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는 조선시대 명문가의 자제.
예쁘고 참하기로 몇 동리 밖까지 소문이 자자할 지경이었어.
그러나 얼마전 일어난 반역 사건에 연루되어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말았어.
세상 어느 곳보다 안전할 것만 같았던 별이의 집에 수십의 포졸들이 밀려들어오고
존경하던 아버지의 서재,
우아하신 어머니가 하던 꽃꽂이,
언제나 듬직하던 오라버니가 사준 작은 경대
그 모든게 산산조각났어.
붉은 호승줄에 묶여 무릎 꿇리어진 채, 너의 자랑이었던 아버지가 포졸의 육각모에 맞아.
쓰러진 아버지를 감싸던 오라버니 앞에 포도대장의 길다란 칼이 내밀어 지고 억울하다며 울부짖던 어머니가 혼절하며 쓰러지는 사이, 포도대장의 칼이 머리 위로 높이 들려. 칼에 비친 빛이 잠깐 빛나더니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네 앞에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스르릉,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네 목앞에 내밀어진 칼이 턱을 들어올려.
"그나마 얼굴이 반반하구만. 이 년은 관기로 넘겨라."
그리고 관기가 된 너,
(1, 2, 3 안이어져!)
4. 한상혁 中
그는 네가 있는 기방을 자주 찾기 시작해. 뜬금없이 찾아오는 그 때문에 기방은 들뜬 기생들로 어수선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 그는 늘 똑같아.
대군이라는 위치에 맞게 늘 화려한 사람들을 끌고 오지만 술상은 늘 혼자. 늘 그 방에 다른 기생을 불러놓고도 결국엔 너를 찾아.
그런 그의 태도에 기생들은 실망함과 동시에 너를 시기해.
정작 너를 부른 후 그의 행동은 무료할 만큼 특별할게 없어.
기방의 기생들 행색이 별로라느니, 오늘은 음식이 별로라느니, 작은 불평들을 끊임없이 늘어놓거나
혹은 첫날 처럼,아무 말도 없이 네 앞에서 혼자 술을 따라 마시거나.
그런 날들이 반복돼갈수록 기방의 기생들 사이에서 너를 향한 시기는 점차 커져.
한 두명의 작게 수근 거리는 목소리들은 점차 구체화되면서 너를 공격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할때는 언제고 저런 대어를 낚아?'
'우리도 모르게 밤기술을 연습한 모양이지? 비결 좀 가르쳐줄래?'
'내버려둬, 다들. 양반집 자제 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른거지 뭐.'
비수같은 말들이 너를 헤집어.
명백하게 상처를 주기 위한 말들이 너를 향할 때마다 괜찮은 척 해보지만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아.
날카롭게 파헤쳐진 상처들이 끊임없이 쌓여가던 어느 날 결국 너는 쓰러져버려.
기방의 가장 구석진 곳, 네 방에서 잠들어 있던 너는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
워낙 안쪽에 있는 방이라 큰 소리가 날 일이 없는데. 의아해하며 네가 일어나려는 찰나 문 밖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점차 확실해져.
"대군마마, 그 아이는 오늘 아파서 쉬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친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
"마마...옥체에 좋지 않으십니다..그러니 오늘은..."
"시끄럽다. 한마디만 더 하면 목을 벨 것이다."
대군마마...? 라고 잠시 생각한 찰나, 문이 급하게 열려.
잔뜩 굳은 표정의 대군이 문 앞에 서 있어. 잠시 너를 바라보던 대군은 네 방을 둘러봐.
여기가 네가 지내는 곳이구나, 라고 말하는 대군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온 것 같지만 열이 올라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어.
예를 갖추지도 못하고 너는 다시 쓰러지듯 잠에 빠져.
그런 너를 바라보다가 그는 조용히 문을 닫아.
그 날 이후 한동안 그는 오지 않았어. 너를 시기하던 목소리들이 이제는 비웃는 목소리들로 바뀌고 너 스스로도 그는 이제 오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려는 어느 날
그가 기방에 다시 찾아와. 늘 화려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 혼자.
마마, 기별도 없이 어인 발걸음이십니까, 간드러지게 그의 팔을 붙잡는 기생들을 모두 물리친 채 그가 네 방으로 와.
"마마....! 미천한 방입니다. 귀하신 분이 오실 방이 아닙니다."
놀란 네가 그를 만류해보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네 방에 벌러덩 누워.
"오늘은 여기서 묵을 것이니 술상을 차려오거라."
"마마..."
"이 방도 결국 기방에 있는 것 아니더냐?"
"..."
"그럼 술상을 가져오라."
너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술상을 차려와. 술상 앞에 앉아 한 참을 혼자 술을 마시던 그가 갑자기 네 무릎을 베고 누워.
당황한 네가 일어서려 하자 그가 머리에 힘을 주고 꾹 눌러. 네가 일어서지 못하도록.
"...이 작은 방이 네 전부더냐."
"...예?"
"화려한 장신구도, 경대도 하나 없이 아무도 찾지 않는 이 작은 방이 네 전부냔 말이다."
"...예."
"...그래. "
잠시 아무말이 없던 그가 네게 말을 하기 시작해. 아니, 사실은 혼잣말에 가까운 그 말들을 너는 묵묵히 듣고 있어.
'나는, 아바바마의 여섯번째 아들이다. 내 어머니는 궁에서 일하던 무수리지.
그저 하룻밤 왕의 눈에 띄어 나를 가진 것이다. 그래. 이 기방의 기녀들처럼 왕의 씨라고, 대군이라고 아양떠는 사람은 많으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네가 그랬지, 권세보다 살아있는 것이 가장 가치라고. ...그 넓은 궁안에서 없는 이처럼 사는 것이 과연 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느냐? '
매일 네 방으로 찾아오는 그는 조금씩, 네게 자신의 얘기를 늘어놔.
너는 늘 아무말도 없이 묵묵히 듣고 있어.
그가 아바마마의 인정을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정실 왕비 소생의 아들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얼마나 많은 신하들이 그를 인정해 왔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무수리의 피라는 벽 앞에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록 너는 그의 아픔이 마치 네 것처럼 느껴져.
그가 느끼는 외로움, 허무함 그 모든 것들에 가슴이 아파. 그러나 네가 해줄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저 얘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
"제게 왜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내게도 너와 같은 방이 있다."
"..."
"궁안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방이지."
"..."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권세보다 소중한 이와 함께 흙밭을 구르는 삶이 더 소중하다고."
"예.."
"그러니 그 방에,"
"..."
"네가 있어줬으면 좋겠구나."
"예?"
"궁으로 너를 데려가고 싶다."
갑작스러운 그의 말이 당황스러워. 좋은지 싫은지 모르겠어, 그저 혼란스럽기만 해.
그런데,
'내가 가면 그가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네 머리 속을 맴돌아.
'아니.'
그리고 그 대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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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내가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티 새로고침 되더니 지금 이 아래부분이 다 날아가서...하
임시저장도 안돼있구 나도 멘붕이라 일단 이것만 올려요...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너무 자주 끊어져서 죄송합니다...
일단 멘탈 잡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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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고 멘탈부여잡았습니당ㅎㅎㅎ날아간거 어쩌겠어요 다시 써야지..
쓸수록 조각에서 벗어나는 것 같지만요ㅜㅜㅜ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