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깐, 문제 있을 게 뭐가 있는데." "시청률만 좋지, 내용에 진정성이 없잖아요!" 드라마 작가랑 썸 W. 고슙 날씨도 이렇게 추운데 굳이 물에 뛰어드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지. 우리 태형이 추워서 감기 걸리면 정말... 코를 훌쩍이며 촬영대기 중인 태형이랑은 다르게 천하태평 입을 쩍쩍 벌리며 연거푸 하품만 하고 있는 작가를 눈에 잔뜩 힘을 주곤 노려 보았다. 겨우 아줌마들 보는 아침드라마 대본이나 쓰고, 시청률 좀 나왔다 싶으니 어깨 우쭐해져서는. 영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다. 팬들 사이에는 이미 악명 높기로 유명했다. 얼굴 좀 반반하고, 나이도 어린데 일찍 뜬 작가라며 이에 대해 시샘 부리는 방송국 직원들이 퍼트린 소문들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평소에도 자신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막대하기 일쑤이니. 당연 평판이 안 좋을 수밖에. 이름이 민윤기라 했던가? 열심히 눈을 부릅 뜨고 쳐다보니 시선을 느꼈는지 민윤기가 금세 고개를 돌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계속 몇 분을 그러고 있으니 이대로는 질 수 없다 싶어서 입모양으로 뭘 봐라고 하니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어떻게 할 지 고민하는 동안에 코 앞까지 민윤기가 다가왔다. 앞에서 도망가는 건 너무 모양빠지니. 별 다른 대책이 생각 안 나서 아까처럼 계속 노려보니 민윤기가 허 하며 웃더니 대뜸 질문을 해 온다. "고딩?" "아닌데요." "너, 저기 김태형 씨 팬이지?" "맞아요." 김태형 씨 연애한다 뜨면 너. 나한테 고마워 할 거 아니야?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저, 저 씨... 차마 입 밖으로는 못 꺼낼 말들을 애써 참으며 속에 꾹꾹 눌러 담다가 민윤기와 다시 한 번 시선이 마주칠 때 나를 보는 눈빛이 왠지 나이값 좀 하라고 하는 듯한 한심한 눈빛이길래 절로 짜증이 나버렸다. "대본이나 잘 쓰시죠? 저번 편 보니깐 시청률 떨어졌던데." "뭐?" "아줌마들 보는 드라마에 유난 좀 피우지 마요. 너무 질질 끌고 식상하고 재미도 하나도 없어요." 결국 홧김에 할 말 못 할 말까지 다 해 버렸다. 속은 시원하지만 민윤기의 눈빛이 한 대라도 칠 듯한 눈빛이라 이제야 겁이 좀 나서 시선을 피하고 괜히 다른 곳만 보다가 문뜩 든 생각이 있었다. 내일 신문에 살인사건 기사 나는 거 아닌가? 오히려 바다에 뛰어들어 기사에 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민윤기한테 죽느니 차라리 그냥 물에 빠져 죽는 게 더 낫다. 이제 와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때 정신 없는 내 앞에 민윤기가 불쑥 무언가를 내밀었다.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민윤기 손에 들려진 게 휴대폰인 것을 알고 괜히 민망해서 헛기침만 하니 날 보며 웃는 민윤기 때문에 자존심만 상했다. "번호 적어." "네?" "관심있는 거 아니고. 오늘처럼 이렇게 말해달라고." "제가 왜..." "주변에서 계속 좋다는 소리만 들으니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네가 정확히 말해 주잖아." 그래서 나한테 지금 대놓고 험담을 하라는 건가. 아니면 번호 찍어놓고 인신매매 이런 거... 웃는 민윤기를 보니 의심이 안 갈 수가 없는 거다. 아까까지만 해도 험상 굳은 표정을 지으며 악담을 퍼부어 놓고는 암만 생각해도 뜬금 없는 전개이니. 아니면 은근슬쩍 자기 드라마는 좋은 소리만 듣는다며 자랑을 하는 건지. 도통 감이 안 잡혀 주저하니 민윤기가 다시 아까처럼 인상을 팍 쓰고는 날 보며 대뜸 짜증을 낸다. "얼른 안 찍어?"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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