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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에일리언









"민석아! 루한!"

아, 저 새끼 또 왔네……. 루한은 욕을 읊조리며 가방을 둘러맸다. 민석을 다치게 했다는 명분으로 계속 들러붙는 종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사교성 넘치는 종대는 민석에게 들러붙는 것 뿐만아니라 상당히 종대가 귀찮은 외계인형, 루한에게 자꾸 들러붙었다. 대개는 이런식으로 말을 걸어온다. 루한, 넌 왜 그렇게 잘생겼어? 루한, 너 사슴 닮았어. 루한, 넌 너무 사랑스럽게 생겼어. 아무리 그래도 남자에게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낸다는 것은 영 불편한 일이다. 의외로 상남자 스타일이였던 루한은 종대의 이런 말들이 영, 거북하기만 하다. 게다가 민석과 저렇게 짝짝쿵이 잘 맞는 것도 영 거슬리고. 저보다 어린 동생들이라 참으려 했으나 참아지지가 않는다. 

"야야, 민석아. 나 오랜만에 너희 집 가면 안돼?"
"아, 그럴…"
"안돼, 중국인. 니가 거길 왜 와?"
"……엉?"

루한의 차갑기 그지없는 말에 종대가 입을 헤, 벌리고 되물었다. 왜, 왜 그래에……. 민석이 미쳤냐는듯 루한의 어깨를 툭 치며 말렸다. 그러나 루한의 얼굴에는 아직도 짜증이 가득하다. 

"준면이는 가게 해줬다며…술도 마셨다고…"
"맞아 맞아! 술도 마셨지롱~"

아, 저 눈치없는 세기말 냄새나는 새끼. 루한이 준면을 향해 눈을 확 흘겼다. 야, 너 입 열면 죽는다. 걸어다녀도 죽는다. 왜냐하면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세기말 냄새나니깐. 그래도 형이라고 왠지 무서운 루한의 눈빛에 준면은 입을 닫는다. 

"뭐야, 난 왜 안돼? 나도 친군데."

너도 친구지만 아주 귀찮은 친구기때문에 안돼.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루한은 말없이 종대를 흘겨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민석과 굉장히 친한 친구였고, 김종대 자체가 나쁜 녀석은 아니였기에 여기서 더 까칠하게 나온다면 저만 이상한 인간,이 아니고 외계인 형이 되는 것이다. 루한은 재차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넌 안돼. 안된다면 무조건 안되는거야. 그러자 풀이 죽는 종대였다. 어째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잔해지는 것 같기도하고, 아닌 것 같기도하고. 에이씨, 모르겠다.

"가! 그래, 가가가, 가가!"

정말? 그래도 돼? 종대가 민석을 향해 물었다. 민석이 조금 곤란한듯 웃었지만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루한이랑 같이 살아? 너희 집 간다는데 왜 루한이 싫어하지."
"…그냥 쟤는 나 챙겨준다고 그런거야."

같은 집에 사는 외계인 형이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뭐, 손님인척하면 괜찮지 않을까. 아무래도 종대를 귀찮아 하는 것 같으니 제가 굳이 잔소리하지않아도 지난번과 같은 뻘짓은 하지 않겠지. 민석은 해맑게 웃으며 종대와 탕탕 뛰어나간다.

"…에이씨."

두 사람을 보며 짜증을 토해내는 루한이였다.












코드네임 에일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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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장(2)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방에서 칠판을 가지고 나온 루한이였다. 아니, 저게 뭐야. 집주인 민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한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루한이 염력, 이라며 작게 속삭인다. 분명히 학교에서 염력으로 가지고 왔을거다. 이 놈의 능력남용 외계인.

루한이 염력으로 사들고 온 맥주와 오징어를 잘근 잘근 씹고 있던 어린양들은 갑자기 등장한 칠판에 연신 우와, 우와를 내뱉으며 벌떡 일어난다. 

"앉아."

물론 다시 앉았다.

"자, 일단 온김에…생각을 해보자는거지."
"뭘?"

민석이 물었다. 그러자 루한이 분필을 들어 서걱 서걱, 무언가를 적기 시작한다. 짜잔-하는 같잖은 소리를 내며 보여준 것은 다름아닌, 반장. 괜시리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하는 민석이다. 

"반장?"

종대와 준면은 의문이라는 얼굴로 루한을 응시했다. 루한은 말없이 반장을 툭툭 치고, 민석을 가리켰다. 그러자 두 사람의 입에서 아아, 하고 바보같은 탄성이 터졌다. 그래,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1년넘게 반장을 짝사랑 중인 의외의 샤이보이 김민석. 준면이 괜시리 민석의 옆구리를 푹 찌른다. 아, 하지마. 아, 왜에? 친구 옆구리 좀 찔렀다고 되게 그러네. 아, 냄새난다고. 냄새? 준면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 옷에 코를 박고 킁킁댔다. 야, 냄새 안나! 완전 다우니향 나는데. 그 향말고, 세기말 냄새. 민석이 혀를 끌끌차며 대답했다. 

"야, 시끄럽고. 존나 저 병신 같은 김민석이랑 반장이랑 이어줘야한단말이야."
"…왜?"

그릇 깨서. 민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루한을 응시했다. 루한은 괜히 모른척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한다. 

"저 병신같은거 언제까지 보고 있을래? 쟤는 저대로 두면 아마 서른 한살까지 모태솔로로 살다가 우연히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짝을 틀었는데 모태솔로 특집 1호님으로 나와서 프로포즈 하면서 질질 짤거란 말이야."
"존나 구체적으로 제 미래를 예상하시네요?"

민석이 영 빈정상한다는 얼굴로 루한을 응시하며 말했다. 새끼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잖아. 루한이 괜찮다며 민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무튼, 고백은 일단 하고봐야한다는거지. 그래서 내가 저 새끼 몸 좀 탄탄하게 해주려고 운동을 시켜보니까 저 지경이 됐어요."

루한이 민석의 무릎을 가리키며 말했다. 종대는 또 울상이 되었다. 민석은 괜찮다며 종대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종대야. 너 때문에 뼈가 보여서 골로 갈뻔했지만,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넌 또 뭘 그렇게 잘안다고 이어준다고 난린데?"
"…뭐?"

민석의 비웃음 섞인 질문에 루한이 기가찬다는듯 콧웃음을 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눈을 뜨고 날 잘봐. 잘 모르겠냐? 어? 딱 봐도 인기 많을 것 처럼 생-"
"어어, 맞아. 맞아, 맞아!"

말도 끝나기 전에 맞장구를 치는 종대였다. 아, 쟤는 또 왜 저래……. 루한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말을 이어붙인다.

"아무튼, 우리 고백을 하려면 밑밥을 깔아야하잖아. 어? 얘 괜찮은데? 하는거. 여자애들은 그런걸 좋아해요."
"오오-"
"그리고 여자는 굉장히 섬세한동물이라서, 섬세하게 챙겨주는걸 좋아해. 김민석이 또 그런걸 잘하잖아?"

맞아, 맞아. 준면과 종대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건 김민석이 너무 쑥맥이라는건데…좀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멋진, 이런게 뭐가 있겠느냐고."
"…저요!"

내 이름은 세기말 거꾸로하면 말기세 준면이 손을 번쩍 들었다. 

"네, 대답해보세요 준멘이 학생."
"제가, 만화를 보면서 익힌건데요-"

불안하다.

"네…에?"

루한이 불안한듯 준면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만화에서 보니까 여자친구들이 이런걸 좋아하더라구요."
"…뭡니까, 대체?"
"히메, 너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수놓아진 별…"
"시바, 히메래 미친거 아님?"

루한은 순간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냅다 분필을 준면의 정수리에 꽂았다. 미친거 아님? 하다 하다 진짜 세기말로  돌아간거 아니야? 

"으으- 넌 도대체 무슨 만화를 봤길래 그래? 그런 대사 요즘 만화에도 나오냐?"

웬만해서는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종대가 팔을 벅벅 긁으며 물었다.

"오란고교 호스트부."

야야, 꺼져! 꺼져! 민석이 두 발을 가지런히 모아 준면의 엉덩이를 주 차삤다. 준면은 그래도 좋다고 호구처럼 허허 웃고있다.

힘을내요, 준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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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출동."
"…꼭 해야해?"

민석이 울상을 지으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어, 해야해. 루한의 단호한 얼굴에 민석이 착잡한 심경을 티라도 내는 듯 마른세수를 한다. 벌써 마른세수만 몇 번째 하는것인지 얼굴 가죽이 벗겨질 지경이었다. 

"야야, 얼굴 빨개지잖아. 그만하고 출동."
"…아, 싫다고 진짜!"
"가서 말 걸어보라는게 그렇게 어렵냐?"
"그냥 말거는거냐? 존나 그거 준면이 아이디어잖아!"

아이, 씨. 자신에게서는 세기말 냄새가 아니라 다우니향이 퍼진다고 떼를 쓰는 준면이 조금 가여워서 그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루한이였다. 아무리 그래도, 남의 인생이 반쯤 걸쳐진 문제인데 불쌍하다고 덥썩 덥썩 받아들이면 정치인은 왜 있고 대통령은 왜 있겠는가. 아주 비리의 끝을 보여준다, 저 우주 깡패. 민석은 생각만으로도 붉어지는 미친 시나리오를 찢어버리고 싶었으나 외계인형의 따가운 눈초리에 한숨을 내쉬며 출동준비를 한다.

"야, 아까 내가 말한대로 잘 해라."
"진짜 다 미쳤어…김준멘 이 새끼 내가 죽일거야 진짜……."
"투덜대지마. 남자답게! 딱 도전해."

이런걸 도전해야해? 도대체 왜? 민석은 짜증과 함께 피어오르는 의문들을 애써 잠재운채 연기를 시작한다. 계획은 이러했다. 준면과 루한, 이 둘과 혼을 놓고 장난을 치다 반장과 부딪히는 것이다. 그리고 개구쟁이처럼-이 단어를 21세기에 사용할 줄 몰랐다-웃으며 자연스럽게 어필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말을 거는 것인가, 시비를 거는 것인가. 얼굴만 험악하면 지나가는 깡패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대사 한마디면 된다. 어이, 아가씨- 예쁜데? 아오, 미치겠다. 민석은 한숨을 내쉬며 터덜 터덜 이 오글거림의 근원지 준면과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밑밥을 까는 중이였다. 

반장이 온다.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울상이다. 신경쓰인다. 민석은 반장을 힐끔 힐끔 살피며 슬금 슬금 출동 하기 시작했다. 루한이 지금이라며 신호를 주자 민석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였다. 루한이 민석의 어깨를 치면서…

"으악!"

민석이 넘어진다. 반장은 멍하니 서있다 가볍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난다. 어어, 야야! 추락하는 민석을 발견한 루한이 다급하게 민석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때, 하필이면 준면의 발이 루한의 발에 부딪힌다. 

"……."

넘어진 민석의 위로 루한이 보기 좋게 넘어졌다. 그 찰나 어떻게 잡았는지 민석의 머리를 손으로 감싼 루한이었다. 준면이 경악한다. 이건 로맨스 드라마에서나 나온다는, 그 유명한 장면. 

"…김루한, 죽고싶냐?"
"어,어?"

루한이 그저 허허 웃는다.











"야, 소문이 자자하더라."
"뭘."
"게이커플."

……찌발. 민석이 머리를 마구 헝크렸다. 언제 소문이 종대네 반까지 퍼졌는지는 몰라도, 어느새 자신과 루한은 공식 게이커플이 되어있었다. 루한은 그저 병신처럼 허허 웃고있을뿐이였다. 그릇 변상을 한다더니 제게 변만 주고 있는 루한이였다. 짜증난다. 화가 난다. 저작권협회는 얼어죽을 인권도 제대로 지켜지지않고 있다. 민석이 한숨을 내쉰다.

"애들이 다 이걸로 드립치고 다니던데."
"…아오 진짜!"

오오, 왜에- 민석이 때리는줄 알고 최선을 다해 얼굴을 방어하던 루한이 쑥쓰러워하며 괜히 큼큼, 헛기침을 한다. 

"존나 사건의 원인은 다 김준멘새끼때문이야."

야, 오글분자. 또 만화책을 읽고 앉아있는 준면을 부르는 민석이다. 준면은 상큼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웃는다. 아, 저 새끼는 웃는 것도 못생김. 민석은 분노가 치미는지 머리를 또 잔뜩 헝크린다. 루한은 괜히 또 민석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그런 루한을 민석이 매의 눈으로 째려본다.

"다 너 때문이잖아!"
"…야, 난 뭐 그렇게 될 줄 알았냐…?"
"애초에 도와준다고 말을 하질 말던가. 이게 뭔데?"
"…반장이랑 넘어질줄 알았지, 나랑 넘어질줄 알았냐…?"
"초능력은 뒀다 뭐함?"
"그럼 나보고 너 안고 그 자리에서 사라지라고? 그럼 우리 지금쯤 얼굴도 못들고 다녔을거다."

입만 살아있지, 아주. 민석이 루한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다. 이게 스물 네살이 할 짓이야? 어? 형이고 뭐고 그냥 철딱서니가 없어가지고!

"야야, 너무 그러지마…루한이도 너 도와주려고 그랬겠지."

종대가 슬며시 민석의 손을 떼어놓으며 말한다. 그러자 민석이 눈을 확, 흘긴다. 종대는, 또 깨갱.

"반장이 어떻게 생각했겠어, 나를?"
"게이라고 생각했겄지."

루한이 귀를 후비며 말한다. 아주 평안하셔? 엉? 너무 편안해 보이는 루한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루한에게는 이미 소리 없는 아우성일뿐. 또 다시 등장한 재수없는 이계인형이다. 민석이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든다. 이 놈의 외계인 애초에 받아주는 것이 아니였다. 영 의심스러운 것이, 이상하다. 알고보니 다 사기였고 인간인 것은 아닐까. 민석은 답답한 제 속을 팡팡 친다.

"근데 너 무릎은 좀 괜찮냐?"
"안 괜찮다, 이 게이야! 이 씹게이야!"
"그랭~"

민석이 몸을 가볍게 흔들며 얄밉게 대답하는 루한을 실의에 빠진 표정으로 응시한다.…내가 죽어야지, 내가. 민석은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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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겸허한 마음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책이나 좀 읽어볼까, 하고 온 것이다. 민석은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재밌어보이는 소설을 하나 가져와 펼쳤다. 역사소설이었다.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 게이 레전설을 만든 그 상황이 자꾸 떠올라서 괴로울 것 같아 부러 멀리 떨어진 장르를 골랐더랬다. 이런 상태에서 팬픽이 써질리도 없고, 민석으로써는 미칠지경이였다.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운동장에는 루한 및 다수가 축구를 하고 있다. 무릎은 여전히 욱신거리고, 창피를 당한 마음도 여전히 욱신거린다. 여기 이불이 있었다면 저 하늘 위로 뻥뻥 차줬을텐데, 집에 가려면 아직도 수업이 여러개 남아있고. 아아-.민석은 자꾸만 떠오르려는 그 장면을 애써 지우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똑똑.

그 때였다. 누가 민석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두드린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든 민석의 표정이 바로 썩어들어간다.

"마이 네임 이즈 게이~ 애인 이즈 루한~ 루한 온리라는 민석~"

씨발……. 찬열이다. 결국 찬열에게까지 이 사건이 들어간 것이다. 아주 가지가지해요, 도서실에서. 민석이 스텝을 밟아가며 놀리고 있는 그에게 중간 손가락을 날렸지만 게이 드립으로 중무장한 찬열에게 먹혀들어갈리가 없다. 민석은 이제 울상이 되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찬열의 얼굴은 도비를 닮아갔다. 

"됴비."

그 때였다. 자칭타칭 찬열 단속반, 혜빈이 나타났다. 오오! 민석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찬열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른 혜빈이 손을 뻗어 찬열의 교복 자켓 뒤를 턱, 붙잡는다. 

"아아, 이거 놔 박혜빈!"

도서실이라 차마 크게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찬열이다. 키도 한참 큰 찬열이 혜빈에게 붙잡혀 바둥거리는 모습이 마치 생선회를 떠오르게 했다. 굉장히 볼만했다.

"애 그만 놀리고 빨리 꺼지자. 너 교무실 청소 안해놨더라. 너 이제 담임함테 죽음."
"야야, 놓으라고!"
"놓긴 뭘 놔."

민석이, 빠이- 혜빈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인사하고는 찬열을 질질 끌고 사라졌다. 그래, 혜빈아 잘가- 고마워! 민석이 밝은 표정으로 밝게 인사했다. 역시, 박퀴벌레 잡는 데에는 혜빈킬라다. 민석은 어깨를 으쓱이며 행복해 했다. 

다시 집중에 들어간다. 민석은 서서히 책에 빠져들어간다. 게이 레전설도 생각나지 않을만큼,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것도 잊을만큼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때,똑똑,하는 소리가 재차 울렸다. 한 번 당한 전적이 있는 민석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제가 그렇게도 바라던 반장이, 서있었다. 

"민석아."
"어?"
"쉿."

반장이 귀엽게 웃으며 쉿, 이란다. 민석은 속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반장 말 그대로, '개'귀엽다. 반장, 결혼해요.

"너 이거 냈어?"
"아."

아침에 담임선생님께서 제출하라고 한 설문지였다. 민석이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그러자 반장이 손에 들린 몇 장의 종이를 민석에게 내밀며 그의 앞에 앉았다.

"그럼, 이거 지금 해주라."

어?어어, 그래야지! 민석이 하하 웃으며 반장이 내미는 설문지와 볼펜을 집어들었다. 괜시리 심장이 쿵쿵쿵 뛰었다. 자꾸 볼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힐끔 힐끔 반장을 훔쳐보는데 마음이 터질 것 처럼 두근거렸다. 아, 정말 미치겠다. 반장의 손 끝을 보는 것만으로도 떨린다. 

"민석아."
"어,어?"

민석이 어정쩡하게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반장이 재차 검지를 제 입에 가져다 대며 쉿, 이란다. 움짤로 만들어놓고 싶은 심정이다.

"너 루한이랑…친해?"
"…루한?"
"응. 엄청 친해보여서."
"너도 혹시 그…게이…"
"하하, 아니야."

반장이 맑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내젓는다. 휴-. 민석이 겨우 웃는다. 반장까지 오해하고 놀릴까봐 무서웠다. 

"그냥, 너 루한이랑 많이 친해보여서."
"…아, 뭐. 그냥 자리가 가까워서 그래."

자리가 가까워도 너무 가깝지, 그 우주깡패와. 집도 가깝다 못해 같으니. 민석이 허허 웃었다.

"그래? 그럼 루한은 성격이 어때?"
"…성격?"

굉장히 이상하지. 그러나 차마 그렇게는 대답할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저를 도와주겠다고 온 외계인형인데 성격파탄자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민석이 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그냥, 뭐-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말했다. 그러자 반장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상한데, 분위기가 묘한데. 민석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수줍게 웃는 반장의 모습이 그저 귀여워 아빠 미소를 짓는다. 

"아, 맞다. 아까 넘어진 건 괜찮아?"
"괘, 괜찮아."

민석이 붉어진 볼을 긁적이며 끄덕였다.

"너 축구하다가 무릎도 심하게 다쳤다며. 조심해."
"…아, 응…"

패닉이다. 대 패닉. 반장이 조심하란다. 민석은 너무 좋아 바보처럼 헤헤 웃고 말았다.

"설문지는 다 했어?"
"어,어? 아- 응…"

민석은 자꾸만 떨리는 손을 감추며 설문지를 내밀었다. 반장의 하얗고 조그마한 손이 종이를 받는다. 아…정말, 결혼해요. 민석은 지금 죽어도 좋을만큼 행복했다.

"그럼 나는 가볼게. 다친거 조심하고!"
"아…응!"

하.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날도 오는구나. 열 여덟 민석의 마음이 부들 부들, 녹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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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학교를 갔다오자마자 팬픽을 쓰러 들어갔던 민석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재방송을 시청하며 새우과자를 집어먹던 루한이 뇌쇄적인 표정으로 돌아봤다. 왜 그래, 이 팬픽쟁이야. 민석이 다리를 열심히 굴리며 입을 열었다.

"나 고백해볼래."
"… I wanna go back, 허… ?"
"뭔소리야. 고백해본다고."
"아, 고백한다고?"

갑자기 한궈랩을 하던 루한이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갑자기 팬픽 쓰다 튀어나와서 고백을 해보겠다니, 참 가지가지하는 고등학생이다. 

"근데 너 오늘 도서관 갔다오고나서 이상하다? 병신같이 웃음을 실실 흘리질 않나."
"히히."

존나 병신같아. 그렇게 하지마, 민석아. 루한이 정말 아니라는듯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설레 설레 젓는다. 

"고만 뛰댕겨. 아래 층에서 욕하겟다."
"아, 나 진짜 고백할거야!"
"…뭐야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래? 게이로 소문난게 그렇게 좋냐?"
"어어! 좋아!"

민석이 유치원생처럼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민석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루한은 민석을 안타깝게 응시하며 고개를 설레 설레저었다. 힘을 내요, 김민석의 정신이여. 

"고백할거야!"

몇 번을 말해, 그걸. 루한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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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쌓아놓았던 분량들이 사라져서...이제 폭풍업뎃은 안되겠지만ㅜㅜ
(ㅋㅋㅋ사실 안달나서 바로 올지도 모르지만ㅋㅋ)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 달아주시고 봐주셔서 감사해요!



암호닉

우유향
홍홍내가지금부터랩을한다
만두짱
은팔찌
루한부인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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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ㅋㅋㅋ만두짱이에요 말해봫다고 고백이라니ㅜ너무성급한거아니냐며.. ㅋㅋ 둘이 학교에 소문까지나고 재밌어지네요 잘봤어용!
12년 전
대표 사진
ㅋㅋㅋ그런가요?ㅋㅋㅋ아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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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저..저기있는 마이네임이즈 게이 혹시 설마..제가 아는 샤니찡들의 샤월랩인가여? 라임 산다고 따라불렀는데 마치 정해진것처럼 샤월 노래같이 리듬을 타고있더라고여....핳...풋님...ㅋㅋㅋㅋㅋ 드립력이 날로 좋아지셔서 뭐 하나를 콕찝어 웃기보단 계속 웃게되네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내스탈ㅋㅋㅋㅋㄱ 우유향이에여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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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어...그거맞는뎈ㅋㅋㅋ역시 뭘 아시는 우유향님ㅋㅋㅋㅋㅋㅋㅋ아 감사합니다! 늘 걱정하면서 올리는데 이렇게 뙇 말해주시고. 감사합니다! 사랑해용♥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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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홍홍내랩이에여!! ㅎ헿 신알신 와서 달려왔지요!!!!ㅋㅋㅋ.. 지인 중에 민석이 같이 아워너고백!! 하는 애가 떠오르네요ㅎㅎㅎ ㅎㅇ 보고있나?! ㅋㅋㅋㅋ 잌ㅋㅋㅋㅋ그나저나 ㅋ큐ㅠㅠ작가님 유머가 날이 갈수록 넘치시네요ㅠㅠㅠㅠㅠ사랑해요ㅠㅠ으헝헣 덕분에 광대가 승천.!!ㅎ 루민이들이 언제 행쇼하게 될지 궁금하네요ㅎㅎ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아후ㅜ왜이렇겤ㅋㅋㅋㅋ다들너무귀엽져?오늘ㄹ준멘ㅋㅋㅋㅋ아낰ㅋㅋㅋㅋㅋ역시준면^^(찡긋!)반장찡ㅇ이너무너무부러울뿐이네요..★아워너고백!!가라 민석몬!!!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귀여워요ㅠㅠ다들너무캐릭터개성있고최고최고!!흫흐흐ㅡㅎㅎㅎ루민이들행쇼를기대합니당!!!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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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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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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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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