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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연습실 문단속은 내 차지였다.

딱히 대회가 없는 기간에도 항상 이른 시간에 연습실로 향했기에 자연스럽게 정해진 역할이었다.

그 날도 어느 날과 다름없이 연습실로 향했었다.

예전같았으면 당연히 내가 가장 먼저 연습실에 도착했겠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내가 아닌 다른 남자아이가 먼저 와있었다.

게다가 방금 온 것이 아닌지 제법 스케치의 진도가 꽤 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나는 더이상 연습실의 문단속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항상 그 아이는 나보다 빨랐고, 또 나보다 늦었으니.

그러나 원래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 그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아이 ' 라고만 생각했다.

그게 내가 본 지민이의 첫 인상 이었다.








아침 연습실은 데이트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아무도 없는 연습실에서 서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둘만의 최고의 데이트였다.

서로의 초상화를 선물하기도 하고, 대회에 출품할 그림을 평가해주기도 하였다.
미술 전공의 길을 밟으며 다른 커플과 다를 바가 없는 그런 평범한 연애를 하는 중 이었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지민의 시야는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회에 출품해야 할 그림에 무리한 집중으로 인한 눈의 피로의 결과라고 생각했고, 병원은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을 출품한 후에도 눈은 나아지지 않았고 점점 더 시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뒤늦게서야 찾아간 병원에서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



" 약은, 먹었어? "

시력을 완전히 잃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하였다.

그나마 약을 먹는 것으로 늦추곤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지민이 보는 세상은 좁아지고 어두워져만 갔다.

그러나 오히려 그럴수록 지민은 그림을 그렸다.

눈의 피로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사의 말조차 듣지 않았다.

약을 먹기 전의 일상과 다름없이 연습실의 문단속을 하고, 저와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달라진 것은 제 휴대폰에 지민을 걱정하는 지민의 부모님 연락처가 추가된 것 하나 뿐이었다.





그런식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니 지민의 눈은 빛의 유무를 구분하는 것 외엔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연습실을 찾아오는 지민에 저는 이미 오래 전 두손 두 발을 다 든 상태였다. 

그렇게 어느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연습실의 데이트를 즐기다가 지쳐서 연습실 한쪽에 누워 잠에 빠졌다.

두시간 정도를 자다가 잠에서 헤어나왔을 때였다.

시계는 오후 네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해가 지려면 아직 꽤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 우리 꽤 오래 잤나봐, 벌써 해가졌네. 나 불 좀 켜줘 "

 곧이어 저를 따라 일어난 지민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 저를 그대로 굳게 만들어 버렸다.

외면해버리고 싶었던 그 순간이 바로 제게 닥쳐오자, 아직 말을 배우지 않은 아이마냥 작은 웅얼거림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평소 해가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연습실이었기에, 지민은 저의 눈에 영원한 어둠이 내려 앉은 줄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재촉해오는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 지민아 전기가 나갔나봐, 불이 안들어와 "

애꿎은 스위치만 달칵거리며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민에게 한 저의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 할 것이 뻔했다.

" 지민아 가만히 앉아있어, 나 경비 아저씨 불러올게 "

거짓말이 끊기지 않고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 또 다시 거짓말을 했다.

경비아저씨를 불러 온다던 나는 그대로 짐을 챙겨 연습실을 나왔고 울며 지민의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받았다가 끊으시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습실 문 앞에서 울고있는 자신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위의 시선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않고 하염없이 울기만했다.

항상 제 말이면 곧잘 듣곤하였던 지민이었기에 보나마나 연습실 그 자리에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뻔했다.

제 눈물로 인해 눈 앞이 흐려 질 수록 지민의 잔상은 선명해져만 갔다.

손으로 닦아봐도 계속 눈에 밟히는 지민에 미친 사람처럼 끊임없이 눈물을 뱉어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연습실에 발걸음을 들이지 않았다.




지민아, 너는 참 어둠을 무서워했는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널 어둠 속에 혼자뒀어.

너는 네게 완전히 어둠이 내린 그 순간까지도 빛을 찾았는데, 난 오히려 네게서 멀어졌어.

자꾸만 네가 선명해지는 이유는 네가 그리워서일까 아니면 널 두고 온 죄책감 탓일까.










새해 인사를 하기엔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는 웃는 일만 있기를 바래요 :)
언제쯤 웃는 글을 들고 올까요....?
몇 개 쓰지 않았는데 그 몇 개가 죄다 웃는 글이 아니니.....
이번 편은 번외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언제 올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더 담고싶은 내용이 존재하긴 합니다ㅎㅎ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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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ㅜㅜㅜㅠㅠㅜㅠㅠㅜㅜ완전 슬퍼요ㅜㅜㅠㅜㅠ번외가 시급합니다!ㅜㅠㅜㅜ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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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정말..지밈아ㅜㅠㅠㅠㅠㅠㅠㅠ불 좀 켜달래ㅜㅜㅠㅜ너무 안쓰럽네요..번외 기대할게요ㅠ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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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ㅠㅠㅠㅠ작가님 정말ㅜㅜㅠ 제 사랑 받으세요ㅜㅠㅠ 너무 슬퍼.. ㅠㅠㅠ ㅠㅠㅠㅜㅜ 안쓰럽다 진짜 ㅠㅠㅠ 작가님 신알신하고 가요 ㅠㅠ 이런 분을 왜 이제서야 발견했지..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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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지민아ㅠㅠ 지민이가 너무 안쓰러워요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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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ㅠㅠㅠㅠ브금도 그렇고 너무 아련터져서 진짜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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