟으며, 정말 있는힘껏 피범벅을 만들었다.
방에있던 재환과 원식이 놀라 택운을 떼놓음으로써 겨우 진정이되었지만
다른 교도관들이 달려와, 택운에게 무서운 엄포를 내리곤 쓰러진 2명을 데리고 돌아갔다.



#



정신이 혼미했다. 무슨일이 생긴건가 싶기도하고,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방금 정말 무서운 택운이를 본 듯 했다. 이때까지 본 적없는, 연쇄살인범 정택운의 모습.
자기 자리에 앉아 무릎에 고개를 박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있는 택운이었지만
지금 나에겐 그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있자, 상혁이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어깨를 툭툭 쳤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입모양으로만 ' 왜 ' 하고 답했다.


" 형.. 드릴말씀이 있어요. "


조심스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상혁이 말했다.

그에게 들은 얘기는 이러했다.

상혁이 이곳에 들어온건 3년전이고, 그 당시에 택운의 연인이었던 수감자가 있었다고 한다.
작고 아담한 남자는 택운과 1여년간을 연애하며, 교도소안에서도 유명한 커플이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방금전과 같이 교도관들이 찾아왔고, 택운의 연인을 데리고갔다고 한다.
목적은 자신들의 욕구불만 때문.
그 당시에도 모범수를 시켜주겠다는 달콤한말로 유혹해 그를 데려갔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죽었다는 말도있고, 교도소를 이감했다는 말도 있다는데, 아무도 진실은 모른다고 한다.

연인이 사라지고 택운은 한동안 패닉상태였고, 그래서 상혁을 괴롭히던 수감자들을 더 혹독하게 처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독방도 다녀왔고,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진상태라고..


" 재공판은 뭐야? "


잊고있었던게 떠올랐다. 재공판이라니?


" 아...이번이 마지막이에요. 3차 재 공판인데.. 별일 없을거에요. "
" 별일있으면? "


풀어진눈으로 상혁을 쳐다봤다. 초점없는 내 눈동자에 상혁의 얼굴이 차마 담기지못했다.
그 이유는 가득찬 눈물 때문이었던 것 같다.

* 이감하다 -한 교도소에서 다른 교도소로 수감자를 옮기다.



#



" 1110, 저녁식사 후 독방으로 이동. "


작은 쇠찰창문으로 교도관이 내뱉고 간 한마디였다.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하는 택운이 미웠고,그토록 좋아하는 스킨쉽을 지금 해주지않는단게 미웠다.
끝내 그와는 한마디도 하지않았고, 저녁시간 후 택운은 독방으로 옮겨졌다.

밥도 먹지않았다. 그냥.. 내 자리인 구석에서, 펑펑 울었다.
눈 주위가 빨개져서 아렸지만, 그보다 마음이 더 아팠기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한참을 울다가, 담 넘어의 사람이 생각났다.

아지트로 달려가 그를 불렀다.


"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은 누구에요? "


담이 부서져라 두드리며, 큰 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날아온 종이쪽지.


「 당신과 같은 운명의 사람입니다. 」


여전히 이해가되지 않았다. 내 운명이 어떻단말인가.
사람의 기분을 최고조로 올려놨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신의 장난이 얄미웠고,
난 평생 행복과는 거리감을 가지고 살아야하는 운명이라면, 부정하고 싶었다.

벽에 기대 또 다시 큰소리로 엉엉 대며 울고있으니, 담 넘어로 바나나우유가 날아왔다.

그리고 그곳에 적힌 삐뚤빼뚤한 글씨의 ' 병신새끼 ' 란 네글자에
택운이 생각나,그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신하기 직전까지 울어본 것 같다.


택운번외


또 다시 독방으로 옮겨졌다.
2년전 그 아이와 헤어지고 처음 와보았던 독방은 굉장히 외롭고, 차가웠다.
들어오기 직전까지 학연이와 말 한마디 하지못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못했다.
우리 아직 섹스도 못했는데, 그치 학연아? 벌써부터 그가 보고싶어 미칠 것 같았다.



#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기본 하얀봉투에 적힌 수신자의 이름은 ' 김원식 '
홍빈과 내눈치를 보며 히히덕 거리던 원식이 자신의꺼란 말에 놀라며 건네받았고,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편지봉투를 아무렇게나 찢어 내용물을 확인하였다.

언뜻보기엔 평범한 편지지와 사진한장 같았다.

내용을 읽는 원식의 표정이 굳어짐을 느꼇고, 궁금해졌다.
내용을 다 읽고 사진을보며, 홍빈의 얼굴과 사진을 번갈아보는 원식.

뭔가싶어 바닥에 떨어진 편지지를 주워 내용을 읽어보았다.


「 원식아, 늦게말해 미안하구나. 사실 은진이는 살해되었단다. 토막살인.
범인을 찾은뒤에 너에게 알려주려고 했단다.. 다시한번 늦어서 미안하구나.
드디어 범인을 찾은듯하다. 이름은 이홍빈이고, 사진도 함께 보내마.
너랑 같은 교도소라는것 같던데, 혹시 아는사람이니? 」


" 왜그래 원식아? "

아무것도 모르는 홍빈은 의아한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원식은 여전히 말없이 사진과 홍빈을 번갈아 보았다.
이내 사진마저 떨어트리곤 홍빈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는 원식.

그의 옆에 떨어진 사진을 주워봤더니, 사진은 CCTV 촬영본인듯했고,
한 가정집 창문넘어 담배를 피는 남자의 형상이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은.. 정말 홍빈인듯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담배를 쥐고피는 홍빈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 왜 그랬어? '


아무표정없이 원식이 입을 열었다.
영문을 모르는 홍빈은 계속해서 ' 왜그러냐 ' 는 말만 내뱉었고,
자신의 베개안에 숨겨둔듯한 사진한장을 꺼내 홍빈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 너, 얘 알지? "


허탈한듯 코웃음을치며 원식이 홍빈에게 묻자, 홍빈의 표정도 방금전 원식처럼 굳어갔다.


" 알지? 이홍빈? 내 동생.. 은진이. "


얼굴이 일그러지며, 원식의 눈물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홍빈은 당황한듯 어쩔줄을 몰라하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



지금 이러한 상황을 아비규환 이라고 하던가?
말 그대로였다.

계속해서 홍빈의 대답을 재촉하는 원식과 이내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하고있는 홍빈.


" 진짜 너야? 너 맞냐고, 묻잖아 대답해. "
" 미안해.. 미안해, 정말 몰랐어.. "
" 너 아니잖아, 왜 그래. 너 아니잖아!!! "
" 원식아 잘못했어.. 진짜 내가 잘못했어. "


무릎을 꿇고 양손을 비벼대는 홍빈의 모습은 정말 처참했다.
원식은 이 상황이 납득이 가지않는듯 그런 홍빈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잠시후, 바닥에 주저앉은 원식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복잡한표정을 하였다.


" 홍빈아. "


정적을 깬 그의 한마디에 모두가 집중했고, 그 다음말은 정말 가슴아팠다.


" 우리 헤어지자. "


다음날 새벽 원식은 외부공장으로 출근하였다.
늘 원식을 배웅하던 홍빈은 자연스레 잠에서 깼지만, 배웅은 하지 않았다.

그가 방을 나서고, 홍빈의 이불속에서 흐느낌이 느껴졌다.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시체마냥 아무것도 하지않고 하루를 보낸다.

원식의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교도관들이 사방을 뒤져봤지만, 외부공장에선 한참전에 퇴근을 하였다고 한다.
분명 교도소로 돌아오는 버스안에도 타고있었는데, 그 후의 행방을 알수없다고 한다.

홍빈이 오열을하며, 자기 탓이라고 온갖 자해를 시도했고,
우린 옆에서 말리느라 제법 진땀을 뺏다.

홍빈이가 나쁜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택운이 독방으로 간 뒤, 처음으로 밥을 먹었다.
재환의 손에 이끌려 한숟가락 밖에 안 먹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었다.

방으로 돌아오자, 멍하니 앉아있는 홍빈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환하게 웃던 홍빈이 아무표정없이 축 늘어져있으니, 마음이 더 아팠다.


" 홍빈아, 힘든거 아는데.. 나도 힘든데, 우리 힘내야지. 응? "


애써 위로해주었다. 홍빈의 눈을 바라보자, 불과 몇일전 나를보는 듯 했다.
초점없이 흐리멍텅한 눈동자. 살아있는지 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로 창백한 얼굴
상혁과 재환도 옆에서 그에게 좋은얘기들을 해주었고, 웃게하기위해 정말 노력했다.

웃기기는 커녕 울리기만 했다.


" 아, 한상혁이 무섭게 생겨서 그래. "
" 갑자기 왜 제탓이에요! "


재환과 상혁의 장난스런 말장난에도 홍빈은 눈물을 훔쳐내기에 바빳고,
잠시 나갔다온다며 방을 나섰다.

불안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싶을 거란걸 알기에 그를 보내주었다.

잠시후 탕,탕-하는 두번의 큰 굉음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급히 방문을 열고 나간곳엔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홍빈과 그 옆에 교도관이 서있었다.
홍빈의 손에 총이 들려진채, 그는 그렇게 자살했다.


홍빈번외


살기싫었다. 죽고싶었다. 원식이가 내 곁을 떠났단게 가장 힘들었고,
내가 저지른일에 대해 괴롭고,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양 손을보면 그때의 피가 아직도 묻어있는듯 해 미친듯이 씻어댔다.

눈물도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원식이가 보고싶었다. 어디서 뭘하고있을까, 이제 나같은건 증오하겠지..
그런 생각을할수록 더욱 괴로웠지만, 머릿속에서 김원식이 잊혀지지 않았다.

형들과 상혁이가 나를위해 온갖 노력을하는듯 해 보였다.

하지만 웃음이 나오지않았다.
내가 웃으면, 원식이한테 더 미안해지니까.

혼자있고싶었다.

그래서 방을 나섰는데, 눈에 들어온건 교도관의 허리춤에 채워져있는 작은 단총.
그에게 다가갔다. 총을 뺏는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고, 첫발이 공기탄임을 아는 난 그를 향해 쐈다.

역시나 사람의 심리대로, 공기탄임을 알면서도 움찔하는 그 사이, 난 두번째 실탄이 든 총을 입에 물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원식아, 미안해 사랑해.



#



교도소안은 홍빈의 자살로인해 패닉상태.
특히나 어린상혁이 꽤나 충격을 받은듯 방에서 벌벌 떨고있었다.

잠시후, 교도관이 창문으로 원식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발견된곳은 뜻밖에도 아지트였다. 그곳을 못찾아서 이렇게나 걸리다니..
발견한 원식은 한마디로 마약에 찌든상태라 수감이 불가능해,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잠깐의 쉬는시간을 틈타 재환과 아지트로 향했고, 교도관들이 돌은 의심치 않았는지 봉지와 종이,펜들은 모두 안전했다.

가슴아팠던건, 이번엔 담배꽁초가 아닌, 본드뚜껑으로 써놓은 이홍빈 세글자와 무한대로 그려놓은 하트였다.
어쩌다보니 방엔 재환,상혁, 그리고 나 이렇게 3명만 남았다.

상혁도 조금은 진정이 된 듯 나에게 알려줄게 있다며 말을 걸었다.


" 뭔데? "


떨리는 상혁의 눈동자가 불안했다. 이제 더이상 불안하고 싶지않은데, 불행하고 싶지않은데.


" 택운이형 재공판, 내일이에요. "


잊고있었던 택운이 떠올랐다. 어떻게 잊을수있겠나 하겠지만,
지금 이상황에선 그 무엇도 머릿속에 담아두고싶지 않다.

내일이라..

별일없을거라 믿으며, 그날 밤 그렇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택운의 재판이 몇시부터인지도 모르고,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지만, 잘할거라 믿었다.
왜냐하면 택운이니까, 내남자 정택운이니까.

택운의 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기도했다.
난 무교고, 택운이는 불교지만 그런거 상관없다. 그냥 기도했다.
내 인생을 바닥까지 내려꽂아 놨으니 신이 정말있다면, 소원 하나쯤은 들어주겠지싶은 심정으로 빌었다.

재판이 끝나고도 한참 지났을 저녁무렵.
그 어떤 소식도 들리지않았다. 아니, 들을수 없었던게 맞을지도 모른다.
택운은 독방에있고.. 그렇다고 교도관에게 물어본다고 알려줄리도 없었다.



#



택운시점


오늘 3차 재공판이 있었다. 아침부터 양팔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채 교도관들에게 끌려 재판장으로 향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든 생각은 ' 차학연 보고싶다. '

피고인석에 앉혀진 난, 재판내내 안대와, 양팔이 묶인채로 재판을 받았다.


" 일가족 묻지마살인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


검사의 질문은 늘 같았다.

난 학연을 만나고,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살아서, 학연과 함께 바깥세상에서 행복하고싶다.


" 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재판을 무사히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바깥세상이 아니라, 교도소안에서라도 학연과 함께라면 행복하니까.


" 존경하는 재판장님, 의의 있습니다. "
" 말씀하세요. "
" 지금 현재, 연쇄살인범 정택운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
" 계속 말씀하세요. "
" 새로운 고소인들이 있습니다. 교도관 김 경감님과 박 경감님 이십니다. "
" 무슨일이죠? "
"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현재 교도소에서 복무중인 김 경감입니다.
정택운 저 사람은 지금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습니다. 몇일전에도 저와 박 경감님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제 얼굴 좀 보십시오! "


앞이 보이지않았다.
나는 그들의 말을 이해할수 없었다. 왜냐하면 난 어려운말도 모르고, 지식도 없으니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억울하단거였다.


" 피고인 정택운 씨. 이게 사실입니까? "
" 사실이지만… …."
" 아, 됐습니다. 여기서 재판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탕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재판은 끝이났고,

나의 형벌은 바뀌었다.



#



혼자 아지트로 향했다.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냥 멍하니 담에 기댄 채 앉아있었다.

그런데 종이쪽지가 날아왔다.


「 최악을 경험했으니, 최고를 경험할 것 입니다. 」


이건 또 무슨말이야..

최악이라면.. 홍빈과.. 택운의 독방을 말하는건가..
지금 나에게 최고는 택운이 돌아오는것 뿐이다. 그거 하나면된다.

말보루 마지막 한 개비를 태우고, 방으로 돌아갔다.

돌아온 방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택운이 돌아왔다.

그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보고, 볼도 만져보고, 입도 맞춰보았다.


" 진짜 택운이야? "
" 독방갈만하네.. 차학연이 먼저 뽀뽀도 해주고. "


택운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자, 덥다며 떨어지라는 택운.
정말 택운이가 돌아왔다.


" 시간 늦었어, 얼른 자. "


그동안 못한 얘기는 내일로 미루고, 택운의 품안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동안 서걱서걱하는 정체불명의 소리에 몇번이고 잠이 깻다.
하지만 많이 피곤했던터라, 정체는 밝히지 못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택운이 사라졌다.


" 택운이 어디갔어? 정택운은? "


재환과 상혁에게 애타게 택운을 찾고있는데, 화장실에서 그가 나왔다.


" 나 여깄어.. 이제 어디 안가. "


오늘은 아침도 택운과 먹었고, 점심도 택운과 먹었고, 저녁도 택운과 먹었다.


하루종일 택운과 붙어있으며, 그동안 못했던 얘기도 나누고, 정말 오랜만에 행복하단 감정을 느꼇다.
그날밤도 택운의 품에 안겨 잠들고싶었다.


" 니 자리가서 자. "


전날밤과는 다른, 그리고 저녁시간때 까지만해도 다정했던 택운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
마치..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때의 택운같았다.
뭐라 말도 못하고, 그의 말대로 구석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날밤도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되자 또 택운이없었다. 이번에도 화장실에 있겠지싶어 문을 벌컥 열었더니, 아무도 없었다.


" 정택운 어디갔어? '


나의 질문에 재환과 상혁 모두 고개를 떨구었고, 불길한 예감은 또 다시 찾아왔다.


" 어딨냐고!! 묻잖아 한상혁!!! "
" 오늘이에요. "
" 뭐가? "


그가 그 말을 하지않길 빌었다. 난 정말 신따위 믿지않는데, 정택운이란 사람때문에 안하던짓을 하게 되었다.
더이상 내 곁에서 소중한사람을 빼앗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 사형집행일이요. "



#



달렸다. 정말 미친듯이, 죽을 힘을다해 달렸다.
교도소안의 길도 전혀 모르고, 사형집행이라니 금시초문인 소식에 숨이 턱 막히는것 같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택운을 미친듯이 찾아다녔다.

대충 상혁이 알려준대로, 최대한 깊은곳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계속 내려갔다.

어두운 복도가 나오고, 끝을 향해 달려갔다.

정택운이다. 택운의 뒷모습.


" 택운아!!! 정택운!!! "


복도끝 코너를 돌려던 택운이 내 목소리에 발 길을 멈춰 뒤 돌아보았다.
안대가 씌워진 그였지만, 눈이 마주치는듯했다.
옆의 교도관이 택운을 끌고 갈려하였고, 난 더 빠르게 그에게 달려갔다.


" 교도관님.. 제발 한번만, 한번만요.. 한번만.. "


정말 정택운은 내가 안하던짓을 하게 한다.
무릎을 꿇고 교도관에게 빌어대는 모습을 그는 보지 못했다.

교도관에게 딱 1분이라는 시간을 얻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택운을 벽으로 밀어붙여, 내가 먼저 입술을 탐했다.
그의 목을 감싸안고, 부드럽게 들어갔다.
택운은 묶인 팔이 제법 갑갑했는지, 연신 짜증을내면서도, 이내 나를 리드해주었다.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택운과 키스를 하였다.

1분이 지나고, 그를 떠나보내는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눈물도 멈추지않았다.
멀어지는 뒷모습이 마지막 모습이라 생각하면, 가슴깊은곳부터 갈기갈기 찢어지는것 같았다.

펑펑 울며, 그 자리에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다른 교도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돌아갔고,
택운이 정리하지않은 이불자리에 누워 또 다시 펑펑 울어댔다.


" 택운아.. 운아, 벌써 보고싶다 어떡해.. "


그의 향기를 맡고싶었다, 택운의 이불로 몸을 감싸면, 그가 날 안아주는 느낌일려나.
이불자리를 걷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수십통의 편지봉투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편지봉투.

조심스레 열어보곤 이내 참았던 눈물이 다시 터져나왔다.
남자는 태어나서 딱 3번 운다는데.. 정택운은 정말 끝까지 안하던짓을 하게한다.


「 차학연에게 차학연 사랑합니다. 많이 좋아합니다. 행복하세요. 」


여전히 삐뚤빼뚤하지만 처음으로 내 이름을 정확하게 써주었다.
그리고 틀린글자도 없었다.
몇번이나 지웠다썻는지 종이는 잔뜩 구겨져있었고, 지우개 자국에 글자는 흐리멍텅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소중하다던 염주도 함께 들어있었다.

다른 편지봉투들도 열어보았다.

내용은 다 똑같았지만 택운의 진심이 느껴졌다.


「 죄송합니다. 」


정말 택운이 사람을 죽인게 맞을까, 아직도 의문이 든다.
유리구슬같은 사람이, 다른사람을 해하다니, 이토록 따듯한 사람이.



#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1년 전 상혁은 징역기간을 마쳐 출소했고, 재환은 올해 모범수로 발탁 되 가석방이 되었다.
이제 이 방엔 모두가 떠나고, 나 혼자 남았다.

새로운 수감자들이 많이 들어왔다.

6인실이란 이유로 5명이 더 채워졌고, 택운의 자리가 내 자리가 되었다.


" 아..안녕하세요.. "


새로 들어온 신입. 말하는게 영 어쭙잖았다.


" 또 쓰레기가 하나 늘었네 "
" 네..네? "
" 여긴 나이많다고 짱먹는곳이 아냐, 니가 제일 늦게 들어왔으니까 알아서 기어라. "


얼빠진 신입에게 손끝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 저기가 니 자리다 "



#



12년 후, 드디어 퇴소를 하였다.
재환과 상혁이 두부를 들고 찾아와선 무차별적인 공격을 해대는데, 그게 밉진않았다.
다들 어떻게 사나 물어봤지만, 빨간줄 그인 사람들이 다 그렇듯, 그냥 노역을하고 있다한다.

재환을 불러들였다.

난 가진게 돈뿐인 사기꾼이니까.
그를 데리고 미국으로 향했다. 수감 전 사두었던 집에서 그와 함께 살게되었고,
집 앞에 작은무덤을 만들었다.

그 안엔 염주를 묻었다. 늘 택운을 그리며, 평생 함께하고 싶으니까.

46살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다시 얻은 삶.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난 흔히들 말하는 감방이란 곳에서, 평생 못 잊을 사랑하는연인도 얻었었고,
지금 내 옆에있는 재환과 같은 절친한 벗도 생겼고,
상혁이 같은 사랑스러운 동생도 생겼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가라면?

글쎄, 대답은




No







+ 번외



" 피고인 정택운 씨. 이게 사실입니까? "
" 사실이지만… …."
" 아, 됐습니다. 여기서 재판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탕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재판은 끝이났고,

나의 형벌은 바뀌었다.

사형..이라니.
죽는다는 생각보다도 학연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재판이 끝나고 독방으로 돌아가던길 많은 생각을했다.

죽는건 두렵지않지만, 학연과 헤어져야한다는 건 가슴아팠다.
독방문이 닫히기 직전 경감에게 부탁했다.

학연이있는곳에.. 수감해달라.
하루만, 더도말고 덜도말고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했다.

택운의 집행일은 미루어졌고, 마지막 소원이 받아들여졌다.

발걸음을 재촉해 달려간 그곳엔 학연이 없었다.
어디갔냐는 질문에 다들 모른다는 말에 답답했고 불안했다.
다른녀석이랑 있는건 아닐까, 이상한놈들이 집적대는건 아닐까.

한참을 안절부절 못하고있으니 학연이 돌아왔다.

먼저 안아줄려 했는데, 벙쪄있던 학연이 다가와선 이곳저곳 더듬더니 먼저 쪽-하곤 뽀뽀를 해주었다.



" 진짜 택운이야? "
" 독방갈만하네.. 차학연이 먼저 뽀뽀도 해주고. "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어보이자 와락 안겨선 한참을 붙어있는 학연.
그런 그를 괜히 덥다며 떼어놓았다.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자야지 학연아.

옆에 학연을 눕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안잘거라며 앙탈을 부리면 학연은 조금씩 눈이 풀리더니 이내 조용해졌고,
택운은 학연의 눈앞에 손을 왔다갔다하며 잠들었는지 확인하였다.

학연과 한글공부를 하던 노트를 꺼내 그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적어내려갔다.
한글자한글자 열심히 써보았지만, 본인이 봐도 잘못 적은것 같아 고쳐쓰길 여러번.
그러면서도 옆에 누워있는 학연을보면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결국 밤을 꼬박 새었다.
잠시 화장실을 갖다오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그 틈에 학연이 깻다.

택운이 어디갔냐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 외치는 학연에 가슴 언저리가 아려왔다.

화장실 문을 열고나와 학연을 바라보며 능청스레 말했다.



" 나 여깄어.. 이제 어디 안가. "



정말 안가고싶다. 계속 학연이옆에 있고싶고, 이곳에 있고싶다.
애써 억지웃음을 지으며 학연의 손을 끌고 급식소로 향했다.

입에 한가득 밥을 넣고도 할말을 멈추지않는 학연의 입가를 닦아주며
응응,하는 가벼운 말대답을 해주었더니 신이나선 얘기를 멈추지않는 학연.

아침먹고 수다떨고, 점심먹고도 자기 할말만하고, 저녁을 먹고나서까지도 학연은 자기얘기하기에 바빳다.

결국, 내일이란 말은 못하네..

잠자리에 들기전 마지막이란 생각에 학연에게 차갑게 대했다.
어젯밤과 같이 품에 안겨오는 학연을 밀어냈다.



" 니 자리가서 자. "



학연은 당황한듯 했지만 쭈뼛대며 본인의 자리로갔고,
한참을 쳐다보더니 등을 돌린채 누워버렸다.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이러지않으면 서로가 더 힘들것 같았다.

노트를 꺼내 다시 글자를 써내려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게 맞나싶어 근처 책을 꺼내 글자를 맞춰보았다.

죄.. 있는 글자고 송.. 이것도 맞네, 합니다.. 있다!

택운은 확신을하며 여러장을 써내려갔고, 베개밑에 숨겨두었다.

마지막으로 뚱바를 좋아하는 학연이에게 쓰는 편지..
그의 취향대로 편지지도 노란색으로 골랐다.

차..하..견..

평소대로 써내려가다가 학연의 말이 떠올랐다.



' 아!! 하견이 아니라 학!연!이라니까? '



학연.. 학..

택운이 머리를 굴리며 다시 책을 찾아보았다.
학..학.. 읽어지지않는 책 속에서 하가 아닌 학이란 글자를 보았다.

이거구나.. 이때까지 애인 이름도 제대로 몰랐네.

택운은 편지지의 잘못된이름을 지우고 차.학.연 똑바로 써내려갔다.



「 차학연에게 차학연 사랑합니다. 많이 좋아합니다. 행복하세요. 」



제대로 썻겠지..?
택운은 몇번이고 읽어보며 잘못 썻어도 자신의 마음은 전해질거라 믿으며
그 편지또한 베개밑에 숨겨두었다.

할일을 끝내고 학연의 자리로 향했다.
택운의 차가운말이 제법 상처였는지 희미하게 눈물자욱이 보이는 학연.
택운은 그의 얼굴을 닦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혼자 이별준비를 끝냈다.
가볍게 볼 뽀뽀를하고 다시 독방으로 향하는 택운.

좁고 외로운 그곳에 또 다시 갇힌 택운은 벽에 학연의 이름을 무한대로 써내려갔고,
지금쯤 편지를 발견했을까, 또 울고있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시간이되어, 사형장으로 떠나기위해 손에 수갑을하고 안대를 썻다.
교감에게 끌려 제법 깊숙한곳으로 들어가는듯 했다.
그가 이끄는대로 터덜터덜 걷기를 한참, 코너를 도는 순간 학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 택운아!!! 정택운!!! "



이내 털썩하는 소리가 들렸고, 학연의 울부짖음이 연달아 들렸다.



" 교도관님.. 제발 한번만, 한번만요.. 한번만.. "



지금 뭐하고있을까, 설마 무릎이라도 꿇은건 아니겠지?
내 예쁜 학연이가 나 때문에 그런짓을 하지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몸이 벽에 밀쳐지더니,  입술에 말캉한것이 닿았다 떨어지려 하였다.

마지막. 정말 마지막이었다.
반대로 학연을 벽에 기대어 그의 입술을 탐하였다.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

품에 안겨 한참을 우는 학연.
나도 안아주고 싶었지만 수갑때문에 그럴수 없었다.
다시 한번 경감에게 끌려 발걸음을 떼야했고, 차가운방에 들어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의자에 앉아 죽음을 맞아야 했다.

차학연 너때문에 살고싶었고, 잠시나마 행복이란걸 느꼈어.
죽기싫어 학연아, 미안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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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번외ㅜㅜㅜㅜㅜㅜ 사실 운이가 편지에는 차학연이라고 정확하게 썼는데 여태까지 계속 하견이라고 쓰는것도 놀리느라고 그런건줄알았는데 택운이가 책까지 찾아보면서 그 편지 썼구나ㅜㅜ 랍콩이들 얘기도 보고싶네요ㅜㅜ 고마워요 진짜 잘읽었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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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ㅏ아 진짜 아ㅣ 아..아... 아 나 또 울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 아 어제 미드나잇ㅅ보고도 울었는데ㅣ 또 울어ㅠㅠㅠㅠㅠ 저도 랍콩 번외도 보ㄱ싶어요 ... 안쓰긴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 왜 다 불쌍해ㅠㅠㅠㅠ 왜 죽어 왜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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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레몬티 아ㅠㅠㅠㅠ 작가님ㅠ퓨ㅠㅠ 이건 다시봐도 재밌어요 결말이 너무 안쓰럽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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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우 ㅠㅠㅠㅠ 번외 ㅠㅠㅠㅠㅠㅠ 택운아 ㅠㅠㅠㅠㅠ 어떡해 너무 재밌어요 작가님 짱짱 하뚜하뚜해여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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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아...힛유예요...오랜만에왔네요 진짜 죄수번호는 잊혀지지않는소설일거예요 근데번외라니ㅜㅜㅜㅜㅜㅜㅜ짱이예요진짜 항상잘읽고있어요 고마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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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진짜이건...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말너무감사드려요ㅠㅠㅠㅠ이런글써주시느라 고생많이하셧어요ㅠㅠ결말이아쉽긴하지만 진짜너무감사드립니다 작가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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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오또카지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ㅛㅠㅠㅠㅠ죄수번호 번외 신알신온거보고 바로왔어요ㅠㅠㅠㅛㅠㅠㅠㅠ운아ㅠ감사해요ㅠㅠㅠㅠㅠㅜㄱ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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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와 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죄수번호 오랜만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번외 ㅠㅠㅠㅠ감사해요 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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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읽었어요ㅠㅠㅠㅠㅠㅠ진짜 슬프네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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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다시봐도 슬프네여 ㅠㅠㅠㅠㅠ 잘읽공가요ㅠㅠㅠ번외ㅠㅠㅠㅠㄷ진짜ㅠㅠㅠㅠ아 ㅠㅠ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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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와ㅠㅠㅠㅠㅠㅠ 번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읽어도 짱인것 같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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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ㅜ진짜슬퍼요ㅠㅜ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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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어 번외라니ㅠㅠㅠㅜㅜㅜ다시봐도 진짜 슬프네여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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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2721) 으어 번외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택운이 너무 불쌍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갑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수번호는 사랑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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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레오정수리)택운이 시점에서 번외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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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달)번외라니요ㅠㅠㅠㅠㅠ택우니시점번외ㅜㅜㅜㅜ죄수번호오랜만에보내요ㅠㅠㅠ다시봐도또슬프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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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9
철쭉)죄수번호오랜만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번외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몇번이고다시봐도너무슬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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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0
번외라니ㅠㅠㅜㅠㅜ번외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번외만보려들어왓다가 처음부터다시봣어요ㅠㅠㅠㅠㅠㅠ또봐도또봐도 재밋어요!!!!옴마ㅠㅠ 다시봐도결말은너무슬퍼요헝헝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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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1
헐 메일링받고 몇번이나 재탕하면서 지냈는데 번회라니....으엉....사랑해요....ㅠ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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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2
찡찡이)헐헐허류ㅠㅠㅠㅠㅠㅠ죄수번호 번외드앙 ㅠㅠㅠㅠ 번외라뇨ㅠㅠㅠ 감격감격 모티로 몰래 자습하는데 보다가 ......렉먹어서 100포인트 내고 봤지만 아깝지 않아요ㅠㅠㅠㅠ 택운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견이라고쓰는거 일부러 애칭?그런건줄 알았는데 ㅠㅠ 아니였군여ㅠㅠㅠ짐짜모르는거였구나ㅠㅜㅜㅜㅜ 죄수번호 예전에 볼때 사형선고 받는거보고 제가 얼마나울었는지 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 그리고 홍빈이 자살할때ㅠㅠㅠㅠㅠㅠㅠㅜㅜ아휴ㅠㅠ 지금봐더 진짜진짜 랍콩은 안타까워요ㅠㅠ 자기애인이자기가족을 죽인 ㅜㅠㅠㅠㅠ 제가 이어주고 싶네요ㅠㅜ 다같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을뻔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끝나서 여운이 많이 남았던듯 싶어요ㅠㅠㅠ 번외 금스흡느등 ♥♥ 작까님 사랑해요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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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3
번외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택운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건진짜 언제봐도 너무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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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4
헐 택운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택운ㅠㅠㅠㅠ와진짜 여운 쩔게 남을것같아요ㅠㅠㅜ아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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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5
흐어ㅜㅠㅡㅜㅠㅠ작가님ㅠㅠ사랑해여ㅠㅠㅠㅠ다시 올려주시다니ㅠㅠㅠ번외도같이ㅠㅠㅠ택우나ㅠㅠㅠㅠ죽지마라ㅠㅠㅠ아오진짜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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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시봐도 정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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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7
ㅜㅜㅜㅜㅜㅜㅜㅜㅡ와진짜ㅜㅜㅜㅜㅜ너무슬퍼요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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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8
슬퍼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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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9
감상문)번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이글은 다시봐도너무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작가님금손ㅠㅠㅠㅠㅠ대다나다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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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0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작가님 짱!!!!!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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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1
사탕이에용ㅠㅠ 번외...ㅠㅠㅠㅠㅠㅠㅠㅠㅠ번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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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2
번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ㅍ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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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3
ㅠㅠㅠㅠㅠㅠ헐ㅜㅜ잘읽었어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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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4
헐 이건 언제나 읽어도 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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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5
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크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떡해 너무 아련하쟈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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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6
으이ㅠㅠ정말 아아..슬프다..아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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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7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서야이걸읽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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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8
헐 이거 왜 인제 봣지ㅠㅠㅠㅠㅠ 이런걸 왜 이제야 본거지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이런거 너무 좋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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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0
허루ㅜㅠㅜㅠㅠㅠ아진짜ㅜㅜㅠㅜㅜ택운아ㅜㅜㅠㅠㅠ아 니가 내눈물샘으루ㅜ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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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1
헐 지금봤는데 너무 슬퍼요ㅠㅠㅠㅠ진짜 여운이 길게 남네여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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