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띵동, 하는 소리가 귀에 내리 꽂혔다. 경수는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가를 파악하기도 전에, 대문짝이 부숴질 듯 세게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인 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경수는 둥그런 엄지 손톱을 질겅질겅 씹으며 회오리 치는 불안함을 밖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씩씩 거리던 종인이 쥐 죽은 듯 행동을 멈추었다. 상체를 약간 숙이더니,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기세인 경수의 자그만 머리통을 자신의 가슴팍에 기대어 도닥여 주었다. 가슴팍이 조금은 젖어들어 간 것 같기도 하다.
"문 안 열어? 도경수, 씨발. 당장, 당장 열어 봐."
ambitious 7
- Lemans
대 낮부터 저게 무슨 짓이람. 경수가 종인의 허리를 꼭 끌어 안으며 자기 쪽으로 쟁여 당겼다. 그리고, 찬찬히 큰 곰돌이 인형을 옮기 듯 침대 구석 쪽으로 이동했다. 종인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꼬옥 끌어 안고있는 경수의 턱을 잡아 들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부볐다. 견수우, 손님 와써. 문 안 열어? 종인의 낮은 음성이 경수의 귀를 노크하듯 간지르었다. 이내 경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금만 기다리구 있어, 종인아. 얼른 보내구 올게.”
“시러어, 견수 가지 마아. 조닌이는 쟤 싯타구우.”
“괜찮아, 얼른 다시 가라구 할게. 응?“
그럼 같이 가아. 종인이 경수의 얇다란 허리를 꼭 끌어 안으며 자꾸만 끌어 당겼다. 덕분에 반쯤 일어 난 경수의 몸이 중심을 못 찾고 불안하게 휘청였다. 그러나 이내 종인의 손을 꼭 붙잡고는, 현관문 쪽을 향해서 한 발, 한 발 내 딛었다. 삐거덕, 끼이익. 문이 열렸다. 열리자 마자, 경수의 뺨이 세게 오른 쪽으로 밀려 나갔다. 단지 순간의 충동이었지만 벽에 등을 부딪히고는 반동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 씨발... 경수야, 그러니까 내가 때리려고 했던 게 아니고. 경수야, 미안해. 종인이 놀란 듯 동공을 크게 뜨며 벌벌 떠는 경수를 품에 안으며 경수의 뺨을 쳐 낸 손바닥을 만지작 거리는 찬열을 쏘아 보았다.
“견수... 견수... 때리지 마. 씨발아.”
“…뭐?”
“내 여자친구 때리지, 마 씨발놈아!”
찬열이 뒷덜미에서 줄줄 흐르는 땀을 손바닥으로 닦아내는 찰나에, 그만 핀트가 빠져 버렸다. 그대로 종인의 멱살을 쥐고는 주먹을 날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종인이 나가 떨어졌다. 기분 나쁜 장애인 새끼가, 감히, 누굴 노려. 씨발. 동생? 여자친구? 지랄하네. 어따대고 여자친구야, 좆같은 쓰레기 새끼야. 찬열이 정신병자 마냥 혼잣말을 지껄였다. 끙끙 앓고만 있던 경수가 종인의 이름을 크게 내 지르며 두 팔과 다리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종인아, 우리 종인이 때리지 마. 당장 나가. 나가라고! 낡은 대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쾅 하고 닫혔다. 경수의 동공에는 두려움이 설여 있었다.
찬열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 마냥 행동했다. 곧바로 긴 다리를 휘적휘적 거닐며 한 쪽에서 불안함에 몸서리치고 있는 종인에게 다가갔다. 찬열의 입꼬리가 비죽, 호를 그리며 미끄러졌다. 곧바로 팔을 뻗어 종인의 머리채를 휘어 잡아 들어 올리고서는, 허벅지로 종인의 복부를 차기도 하였다. 무자비한 구타를 받아 내는 그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도경수를 향해 있었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해 타격이 꽤나 심했던 경수가 끙끙대며 찬열의 바짓 가랑이를 붙 잡았다. 왜,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흐느끼는 소리가 꽤나 커졌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주택 안을 윙윙 울리며 경수가 눈물을 빼 내었다. 그 순간에도 찬열의 발길질은 도통 멈출 생각을 않았다. 결국에 종인은, 피를 보고야 말았다. 거센 숨을 몰아 쉬며 머리통을 벽에 기대고는, 반 쯤 풀린 눈으로 경수를 바라 보았다.
내가
지켜
종인이 안쓰러울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피떡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씨익 씩, 거리며 종인의 까진 팔에 퉤, 하고 침을 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훽 돌려 동공이 바래진 경수를 보며 비죽 웃었다. 순간, 경수의 등에 식은 땀줄기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지금 박찬열은, 평소에 경수가 알던 박찬열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찬열이 쓰러지고 뒤에서 숨어 있었던 악마가 횃불을 들고 경수에게 달려들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경수에 달려드는 것은 악마가 아닌 ‘악마’의 명찰을 달고 있는 박찬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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