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 그녀는 예뻤다
(본 소설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번외. Behind Story
1-1
그냥 선배의 부름이었고, 날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법적으로야 금지된 청소년들의 유흥 생활이었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그렇듯 모여서 노가리를 까는 정도는 귀여운 지경이었다. 익숙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 룸에는 꽤나 값 나가는 양주병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돈만 많은 어리석은 고등학생들임을 뻔히 알고 내준 병만 비싼 양주겠거니 했다. 술 맛도 모르는 것들은 안에 든 것이 맥주인지 양주인지도 의심할 턱이 없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쓰레기들을 발로 헤치고 쇼파에 몸을 기댔다. 눈을 감자 한껏 화가 난 김유은이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이런 자리는 한사코 싫어하는 데다가 나 또한 김유은까지 이런 문화를 맛보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몰래 빠져나온 자리였다. 아마 이걸 안다면 바락바락 달려들며 잔소리를 해댈게 뻔했다.
"민윤기 왔냐."
고개만 살짝 까딱이며 인사를 받자 그것이 아니꼬왔는지 기분 나쁜 허세에 찌든 표정으로 어깨에 팔을 둘러온다. 지 하나뿐인 여동생 거절한걸로 몇 번이나 우려먹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는 살짝 짜증이 날 정도.
윤기야, 쟤 네가 먹을래? 생각해보니까 내가 여태 네 재미를 생각 못 해준거 같더라고. 형이 쟤 줄게. 어때?
구석에서 조용히 술만 홀짝대고 있는 여자애를 가리키며 딱 수준이 나오는 질 낮은 말을 뱉음에 절로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죄 없는 후배 꼬셔다가 모텔까지 끌고가는 건 그래도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 이상 자주 보게 될 얼굴인 것을 생각해 여러 번 눈 감아준 것이었지만, 내게까지 권유를 가장한 강요를 하는 것은 벙어리처럼 고개만 끄덕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역겨운 새끼.
"재미없는데요."
"뭐?"
"전 그런거 재미없다고요. 선배나 실컷 하세요 그런건."
"민윤기."
"어차피 후배년들도 못 이기는 척 넘어가는 거 나도 말릴 마음은 없으니까 그런 년들 데리고 선배나 재미 많이 보시라고."
더러운 망나니 놀이에 발 맞춰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꽤나 푹신한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려던 때에 그 한 마디만 못 들었다면 그냥 그대로 끝났을 일이었다.
"왜, 김유은이 그렇게 죽여줘? 다른 여자는 상대해 볼 가치도 없을만큼?"
"..."
"진짠가 보네. 하긴, 불알친구라면서 안한 것도 이상하지. 혈기왕성한 남녀 둘ㅇ..."
"누구 이름을 꺼내 시발아."
"허."
"선배 골빈 건 나랑 상관이 없는데 선배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면 내가 기분이 많이, 상하잖아요. 내가 말했죠. 그렇게 재미있으면 선배나 실컷 쳐하고 선배랑 같이 모텔 간 년들 이름이나 나열하면서 낄낄대든가 해요."
"..."
"귀는 제대로 뚫려있겠죠."
순간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분노를 못견뎌 멱살을 쥐었던 손을 거칠게 놓고는 겉옷을 챙겨나오자 남녀 한 쌍이 정문 앞을 막고 서서는 깔깔대는 것이 보였다. 굳이 시비를 거는 성격은 없는지라 조용히 지나쳐가는 나를 붙잡는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남자답더라. 김유은이 여자친구? 아 불알친구랬나."
그 말에 자세히 보니 아까 구석에서 술을 홀짝이던 여자인듯 했다. 어디까지 듣고 나간건지 짐작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여자의 목을 자연스럽게 두르고 있는 남자는... 초면? 초면이라기도 웃긴 것이 어쨌든 우리 학교에다가 이 쪽으로 자주 얼굴을 비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구면이 맞는 쪽일지도 몰랐다. 뭐가 되었든 전혀 중요치 않은 사실이지만. 파여진 여자의 옷 위로 둘러진 팔을 가만히 보고있자 씨익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들어보이는 남자다.
"보기 불편한가? 육체적인 취향은 아닌 것 같던데. 미안미안."
"친한 척도 취향은 아닌데."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박윤하야. 어차피 같은 학교일텐데 친해지는 것도 괜찮지?"
드라마같은 뻔한 대사와 함께 내밀어진 손을 맞잡고 싶지는 않았다. 김유은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할 필요성도 못느꼈을 뿐더러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그닥 끌리는 쪽은 아니었다. 여자의 유치한 대사에 웩 하며 토하는 시늉을 해보이더니 홀랑 들어가버리는 남자에 야, 김태형 하며 쪼르르 쫓아들어가다가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네고는 문을 닫는다. 여우보다는 사냥감을 잡는데 익숙한 늑대같은 여자였다.
-
'안녕, 민윤기. -박윤하'
다음 날엔 그 여자로부터의 문자가 왔다. 개수작. 흔한 수법이었다. 소파에 드러누워 발로 툭툭 차대는 유은에 휴대폰을 집어넣고 유은을 쳐다보자 배고프다며 민망한지 헤헤 웃고만다. 어이없음에 유은이의 머리를 한 번 툭 치고는 일어나 부엌으로 가 라면을 끓일 만한 냄비를 찾는다. 지잉.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한 번 크게 울린다. 보지 않아도 발신자를 알 수 있는 기분이란 것이 이런 건가 싶었다.
'(사진) 이 친구야? -박윤하'
휴대폰을 그대로 싱크대에 떨어뜨릴뻔 하던걸 겨우 잡고 다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몇 번을 봐도 김유은이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내용 옆에 항상 붙어오는 -박윤하 라는 글씨가 갑자기 기분 나쁘게 보여졌다.
'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태형이 폰에 있던 거니까. 비밀인데 태형이가 좋아하거든. 얘가 김유은일 줄이야. -박윤하'
별로 궁금하지 않은 사실까지 덧붙이며 사진의 출처를 알려주는 다음 문자에 인상을 쓰며 싱크대에 몸을 기댔다.
"야, 민윤기 뭐해!"
"물 끓여놨으니까 라면 끓여먹어. 나 잠깐 마트 좀 갔다올게."
"뭐? 마트는 왜? 민윤기!"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집을 나와 박윤하 라고 찍혀져 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가지 않아 들려오는 여보세요 하는 허스키한 음성에 동네 놀이터로 들어가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막상 전화를 걸기는 했지만 겨우 김유은 사진 한 장 보낸 것에 다짜고짜 전화를 건 내 모습이 우습기 짝이 없던 것은 둘째치고 할 말이 없어 입이 떼어지지도 않았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 없어요. 친한 척도 하지말고 친하게 지낼 생각도 마요."
"응? 윤기야, 말 놔. 우리 동갑이야."
"알아들어요?"
"갑자기 전화해서는 뭐야. 섭섭하게."
"어제 처음 본 사이에 섭섭할 것도 많네. 알아듣냐고."
"싫어."
***
B.S는 3화에 나온 윤하와 윤기와 태형의 관계가 나올 비하인드 스토리에요. 아마 1-1, 1-2 두 편으로 나눠질 것 같은데 길면 1-3까지도 갈 것 같네요.
비하인드 스토리는 본 편 중간중간에 들어갈거에요.
사랑하는 독자님들 4편에서 봐요 :)
암호닉_
기화
좀비야
슈탕
밍융기
제인
커몽
똥띄
한소
호비의 물구나무
콜라
다람이덕
0418
민빠답없
사이다
슈가슛
너와나의연결고리
슈민트
뿝뿌
0221
들레
원블리
비림
암호닉 신청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ㅎㅎ
언제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댓글은 힘이되요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하나씩만 달고 가요♡
답글 달아드릴 때도 있고 못 달아드릴 때도 있지만 항상 다 감사하게 읽고있어요ㅠㅠ!
다음 글
이전 글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녀는 예뻤다 B.S (부제: 불알친구와 사랑에 빠질 때)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9/29/13/c78d6f46d2ade6be5689898834c9c99c.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