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암호닉
We are one
上
M김민석·H루한·B변백현·K김종인·S오세훈
中
C김종대·Y박찬열·D도경수
下
J김준면·R크리스·L레이·T타오
01
누구나 시련을 겪기 마련이다. 엑소도 피하지 못했을 뿐 12명이라는 사람이 언제나 마음이 같을 수는 없는 일 이다.
서로에게 맞춰주며 노력하던가
마음맞는 아이들이 끼리 모여 무리를 나눈다던가
아니면, 아. 우리는 꽤나 안 맞네. 그냥 거기서 끝낸다던가.
02
회사에서 나눠준 종이뭉치를 들고 계속 중얼중얼 거렸다. 이 질문에는 이 대답, 저 질문에는 저 대답.
저는 곰돌이 인형을 제일 좋아해요. 귀엽잖아요.
첫키스요? 20살 때 해 본 것 같아요.
아직까지 연애는 아닌 것 같아요.
가지고싶은거 없어요. 지금 저에게 만족해요.
겸손이 아니에요, 제 생각이 그런거에요.
제 인기에 어깨를 으쓱거리기보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게 더 중요해요.
연애요? 안해요.
서로 미워한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근데 이제는 서로 다 싫어하는 거, 좋아하는 거 다 아니까 그럴 일 없어요.
모두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쭉 갈 수 있을테니까요. 언제나 외치잖아요. 'We Are One.'
여자친구보다는 팬분들이죠.
우리는 많이 차별화 됬어요. 색다른 퍼포먼스. 당연히 힘들었죠. 근데 싸우진 않아요. 서로 이해해 주니까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인터뷰하고, 이야기 하고 나니 나는 지금 개념있는 아이돌이 되어있다.
개념있네.
저 나이에 저 정도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얘가 참 바르구나.
사람 멍해지게 하는 멘탈이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저를 이렇게 생각해주셔서.
저를 이런 이미지로 만들어주셔서.
03
짜고치는 해체
소속사에게 어떻게 행동 해야 할지 지시를 다 받은 엑소, 준면은 따로 소속사에서 건내준 종이를 읽고 시트콤에서 까메오로 출연한 적 많았던 백현과 찬열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루한은 입을 꾹 다물고 간간히 한숨을 내뱉었고 타오는 고개를 숙이다 결국 터트렸다. 시켜서 하는 행동들. 절대 자신들의 생각이 아니다.
아무리 거짓이라도 12명이 진실이라며 모두가 입 맞춰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진실이 된다.
04
12명이 마지막 해체 관련 회의로 회의실에 모였을때, 모두가 각각 생각이 있으나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이, 이루고픈 생각이 다 있으나 묵묵히 앉아만 있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에 생겨난 것이다. 압박감과 긴장감. 그리고 이 이야기를 누군가 관계자에게 모두 말할 것 같은 그런 느낌. 찬열이 소속사가 싫다며 말했다. 이 는 찬열이 11명을 믿고 있다는 것. 너희를 믿으니까 내가 말을 하는거야.
찬열의 말에 혼동이 왔지만 결국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05
재계약하자, 넌 충분히 성공 할 아이야.
당연스럽게 종인을 먼저 잡았다. SM에서 춤을 몇 년이나 했더라.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모두를 SM에서 보낸 종인은 잡 을 수 밖에 없었다. 뛰어났다. 춤 선 하나하나가. 28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린 생각을 하곤 했었다. 우리가 밀어 줄게, 너 힘들면 바로 병원도 보낼게. 다음은 레이였다. 작곡을 할 줄 알고, 노래도 어느 정도 해 나가며, 종인 만큼 춤을 잘 추는. 만능인?
12명 중 2012년 부터 데뷔해서 점점 실력을 쌓아갔다. 노래가 부족했던 종인은 태민처럼 서브보컬 위치에 올랐고. 노래로 들어왔으나 영 파트가 나오지 않던 민석 역시 더 좋아진 노래실력으로 루한과 마주했다.12명 모두가 각각의 면에서는 뛰어났으나, 우리는 그런 아이 보다는 여러방면에서 여러가지 모두 뛰어난 아이가 필요하다. 이쪽으로 나가도 손실없고, 저쪽으로 나가도 충분히 인정 받는.
06
난, 이 기획사가 싫어. 찬열이 입을 닫았다. 찬열은 11명 모두를 믿었지만, 그들은 서로 서로를 믿지 않았다. 찬열의 믿음이 깨졌다. 회의가 끝나고 관계자에게 찬열의 이야기를 말하면서도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계약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싫다고하더라구요, 소속사가. 적대감이랄까요. 한명이 아니라, 다수였다. 찬열은 재계약 소리도 못듣고 쫒겨나 듯 소속사를 나왔다. 허탈감, 좌절감. 또 한편으론 분노. 난 너희를 믿었는데.
07
불화의 시발점, 사생.
한번 더 눈가가 찌푸려졌다.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볼 때마다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벤을 타고 이동하면서 창 밖을 보면 벤을 향해 달려오는 팬들은 흡사 인간에 굶주린 좀비 떼 같았다. 지겹다. 이 모든 생활이. 거칠게 제 옷을 잡아당기면, 한 줌 뽑을 것 처럼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신체를 만지는 역겨운 손까지. 힘들게 벤에 올라타면 가방엔 무언가가 가득 쌓여있다. 절대 가방에 손을 넣지 않고 그냥 차 안에 처박듯 던진다. 정신병이 생길 정도다.
08
팬도 넘지말아야 할 선이 있다.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한다. 한편으론 돌아 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한 소속사를 탓했지만, 이젠 그저 자포자기다. 탓해봤자 삶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남은 생활을 이리 찌들려보내야하나. …. 제 친구들에게 걸려오는 협박성 전화. 가족에게 까지 미치는 영향을 보면 다 포기하고 싶다. 가수? 이럴려고 된 게 아니다. 차라리 뒤를 따르라는 아버지 말을 들을껄. 그 길은 네 길이 아닌 것 같아. 친한친구의 말을 그냥 들을껄.
09
그냥 익숙한 얼굴을 잡고 뺨이라도 쳐버리고 싶다. 너 왜 내 몸 만져. 너 왜 내 가방에 생리대 넣어. 분이 풀릴 때 까지 때리고 싶다. 당연히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이겠지. 그냥 노래 부르는게, 춤추는게 좋았는데. 옛 아이들과 어묵이나 한 입 베어물고. 평소처럼 PC방에 박혀 같이 롤 플레잉도 해보고, 친근한 욕도 주고받고 싶은데. 한 곳을 응시하며 멍해진 머리에 고개를 흔들고 다시 대본을 들여다보았다.
10
불화설
사생
각만이는 그냥 불이나 써야겠쟈냐 |
기빨리는 날에는 이런글도 괜찮쟈냐 근데 스토리가 미흡하쟈냐 울쟈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