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w.기분이나쁠땐
이 곳에서 별이 된다는 건 너무 가혹하고도 힘들어. 지금 내 눈앞에서 열심히 춤추고 노래연습하는 사람들의 모습보면 내가 별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다른 사람들과 혹은 이곳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일말의 가능성이 흐르다 굳어버린 촛불의 촛농처럼 조금씩 불어나.
처음 병원에가서 소식을 접했을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걱정스럽게 나를 설득하는 부모님의 말씀을 물리치고 온 곳이였다. 이젠 내 인생을 모두 쏟아부을 정도로 사랑했던 일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 여기서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들도 모두 자신의 인생을 쏟아부을 정도로 사랑하는 일임은 나와 매한가지겠지만 그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연습이라도 할 수 있는 거고 나는 더 이상 연습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느 센가부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연축성발성장애라고 했다. 치료법은 현재로썬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했다. 노래? 노래는 무슨 음악의 음자도 꺼내기가 힘든 상황에 무슨 노래를 하냐고 하면서 의사선생님은 나를 다그쳤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희박하지만 극복한 사람도 있다 하셨다. 그러나 현재 지금 본인의 상황을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문득 내려다본 나의 모습.
꾀죄죄한 머리에 서울서 자취하느라 옷한벌 제대로 못사입고 그나마 멀쩡한 옷은 빛 바랜 옷이요, 옷장을 열면 여기 저기서 누래진 옷, 빛바랜 옷, 뜯어진 옷, 기운 옷 등등 정말 셀 수도 없이 입기 두려워지는 옷들이 나왔고 다 낡은 운동화를 보며 한숨쉬다가도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운동화를 보면 손을 벌벌 떨며 손톱만 물어뜯고 오는 신세이다. 게다가 집은 물이 이곳저곳 세고 그나마 자취하고 있는 친구와 둘이서 월세를 내고 산다하지만 10평 남짓한 방에 남자 둘이 살기란 녹록치 않았다. 목욕은 무슨 샤워도 물을 받아서 남자 둘이서 겨우겨우 사용해야했고 보일러는 설치하지도 못했으며 밥은 어찌저찌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음식들. 물론 냉장 보관이 필요없는 마른 반찬들로만 구성된 반찬들과 보내주신 쌀로 하루에 딱 두번. 밥을 지어서 먹었고 설거지 하기조차 손이 떨려 동네마트에서 1000원 안팍하는 물티슈 한장으로 밥그릇과 수저를 닦는 그런 눈물 겨운 형편이다.
게다가 여태까지 연습하면서 알바를 뛴다는 것은 거의 죽음과 가까운 일이였다. 새벽 4시에 들어가서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일은 이제 몸에 적응이 되어 어느 정도 할만했다. 아예 잠을 포기할때도 많았다. 코피와 자판기커피는 나의 동반자와도 같았고 매번 뛰어나기고 연습하느라 만신창이가 되버린 발은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것에 적응이 되어버렸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라는 건 이미 수도 없이 듣다못해 귀딱지가 앉아버린 말이였지만 오늘 만큼은 병원 공터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이름은 김민석. 나이는 22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연습생. 소속사는 sm엔터테인먼트. 지금 어느정도인가.. 가끔씩 그룹이 만들어질때 즈음이면 내이름은 항상 거론되고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sm연습생이라며 올리는 사진에는 항상 내가 있었고 소속사 관계자분들과도 이젠 어느정도 안면을 터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는 편이다. 지금 소속사에서 나의 위치?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그래도 꽤나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아 물론 연습생들 중에서 말이다.
노력했다, 그리고 노력하고 노력한 끝에 고지의 달콤함을 맛보려던 찰나 아예 노력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이런 일에는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어떻게 말해야할까. 이제 나는 나가야되겠지. 다시 이런 고지에 다가올수 없겠지. 사람들은 나를 보며 슬퍼하다가도 다시 자신들의 인생으로 돌아가겠지. 그렇게 여기에서의 나의 인생은 내 이름 석자도 날려보지 못한채 끝나버리겠지.
노래를 불러보았다. 그냥 아무노래나. 초등학생 때였던가 유치원생 때였던가 배웠던 동물농장을 크게 불러보았다. 크게.. 그러나 내 귀에 들리는 건 미미한 쇳소리뿐.
내 몸안에서는 동물농장 가사가 터질듯이 외치고 있는데. 흉부가 아플 정도로 불러재끼고 있는 데.이마에 땀이 맺히고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머리가 비죽비죽 솟을 정도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왜 여기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뺏을 수가 없는지. 차라리 내 목소리가 들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주었다면. 그것만큼 기쁜일이 있을까...
찢어질듯 메이는 목에 그냥 일어서서 아무곳이나 걸어다녔다. 서울올라오고나서 해보지 못했던 서울이란 동네의 향기를. 내가 있던 곳과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서울만의 느낌을.
그 뒤로 앓았다. 많이 아팠다. 사실 아프고 싶었다. 그리고 진짜 아플 수 있어서 좋았다. 몸은 불덩어리였고 머리는 핑핑 돌았다. 평소에는 아파도 연습에 꼭 참석하던 내가 아프다는 말로 연습에 안오자 이사람 저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분명 속으로는 오늘 한명이 빠졌으니 열심히 해야지라는 속내 일꺼다. 2년동안 본게 그런 것이였는 데.. 이제 이정도는 안봐도 알 수 있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약이 오르면서도. 그저 쓴 웃음만 짓게 되는 내가 어느 세 체념했음을. 나 자신의 현실을 깨달았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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