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裏面) [이ː면]
[명사] 1. 같은 말 : 뒷면(1. 물체의 뒤쪽 면). 2.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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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마자 피곤함에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새 이불이라 그런지 포근한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눈을 감고 그 포근함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는데, 쑨양은 내가 혼자 있는걸 못 견디는지 어느새 내가 누운 침대가에 앉아 내 앞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난 그런 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냥 말없이 눈을 감아버렸다. 이젠 쑨양에게 일일이 말을 해주는 것조차 지겨웠다. 그냥 지금은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
쑨양은 깊게 잠든 태환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매만지다가 침대 위에 곱게 놓여진 태환의 부드러운 손을 잡아올려 자신의 볼에 가져다댔다.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살짝 눈을 감으니 어렴풋이 태환의 향기가 나는 듯 했다.
"我不想和你分手… (헤어지기 싫어…)"
쑨양은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얼마남지않은 태환과 함께할 시간. 쑨양은 태환을 그대로 다시 중국으로 데려가 계속해서 자신과 같이있었으면 바람이 컸다. 그러나 그건 쑨양의 욕심일 뿐, 실제로 실행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였다. 쑨양은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댔던 태환의 손을 내려놓으며 그 손등에 짧게 입맞췄다.
"晚安。(잘 자)"
쑨양은 몸을 일으키며 태환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태환의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서랍장의 첫 번째 서랍을 열어 작은 병 하나와 약봉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약은 싫다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중얼거린 쑨양은 작은 병과 약봉지를 주머니에 넣고 방을 나갔다.
**
살며시 눈을 뜨니 밖엔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뻐근한 몸을 움직여 핸드폰 시계를 보니 오후 7시였다. 촬영 재개가 7시 30분이였으니까 딱 적당한 시간에 일어난거였다. 와, 진짜 나는 몸에 자동 알람이 있나봐.. 훈련때도 이러는데 촬영할때도 이러네.. 내심 나 자신에 감탄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바닥에 거대한 뭔가가 누워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쑨양?.."
자세히보니 쑨양이였다. 바닥에 이불을 두 개나 붙여 깔고는 엎드려 잠들어있었는데, 자리가 좁았는지 몸이 좀 구부러져 있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자고 있냐.. 침대에서 내려와 쪼그려 앉은채 멍하니 쑨양을 내려다봤다. 음.. 잘생기긴 했다. 살짝 손을 뻗어 어정쩡하게 내려온 앞머리를 제대로 매만져주니 쑨양이 움찔거렸다. 순간 놀라서 그 자세로 굳어있는데 천천히 눈을 뜬 쑨양이 날 힐끔 바라보고는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몸을 뒤집어 자세를 다시 고쳐잡고는 눈을 감았다.
"야, 촬영 시작해야 돼."
쑨양의 팔을 툭툭치니 쑨양은 다시 눈을 살짝 뜨고 날 바라보고는 이젠 아예 몸을 돌려버렸다. 아, 이게 진짜.. 안 지려고 손을 뻗어 다시 몸을 돌리려고 하는데 쑨양은 그 팔을 확 잡아채고는 몸을 돌려 날 품에 안았다.
"뭐하는거야..!"
쑨양은 날 꽉 껴안고는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쑨양과 만난지 얼마 안 됐을때면 아마 몸부림치고 난리도 아니였겠지만 지금의 난 그냥 쑨양의 품이 그런대로 편해서 가만히 있었다. 쑨양은 내 어깨를 감싸안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난 피식- 웃으며 쑨양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화 풀렸어?"
"조금.. 그래도 나 여전히 너 싫다?"
"그러지마."
"너 두 번이나 내가 싫어하는거 했잖아."
"그래도.."
쑨양은 날 품에서 꺼내주고는 내 입술에 짧게 입맞췄다. 이게 뭐하는건가 싶어 멀뚱히 쳐다보는데 쑨양은 작게 말했다.
"화 풀렸어?"
"아니."
내가 퉁명스럽게 답하자 쑨양은 다시 내 입술에 쪽- 하고 입맞췄다. 이거 설마 화 풀라고 하는거야 너?
"화 풀렸어?"
"이런걸로 화가 풀릴리가.. 야, 잠깐."
쑨양은 이제 아주 내 얼굴을 딱 잡고는 버드키스를 날리기 시작했다. 간지럽게 쪽쪽 대는 바람에 웃음이 터진 내가 그만하라고 말하면서 밀쳐도 쑨양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입술에 제 입술을 맞추기에 바빴다.
"알았어, 화 풀렸어. 풀렸다고!"
"에이, 아닌데?"
"아, 풀렸다니까- 그만해-"
그제서야 쑨양은 버드 키스를 그만뒀다. 내 입술 닳았겠다 닳았겠어. 투덜거리며 내 입술을 매만지니 쑨양은 다시 날 꽉 껴안았다. 난 어쩔 수 없는 키차이 때문에 쑨양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는데, 귀로 전해지는 쑨양의 심장소리는 약간 빨라져 있었다.
**
"여기가 태환씨가 추천하는 맛집이예요?"
"네."
이곳이 바로 내 비장의 무기. 엄청나게 맛있는 한정식 집이였다.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는 당시에 쑨양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음식점이 있냐는 질문에 바로 이 음식점을 대답했다.
"쑨양, 한정식 처음 먹어보지?"
쑨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국어로 말을 했다.
"드라마에서 본적은 있는데 실제로는 처음 먹어본대요."
"많이 먹어, 여기 엄청 맛있어."
친구들이랑 많이 왔었거든. 뒷말이 끝나자마자 쑨양은 친구 누구? 하며 되물어왔고, 나는 그런 쑨양을 힐끔 보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여자 친구."
"아, 태환."
"설마 믿는거냐, 나 훈련에 집중하느라 여자 친구 못 만들었어."
"나도."
쑨양은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쑨양이 나에게 동지애를 표하는 듯 하겠지만 이건 분명 여자친구 사귀면 죽는다는 쑨양의 무언의 협박이였다. 난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빼냈고, 쑨양은 내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알지?"
그래, 아니까 좀 떨어져. 난 쑨양의 어깨를 툭 밀쳤고, 쑨양은 뭐라 말하려다가 음식이 도착하는 바람에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멍하니 음식만 바라보고 있었다.
"맛있겠지?"
쑨양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먹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네 딱.
**
밥을 다 먹고 나와서 산책이라도 할겸 근처 공원으로 따로 나왔다. 늦은 시간이여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시원한 밤공기를 크게 삼키고는 길게 뱉어내니 상쾌한 기분이 감돌았다. 나와 쑨양은 도란도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걷다가 잠깐 쉴 겸 벤치에 앉았다.
"아이고, 다리야."
무릎을 토닥이니 쑨양은 날 힐끗 보고는 웃었다. 아, 왜 웃어. 투덜거리니 쑨양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을 꺼냈다.
"태환."
"아, 맞다. 이제 기억났네. 형 이라고 불러."
"치사하게.."
"그래 나 치사해."
"그래, 형."
"왜."
난 무릎을 계속 두드리면서 대답했고, 쑨양은 무릎을 두드리는 내 손을 잡아채고는 말했다.
"나 선물 줘도 돼?"
"뭐 줄건데?"
선물이야 좋지 나는. 웃으며 쑨양을 올려다보니 쑨양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내 앞으로 와서는 한 쪽 무릎을 꿇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쑨양의 손에 들려있는 걸 보니 작은 벨벳 상자였다. 뭐지 저거, 멍하니 그 상자만 보고 있으니 미소를 지어보이던 쑨양이 그 상자를 열었다.
"어.."
그 상자 안에는 심플한 은색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솔직히 내가 놀랐던건 목걸이여서가 아니라 그 목걸이가 딱 내 스타일 이여서였다. 얘가 내 취향을 어떻게 알고 있나 놀란 나는 말을 잇지 못했고, 그런 내 반응을 보던 쑨양은 살짝 입을 내밀었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무슨 소리야, 나 지금 엄청 좋아."
멍하니 그 목걸이를 바라보고만 있으니 쑨양은 그 목걸이를 상자에서 꺼내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해줄게."
쑨양은 목걸이를 풀고는 내 목 뒤로 팔을 넘겨 목걸이를 해줬다. 쑨양이 목걸이를 해주고 뒤로 물러서자 난 목걸이의 펜던트를 매만졌다. 이거 진짜 이쁘다.. 내가 멍하지 목걸이만 보고 있으니 심심해진 듯한 쑨양은 내 옆에 앉고는 작게 헛기침했고, 난 그런 쑨양을 보며 웃어줬다.
"고마워."
"음.."
쑨양은 부끄러운 듯 살짝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다가 갑자기 헛기침을 막 하며 주위를 살폈다. 뭘 또 찾는건가 싶어 멍하니 바라보니 쑨양은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며 계속해서 헛기침을 했다. 그래, 웬일로 니가 가만히 있나 했다. 평소라면 안 해줬겠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으니까 뭐.. 까짓거 해주지 뭐.
"쑨양."
내가 부르자 쑨양은 고개를 돌렸고, 난 쑨양의 어깨를 잡아 내리고는 쑨양의 입술에 짧게 입맞춰줬다. 됐지?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려던 쑨양이 순간 고개를 멈칫- 하더니 가로저었다. 뭐가 부족한거야? 살짝 투덜거리니 쑨양은 내 허리를 한 팔로 껴안아 자기 쪽으로 바짝 잡아당기고 내 입술에 키스했다. 좀 순수하게 있어줬으면 했는데.. 난 속으로 한숨쉬며 쑨양의 목 뒤로 팔을 감았고, 쑨양은 고개를 살짝 틀며 내 입술을 만끽했다.
**
다큐멘터리의 끝. 쑨양을 보내야 하는 날이였다. 쑨양은 아침부터 부쩍 기운이 없어보였고,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계속해서 한숨만 푹푹 쉬었다.
"힘 좀 내라 쑨양."
내가 손을 잡아주니 쑨양은 날 힐끔 보고는 고개를 푹 숙인채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나까지 우울해지게 왜 이러냐.. 공항에 도착하자 쑨양은 이제 눈물까지 떨굴 기세였다. 나를 이제 평생 못 볼 사람마냥 계속해서 내 옆에 붙어있고 날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게 너무 안쓰러워서 사람들이 안 보는 사이에 안아주니 쑨양은 살짝 웃어보였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서 나한테 건넸다. 쑨양은 마지막 선물이라며 손을 꼼지락 거렸다.
"이제 갈 시간이네."
"가기 싫은데.."
쑨양은 길게 말꼬리를 늘였다. 웃으며 헤어지기로 했지만 쑨양은 내 손을 꼭 부여잡고는 구구절절 아무 말이나 늘어놓기 시작했고, 끝내 중국 제작진의 재촉으로 내 손을 놓고 짧은 포옹을 했다. 쑨양은 살짝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해."
"나도."
쑨양은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게이트로 향했다. 난 그런 쑨양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줬고, 쑨양은 끝내 눈물을 한 방울 떨구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울컥하게 쟤 왜 저래.. 진짜 다시 안 볼 사람 처럼.. 쑨양의 모습은 그렇게 사라졌다. 뭔가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섭섭한 것 같기도 하고.. 난 제자리에 서서 말없이 쑨양이 준 목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충분히 좋은 경험이였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태환씨."
"네, 안녕히 가세요-"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집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탔다. 쑨양이 준 음료수를 옆에 놓은 뒤 공항 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난 창 밖을 바라보며 내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말없이 만지작 거렸고, 창밖의 푸른 하늘로는 비행기가 가볍게 이륙해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
게이트에 들어서자 마자 쑨양은 흐른 눈물을 닦고 웃으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통화음이 몇 번 울리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我赢了。(내가 이겼어)"
전화기 너머에선 아깝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쑨양은 한 턱 쏘라며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거봐, 이번에 확 나한테 넘어오게 할 수 있다니까 왜 안 믿어서 괜히 손해를 봐? 큭큭 웃은 쑨양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는 그것을 손에 올려놓고 말했다.
"礼物,希望你喜欢。(선물, 좋아했으면 좋겠네)"
쑨양의 손에는 빈 작은 병과 내용물 없는 약봉지가 들려있었다. 뭐, 괜찮겠지. 병과 약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쑨양은 비행기를 타러 향했다.
***
쑤냥이는 장난기가 다분한 아이였슴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약을 다시 가져가기는 뭐하니까요.. 흠.. 개인적으로 태환이가 음료수 그냥 버렸으면 하네요..
차에서 내리고 보니 뙇! 음료수가 없는거죠!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막판에 쑨양이 전화 통화한 아이는 초반에 쑨양이랑 싸운 아이입니다.
옙, 자기들끼리 내기 건거죠 뭐.. 쑨양은 찍는 동안 넘어온다에 한 표. 그 아이는 안 넘어온다에 한 표 걸었습니다.
+ 갑자기 논란이 생겨서 말씀드릴게요~ 쑤냥이는 태환이 좋아합니다 ㅎㅎ 내기는 단순히 단기간에 넘어온다, 못 넘어온다였고
기본으로 태화니를 좋아한다는 전제하에 내기 한거예요 ~ㅅ ~
아, 그리고 독자 분들에게 좋은 소식 두 가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좋은 일은..
다음 작품 구상 절반 완료되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슬럼프인데 ㅎㅎㅎㅎㅎㅎ 이 놈의 손가락은 ㅎㅎㅎㅎㅎㅎㅎㅎ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요 ㅎㅎㅎㅎㅎㅎㅎ
다음 작품에 대해 약간 스포를 드리자면.. 가을 입니다. 가을에 두 여름 남자가 만나 무엇을 할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ㅎㅎ 달달물이예요-
두 번째 좋은 일은..
묶음 텍파 메일링 시작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덧글로 남겨주thㅔ요!!
텍파 목록 ( 말이 안 통해, 붉은 꽃잎, 화보 촬영, 위험한 그, 인형이 좋아 내가 좋아?, 이면)
여태까지 나온 제 쑨환 작품 총 출동 묶음 텍파입니다! 이면도 안에 들어있으니 좋은 기회 놓치지 마thㅔ요! ㅎㅎㅎ
아, 그리고 제 텍파들은 모두 자유 배포예요- 작가명 수정, 내용 수정, 커플링 수정만 안하시고 출처와 작가명만 밝혀주신다면 어디든지 올리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다음 작품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커밍 쑤운-
* 사실 독자님들 암호닉 안 까먹으려고 하나하나 적고 있슴다.. thㅏ랑해여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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