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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 사고 때문이었다.

 

3년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야자를 끝마치고 돌아오던 난 마음처럼 되는 일이 없었기에 잠시 머리라도 식힐 겸 집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섬세하게 빛나고 있는 별들의 세세한 반짝임까지 느껴질 정도로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나는 차가운 밤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속에 쌓여있던 묵은 먼지들과 함께 그것을 깊게 내쉬었다.

 

 

 

“머리 아프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이리저리 눌러보다 그냥 집에 가서 자는 것이 낫겠다며 일어난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원을 한 번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 우드득- 」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라 제자리에 잠시 멈춘 나는 뒤늦게 공기 중으로 느껴지는 묘한 냄새를 맡고 그 냄새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각에 온 신경을 집중해 그 냄새를 따라가다 보니 난 어느 외딴 곳에 떨어진 폐건물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제야 뭔가 위험함을 직감한 나는 제자리에 멈춰선 채로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뺐고, 이어폰을 빼는 순간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에 숨을 멈췄다. 천 조각 보다는 더 두껍지만 완전히 같진 않은 무언가가 찢겨 나가는 소리와 뭔가를 우걱우걱 씹어 넘기는 소리, 그리고 점성 있는 액체를 꿀꺽꿀꺽 마시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소리를 내려는 입을 다급하게 꽉 틀어막은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계속해서 그 소리가 이어지는 것을 봐서는 아마 아직 내가 근처에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천천히 뒷걸음질 치던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뒤로 돌았다. 그런데,

 

 

 

「 퍽- 」

 

 

 

무언가를 둔기로 내려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시야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으윽….”

 

 

 

극심한 갈증에 정신을 차렸다. 눈도 뜨지 않은 채 그저 목에서 느껴지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최악의 갈증에 목을 부여잡은 나는 갈증을 어떻게든 해소시켜보려 일어나려 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아….”

 

 

 

습격 당한건가…. 심각한 갈증에 기침을 몇 번 토해내던 나는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이동하려고 바닥을 짚으며 기었다. 그런데, 바닥을 짚은 내 손에 무언가 끈적한 것이 만져졌다. 난 조심스럽게 내 손에 묻은 무언가를 확인하려 살짝 냄새를 맡았고, 그것의 향기는 꽤 달콤했다. 이거 초콜릿인가? 난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것의 맛을 봤고, 향기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매우 달콤했다. 달콤하면서도 무언가 내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것 같아 계속해서 그 끈적이는 액체의 진원지를 찾아 기어가던 나는 어느 통 안에 그것이 담겨있는 것을 찾아냈다.

 

난 망설임 없이 통을 들어 그것을 마셨다. 꿀꺽꿀꺽. 약간은 점성이 있는 그 액체가 목으로 넘어가며 내 갈증을 완벽하게 없애주었고, 그 액체를 마시니 온몸에 힘이 돌았다. 초콜릿도 아닌 것 같고 대체 뭘까. 통에 있는 그것을 다 마신 나는 빈 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숨을 골랐다.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고, 난 뒤늦게 내가 마신 액체를 확인하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러나 내 앞에는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놀라서 숨을 들이쉰 나는 그제야 이 공간을 가득하게 채우고 있는 혈향을 감지할 수 있었고, 내 온몸은 물론이고 바닥과 벽에 묻어있는 수많은 혈액들은 흐른 지 시간이 꽤 지난 듯 약간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럼 내가 마신 건 설마…. 난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내 앞에 놓인 빈 통을 바라봤고, 그 빈 통 안에는 끈적한 혈액들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우욱-”

 

 

 

자연스럽게 헛구역질이 터져 나왔다. 내가 이걸 다 마셨다고? 하지만 분명… 달았는데? 난 잠시 혼란스러운 머리를 붙잡고 고민을 하다가 바로 몸을 일으켰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리저리 방황하던 나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찐득이는 발자국 소리를 들어가며 출구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그 건물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 눈이 어둠에 완벽하게 적응해있다는 사실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밝은 정도였지만 분명… 뭔가 조금은 달랐다.

 

그렇게 밝아진 시야로 둘러본 건물 안은 웬만한 호러 영화 뺨치는 상태였다. 곳곳에 사람의 몸이었는지 원래부터 고깃덩어리였는지 모를 조각들이 퍼져있었고, 그 조각들에는 짐승에 물어뜯긴 듯한 흔적들이 가득했다. 내가 늑대한테라도 끌려온 건가? 그러나 그 조각들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끔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이런 것에 무감각 했던가? 하도 공포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이젠 그만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건물 곳곳을 헤매던 나는 운 좋게 달빛이 비치는 창문을 발견했다.

 

빛을 봤다는 반가운 마음에 그 창문을 향해 달려간 나는, 정면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 바로 앞에는 전신거울이 있었다. 내가 아직 어둠속에 있어서 그런지 내 모습은 거울에 비치지 않았고, 거울 바로 앞으로 떨어지는 달빛은 나에게 자신의 아래에 서보라고 강요하는 듯 했다. 난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발에 묻은 혈액들 때문에 끈적이는 소리가 나서 걸음을 옮기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은 천천히 달빛에 닿기 시작했다. 그런데,

 

 

 

“뭐, 뭐야….”

 

 

 

아직 달빛 안으로 완벽하게 들어가지 않았는데, 내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에 충격을 받고 정말 빛나는 것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고, 내 몸이 완벽하게 달빛 아래에 있게 되자 난 내 모습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온몸에 그득히 묻어있는 검은 피들은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단지 하나. 내 얼굴이었다. 겉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으나 한층 더 창백해진 피부와 입술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 하지만 날 더 패닉에 빠지게 한 건,

 

소름 끼치도록 빛나고 있는 내 비취색 눈동자였다.

 

 

 

**

 

 

 

뭐… 그렇게 이 생활이 불편한건 아니었다. 가끔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뱀파이어 처럼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 적도 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피를 마신다면 거의 근접하긴 하지만 피를 마시지 않으면 인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음식도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도 서있을 수 있다. 피라는 것은 그저 뱀파이어로서의 본능을 일깨워주는 수단일 뿐이었다. 대신 평소에는 감정 조절이 조금 힘들어졌다. 화가 나면 바로 뱀파이어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그 자제력이 거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엄마야!”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연 순간 정면으로 보이는 서랍 한 칸을 그득하게 채우고 있는 붉은 색의 향연을 보고 식겁한 나는 급하게 냉장고 문을 닫고 숨을 골랐다. 이거 냉장고에 넣어놓지 말라니까! 낮게 그르렁 거린 나는 고개를 홱 돌려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요즘 한창 유행이라는 예능 프로를 보며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쌍둥이 형제를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수혈팩 냉장고에 넣어놓지 말라니까!”

“아, 그거 그냥 거기다가 넣어놔. 넣어놓을 데가 없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음식 넣어놓는 냉장고에…!”

“음식 맞잖아 그거.”

 

 

 

일란성 쌍둥이보다 더한 호흡을 자랑한 율이 오빠와 영이 오빠는 싱긋 웃어 보이며 다시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 인간들을 계속해서 감시자로 데리고 있으면 습격당해 죽기 전에 내가 제 명에 못살고 죽지 내가. 한숨을 푹 내쉰 나는 물을 마시는 것을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저 쌍둥이 형제는 어딘가에 있는 뱀파이어 재단에서 보낸 감시자라고 했다. 신생 뱀파이어라면 누구나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뱀파이어에 관한 교육과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거나 수습할 목적으로 파견된다고 한다. 난 눈 색이 푸른색 중에서도 특별한 케이스인 비취빛이라 감시자 중에서도 최상급 감시자인 자기들이 파견 된 거라고 자랑을 하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영….

 

 

 

“근데 서연아.”

“뭐요!”

“너 강의 안 늦겠냐?”

“무슨 강의… 헐.”

 

 

 

늦었다! 무심하게 툭 내뱉은 율이 오빠의 말에 화들짝 놀란 나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던 책들을 가방 안에 쓸어 넣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이게 다 저것들 때문이야! 괜히 성질 부리다가 늦었네 진짜!

 

 

 

“서연아.”

“또 뭐요!”

“달리면 안 늦어.”

“아니 거길 왜 달려서… 아.”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 알았어요.”

 

 

 

영이 오빠는 싱긋 웃으며 말하고는 잠시 눈을 연녹색으로 물들였다가 본래의 갈색으로 돌려놓았다. 하긴, 달리면… 안 늦겠네. 싱긋 웃으며 현관문을 연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한 번 슥 둘러보고는 눈을 비취빛으로 물들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 이었다. 사람 없는 옥상만 골라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빠르게 달려 5분 만에 학교에 도착해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싱긋 웃었다. 힘들지도 않고 숨이 가쁘지도 않다. 아무리 늦어도 이렇게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좋긴 하네. 가방에서 라임향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바른 나는 옷매무새까지 정리하고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 강의실로만 가면 완벽…

 

 

 

“아!”

“아야!”

 

 

 

화장실 밖으로 나와 곧바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가던 나는 누군가와 부딪혀 뒤로 넘어졌다. 오늘은 진짜 무슨 날인가… 뭐 이렇게 안 되는 일이 많아? 아픈 다리를 문지르며 고개를 든 나는 나에게 손을 내민 채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어떤 남자를 올려다봤다.

 

 

 

“미안해요, 앞을 잘 안 보고 다녀서….”

“아, 괜찮아요.”

 

 

 

내민 손을 무시하고 혼자서 일어난 나는 살짝 먼지가 묻은 바지를 탈탈 털며 벙찐 표정으로 서있는 그 남자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이러다가 진짜 강의 늦을지도 몰라. 그렇게 무작정 앞만 보고 강의실로 향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날 불렀다.

 

 

 

“저기요!”

“네?”

“이거 떨어트리셨어요.”

 

 

 

그 남자는 내가 떨어트린 책을 들고 와 싱긋 웃으며 그것을 나에게 건넸고, “감사합니다.” 라고 하며 그 책을 받아든 나는 나에게 살짝 목례를 하고 내 옆으로 지나가는 그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런데, 내 옆을 빠르게 스쳐가는 그 남자의 눈을 본 나는 순간 숨을 들이쉬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설마…. 내가 잘못 본거겠지. 3년 동안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던 동족을 여기서….

 

하지만 내가 본 것은 정확했다. 그 남자의 눈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

 

 

천천히 진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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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리엔이에요 뭔가 신기방기한 기분이네요ㅎㅎㅎㅎ남녀커플도 왠지 잘어울릴듯한 기분이....ㅎㅎㅎㅎ같은 내용이지만 신선한 느낌이 좋네요ㅠㅠㅠㅠㅠ잘보고가겠습니다!!ㅎㅎ
12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94.21
연재계속해주세요~~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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