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을 첨부하고 싶었지만 못하게 되서 링크 첨부해요.
버스커버스커 - 가을밤
//www.youtube.com/watch?v=pDc55kqPIK4
1.
안녕. 오랜만에 편지를 쓰게 되는 거 같네. 갑작스러운 편지에 많이 놀랐을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잠이 오지 않아 한없이 이불 위에서 뒤척였어. 결국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 한없이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레 펜을 꺼내들었어. 펜을 꺼내고, 하얀 종이를 꺼내 그 위에 네 이름을 적기 시작했어. 이유는 나도 잘 몰라. 그냥 네 이름이 생각이 났어. 하지만 갑자기는 아니야. 나는 늘 네 이름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다니니까. 그렇다고 매일매일 너를 생각하는 것도 아니야. 나는 항상 내 할 일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행복하게 웃고 떠들기도 해. 하지만 그러다 갑자기 고요한 정적이 나를 찾아오면, 그 때 네가 생각이 나. 한번 네가 내 머릿속에 똬리를 트고 있으면 나는 좀처럼 방금 전까지 하던 일을 이어서 못하겠더라. 그 자리에서 계속, 계속, 계속 너를 곱씹어. 너와 내가 함께했던 그 과거를 곱씹기도 하고, 너와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그 시절을 곱씹기도 해. 나는 네가 그립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닌가봐. 갑자기 찾아오는 고요함에 너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건 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 탓일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말이야, 나는 네가 더 이상 그리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잡을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 그리움을 붙잡고 있는 건 너무 힘들거든.
내 그리움이, 내가 계속 꺼내보는 너와 나의 추억이, 가지 말라고 너를 계속 붙잡고 있는 거 같아.
오늘밤이 너무 길다. 억지로라도 눈을 감아봐야겠어.
그럼 안녕.
2.
별이 많이 뜬 가을밤이야. 동네엔 풀벌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있어. 모두들 한 음을 내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노래를 부르는 게, 꼭 합창을 하는 거 같아. 가을 음악회라도 열린 기분이야. 너도 참 풀벌레 소리를 좋아했는데. 네가 있었다면 내 손을 붙잡고 밖으로 나와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청량한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었을 텐데. 두런두런 떠드는 풀벌레들처럼 우리도 영양가 없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웃기도 하고, 가을밤이 가져다주는 감성에 취해 속에 있는 얘기를 꺼냈겠지? 그때처럼 말이야.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영양가 없는 얘기를, 가을밤 감성에 같이 취할 네가 없는 오늘의 가을밤은 고요하고 눅눅하기만 하다. 그래서 괜히 텅 빈 내 옆자리를 한 번 쓸어보기도 해. 온기를 잃은 차가운 방바닥은 네가 없는 것을 실감하게 해줘.
오늘밤도 길기만 할 거 같네. 물론 내일 밤도 길겠지.
네가 없는 밤은 항상 너무 길다.
3.
네가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되어서 별똥별로 떨어진다고 한 말 기억나? 별똥별이 되어 떨어지는 그 날, 죽어서 별이 된 사람이 그 날 밤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그 말. 오늘이 그 날이야. 뉴스에선 유성우가 잔뜩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오고, 동네 사람들은 비처럼 쏟아질 유성우를 보겠다고 난리더라. 지금 각 집마다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오늘밤 떨어진다는 유성우를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나는 낡은 슬리퍼를 신고 집 밖으로 나와 집 현관문 앞에 쭈그려 앉아있어. 자세가 좀 불편하지만 그 자리에서 편지를 쓰고 있지. 이 편지를 다 쓸 때쯤이면 유성우가 떨어졌으면 좋겠다. 그 수많은 유성우 중 너도 그 안에 있겠지?
오늘밤 정말 네가 나를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빨리 와. 나는 언제나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보고싶다.
커플링이 미정이라, 어떤 인물을 대입하든 마음대로~
그나저나 읽을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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