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에일리언
"어제 올라온거 봤냐? 개잼, 졸잼, 꿀잼."
"뭐 말이야."
"어제!! 어제 슈밍밍이 올렸잖아. 엑소 봤냐고, 엑소."
"아, 당연히 봤지. 어제 새벽까지 기다렸잖아. 그래서 졸려 뒤지겠다."
"야…나 완전 진짜…존나 재밌어 진짜…세훈이 왜 이렇게 좋냐."
"너만 좋냐? 난 살림 차리고 싶다."
"존나 세훈이 어깨에서 쉬어가고 싶다."
"꺼져. 내가 이미 침낭 깔았음."
잠을 못자 퉁퉁 부어있는 눈을 해맑게 접으며 웃고 있는 민석을 보고 루한이 혀를 끌끌 찼다. 야 이 팬픽쟁이야, 좋으니? 어, 좋아. 민석은 여전히 헤롱거리다 헤헤거리다 난리도 아니다. 어젯밤 민석은 새벽 3시까지 업뎃을 하고 답글을 달아주느라 잠을 거의 못잤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니 등교시간이였고, 아침도 한술 뜨는둥 마는중 했더랬다. 심지어 얼마나 연약해졌으면 웬만해서는 잘 쓰지않는 더블 워프를 사용한 루한이였다. 그덕에 기운은 조금 차린 민석이 루한의 손에 이끌려 등굣길에 올랐다.
"어휴…그게 뭐라고 잠도 안자고 그러냐."
"……형이 몰라서 그래요. 이게 중독이야, 중독."
헤헷. 민석이 바보처럼 웃으며 휘청였다. 루한은 혀를 끌끌 차면서도 민석의 어깨를 뒤에서 받치고 함께 걸었다. 이러다 차도로 빠져나가 아주 인생 사요나라 되게 생겼다.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냐."
"요물."
뭐래. 루한이 민석의 이마를 가볍게 스매싱해주었다. 정신차려, 이놈아. 정신을 아주 들었다, 났다. 난리도 아니네.
코드네임 에일리언
C O D E N A M E A L I E N
4. 반장(1)
서걱 서걱하는 연필 소리가 들린다. 하도 헤롱거리길래, 제 옆자리로 데리고 온 민석은 아주 골아떨어졌다. 루한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한참 헤드뱅잉을 하고 있는 민석의 눈 앞에 손가락을 부딪혀 딱, 하고 소리를 냈다. 그러자 온 몸에 경련을 하며 벌떡 일어선다. 주변을 막 살피더니 다시 자리에 앉아 멍한 얼굴로 루한을 본다.
"쌤?"
"노 쌤."
근데 왜 깨움? 민석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이제 선생님 오시겠지. 너 그렇게 졸고 있으면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겠냐. 어쭈, 웃기시네. 학교 다닐때 공부도 안했을 것같이 생겨놓고. 그러자 루한이 또 특유의 능글거림을 슬슬 꺼내들며 내가 학교 다닐때 인기가 많았다는 둥, 원래 이렇게 생긴 애들이 공부도 잘하면 못생기고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는 둥 개소리를 쏟아낸다.
"미친 이계인 새끼."
"뭐?"
"…아니, 형 대단하다고."
그렇지? 그렇지? 루한이 또 병신 마냥 헤헤 웃으며 좋아한다. 저 형은 도대체 스물 네살이 맞나. 아무리 봐도 저보다 어린 후배같은데.
"…아 피곤해."
민석이 목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억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떴다. 루한이 그런 민석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민석의 뒷목을 아프지 않게 매만져준다. 늘 컴퓨터 앞에 붙어있는 민석이였기에 어깨부터 뒷목까지 늘 피곤하고 뻐근했다. 민석이 눈을 감고 루한의 손에 목을 맡긴다. 의외로 크고 넓은 루한의 손이 아픈 곳을 정확히 누르며 안마한다. 오, 외계인형. 민석이 눈을 감은 채로 허허 웃으며 감탄을 쏟아낸다.
"시원해?"
"어."
"그치? 내가 안마관리사 자격증 있잖냐."
"아 그래요?"
"어. 내가 먹고 살려고 자격증 같은거 엄청 많이 땄었거든."
엑소플래닛이라는 곳도 취업난인가. 뭔가 이상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오, 잘하는데."
"…그렇지?"
"네."
"근데 넌 목이 왜 이렇게 야들 야들, 하냐."
루한이 사내새끼 목이 이렇게 말랑해서 어디다 쓰겠냐며 민석의 목을 툭툭, 투박하게 친다. 아, 실컷 주물러 놓고 왜 아프게 해요. 민석이 눈살을 잔뜩 찌뿌리며 루한의 손을 걷어낸다.
"축구도 좀 하고, 어? 막 뛰어다녀 좀."
"난 뛰어다니는거 싫던데. 운동 질색."
으으, 싫어. 민석이 몸을 떨며 진저리 쳤다.
"겁나 집에 처박혀가지고 글만 쓰고 앉아있으니까 그렇지, 이 팬픽쟁이야."
…아, 닥쳐 좀! 민석이 깜짝 놀라며 앞에 앉아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반장을 가리킨다. 도와준다면서 입 조심도 안할래요? 아, 거 참 시끄럽네. 루한이 귀를 후벼 파며 듣는 척도 안 한다. 아, 진짜 얄미워 죽겠네. 민석이 한숨을 내쉬며 아예 엎드려버린다. 잘꺼니까 건들지 마요.
"도대체 저 반장이 뭐가 좋다고 그래?"
루한은 괜시리 엎드린 민석의 등을 툭툭, 찌른다.
C O D E N A M E A L I E N
김민석 이 새끼, 존나 안 일어나. 루한은 민석에게 줄 커피우유를 들고 반으로 가는 중이였다. 그렇게 잠 좀 깨라고, 이렇게 널부러져 자면 분명히 밤에 잠이 안 오고, 잠이 안 오면 또 팬픽 쓰고, 팬픽 쓰다보면 또 아침까지 밤을 홀딱 샐 것 아닌가. 이런 악순환을 왜 부러 반복하려 하는지. 결국 민석도 아직은 어린 아이인 것이다. 저더러 철 없다고 뒤에서 궁시렁 거리더니, 정작 이런 곳에서는 자기가 제일 어리면서. 루한은 괜시리 민석을 속으로 짝짝 씹어본다. 민석이 자는 바람에 세기말 냄새나는 준면이랑 놀아줘야하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던 모양이다.
"으악!"
나름대로 기분 좋게 우유를 들고 걸어가는데 옆에서 누가 상자 여러개를 안고 있다 옆으로 넘어진다. 기세 좋게 넘어간 상자들은 복도에 아무렇게나 굴러나와 서류뭉치들이 무지막지하게 흩어졌다. 어휴……. 루한은 한숨을 내쉬며 당장 뛰어가 서류들을 주워들었다. 누가 이렇게 애들한테 일을 많이 시켰디야.
"와, 진짜 많다."
서류를 주우면서 연신 감탄을 터트리던 루한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어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서류를 손에 들고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반장. 그 때 이후로 웬만해서는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반장. 아 미친……. 루한은 곤란한듯 아랫입술을 잘근 잘근 깨물었다. 이 나이때 여자아이들은 무엇이든 크게 받아들인단 말이다. 게다가 저 지구인 여자의 표정 좀 봐라. 꼭 뭐에 홀린 것 처럼 저를 빤히 쳐다보는데, 분명 운명적인 만남이니 뭐니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루한은 지구인녀 몰래 한숨을 터트렸다. 일이 왜이렇게 거지 같이 돌아가는걸까, 정말.
"…아,안녕!"
"어,어어……."
허허허, 허허. 저보다 여섯살이나 어린 여학생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이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다. 게다가 민석이 좋아하는 친구가 아닌가. 서류를 주워 반장에게 안겨주는 그 짧은 찰나에 루한은 많은 생각을 했다. 아, 이 거지 같은 상황.
"고, 고마워!"
"아니야. 자, 들어."
"…응."
반장의 품 위로 차곡 차곡 쌓이는 상자의 갯수가 장난이 아니다. 체구도 작고 키도 작은 여학생에게 많이도 시켰다. 지구에 있는 인간들은 배려도 모르는 것인가. 루한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반장의 품에 있던 상자를 두어개 빼다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보다 어린 친구가 곤란에 처해있는데 그냥 지나갈 수는 없지 않는가. 저는 사려깊은 외계인친구다.
"괜찮아…"
"됐어. 어디로 옮기는데?"
"제 1 교무실."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지금이 염력을 써서 교무실로 옮겨놓을 타이밍인데,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이 쓸데없는 초능력을 쓸 수도 없고. 루한은 연신 속으로 귀찮아를 남발하며 걸어갔다. 아, 우리 민석이 커피 우유 줘야하는데…그 새끼 깨워서 놀려 먹어야한다고…….
"저기, 내 이름은 알아?"
"……."
"혹시 몰라? 나는 이민주라고 해. 반가워! 전학생은 반장이 챙겼어야하는데, 내가 요즘 경황이 없어서 못 챙겼어. 미안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아, 엉. 그래."
경황이 무슨 말인지 한참 고민하던 루한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없긴 없었겠지, 개념이 없던지.
"전에…내가 다짜고짜 그래서 많이 놀랐지? 나는 그냥…"
"어? 어어, 괜찮아."
말 많은 지구인. 루한은 점점 팔이 저려옴을 느꼈다. 어째 반장의 볼이 발그레 하게 붉어져 있는 것 같은데, 더운가. 여름은 아닌데.
"넌 근데 이름이 엄청 특이하다. 혹시 뜻이라도 있어?"
"……없어."
그딴거 없어, 그냥 엑소플래닛 언어중에서 예쁜걸로 엄마가 지었겠지. 그냥 다 꺼졌으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일까.루한은 여전히 속으로 귀찮아를 연발했다.
"마, 말이 좀 없구나…?"
아, 민석아 좀 구해줘. 너의 그녀가 자꾸 나 괴롭힌다. 루한은 걸음을 빠르게 옮겨 교무실 앞에 도달했다. 야, 하- 다왔다! 루한이 지금까지 지었던 표정 중에서 가장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며 상자를 내려놓았다. 반장이 고마워, 하고 작게 인사하더니 어딘가로 도도도 뛰어간다. 아, 상황이 굉장히 이상한데 이거.
"……아, 미치겠네."
루한은 머리를 잔뜩 헝크리며 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루한은 마지막까지 행동에 유의했어야했다. 여고생의 눈에는 그 어떤 행동도 달게 보이고, 멋있어보인다는 것을. 지금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루한의 머릿속에는 오직 '변상'과 '민석'에 대한 생각만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C O D E N A M E A L I E N
"이거 뭐야."
"커피 우유, 마셔."
"…아, 그냥 커피로 사오지."
"주는대로 쳐 마셔."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한 민석이였기에, 혹여나 빈 속에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릴까 해서 까페인이 약하게 들어간 커피우유로 사왔더니, 그런 제 마음도 몰라주고 툴툴댄다. 제가 저 하나 도와주려고 이렇게 애 쓰고 있는데 이 만두 같은 새끼는 아무것도 모른다. 답답해 죽겠다. 루한은 한숨을 잔뜩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원래 지구에서는 반장한테 일 많이 시키냐?"
"네. 엑…"
-소를 말하기 전에 주변을 유심히 살피던 민석이 최대한 낮고 가는 목소리로 -소 플래닛, 이라고 속삭였다. 루한이 어이가 없는지 픽 웃었다.
"…에서는 안그래요?"
"능력 뒀다 뭐해. 그리고 지구인들보다 몇 배로 똑똑하니까 시키기 전에 다 처리하지."
"오-"
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우유 한 모금을 들이켰다. 오, 맛있네. 꽤 만족스러운 맛이 민석의 입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야, 너 말이야-"
루한이 착잡한듯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민석의 해맑은 표정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조금 아프다. 이 뇌가 해맑은 새끼는 제가 1년 넘게 좋아한 여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도 않는 모양이다. 아, 내 그릇 변상 어쩔거냐고. 이 까다로운 새끼가 전과 같이 변하는 것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루한이였다. 게다가 성공시켜주려고 파견된 외계인이 오히려 짐을 얹다니. 이건 제 자존심에도 스크래치가 가는 일이였다.
"넌, 반장이 좋긴 하냐?"
"……뭐예요, 갑자기."
좋냐고, 똑바로 말해봐. 민석이 괜히 볼을 붉히며 히힛, 하고 웃는다. 어디서 끼를 부려, 이 새끼가? 그래도 좋긴 좋은 모야이였다. 루한이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좋으면, 노력을 좀 해봐. 쟁취를 해보라고."
"갑자기 왜요."
"아니, 봐봐. 너 벌써 이년째라며."
"네."
"그럼 사내새끼가 되서 고백이라도 해봐야할거아니야."
"……그렇죠."
"근데 너 지금 뭐하고 있어, 존나 한가롭게 커피우유나 쭈쭈 빨고 있잖아. 존나 입구 헐었다, 이 새끼야."
갑자기 이 사람 왜이러지. 민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반 정도 남은 커피우유곽을 툭툭 치는 루한을 응시했다. 루한이 답답해 죽겠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다가, 제 머리를 잔뜩 헝크린다. 왜 저래, 저 사람. 사채라도 썼나?
"존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플랜에 들어갈거니까 준비해라."
"…진짜 하게요?"
그럼, 진짜지 새끼야. 루한의 표정이 오랜만에 믿음직스럽게 단단했다. 왜 이래 진짜. 민석은 뭔가 이상했지만 이 한심스러운 외계인 형이 무언가를 하긴 하는구나 싶어 내심 기대를 걸어본다.
"존나 이제 이미지 메이킹에 들어갈거임."
"…그런 말도 알아요?"
"내가 원래 트렌드를 아는 사람임."
웃기시네, 그냥 우주 깡패겠지.
C O D E N A M E A L I E N
「축구 좀 해봐.」
굉장히 뜬금없이 축구를 해보라니. 굉장히 난감하다. 민석은 별로 뛰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그랬다. 왜냐하면 열심히 뛰어 땀을 흘리면 옷에 그 쉰냄새와 땀냄새가 베이지 않는가. 그냥 열심히 뛰고 옷을 빨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면의 원래 보송보송하고 가벼운 느낌이 사라진다. 굉장히 까다로운 민석의 결백증은 이런 곳에도 여지없이 발휘되어 주었다.
그래도 일단, 뛰라고 하니까. 게다가 루한의 표정이 굉장히 엄했기에, 밖으로 뛰어나온 민석이였다. 벌써 밖에는 준면이 병신같이 '쳐'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골키퍼가 왜 저렇게 산만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민석아!"
"어?"
종대였다. 1학년때는 종대와 준면과 셋이서 잘 어울려다녔는데, 종대가 제일 끝 반으로 배정받는 바람에 많이 멀어졌다. 민석은 종대와 덥썩 끌어안으며 반가워했다.
"오랜만이다, 진짜!"
"야, 너야말로. 넌 어째 살이 더 빠진 것같다."
존나 철딱서니없는 외계인형 대신 집안살림해서 그래. 민석이 허허 웃으며 종대와 손을 덥썩 잡는다. 종대가 환하게 웃으며 민석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야, 근데 너 운동하는거 싫어하잖아."
"…어? 아, 그게…뭐 그냥. 나도 한 번 뛰어볼까 해서."
"야야, 그래라. 이렇게 나랑도 만나고, 얼마나 좋냐. 준면이 저 자식만 허구헌날 봐서 지겨워 죽겠다."
두 사람의 친목질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루한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 안되겠네 진짜. 루한이 엉덩이를 탈탈 털자마자 튀어나가 빛의 속도로 민석과 종대가 있는 곳 까지 도착했다.
"아, 씨바 놀래라. 언제 왔어…어?"
존댓말을 하지 않으니 뭔가 어색했는지 입을 턱, 막는 민석이였다. 괜시리 종대의 눈치를 살살 살핀다.
"존나 너희 친목질하라고 운동시키는거 아니다. 잔말 말고 빨리 축구나 해."
"…아, 니가 하고 싶은거…아니요!"
조선시대 선비처럼 당당하게 말한 민석이 민망해 하며 움츠러드려는 어깨를 애써 폈다.
"하고 싶은거 꾹 참고 너 시키고 있으니까 닥쳐. 빨리 시작해."
"이 사람은…누구야?"
건방지게 명령을 내뱉는 루한을 빤히 응시하던 종대가 물었다.
"아…전학왔어, 우리 반에."
"그래?"
"어어. 온지 얼마 안됐어. 중…국 사람이고."
괜히 루한의 눈치를 살살 살피는 민석이였다. 중국 사람이라고 소개해도 괜찮으려나.
"아 그래? 반가워! 나 중국인이라는 오해 많이 받는데."
짱깨라는 오해 많이 받아서 좋겠네. 루한의 표정이 이 병신은 대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 민석은 재빨리 루한의 등을 밀며 돌아가기를 재촉했다.
"야, 잘해라. 존나 운동 열심히 해. 이제 점심시간, 방과 후에 열심히 축구해라."
"……알았으니까, 좀 가라고!"
"흥."
루한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스탠드로 다시 뛰어간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민석은 멍하니 루한을 응시하는 종대를 툭툭, 건드렸다.
"야야, 왜 그래?"
"……쟤 뭐야?"
"어……?"
"흥,하고 콧방귀를 뀌는데…얄미워야하는데 난 왜 이렇게 귀엽지…?"
뭐야, 이 또 하나의 호모새끼는. 제 정신이 아니다. 민석이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며 종대에게서 멀리 떨어진다.
"와, 미친 겁나 재밌어."
"야야, 패스해! 뭐하냐?"
어어! 민석은 재빨리 발을 놀려 패스했다.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 것이라고는 생각해본적도,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과거의 자신이 호구로 느껴질만큼 축구가 좋아진 민석이 빙구처럼 해맑게 웃으며 운동장을 누빈다. 그런데 그렇게 인간 최고의 운동은 축구라고 열심히 설명하던 루한은 스탠드 좌석에 앉아서 저를 구경하고만 있다.
"루한! 루한!"
형, 이라는 말이 나올뻔 했지만 저를 보는 시선들이 너무 많아 순간 빠르게 말을 바꾼 민석이였다.
"왜."
루한이 멀리서 입모양으로만 대답한다. 민석이 해맑게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짱이야, 짱짱! 이라며 감탄을 쏟아낸다. 그러자 루한이 픽 웃으며 뛰어- 라며 손을 살살 흔들어준다. 형, 형이 짱이야. 민석은 여전히 좋다고 열심히 손을 흔들어대며 운동장을 누빈다.
"으악!"
그 때였다. 앞에서 공을 몰며 오던 종대와 부딪혔다. 물론 종대가 루한을 구경하다 공을 몰다 정신이 없었다는 것은 가볍게 생략하도록하자.
"야, 이 미친-"
루한이 멀리서 뛰어온다. 민석은 미지근한 것이 무릎에서 새어나오는것 같았지만 몸을 구부릴수조차 없이 아픔이 밀려들어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으악, 아파. 민석은 앓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땅바닥을 굴렀다.
"야, 이 새끼들아 다 비켜!"
루한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하다. 루한에게 미안해서 어쩌나, 하고 생각하던 민석은 괜찮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러나 루한은 여전히 찡그린채로 민석의 무릎에 손도 대지 못하고 그 주변을 방황하고 있었다.
"존나 조심들 좀 하지 진짜……."
민석의 무릎은 생각보다 심했다. 모래와 끈적한 피가 뒤엉켜 있고 무릎 뿐만 아니라 민석의 팔꿈치도 잔뜩 까져 흉했다. 이 새끼들…안 그래도 김민석 피부 약한데. 루한은 이내 민석을 들쳐업었다. 보건실 가자, 보건실. 종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결국 종대도 루한의 뒤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루한이 신기해서 구경한다는 것이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종대는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 루한은 민석을 침대에 내려놓고 안절부절했다. 괜히 제가 몸 좀 키워보라고 축구를 시켰나보다. 그냥 팬픽 쟁이는 팬픽쟁이만 하는 것이 제일인데…….
"어떡해, 미안해 민석아…"
종대의 눈꼬리가 잔뜩 쳐졌다. 민석은 과산화수소를 들이부은 무릎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참으며 괜찮다 말했다. 그러나 민석이 말하면 말할수록 종대의 표정은 더욱 누렇게 떴다. 괜찮다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마치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않은 노인의 마지막 음성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심 좀 하지 진짜……."
"어쩌다 이랬니?"
젊은 양호선생님이 무심한 표정으로 뿔테 안경을 치켜 올리며 민석의 무릎을 닦아냈다. 루한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축구하다가…"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조금만 더 세게 긁혔으면 뼈까지 보였겠다. 엄청 다쳤네."
"뼈,뼈요?"
루한과 종대의 표정이 사색이되었다. 미쳤어…안그래도 짧은 우리 민석이 다리 뼈가 보인다니, 그건 절대 안된다.
"그래. 좀 조심해서 놀아. 공부고 뭐고 너희 몸 다치면 아무 소용도 없는거야."
"…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소독이 끝나고 제정신을 차린 민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루한과 종대의 표정은 여전히 누렇다. 괜시리 미안해진 민석이 루한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괜찮다 말했지만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다. 아, 이 사람들이 정말 왜 이러셔.
"자, 보자- 어디 또 다쳤니?"
"팔꿈치요."
민석이 따갑게 울리는 팔꿈치를 힘들게 올렸다. 양호 선생님이 입을 헤-벌리며 고개를 설레 설레 젓는다.
"…얼마나 다친거야? 피 봐, 뚝뚝 떨어진다."
민석이 허허 웃으며 괜찮다 말했다. 그러나 양호 선생님의 말처럼 침대의 하얀 시트 위에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루한과 종대의 표정은 말그대로 사색이 되었다. 이제 누렇다 못해 허옇다. 종대는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아예 쓰러질 판이였다.
"우,우리 민석이 괜찮겠죠?"
루한이 물었다. 양호선생님이 이상한 눈길로 루한을 응시하다, 이내 괜찮다 말했다. 그러나 루한은 정말 괜찮은 것이냐며 아예 양호선생님의 멱살을 잡을 판이였다. 마치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환자의 보호자가 의사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아주 가관이었다.
"아우, 너희 좀 나가있어! 너희가 민석이 부모니?"
"……그래도……."
종대가 잔뜩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양호선생님이 어서 안 꺼지냐며 두 녀석의 등짝을 후려쳤다. 빨리 나가, 학부모들.
"아오 진짜……."
그리고 별 수 없이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이었다.
=================================================================================================================
저 또 왔어요! 너무 자주 오는건가 싶지만...그래도 빨리 빨리 올리고 싶은 마음에ㅋㅋㅋ
슬슬 입질이 오는 루민..ㅎㅎㅎ
조금 지루하셔도ㅜㅜ악플보다는 응원을! 부탁드립니당ㅎㅎ
그리곸ㅋㅋ오늘 종대 출연에 찬열이 출연까지 주변 캐릭터들 너무 병신으로 만드는거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ㅜㅜ죄송합니다 제 취향이 이렇답니다ㅜㅜㅜ
아 그리고 여학생들이 속속들이 출연중인데 양해부탁드려요
너무 지구에 남자사람만 있는 것 같아서...몇몇 조심스럽게 넣어봅니다.ㅎㅎ 양해 부탁드려요!
아무튼 읽어주시는분들 댓글 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암호닉
우유향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만두짱
은팔찌
루한부인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있으니 그냥 바로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루민] 코드네임 에일리언 :: 4. 반장 (1) 10
12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난리 난 AAA시상식 이이경 수상소감..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