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개학을 하루 앞둔 호그와트는 꽤 시끌벅적했다. 아직 학기가 시작되지 않아 온종일 장난칠 궁리만 해대는 재학생들과 새 학기 신입생 맞이로 바쁜 선생님들. 교내가 이렇게 바쁜 데는 따로 이유가 있었다. 호그와트, 보바통, 덤스트랭 세 학교가 손을 잡고 개혁을 단행한 것. 세계화를 이유로 입학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개ㅅ리와 함께 기존 순수 영국인에서 서양인으로, 혼혈까지는 입학을 허용했던 것이 동양인까지로 범위를 수정한 것이다. 그 첫 시작이 이번 학기가 되어 선생님들은 입학하자마자 고학년이 되는 학생들의 보충 수업 준비가 한창이었다. 더 많은 학생이 교육을 받게 된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덕분에 mud blood, 잡종이란 단어가 꽤 여러 의미를 지니게 됐다. 개중에는 나도 포함이었다.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짓궂은 슬리데린 아이들의 멸시 대상이었다. 두꺼운 전공 서적이 없어지는가 하면 교복에 오물을 쏟아놓는다던가 하는 유치한 장난질들이었지만. 아무튼 동양계 아이들이 오면 그들의 장난 대상이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하는 짓이라곤 그거밖에 없는 머저리 같은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머저리들과 어울리는 내가 있고.
엠마와 크리스틴은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과 어울리는 이유는? 딱히 없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귀찮았을 뿐. 호그와트의 쌍년들이라 칭해지며 mud blood들과 돌아다니느니 차라리 극심한 인종차별주의 멍청이들과 다니는 게 훨씬 나았다. 공부라도 잘해서 무시를 덜 받는 편이 빨랐다. 주목받는 게 싫어서 후플푸프로 왔는데 후플푸프로 와서 더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무엇인들 못 하리. 나는 그 더러운 호칭을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 노력 중이었다.
"OO양?"
적어도 맥고나걸 교수님께 불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있으니 걔들이 적응하는 걸 도우라는 거죠?"
"그래, 슬리데린의 초이양이 너를 추천하더구나. 친절하고 똑똑하기까지 하다면서 말이야."
Shit. 지금 내 심정을 표현할 말은 Shit, 그뿐이었다. '조용히 살고 싶다.' 하나뿐인 내 간절한 바람조차 내 인생은 도와주지 않는다. 내 인생을 주관하는 사람이 있다면 필시 나의 원수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교수님께 "아니요. 저는 제 인생을 위해서 거절하겠습니다."라는 멍멍이 같은 소리를 지껄일 수 없기에 조용히 받아드렸다. 교수님 방에서 나오자 엠마와 크리스틴은 예상대로 머저리 같은 이야기나 늘어놓고 있었다. 위즐리 가게에서 산 사랑의 묘약과 핀에 관한 이야기였다. 핀은 래번클로 퀴디치의 수색꾼인데다가 차기 주장 감인 아이였다. 거기에 마법 실력도 나쁘지 않고 래번클로라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았다.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왕자병이 심하다는 정도? 엠마와 크리스틴처럼 머저리 같은 아이들이 좋아할 상이었다. 진정으로 내 인생을 함께 걱정해 줄 사람이 이 학교에 한 명 없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 우울해졌다. 당장에라도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싶었다. 나에겐 약간의 관심도 가지지 않는 아이들에게 나는 없는 병을 만들어 내며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나는 잠깐 눈을 붙였는데 깨어나 보니 해가 떠 있었다. 푸르스름한 하늘에 조금 으슬으슬했지만, 그것보다 나는 그토록 싫었던 오늘이 온 사실에 충격받았다. 그러니까 꼬박 몇 시간을 잔 거야. 나는 마치 그 날인 여자애처럼 최소 10시간 이상을 누워 자고 있었던 것이다. 기숙사에서 어슬렁어슬렁 나와 교내 식당으로 가자 대니가 날 반갑게 불렀다.
"왜 이제야 나와? 한참이나 찾았어."
"방금 일어났어."
"엠마가 넌 이미 식당에 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 애 말을 믿니, 넌?"
일단은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게 먼저였으므로 나는 치킨 몇 조각을 집어 들었다. 대니는 우리 집 주변에 살던 남자아이였다. 모양새만 남자애지, 속은 여자애나 다름없었다. 신중하고 섬세하고. 그래서 친하게 지내는 걸지도 모르겠다. 주린 배를 조금 채우고 나니 덤블도어 교수님이 발표석에 섰다. 물이 든 유리잔을 티스푼으로 두어 번 치고는 연설을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맨 앞줄에는 신입생들로 가득했다. 개인적으로 덤블도어 교수님들 존경했지만, 그의 연설까지는 존경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지루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연설이 길었으면 했다. 왜냐하면….
"야, 이제 기숙사 배정 시작하나봐!"
Oh, bullshit. 속없이 해맑기만 한 대니가 지금은 조금 원망스러워졌다. 맥고나걸 교수님은 아이들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고 분류모자는 기숙사 이름을 외쳤다. 끝이 다가올수록 속이 바짝바짝 말랐다. 잡종이 잡종과 어울려 다니는 것. 어쩌면 당연한 것이면서도 내가 가장 혐오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인관관계를 가지는 것도 싫은데 그게 잡종이라서 두 배, 세 배 , 열 배로 싫다. 차라리 혀깨물고 이 자리에서 쓰러지거나 죽는 게 빠를지도 몰랐다.
"슬리데린!"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누가 내 소원을 듣고 시간이라도 멈춰준걸까. 불행스럽게도 그런건 아니었다. 분류모자는 웬 빨간 머리의 남자아이에게 쓰여져 있었는데 모양새가 딱 후플푸프였다. 슬리데린 아이들의 표정은 썩어들어갔고 나는 속으로 콧웃음을 쳤다. 그 높은 콧대에 걸려넘어지는 날이 왔군. 평소라면 그냥 신경쓰지 않고 넘어갈 일이었지만 나는 초이때문에 잔뜩 화가 나있었다. 같은 영국·한국 혼혈이면서 저는 항상 특별한 사람인양 하고 다니는 아이였다. 오늘은 나를 엿먹이기까지 했고. 이 일은 두고두고 회자될거야, 초이. 네가 이번에 잡은 장난감이 나라면 너는 잘못 선택한거야.
"앞으로 1년은 더 볼 사이이니 말썽 부리지말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요, 특히 슬리데린."
맥고나걸 교수님이 슬리데린을 콕 집어말하자 스네이프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원래대로라면 '스네이프' 뒤에도 교수님을 붙이는 게 예의지만 나는 이유없이 스네이프의 미움을 받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교수님이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스네이프는 아무리 슬리데린의 사감이라지만 슬리데린만 너무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기숙사의 아이들도 동의한 바이다. 나는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수프 한 수저를 들…려고 했다. 으, 망할 놈의 그리핀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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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 말고도 중국계나 일본계 아이들 몇 명도 새로 입학한 학생들을 돕는 중이야.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서 입학 한 아이들이 조금 많구나. 그래봤자 일곱명이야. 넌 영리한 아이니까, 전부 도와줄 수 있겠지? 단지 일년이면 돼. 그 이후론 나도 그들을 돕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봤자 일곱명? 그래봤자 일곱명이요? 이번 학기에 입학 한 애들 반이 한국인이라는 소리인데도요? 하, 정말 맥고나걸 교수님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다. 괜찮아, 엄마가 한국 굉장히 좋은 나라라고 했으니 애들도 막 착하고 그러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이 학교에선 선배니까 예의는 갖출거야! 맞아, 처음 보는데 욕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적당히 하다가 과제를 빌미로 그만두면 돼. 학교에 적응하는 데 그 누가 일년이나 필요하겠어? 하하…하하하!
▼
"그러니까 순서대로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김남준, 박지민, 김태형, 그리고 니가 전정국?"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난 너 싫고 이런 것도 필요없어."
시ㅂ. 멀쩡하게 생긴 것들이 더 한다더니. 누가보면 내가 너를 돕고싶어서 안달난 줄 알겠다? 생일도 간당간당하게 2학년이구만.
"미안, 쟤가 좀 관심에 목마른 아이거든. 니가 마음으로 이해해. 맨날 저래."
팀킬. 헤드샷까진 아니더라도 원샷원킬이었다. 전정국, 인가 무튼 요상한 이름의 아이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걸 보면.
"어, 김석진? 맞지? 아, 너네 이름 발음하기 어렵다. 영어이름은 없니?"
"참 나, 지도 한국인이면서."
"정확히 말하면 한국혼혈이야. 그리고 여기서 나고 자라서 그렇거든?"
아까부터 전, 뭐시기 요상한 아이가 내 심기를 건드렸다. 성질 죽이자, 성질 죽여, OOO. 니가 참아. 몇 달만 참고 이런 거 바로 그만둬버리자.
"나도 쟤 싫은데, 무슨 호박꽃처럼 생겨가지곤."
이번 건 무슨 휘황찬란한 주황색 머리를 가진 아이였다. 얼마 전까진 빨간색이었던 거 같은데 말야.
"됐고, 신기하다, 마법. 배우지도 않은 말을 막 할 수 있게 되고!"
"난 쟤 싫다니까? 학교를 꼭 다녀야 해?"
"닥치고 조용히 다녀. 한국에서처럼 말썽 피워서 쫓겨나지나 말고."
"그냥 기숙사가서 쉬고싶어. 우린 내일부터 수업이라며."
"너 기숙사가 어딨는지는 알고 그러는거냐?"
"아니."
나 이거 해도 되는거지? 이러다 화병으로 죽는 건 아니지? 몇 달만에 그만둘 수 있는거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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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레이첼]이라고 불러. 그게 내 이름이야. 그게 길다면 Rae[레이]나 Roe[로]도 괜찮아. 학교 내에선 그런 식으로 불리거든."
그러니까 단 몇십분동안 그'것'들과 함께 있는 동안 느낀 것은. 일단 김석진은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이 중에서 제일 나이가 많고 책임감도 있고 똑똑했다. 정호석, 그는 참 다정하다. 넘어지려는 날 붙잡아주기도 했고, 종종 이상한 욕지꺼리를 하는 전모군에게 눈을 흘기기도 했다, 내게는 신경쓰지 말라는 다정한 말까지 덧붙이면서. 민윤기는 그냥 매우 피곤해보였다. 우리 할아버지 수준의 체력인 거 같았다. 아직 교내에 10분의 1도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피곤해하는 걸 보면. 수업은 어떻게 받으러 다닐지, 참. 김남준은 말이 없었다. 어딘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전모군처럼 욕지꺼리를 내뱉진 않으니 다행이라고 봐야할 정도.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그'것'들에 대해 얘기하려면 날밤을 새야할지도 모르겠다. 무례하기 짝이 없고 성격도 더럽고 입에는 무슨 걸레를 문 것같다. 물론 욕을 자주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다. 왜냐면 나도 자주 하니까. 그래도 난 사람에게 대놓고 욕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사람을 '호박꽃'이라고 부르진 않는다고.
"여기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이야. 스네이프 교수님께서 가르치는데, 그 분은 성격이 매우 더러우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오, 레이첼. 니가 날 그렇게 애정스럽게 생각하는지 나는 꿈에도 몰랐구나. 이 일이 끝난 후에 잠시 내 방으로 와라, 레이."
Holly shit. 도대체 되는 일이 없다.
"하아, 오늘은 이만 해산하자. 대충 교실들은 다 돌았고, 나머지 시설물은 내일 방과 후에 알려줄게. 시ㅂ. 오늘 되는 일이 없어."
"여자애가 말버릇하고는."
안녕하세요, 솝이입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1화예요. 아 원래는 1월 1일에 짠하고 나타나려고 했는데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새로 다 뜯어고쳐서 늦어졌어요. 분량 혜자를 목표로 했으면서 짧고 똥같은 글을 들고와버렸읍니다. 이것도 곧있으면 뿅하고 삭제된 뒤 새로 샤랄라하게 써서 재업할 수도 있어요. 저 지금 거의 갱년기처럼 하루에 열 번 이상 기분과 선택이 왔다갔다 하는 중입니다. 제 2의 사춘기가 왔나봐요. 방금 올렸는데 삭제하고 싶어요. 손이 근질근질해요. 말려주세요..ㅁ7ㅁ8 » 진득하게 읽는 글보다는 짧은 시간에 먹는 쿠키처럼 킬링타임용 영화처럼 그런 글을 지향합니다. 그래도 오늘 분량은 너무 짧았음...노오력하겠습니다! P.P.S. 뭔가 덧붙일 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까먹음요.솝이
» 거친 말들이 많은데 주인공 성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습니다. (낄낄..제 성격이라고는 못하죠.)
» 교수님들은 지어내기가 힘들어서 혼혈왕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교장-덤블도어 교감-맥고나걸 마법약-슬러그혼 어둠의 마법 방어술-스네이프] 일단 헷갈릴 거 같은 교수님들만 적어놨어요. 어차피 교수님은 몰라도 지장은 없지만 왠지 해덕이라면 이상하게 여길 것 같아서 적어요...하ㅏ하 저만 걱정했으면 말구요.
» 문장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사실 제 인생이 많이 어색합니다.) 그건 그냥 번역체느낌을 내보고 싶어서요. (변명)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호그와트 느낌이 날 거 같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 얼마 전에 재미로 기숙사 검사를 해봤는데 래번클로가 나오더라고요. 나름 제 적성에 맞는 거 같아서 좋아줍니다. 사실 슬리데린이 나올 줄 알았는데...ㅁ7ㅁ8 살짝 실망함.
그럼,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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